PGR21.com
- 선거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7/03/13 22:38:42
Name 동지
Subject [일반] 청와대 퇴거를 보며..

결국 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오늘 출근길에, 점심시간에 건물 밖을 나가보니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더군요. 정말 우주의 기운 이라는 게 있나 싶어 당황스러운 느낌도 들었구요. 간절히 원하면.. 아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복귀는 늦어지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뭘로 봐도 탄핵이 인용된 순간 바로 퇴거해야 했지만, 명확한 법 규정이 없다는 건 익히 기사로 알게 됐었거든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버티면 어떡하나.. 서울 한복판에서 공성전이 벌어지는 건 아냐? 하는 상상을 하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지난 일요일 밤 늦은 시간, 사저로 이동한다는 뉴스는 다소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평일 이동하는 것 보단, 비교적 교통량이 적은 일요일, 그것도 밤이 낫다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죠. 항간엔 방송 헬기가 뜰 수 없는 일몰 이후 - 비행 금지 시간이라 하더군요 - 퇴거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습니다. 뭐, 이 쪽이 더 설득력이 있게 들리기는 하네요.


과연 대국민 담화를 할 것인가. 어떤 형태로든 기자회견을 할 것이냐에 대해서 지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었습니다. 승복 선언을 할 것이냐? 사과를 할 것이냐? 등등이었죠.

개인적으로 상책은 눈물지으며 사과, 승복 선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올림머리도 하지 않고,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하는 발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자신의 지시에 따른 보좌관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벌을 하지 말아달라는 호소.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아마 동정여론과 함께 TK 결집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했었습니다. 아마, 박정희 신화가 조금 더 이어질 수도 있었겠죠.

중책은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를 하다 숨진 3인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퇴거하는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80% 의 국민들보다 15% 의 지지자들에게 하는 말이 되니 상책은 되지 못하지만, 적어도 지지자들에게는 감동을 주는 말은 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마음씨 착한 딱한 영애의 이미지. 지지자들이 원하는 엑기스는 다 담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하책은 노 코멘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승복한다, 하지 않는다 가타부타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사저로 복귀. 그리고 은둔이라 생각했지요. 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또 쓸데없이 분석을 해 가며, 정치 평론가들이 신나는 시나리오였겠지만, 기본적으로 헌재 판결에 불복한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될 테니, 하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명확한 불복 메시지와 함께 진실 운운하는 메시지였습니다. 하책도 되지 못하지요. 다소 잠잠해질 수 있었던 여론이 다시 들끓기 시작하면 검찰로써도 수사를 더 이상 지연시킬 수가 없어질 테니까요. 정말 아직도 본인이 검찰의 수사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아니면,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완벽한 증거가 있는 것일까요? 적어도 후자가 있었다면 탄핵 심판에서 썼을테니 그건 아니라고 보지만요..


뒤늦게 들리는 이야기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이 기각될거라 진심으로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김평우 변호사를 비롯한 대리인단은 며칠 전 기각이 확실시된다는 보고까지 올렸다고 하니까요. 그 즈음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헌재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나는 듯 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이 이제사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대체 보안을 어떻게 했길래 모두 속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참 유감이네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아 파면당했다는 것이,
그런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에 불복한다는 메시지를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는 것이,
정작 목숨을 잃은 자기 지지자들에 대해 어떤 메시지도 없다는 것이,
자기 입으로 카메라 앞에서 말할 용기도 없다는 것이 말이지요.

참..유감이네요. 정말로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03/13 23:10
수정 아이콘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지지자들 가스통 들고 극렬 저항하게 만들면 밑바닥 다 보여주는 거겠죠. 뭐가 더 남아있긴 하려나요.
운명의방랑자
17/03/14 01:16
수정 아이콘
그러나 그보다도 밑이 있었음이 곧 밝혀지게 되는데…를 하도 많이 봐서요
바람이불어오는곳
17/03/14 09:22
수정 아이콘
8시 드라마 보려고 세팅 다해놓고 7시 45 분 즈음에 도착한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해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945 [일반] 신념을 지키면서 통합하는 방법 - 이재명 [27] Red_alert3039 17/03/14 3039
1944 [일반] 남인순이 군가산점에 대해 비판했던 글 [144] 세렌드8342 17/03/14 8342
1943 [일반] 두번째 임시공지입니다. [18] 유스티스2404 17/03/14 2404
1942 [일반] 국민의당 "문재인 치매설에 대한 '나쁜 대응'을 경계한다" [65] ZeroOne5828 17/03/14 5828
1941 [일반] 자유한국당 김태흠 "문재인·안희정, 노무현 죽었을 때 죽든지.." [43] ZeroOne4876 17/03/14 4876
1940 [일반] 문재인, 세월호 유가족에게 고맙다? 유감 [291] 이순신정네거리10168 17/03/14 10168
1939 [일반] 박근혜가 사저로 바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 [24] JUFAFA5718 17/03/14 5718
1938 [일반] 헌재 탄핵 선고문 시각화 자료 [5] 인간흑인대머리남캐3638 17/03/14 3638
1937 [일반] 조갑제씨의 대통령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기고문 [9] 아점화한틱3853 17/03/14 3853
1936 [일반] 문재인, 남인순 여성본부장 임명 [272] Cea12542 17/03/13 12542
1935 [일반] 이번 탄핵에서 제일 신기했던 것. [18] 표절작곡가5626 17/03/13 5626
1934 [일반] 청와대 퇴거를 보며.. [3] 동지2803 17/03/13 2803
1933 [일반] 슬슬 정리되어 가는 자유한국당 당내 경선 출마 명단 [47] 어리버리4071 17/03/13 4071
1932 [일반] http://pgr21.com/?b=24&n=1879 관련 사다리폭행남 검거. [40] tannenbaum5963 17/03/13 5963
1931 [일반] 이번 탄핵에 대한 나의 생각 [42] 이슬먹고살죠4802 17/03/13 4802
1930 [일반] 간략한 임시공지입니다. [14] 유스티스3491 17/03/13 3491
1929 [일반] 문재인에 대한 마타도어가 심각하네요... [61] 로빈7542 17/03/13 7542
1928 [일반] 안희정, 헌재 불복 세력은 대연정 못해 [197] Sarada8070 17/03/13 8070
1927 [일반]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친박 지지자들끼리 "네가 좌파다" 싸움 [31] ZeroOne5048 17/03/13 5048
1926 [일반] 자유한국당 "이번 대선은 구닥다리 K리그 대통령을 뽑는 것" [48] SKYCEN4974 17/03/13 4974
1925 [일반] 강일원 재판관의 송곳질문 [30] 레스터6604 17/03/13 6604
1924 [일반] 이제와서 돌아보는 박 전 대통령 측 감상 [2] 좋아요3599 17/03/13 3599
1923 댓글잠금 [일반] 조배숙 "문재인, 세월호가 대통령 되는 데 도움 됐다 생각하는거 아닌가 의심" [454] ZeroOne15244 17/03/13 1524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