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랫동안 한 여자를 좋아해오고 있다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녀에겐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녀는 그 친구에게 이젠 다른 여자를 좋아하라고 계속 얘기한다지만... 그 친구는 그게 잘 안되나 봅니다.
바보같은 녀석이죠. 나 같으면 아예 시작도 안할 사랑을.
그녀에게 전화를 하면 그녀는 다음에 전화하겠다며 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하지는 않는다고...... 그렇지만 그녀석의 문자 보관함 1, 2번은 아직도 그녀의 문자.
그런데 그녀가 보내준 문자라고는 그 두개가 전부랍니다.
그 얘기를 듣는 내겐, 그 친구에게 괜찮은 새로운 여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지만,
그 친구는 그녀와 닮은 여자를 기다리겠다고 하네요. 그녀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자기 마음을 말하겠다고......
한때 실연을 겪은 나에게 그 친구가 말했었습니다.
"세상 어디엔가...... 한 사람과 똑같은 다른 사람이 꼭 있대.
언젠가 너에게도 그 사람이 나타날거야."
#2
바보같은 녀석같지만, 그녀석이 부러운 이유는,
예전 누구의 이 모습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 단점만은 안 가졌으면 좋겠다. 이러지는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 따위의 바램들만을 가지고 있는 내 마음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낮은 마음으로 기다리기.
다른 것은 다 필요없고,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할 사람을 기다리기......
Unipolar, 너도 꼭 그렇게 될 수 있길.
#3
명동에서. 카페 창가에 앉아서, 앞에 앉아있는 그 친구를 보며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두 손으로 두 개의 원을 만들며.
"처음 사랑하고 처음 반할 때는 이렇게 완전한 원이지. 그렇지만 이렇게 흠이 없는 두 개의 원은 부딪쳐서 튕겨나가 버리지.
사람들을 사랑해 보고, 이별해 보고, 그 사람들에게 자기 마음을 조각조각 떼어주고 나면. 자신의 것들을 잃어버리고 나서 울퉁불퉁 이 빠진 원이 되면, 그때 자기처럼 흠이 많은 원을 만나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되는 거지.
지금까지 내가 겪은 사랑의 실패는, 모두 흠집을 가진 원이 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 조금씩 잃어가면서 결국은 나와 맞는 사람을 찾아가는 시행착오의 과정.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을 좋아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
#4
그래요. 나는 후회하지 않고, 꼭 나와 같은 부족함과 결점과 상처를 가진 톱니바퀴를 만나서 맞물려 돌아갈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그래서 잘난 동그라미, 완벽한 동그라미로 남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계속 사랑을 할 겁니다.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또 누군가를 기다리겠죠.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아직도 다른 원을 튕겨내는 완전한 동그라미 흉내를 내고 있는 나는... 더 많이 부딪치고 쓰러져 봐야 합니다. 아직 나는 충분한 사랑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사랑 때문에 잃었던 시간들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만큼 잃어 온 사람을 기다립니다. 언젠가 부족한 나와 맞물릴, 또다른 부족한 누군가를,
지금도 낮은 마음으로 기다리려고 합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할 사람을.
오래 전에 썼던 글이네요.
방금 힘겹게 커플지옥에서 기어나와, 기쁜 마음으로 솔로천국을 향하며.
unip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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