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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1/08 15:57:04
Name The xian
Subject 미안하다. 그대여.
* 분위기상 평어로 씁니다. 이해와 용서를 구합니다.


직접 봤다. 그대가 완패하는 광경을. 그리고 그대 앞으로 가지 못했다. 미안하다. 용기가 없어서.

사실 용기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내 눈은 담담했는데. 내 마음에 그대의 슬픔까지 옮겨왔는지 정말 슬프더군, 무너져 내리듯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슬픔이었어. 참 오랜만에 겪는. 오랜만에 겪는 무게의 슬픔이었어.
상심해 있을 그대를 위로해줘야 하는 내가 그런 형편없는 마음가짐으로 그대 앞에 설 수는 없는 일이라 그냥 왔다.

용서해라. 하지만 조만간 만나러 가겠다.


나는 윤용태 선수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윤용태 선수가 잘 한 것은 잘 한 것이기 때문이다. 승자는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오늘 그대는 무너졌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패자는 격려를 받을 필요가 있다.

나는 그대가 이렇게 무너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무너지느냐 아니냐는, 못 하고 잘 하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늘 경기 못 했다. 그러니 무너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지. 무너지는 것. 그게 뭐가 대수인지 모르겠다. 언제는 안 무너졌었다고.

잊은 건 아니겠지. 양대 PC방에도 떨어져보고 본선 13연패로 거의 1년간 광속탈락도 해보고. 그래서 베이고 또 베이던 시절을.
그러나 그대는 어쨌건 다시 살아와 골든마우스를 거머쥐었고 시드를 거머쥐었다.

나는 그대가 벌이는 순간 순간에 진심으로 만족한다. 그래서 나는 그대가 무너지는 것은 더 이상 슬프지 않다.
무너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고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으면 내가 붙잡아 주면 되니까.
내가 그 자리에 없고 이 세상에 없어 붙잡아 줄 수 없다면 나 외에도 더 많은 그대의 팬들이 있으니까.

그러나 무너지는 것을 슬퍼하지 않는 나이지만 나는 그대를 걱정하고 슬퍼한다.

왜냐하면 그대가 무너지고 나서.

혹시 단념할까.
혹시 좌절할까.
혹시 번뇌할까.
혹시 휘둘릴까.

과거에 입었던 그런 마음의 상처를 걱정한다. 차라리 그 마음의 상처들이 내게로 옮겨와 주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오늘 그렇게도 슬펐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두 사람 몫의 슬픔을 겪은 것처럼.


누군가 그러더군. 어려울 때 고락을 함께 하는 팬이 진정한 팬이라고.
지금의 패배로 어려운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내가 느끼는 그대의 영혼의 공명을 돌이키지 않는 것 정도뿐이겠지.


그대. 아직도 우승을 꿈꾸고 있다면.

내 눈에 그대로 인해 다시 눈물이 흐를 때가 온다면
그것은 그대가 원하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있는 바로 그 때이길 바란다.


고생했다. 편히 쉬기를. 다음의 전장까지.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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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8 16:02
수정 아이콘
편히 쉬기를... 이윤열 선수...
아무로
08/11/08 16:03
수정 아이콘
솔직히 이윤열선수의 데뷔시기를 생각하면 이정도면 기적과 같은거죠.
밑힌자
08/11/08 16:12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4강 가나 했는데,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숩니다.
엠케이
08/11/08 16:14
수정 아이콘
올드의 자존심 ,,

이윤열 선수 최근에 성적이 안좋긴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봐도 저한테는 많은걸 느끼게 해주는 선수입니다.

화이팅!
METALLICA
08/11/08 16:28
수정 아이콘
경기시작전 항상 이윤열 선수의 눈빛과 표정을 보며 그날의 경기를 예측하곤 하는데
오늘은 아무 느낌도 없더군요. 잠깐 눈감고 생각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눈빛과 표정은 아무것도 발산하는 느낌을 받지 못했네요. 해설은 담담한 표정이라 했지만 저에겐 그냥 멍한 모습으로만..
결국 3경기가 끝나고 한숨짓는 모습에서야 무언가 다시 들어온 듯한 느낌..
이제 다시 자신을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08/11/09 15:06
수정 아이콘
..기다립니다.
[AGE]MadDream
08/11/11 11:21
수정 아이콘
XY맨님// 흠.. The xian님의 좋은 글에 귀하의 댓글은 어울리지 않는군요.
은퇴하세요, 편히 쉬세요 등등의 독설을 남기고 싶다면
이런 응원글에 묻어가지 말고 다른 글을 작성하셔서
악플을 불러들이든지...
암튼 다른 방안을 강구하시죠.
-----------------------------------------------------------
본문과 상관없는
이런 댓글 남겨서 The xian님께는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윤열 '빠(?)'도 아닌 평범한 눈팅족이 보기에도 울컥하게 만드는 댓글에
제 손가락이 저절로 반응했다고 생각해주세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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