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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05 19:53:49
Name Yi_JiHwan
Subject [기타] 덕업일치를 이룬 남자의 이야기 -1-
안녕하세요. 덕업일치를 이루고 신나게 일만 하고 연애는 안 하다가(...) 군대에 있는 이지환입니다. 지난 한 달은 제게는 좀 가슴 아픈 날들이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GSTL의 첫 시즌 우승팀 소속의 선수들과 감독이 그런 일에 연루되었을 줄은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기분도 좀 날리고 제 얘기를 풀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발을 어떻게 들이게 되었는지를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시작은 흠... 2000년 쯤이었을까요. 방송과 TV에 미쳐 살다시피 방송을 좋아하고 교내방송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방송도 해 본(담임선생님이 시키셨었죠. 초등학교 3학년이었나 그랬습니다.) 이상한 아이가 하나의 게임을 접합니다. 그것은 바로 누구나 아시는 스타크래프트(이후 스타)였죠. 스타는 문화가 되었고 게임은 저의 취미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방송과 게임이 만나서 최고수들이 보여주는 영상에 매료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겠죠. 그렇게 저는 게임 방송에 빠져들어 갔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WWE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당시에는 토렌트나 웹하드도 비 활성화되어 있어서 한참이 걸려서야 받은 언더테이커 DVD를 보고 경기를 보고 방학을 다 바쳐서 WWE PPV 히스토리를 전부 다 텍스트로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짓 저런 짓 다 하고도 동작구 S대학에 입학한 건 대체 뭔가 싶기도 하군요. 방송으로 하는 컨텐츠에 대한 몰입, 게임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내가 잘 하는 것은 세치 혀를 놀리는 일. 그래서 저는 불과 15살 때 게임캐스터가 되자는 정말 허무맹랑(...)한 꿈을 가지고 살게 됩니다.

e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것을 섭렵해나갔습니다. 경기 결과를 찾아보는 것은 예삿일 중에도 들지 못하는 일상이었고 고2때는 집에 있는 프린터로 출력해서 스타리그 리뷰북을 만들 생각도 해봤었죠. 프로리그 후기리그 결승인 SKT 대 삼성은 친구에게 전화로 중계도 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한 경기 정도긴 했지만... 고3때는 결과만 확인하면서 잠깐 관심을 끊었고 그렇게 마재윤‘씨’의 전성기를 보지 못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수능이 끝날 즈음에 곰TV MSL이 시작되었고 4강에서는 그의 강함을 보았고 결승에서는 그의 강함의 붕괴를 봤었죠.

성인이 되어 대학에 다닐때도 1학년 교양 필수 수업에 OGN(당시 온게임넷)에 원서를 쓰는 생각으로 자기 소개서를 썼고 2학기 전공 필수 때는 학연으로 정소림 캐스터의 인터뷰를 따내서 용산 백스테이지에서 정소림 캐스터님을 떨리는 손으로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Pgr 보고 계시죠 선배님?! 주차권 끊어 달라던 AD의 얘기를 다 듣고도 인터뷰 질문의 본론으로 다시 들어가시던 그 때를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말 저는 그 일이 아니면 살 수 없을 것처럼 그 길을 향해서 달려나갔습니다. 물론 현실의 벽. 저에게는 키와 외모(...)를 생각하면서 ‘아 캐스터는 안 되려나...’라는 생각을 갖게는 되었습니다. 그래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달리고 또 달리다가 제 개인적으로 정말 칠흑같은 암흑기와 함께 공교롭게도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지고 맙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진영수‘씨’와 마재윤‘씨’가 연루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제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개인적으로도 암흑기 중 암흑기를 겪고 가장 원하던 직업의 목표도 흔들려버리는 정말 나락 중의 나락을 경험했습니다. 방송 기자로 목표는 수정했지만 당장 삶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만큼 개인적으로 힘들었고 저를 지탱해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무기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스타크래프트2(이후 스타2)가 나오고 GSL이 출범하면서 저의 태도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저를 가라앉히던 환경에서 빠져나와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도 있었지만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저기서 같이 일하고 싶다. 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몰랐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결승전에는 매번 가고 (임재덕 대 송준혁 제외하고 정말 다 갔습니다.) 대전에 내려가서는 (2011 Mar. Code S 결승 장민철 대 박성준) 당시 그래텍 오주양 이사님과도 얼굴로 인사하던 정말 불나방 같이 달려드는 이상한 존재였었죠. 그 뒤로 저는 GSL 포인트를 계산하고 (리퀴피디아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것이었지만 국내에선 하는 사람이 잘 안 보이기에 그냥 제가 했습니다.) 2011년 하반기때는 전 세계 메이저급 스타2 대회 일정을 다 모아서 달력 형태로도 제작해봤습니다. 그것을 가장 자주 올린 곳이 바로 이 곳. Pgr21이고 말이죠.

그 때 저는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 와중에 시간이 나는 주말이나 밤에 그 작업을 했던 것인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GOMTV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기록원 제의가 온 것이죠. 흔쾌히 수락한 뒤 일을 시작했고 일은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스포츠 기록과의 인연을 야구로 맺었습니다. 박찬호 선수가 다저스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야구와 야구의 기록의 매력에 빠져서 11살 쯤에 야구 기록 중 간단한 것들의 계산이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 할푼리는 어떻게 나오는지를 알아 버렸거든요. 그렇게 통계를 내는 방식을 야구를 통해 배운 것을 직업적으로 써 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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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말다해서 일단 여태까지 쓴 것만 올립니다. 다음 내용은 비정기적 이후 연재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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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방랑자
15/11/05 19:57
수정 아이콘
2000년에 전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어쩌면 대학에서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15/11/05 20:12
수정 아이콘
와.... 한때나마 저도 이스포츠 관련 일에 종사하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노력은 전혀 안했었는데..

애정과 노력이 대단하셨군요...
Yi_JiHwan
15/11/05 20:13
수정 아이콘
불광불급이라는 말이 어디에선가 떠도는데 저도 딱 그 짝입니다.

정말 미치니까 닿더군요.
은때까치
15/11/05 20:53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응원드리고 싶어지네요:)
맥아담스
15/11/06 23:13
수정 아이콘
다음편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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