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않는 잡식성 게이머입니만 요새 들어서 좀 꺼리던 장르가 바로 FPS였는데요.
뭐 저도 어렸을 적에는 그러니까... 나리카스가 활발하게 돌아가던 카스 1.3? 1.4 그시절에는 나름 총질 좀 했다고 자부하지만
이게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보니까, 쉽게 적을 조준하지 못하는 에임,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총탄에 뻗는 나..

결정적으로 어지러움증... @_@ 서든어택이나 콜오브듀티, 배틀필드.. 이런거 죄다 너무 어지럽더군요..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FPS라는 장르는 자연스럽게 좀 멀리하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에 블리자드에서 발표한 신작 오버워치는 그동안의 블리자드가 내놓던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같은 전작들 처럼
어둡고 장엄한 서사시와 같은 분위기가 아닌 마치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렇게 색다른 게임컨셉에다가 워낙에 블리자드의 게임들을 좋아했던 저였던 터라 자연스럽게 오버워치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하지만 한가지 걸리던 것이 바로 이 게임이 FPS라는 것...

이거 멀미나면 어쩌지.. 또 적군이 어딨는지 보지도 못하고 죽고 그럼 재미없는데.. 나 에임 못맞춰..

이러한 걱정에다가 부분유료화가 아니라 블리자드 전통의 패키지구매를 해야하는 방식이라서 정말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달 초에 잠시 오픈베타를 했었죠. 그때 잠깐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팀에 민폐를 끼칠까봐서 훈련장과 인공지능 상대만
몇판을 해봤는데, 음.. 우선 게임 자체는 참 잘 빠졌다. 하는 느낌은 확 오더라구요. 그럼에도 구매확정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 디아블로3 시즌을 열심히 달리던 터라서 에라이 메르시 날개 얻는 셈치고 사버리자 해서 오리진 에디션을 과감하게 질렀습니다.

그렇게 메르시 날개를 달고 열심히 대균열이나 돌던 것이 슬슬 지루하던 차에 다가온 오버워치 오픈일..
어차피 다 쪼렙인데 이젠 사람하고 대결을 해보자!
과감하게 빠른대전 들어가서 맵이랑 캐릭도 제대로 모르는 채로 게임에 몸을 맡기고 플레이를 했습니다.

음...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그럼 바로 결론을 먼저 말씀드릴게요. 오버워치는 정말 재밌습니다.
FPS? 그거 뉴타입이나 하는거 아니냐? 난 총 잘 못쏴.. 하시는 분들, 오버워치로 오십시오.

저같이 FPS를 꺼리던 사람도 충분히 제몫을 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오버워치의 장점을 몇가지 꼽아보겠습니다.


1. 깔끔한 그래픽, 괜찮은 최적화



그래픽적인 부분에서는 특별히 흠잡을데 없이 굉장히 깔끔한 모습입니다. 오버워치의 컨셉에 잘 어울리는 색감이 맘에들었구요.
맵 별로 분위기나 개성을 잘 살려낸 부분 역시 좋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이런 게임에서는 프레임이 참 중요한데 이것을 뛰어난 최적화를
통해서 비교적 낮은 사양에서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 개성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이미 발매전부터 각종 2차창작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만큼 캐릭터성에서는 확실한 모습입니다. 오버워치의 얼굴마담 트레이서
석양이 진다.. 맥크리, 엄청난 뒷태 위도우메이커, 영웅은 죽지않아요 메르시, 개인적인감정은없어요 메이, 류승룡기모찌! 겐지 등등..
캐릭터성 뿐만 아니라 스킬셋도 조작하는 맛이 있도록 잘 짜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공격 수비 돌격 지원 이렇게담당하는 롤이
나눠져있는데 같은 포지션이라도 캐릭터별로 개성을 잘 살려서 순간순간 다양한 캐릭터를 조작하는 맛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탱커 포지션에서도 라인하르트같은 전통적인 탱커가 있는가 하면 윈스턴 처럼 적 후방을 교란하거나 아니면 로드호그처럼
강력한 상태이상기와 근접딜로 화력을 보태는 등 각자 개성이 살아있는 스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3. 한판 한판 부담없는 플레이



물론 팀플레이 기반 PVP가 갖는 리스크는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판 한판 빠르게 진행되고 난전이 계속 되다보니까
딱히 채팅을 하면서 정치질할 시간적 여유는 적고, 그래도 고통 받는다 싶으면 캐릭터 연습하는 셈치고 다른 것 골라서 샷이나 쏘면서
쿨하게 넘기는 법도 있습니다. 역할 분담 팀플레이가 갖는 특유의 성취감은 가져오면서도 반대의 스트레스는 다소 낮췄다고 할까요.
비매너 유저들이야 어디에나 있겠습니다만 채팅 차단과 해당 플레이어 피하기 옵션으로 약간이나마 피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데스매치가 아니기 때문에 킬데스에 대한 부담감이 적고 어차피 내 킬뎃은 다른이에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자기 할일만 제대로 하면 메달도 많이 받고, 추천도 받고 이러면 은근히 뿌듯하기도 합니다.


4. 타격감 문제? 의외로 괜찮음



발매 전부터 타격감이 없다. 밋밋하다. 이런 평이 많아서 걱정을 했는데, 직접 플레이를 하고보니까 슈터게임으로서 갖춰야할
쏘는 맛은 충분합니다. 파라의 로켓런쳐나 로드호그의 근접샷, 정크랫의 유탄발사 같은 무기들은 나름 화끈한 폭발음을 자랑하고
맥크리의 피스키퍼 난사나 리퍼의 샷건 같은 총기류 타격감은 문제 없다고 봅니다. 윈스턴의 전기 찌짐이나 트레이서의 레이져 같은거야
그 무기의 특성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만, 발매 전 우려했던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역시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입니다. 간만에 온라인게임 중에서 정말 재밌게 게임을 즐겼던 것 같아요.


음... 그렇다면 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우선 FPS라는 장르 자체의 진입장벽이 큽니다. 오버워치는 오로지 샷빨로만 죽고사는 게임이 아니라 그 허들은 그나마 낮은 편입니다만
또 다른 다른 난관이 있죠. 바로 FPS의 가장 큰 진입장벽 멀미입니다. 이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네요.
다행히 저는 아무런 멀미를 못 느꼈습니다만, 정말 적응이 안되시는 분들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또다른 단점은 좀 아쉬운 과금제입니다. 저야 오리진에디션을 샀지만 아직까지 멀티플레이 온리인 게임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방식은
부분유료화에 익숙한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또다른 걸림돌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패키지를 샀다 하더라도 전리품상자 라는게 있는데
레벨이 오르면 한개씩 주지만 거기서 나오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영웅의 스킨이나 음성, 승리포즈 같은걸 사려면 정말 하루 왠종일
게임만 붙잡고 있지 않는 이상 좀 한계가 있더라구요. 게다가 나오는 것도 랜덤이라서... 이 방식은 좀 별로였습니다.
물론 따로 유료로 전리품상자를 팔지만 이것도 랜덤인건 마찬가지라서.. 차라리 크레딧을 팔았으면 좀 좋았을 거라고 보는데...
아무튼 이게 좀 아쉽더라구요.


뭐 그래도 간만에 할만한 게임이 나온 것 같아서 좋습니다. 저야 뭐 샷빨이 좋지 못하지만 저같은 사람도 할 수 있는
화끈한 난전형 게임입니다. 뭔가 내가 못해서 팀에 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해서 팀플레이 게임을 꺼리셨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를 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네요. 그만큼 그러것들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려고 많이 노력한게 보인 게임이라서요.



처음해보시는 분들에게는 걸어다니기만 해도 밥값은 하는 인간 토템 루시우를 추천 드립니다.  메르시는 부활 궁극기가 매력적이지만
의외로 포지셔닝이나 힐 타겟팅이 좀 어려운 편입니다. 그래서 버프와 동시에 사격지원도 가능한 루시우가 적응하기 좋다고 봅니다.
좀 못해도 별로 티가 안나고요, 게다가 이런 게임에서 힐러를 욕하는 멍청이는 없기 때문에 부담없이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지를 느끼는 데에는 루시우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리고..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