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격투게임이란걸 해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애초에 오락실이라는 곳을 거의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격투게임 같은게 크게 유행한 세대도 아니었고...

친구집 놀러가서 플스로 몇 판 해본 정도? 그게 다였습니다.



그런데 한 6월 초쯤에 철권 이야기가 온라인에 참 많이 떠돌더군요. 다들 막 재미있다고...

요즘에 스팀으로 게임사는 재미에 빠져있기도 했고,

학창시절 철권하는 친구가 반에 한두명씩 있었는데 되게 재밌어 보였거든요. 다 늦었지만 그때 생각이 나서 설레기도 하고...

그래서 샀죠. 스틱은 봤더니 너무 비싸더군요. 게임도 5만원인데 스틱까지 하면 10만원...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연습할 캐릭터는 폴을 골랐습니다.

어릴적 친구집 가서 폴한테 한방 맞고 순삭당한 기억이 어렴풋이 있었습니다.

또 검색해보니까 사기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캐릭터더군요.


검색해서 공략 찾아서 읽었는데, 뭔소린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선 조작 자체가 너무 처음이라 콤보를 연습하면서 손에 익히기로 했습니다.



기본콤보 한개... 딱 한개 익히는데 일주일 걸렸습니다. 크크크크 시간으로 치면 약 7~8시간...



폴 기본콤보는 기술을 딱 4개 씁니다. 어퍼, 왼어퍼, 와구, 붕권. 딱 기술 4개만 연속으로 쓰면 됩니다.

이거 하는데 일주일이 걸리다니 진짜 하...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데 안되는걸 어쩝니까...

제일 어려운건 와구였습니다. 이게 키보드라 더 심하긴 한데 와구가 진짜 안되요. 아직도 잘 안됨.

그리고 붕권은 나중에 깨달았는데 26은 앞으로 스윽 움직이는거고 그 중간에 아무때나 RP누르면 되는거더라구요.

근데 그걸 모르고 26AP!(그땐 또 AP인줄알았음 AP눌러도 되긴되더라구요...ㅠ) 이렇게 빠박 누르니까 딴거나가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어찌어찌 기본콤보 하고 나니까 쌍비로 시작하는 콤보는 금방 되더라구요(더 쉽습니다 쌍비 쌍부 붕권)

[그래 첨이라 그런 걸거야. 나도 할 수 있어!] 다짐하면서 퀵매치를 시작했습니다.


안됩니다. 실전에서는...

저 정말 극한의 똥손이더라구요...


이게 일단 어퍼나 쌍비 쓴다고 무조건 뜨는게 아니니까 떴을때 써야되는데

떴으니까 쓴다, 안떴으니까 안쓴다

이게 안되요 호로로롤롤로롤로

안떴는데 미리 누르고 있고

떴는데 어버버하고있고



퀵매치로 계속 연습하는데 지고 또 지고 승률은 20프로대... 이긴건 거의 붕권 날먹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시작하고 한 열흘째 되는 시점입니다.


그래도 또 연습하니까 어느순간 쌍비콤보는 되더군요(어퍼는 포기).

그리고 날먹도 요령이 생겨서 현월(26rk)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붕권이 더 잘먹히더군요.

쌍비-붕권-현월-벽력장-철산고

이걸로 3단까지 올렸습니다.

무조건 지르는겁니다. 가까우면 철산고 멀면 붕권! 딜캐고 횡이동이고 그런거 없습니다.



그리고 3단에서 한동안 또 멈췄습니다. 그쯤 되니까 할줄 아는 사람도 있고 저같은 사람도 있고 그런데

철산고같은거는 함부로 쓰면 안되더군요.

콤보도 다들 할줄 알고...

뭔가 이대론 안되겠단 생각이 듭니다.


고수들 동영상이나 검색으로 공략 보면서 기술 레퍼토리를 늘렸습니다.

고수들 보니까 벽력장, 쌍비는 거의 안씁니다. 아니 그들도 모르는 꿀기술을 내가? 가 아니라 리스크가 너무 큰 기술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대신 기와, 용포를 많이 쓰는데(66rp) 제겐 커맨드가 너무 어렵습니다...ㅠ 철산고같은게 쉬운데...

그리고 와구(24rk)가 그렇게 사기라는데 이게 진짜 안됩니다.

키보드로 하면 24가 sa를 연속으로 눌러야 하는데 왼손 중지-검지 이게 힘이 안들어가요. 왼손 검지에 힘이 안들어가서 빠르게가 안됩니다.

왼손검지.. 아 내 왼손 검지가 이렇게 원망스러웠던 건 또 처음입니다.

그리고 가끔 와구 카운터 내도 붕권이 또 안됩니다.

카운터는 날수도 있고 안날수도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오면 반응이 안되요.


그래도 어찌어찌 또 액자단에 올라갔습니다.


액자단 최대 난관은 하단이었습니다.

하단이 안막아집니다. 하단 쓰는걸 알아도 앉지를 못합니다.

일단 그땐 그냥 밑에만 눌러도 막아지는건줄 몰랐습니다. 아래대각을 꼭 눌러야 하는건줄 알았어요.

사실 근데 그런 문제가 아니었죠. 에델이건 가위차기건 하체트건 벽력장이건 온갖 하단이란 하단은 다처맞네요.

절대 안막아져요. 쓰는걸 알아도 못앉겠어요. 나도 이유를 모르니까 미치겠어요. 선천성하단가드불능증인가?

폴 용포 2타 하단은 제가 자주 쓰는건데도 상대가 쓰면 2타 순간에 앉는걸 못합니다. 미리 앉아서 1타맞던가 2타맞고 날라가던가...

럭키 하중하중 쓰는 그 기술 3라운드 내내 다맞고 퍼펙으로 진적도 있습니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또 설령 운좋게 막아도 딜캐는 꿈도 못 꿉니다. 기상진군 기상킥 기상어퍼 이런걸 타이밍맞춰 눌러야되는데 암거나 막누르게 되니 짠발 한번 맞추고 말고...


여기서 진짜 심하게 멘붕하고 랭매 봉인했습니다. 퀵매치만 하고... 간간히 연습모드에서 드라로 연깎이랑 어썰트만 쓰게 해서 하단막는 연습하고 그랬습니다(물론 못막음).


그리고 약간 시들해지구 한주인가... 열흘정도? 좀 지나고 오랜만에 켰습니다. 퀵매치 시작했습니다.

뭐지? 하단이 막아집니다. ??? 물론 갑자기 나오는건 절대 못막지만 뻔한 날먹 패턴... 예전엔 절대 못막던 나락만 쓰는 진 에델만 쓰는 리리 벽력장 붕권만 하는 폴... 다는 아니라도 조금씩 막아집니다.

이게 막는게 되니까 갑자기 딜캐도 됩니다. 그 순간에 멘붕하질 않으니까 기상하면서 뭘 날려야겠다 이게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때부터 갑자기 승률이 급격하게 올랐습니다. 자신감이 생기니까 와구-붕권이나 어퍼콤보같은것도 시도해봤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되기 시작합니다...
(맨날 와구쓰고 붕권쓰면 늦어서 안맞아서 걍 벽력장 쓰고 어퍼쓰고 왼어퍼가 늦어서 그냥 벽력장쓰고 그랬음)
와구-붕권 실전에서 성공하는데 한달 반정도 걸린 셈입니다... 허허허 이런똥손 어디 또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일이주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녹단이네요. 334전 144승 43.1%...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ㅜㅜ

녹단이 높은건 아니지만... 전 만족하렵니다...



여러분... 철권 재밌습니다 철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