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2차 cbt가 끝났습니다.
클베 테스터로서 느낀 제 경험을 여러분들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사실 이 게임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하나 있습니다.
껍데기와 속이 완전히 달라요.
제가 로스트아크의 장점으로 꼽는 것중에 하나가 풍부한 컨텐츠인데
누군가는 단점으로 이 게임이 퀘스트가 너무 많고 지루하다더군요.
처음에 전 '저게 무슨 소리야... 저럴거면 MMORPG를 왜 한거야?'
하는 생각이었지만 여러 글들을 보며 깨닫게 되었죠.
아. 서로 기대했던 것이 다르구나.
로스트아크는 쿼터뷰 핵앤슬래시 게임입니다.
겉보기에는 디아블로처럼 보여요.
그런데 사실 이 게임의 본질은 WoW같은 MMORPG입니다.
탱딜힐 개념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MMORPG의 문법을 꽤 따르고 있고,
MMORPG 특유의 느린 호흡을 가지고 있어요.
디아블로는 마을이야 잠깐 들리는 곳이고, 결국 던전 들어가서 파바바박 이동하고
뚜다다닥 몹을 쓸어담는 게임 아닙니까?
하지만 로스트아크는 안그래요.
체감상 사냥하는 시간보다 마을에서 NPC들 사이를 뛰어다니고
다음 지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더 깁니다.
몹을 잡으라는 퀘스트야 당연히 있지만 그 요구치는 높지 않고,
그대신 오브젝트 클릭하고 심부름하고 헤메는 퀘스트가 많아요.
예. WoW가 그렇죠. WoW이후 나온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MMORPG가 그렇듯이요.
그러니 디아블로같은 게임을 기대하고 들어온 유저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적당히 퀘스트 받고 던전 들어가서 사냥하고 템 파밍하고 싶은데
정작 해야 하는 일은 이동하고... 또 이동하고 사냥 잠깐 하다가
스토리 진행하는 컷씬 멍하니 보고 있고...
던전이야 재밌긴 한데 렙업구간에는 반복적인 파밍이 필요없으니
한 던전은 한번 돌고 땡이거든요.
이게 만렙 될때까지 이어집니다.
만렙 이후에야 레이드도 갈 수 있고, PVP도 하고,
탑도 오르고 큐브파밍도 할 수 있으니까요.
지루한게 맞아요. 이런걸 바라고 로스트아크를 한게 아닐테니까요.
그러니 다른 테스터들이 로스트아크 재미있다고 남긴 글에 리플로
'난 지루하고 재미없던데. 뭐야, 니네 스마일게이트에서 푼 알바냐??'
이런 반응을 보이는겁니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이 어떻습니까? 롤도 그렇고, 배틀그라운드나 오버워치나...
공통점이라면 하나같이 금방금방 성장하거나
아예 성장구간 같은거 취급 안하는 게임 아닙니까?
그런데 로스트아크는 다릅니다.
서브퀘같은건 스킵해가면서 메인퀘만 후다다닥 밀며 렙업해도
만렙을 찍는데 최소 30시간은 걸리는 게임입니다.
저같은 경우엔 이것저것 살펴보고 퀘스트도 꼼꼼히 챙기면서 하니 70시간 가까이 걸렸고요.
이런 성장구간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유저,
MMORPG의 느린 호흡에 익숙한 유저,
적어도 이런 장르에 아무런 편견이 없는 유저에게 맞는 게임입니다. 로스트아크는.
2.
저도 그렇고 pgr의 많은 아재분들이 공감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 요샌 할만한 게임이 없어.'
제 주종목은 RPG인데 요샌 진짜 제대로 된 신작 온라인 RPG가 없었습니다.
시장의 대세는 모바일인데 전 자동사냥으로 점철된 그런 게임은 하고싶지 않거든요.
그런 상황에 만난 로스트아크.
3년전 대중에게 공개되어 기대감을 부풀려왔던 그 게임은 어땠느냐 하면...
예약된 갓겜이었습니다.
진짜 재밌었어요. 물론 단점도 많습니다.
테스터들이 하는 설문조사나 공홈 테스터 게시판에
온갖 개선점들을 빽빽히 적어놓았을정도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밌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로스트아크는 디아블로에 비하면 느리고 답답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관점을 좀 바꿔서 WoW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어?? 이정도 뛰어다니는건... 뭐 그럴수도 있지.
적어도 이 게임은 스퀘어홀(웨이포인트)은 있잖아?'
대부분의 MMORPG에 비교하면 로스트아크의 속도감은 오히려 괜찮은 수준입니다.
괜히 겉보기가 디아블로처럼 보여서 그렇지,
디아블로를 떠올리지 않는 MMORPG 유저라면
보통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거에요. 뭐 다들 이정도는 하니까요.
더욱이 클베시점에서는 탈것이 없었지만, 정식 출시때는 탈것이 나오거든요(확정).
인벤이나 공홈 게시판을 봐도 느려서 답답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난 괜찮았다 라는 사람도 있는데 이게 다 서로의 기준이 달라서 그런겁니다.
속도감이야 그렇다치고, 그래서 전투는?
제가 온라인 게임중에 전투의 재미로는 블소를 최고로 꼽는데, 그에 버금갑니다.
블소를 접은지는 꽤 됐지만 그래도 가끔 생각날때가 있습니다.
필드보스나 던전보스, 보통은 파티로 사냥하는 놈들을 그냥 혼자 진입해서
적의 공격패턴을 외워가며 필사적으로 막고 회피해 결국 잡아냈을때의 짜릿함.
그때까지 했던 어떤 온라인게임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죠.
보스전이라면 로스트아크는 그정도는 못됩니다.
보스몹들은 다들 슈퍼아머라 경직이 걸리지도 않는데 나한테는 막기 스킬도 없고
꼴랑 7초짜리 회피기... 그것도 잠깐의 무적도 없이 슈퍼아머인.
이러니 단순 마우스이동으로 적의 공격을 피해가며 스킬 넣고 빠지고를 반복해야합니다.
대신에 잡몹잡을때가 더 재밌습니다.
타격감이 참 좋고 몹들이 많아서 몰아잡는 맛이 있습니다.
(제가 전에 마영전을 할때, 보스전은 참 재밌는데
잡몹구간이 너무 지루해서 재미없었거든요. 그거랑은 딱 반대네요.)
아, 제가 한 캐릭터가 배틀마스터라고 속도 빠른 근접 격투가라서
애초에 손맛이 있는 캐릭터이긴 합니다. 그래도 다른 직업군들도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던거 같아요. 서포터 캐릭터인 바드를 제외하면요.
타격감이라면 효과음이나 이펙트, 즉각적인 반응성, 적의 피격 모션등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느껴지는 뭐라 말하기 힘든 감각이긴 합니다만 굳이 설명해보자면...
일단 효과음은 좋습니다.
특히 전 보스몹이 무력화에 걸릴때 '탕'터지는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내가 때릴때 적이 맞아주는 것도 참 찰지게 맞아줍니다.
마치 더락이 스톤콜드의 스터너를 접수하듯이 좀 과장된 피격모션을 보여주는데, 이게 참 괜찮았어요.
이펙트도 화려하긴 한데 유치하지는 않은 선을 잘 지켰습니다.
(이게 뭔소린가 하면, 전 파판14를 할때 이펙트가 유치할정도로 화려하다고 느꼈어요. 개인적 감상입니다.)
다만 정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작감이 좀 별로입니다.
이 게임은 스킬캔슬이 안되요. 예를 들어 연타형 스킬을 쓰다가 적이 공격하는게 뻔히 보이죠?
그래도 못 피합니다. 스킬을 중간에 끊을수가 없어서 그냥 쳐맞고 날아갈 수밖에 없어요.
내가 생각하는데로, 즉각적으로 캐릭터를 조작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런 게임에서 도대체 왜 이렇게... 하아....
하여간 종합적인 전투부분을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 표현해볼까요.
겉보기가 디아블로 같다고 했었죠?
그런데 제가 실제로 사냥을 하면서 느낀 감각은 디아블로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던전 앤 파이터'에 훨씬 가깝지 않나?였습니다. 예. 던파요.
디아블로처럼 공격스킬 두어개를 주구장창 누르고 몹에게 맞아가며 사냥하는 게 아니라(비하 아님)
던파처럼 평타를 사이사이 넣으면서 적당히 회피도 하고 클래스별로 9개+@의 스킬을 사용,
전투를 풀어가는 타입의 게임입니다.
어지간한 몹에게 피격당하면 경직이 걸리고, 뭔 스킬을 맞았다 하면 다운되기 십상이라
좀 신중하게 사냥을 진행해야 합니다. 솔직히 이게 뭔 핵앤슬래시인가 싶을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얼핏 보기에는 디아블로인데
그 실상은 WoW같은 류이고,
전투는 던파같습니다.
심지어 레이드할때는 몬스터헌터 느낌 납니다.
거기에 또! PVP(섬멸전)시에는 LoL 한타하는 기분도 들어요.
아니 이런 혼종이??
진짜 이상한 게임입니다. 로스트아크는.
이것저것 섞여 있는데, 여지껏 했던 게임과는 굉장히 다르면서도 친숙한 느낌입니다.
3.
게임을 접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래픽이겠죠.
다른 스트리머들 방송을 보다보면 가끔 채팅창으로 나오는 말이 있는데요.
'이거 모바일 게임임?'
뭐 이거야 진심으로 하는 질문은 아니고 비꼴려고 하는 말이겠죠.
만약 진심이라면... 그거야 네가 아프리카 똥화질로 보니까 그런거겠지 하고 답해주고 싶네요.
단언컨데, 로스트아크의 그래픽은 국내 온라인게임 최고수준입니다.
이러면 누군가는 의아해할지도 몰라요.
'아니 그거 DirectX9.0c 게임 아님? 컴퓨터 요구사항도 많이 낮던데?'
맞습니다. DirectX11이야 차후 지원한다고 했고, 컴퓨터가 구려도 꽤 잘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 이 게임의 그래픽은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요즘 서양쪽 AAA급 게임들 그래픽 보면
'이게 게임이야? 실사 아님?'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최신기술이 집약된 게임의 화면은 리얼함을 뽐냅니다.
사실 로스트아크는 그렇지는 않아요.
배경에 어떤 건물A가 있다 칩시다.
일반적으로 그래픽이 좋다 평가되는 게임, '검은 사막'을 예로 들어볼까요.
검은 사막에서는 건물에 비치는 빛의 리얼함, 그 반사광, 빛나는 건물의 질감,
빛에 따라 생기는 그림자 처리,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는 전체적인 화면의
생동감을 보며 말하게 됩니다. '야~ 그래픽 좋네' 하고요.
로스트아크는 이런 류의 감상이 아닙니다.
그냥 그 건물A가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하게 되는 겁니다.
화면이 너무 예쁘니까 '캬~ 죽이네' 하는 거고요.
검은 사막은
[기술]의 대단함을 말하게 된다면
로스트아크는
[미술]이 놀랍다고 느낍니다.
최신 기술이 좀 안들어가면 어떻습니까.
결국 눈에 보이는 화면이, 때깔이 장난이 아닌데.
로스트아크는 배경의 디테일, 구성, 전체적인 퀄리티가 미친 수준입니다.
어떨때는 '아니, 얘네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싶을 때도 있을 정도였어요.
거기에 더, 이 게임은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이동하는 대륙마다 그 컨셉이 다른데요,
평범한 중세판타지풍의 세계에서부터 동화속 소인족의 섬, 중국 옛 무협풍의 대륙,
근미래의 사이버펑크틱한 지역, 반지의 제왕 느낌의 요정족의 나라 등등 온갖 곳을 다닙니다.
그런데도 각각 서로 다른 컨셉의 지역 배경 완성도가 하나같이 대단한 수준입니다.
물론 각 지역마다 컨셉에 맞게 나오는 몹들도 다 다른건 기본입니다.
재탕몹이 거의 없습니다. '재배맨 온라인'이 아니니까요!
기사들에 따르면 로스트아크는 들어간 돈을 업계추산 '600억'에서부터 '800억원'까지도 봅니다.
처음엔 이게 뭔 말도 안되는 금액이냐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요.
아, 인력을 아주 쏟아 부어서 만들었구나.
그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작업량이 아주 어마어마했겠구나 하고요.
여러분들도 나중에 이 게임을 하게 된다면
그냥 렙업에 열중하면서 휙휙 지나치지 마시고
이곳저곳 둘러보세요. 진짜 공들인 화면이란 이런것이다-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4.
로스트아크의 테스터들이 하나같이 꼽는 장점으로 엄청난 수준의 연출을 꼽는데요,
전 이걸 포함해서 좀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어요.
이 게임은 스토리
[텔링]이 굉장히 노련합니다.
전 게임을 하면 온갖 텍스트들을 다 읽습니다. 마을에 지나다니는 중요하지 않은 npc들에게도
일일이 다 말을 걸어보고, 주절거리는 퀘스트 지문도 빼먹지 않고 다 봐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텍스트는 적당히 클릭클릭으로 스킵해서 넘어가고
화면 오른쪽에 뜨는 요약과 미니맵의 퀘스트 마커만 보며 게임하는 사람도 있죠.
이러면 유저들간에 게임의 경험이 서로 다를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로스트아크는 저런 후자의 유저들도 어떻게든 게임의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고심해서 여러 장치를 해뒀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튜토리얼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마을에 진입하면 길가의 npc들이 자기들끼리 떠듭니다.
‘유명한 사제님이 온다던데?’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그래’
‘우리 마을엔 뭘 찾으러 온다는데.’
이런 식으로 머리 위에 말풍선을 띄우고, 또
[음성]으로도 말합니다.
이러면 굳이 npc들을 클릭해서 지문을 읽지 않아도, 그냥 퀘스트마커 쪽으로
이동하기만 해도 배경지식이 머리속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퀘스트마커에 도착하면, 짠~ 아만 사제가 등장하는 거죠.
플레이어들은 분명 처음 보는 아만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상한 적들의 습격에서 아만 사제를 지키며
‘아, 뭔가 구린 놈들이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죠.
그리고 또, 전체적으로 이 게임은 말이 주절주절 길지 않습니다.
뭔가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 대신에, 그냥 컷씬으로 때려박아놓았습니다.
스토리 진행을 퀘스트 지문으로 하는게 아니라 연출된 영상으로 하니까
지루한 글을 참아가면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테스터들이 극찬하는 연출(그중에서도 던전 연출)이 바로 여기서 등장합니다.
적이 강하다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요. ‘왕의 무덤’이란 던전을 오르다보면
저절로 보스가 진짜 쎄보이고, 위압감을 받게 됩니다.
나는 던전을 오르면서 몹들을 잡고 있는데 뒤에 배경에서 보스가 막 불을 뿜고 있으면
‘으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니까요.
적의 숫자가 많다고 굳이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광기의 축제’라는 던전을 진입하면 적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와… 얘네 망했네’ 하고 중얼거리게 됩니다.
이런 연출이 길고 복잡한 설명을 대신해버리는거죠.
다른 플레이어들의 방해도 없습니다.
필드에서 뭔가 스토리가 진행될 때는 그 지역이 한 플레이어만을 위한
개별적인 인스턴스 공간으로 바뀌어서 게임의 몰입감을 해치지 않습니다.
던전에서의 스토리 진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던전은 난이도가 나뉘어져 있어서 혼자 들어가도, 파티로 들어가도
그에 맞는 난이도를 가집니다. (몇몇 혼자만 진입이 가능한 던전이 있음)
그래서 다른 유저들 눈치 볼 것 없이 이야기를 즐길 수가 있어요.
제가 파판14를 할 때 제일 짜증났던 것이, 던전에서 이벤트 컷씬들을 다 보고 싶은데
다른 기다리는 파티원들의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이런 연출 스킵문제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싸움도 많이 났고요.
로스트아크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렙업하면서 들리는 모든 던전을 솔플로 깰 수 있거든요.
아, 갑자기 생각났는데 제가 예전에 블소를 하면서 육성으로 쌍욕을 한 적이 있었어요,
진서연을 잡을 때였습니다. 파티로밖에 못 깨는 던전이었죠.
힘들게 진서연을 잡고, 이벤트씬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씬이 중간에 끊기더니 마을로 튕긴 겁니다.
어, 이게 뭐야 하고 생각해보니, 던전 보스를 잡고 다른 유저들은 다 나간 상태였고
저 혼자 씬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블소는 보스를 잡고 던전에 혼자 오래 있으면 쫒아내는데,
제가 이벤트씬을 보다가 시간이 되서 튕겨나온겁니다.
진서연은 최종보스나 다름 없는 존재였고, 제가 보던 씬은 일종의 엔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보다 끊긴거죠. 다시 볼 수도 없어요. 하아…
어쨌건 전 로스트아크를 하면서 만렙 전까지 모든 던전을 1인 노말로 클리어했습니다.
다른 스트리머들 보면 4인 하드로 대부분 하시더구만요.
이렇게 하면 좋은 템이 더 많이 나오긴 합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니
하고 싶은데로 할 수 있도록 한 지금의 시스템이 최상이겠죠.
그리고 중요한게 바로 스토리 그 자체.
흠, 제가 전에 이 게임은 그래픽은 지역마다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완성도가 전부 다 대단하다고 했었죠. 하지만 스토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좋은 곳도 있고, 엉망인 곳도 있고 기복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른겠지만 저의 경우, 루테란, 아르데타인, 베른 지역의 스토리는 좋았고,
애니츠 지역은 별로였습니다.
첫번째 메인 스토리인 루테란 지역의 스토리는…
뭐 어떤 사람들은 오글거린다고도 하는데, RPG가 원래 오글거리는 맛에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전 마음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좀 감동받았을 정도에요.
나머지 지역도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평균 이상입니다.
그냥 적당히 사냥을 위해 끼워놓은 스토리가 아니었어요.
5.
글이 너무 길었죠? 얼마 안 남았습니다.
준비된 컨텐츠의 볼륨을 이야기해보자면, 일단 제 기준으로
만렙까지 100시간, 만렙이후 +@입니다.
하루에 3시간씩 해도 만렙까지 한달이 넘게 걸리겠네요.
아까 제가 만렙까지 70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했는데,
사실 이것도 제한된 클베시간 때문에 좀 급하게 한거거든요.
전 별 보상 없는 퀘스트도 빼먹지 않고 다 하고,
npc들은 일일이 다 눌러보고,
어디 숨겨진곳 없나 구석구석 찾아보고,
할 수 있는 업적이라면 완료하고 가는 부류의 유저입니다.
그런데도 시간에 쫒겨서 안하고 넘어간게 많아요.
채집, 제작쪽은 거의 못 건드렸고,
‘모험의 서’라고 하는 업적 비슷한 것도 많이 못 채웠어요.
Npc들 호감도도 올릴수 있는데 그냥 지나쳤고요.
만약 이게 정식출시된 게임이었다면, 전 저런 것들도 빼먹지 않고 다 했을겁니다.
예. 전 렙업이 많이 느립니다.
요즘시대에 맞는 게이머라기보다는 고전RPG에 맞는 타입의 게이머네요.
이런 저에게 로스트아크는 할게 많아서 좋은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에도 보상이 나름 괜찮아서 더 만족스럽고요.
채집, 제작은 만렙 이후의 컨텐츠에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모험의 서를 채우면 스킬포인트나 희귀 선원, 창고 확장 등 보상이 짭잘합니다.
호감도를 다 채우면 좋은 아이템을 준다고들 하고요.
이와 비슷하게 할게 할게 많은 게임으로 검은 사막을 들 수 있는데요.
제가 검은 사막을 할 때 기준으로, 이것저것 있으니까 하기는 하는데,
굳이 할 이유가 없었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냥 사냥하는게 제일 나았어요.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이에 비하면 로스트아크는 각각의 컨텐츠들이 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습니다.
A를 하다보면 B가 필요하고, 그래서 B를 하다가 C를 얻으니까
‘어라 이러면 D를 해도 되겠는데?’ 하는 느낌이랄까요.
아마 그냥 사냥만 하고 싶은 유저라면 경매장에서 돈 많이 써야 할 겁니다.
그리고 진짜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서 재미를 느꼈는데요.
바로 PVP였습니다. 전 PVP를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하는 맛도, 보는 맛도 있었습니다.
템포가 너무 빠르지 않고, 쿼터뷰시점이라 가시성이 좋다는게 큰 거 같아요.
내가 안해봐서 모르는 직업을 적으로 만나도 그냥 보면 좀 알겠어요.
뭐 안다고 해서 제가 막 이기고 그런건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다른 게임에서 PVP하다가 느끼는,
내가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 이 게임에서는 PVP를 전장, 그리고 몇몇 섬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렙업하다가 뒤치기 당하고 그러는 일은 없어요.
로스트아크에서 셀링포인트로 밀고 있는 것중에 하나인 항해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탐험을 많이 못해봤거든요.
예전에 대항해시대2라는 고전게임을(제가 할 때는 고전이 아니었습니다만)
참 재밌게 했었는데요, 그런 경험을 또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사실 로스트아크에서 얼마 못했던 항해 경험만 따져 보면 별거 없었거든요.
지루했습니다. 시간이 있어서 좀 더 파고들었다면 달라졌었을까요?
그 외의 다른 만렙 컨텐츠들은 넘어가죠. 시간관계상 조금씩밖에 못 건들여봤어요.
6.
[전 알바가 아닙니다.] 아니, 이걸 얘기해두고 가야 할거 같아서요.
너무 호평 위주로만 글을 썼는데, 사실 단점과 개선점을 말하려면
여태까지 쓴 글의 분량만큼 또 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 클베시점이니 나중에 정식으로 서비스 할 때는 바뀌어서 나올수도 있고,
어떤 단점들은 캐쉬로 해결하려고 냅뒀구나 싶은 것도 있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온라인게임하면서 진짜 시간을 아껴가며 몰두했던 적이 두 번 있었는데요,
WoW 불성시절에, 그리고 블소 초기에 그랬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바로 로스트아크를 하면서 그런 경험을 세번째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콩깍지가 다 벗겨지지 않았나봐요.
루리웹 같은 곳에서 로스트아크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면 항상 달리는 것이
‘응 다음 스마일게이트’ 같은 조롱성 댓글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차마 반박을 못한다는게 참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운영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걱정 안해요. 이미 포기했다고 할까, 달관했다고 할까요.
사실 그들이 운영을 잘 할 거라는 기대도 안합니다.
기대를 안하면 배신도 당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만약 너무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서비스를 하게 된다면,
로스트아크는 기다림에 지친 많은 MMORPG유저들에게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겁니다.
그 정도의 완성도는 이미 보여줬어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보이는 게임, 로스트아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