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머 LCS 상황
C9은 시즌 초 연승 가도를 하다가 미끄러지는 듯한 상황도 있었고 딱히 경기를 봐도 무슨 위압감이라거나 찍어누른다 이런 느낌은 없는데 뭔가 정신 차려보니 공동 1위. 이번 주에 팀 리퀴드를 상대로 승리하고 2승을 거둔 게 결정적이었구요.
팀 리퀴드는 가끔 일격을 먹기는 하는데 LCS 팀들 중에서는 가장 견실한 체급으로 무난하게 공동 1위를 하는 모습.
CLG는 야금야금 비벼가며 승리를 거둬 가더니 이번주에 TSM과의 경기 승리를 바탕으로 공동 1위
옵틱은 지금도 호성적이지만 좀 아쉬울 만한게 크라운이 건강 상의 문제로 출전을 아예 못했던 주차가 있었는데 이때 백업 미드가 나왔을때 TSM을 꺾었는데, 바로 다음날에 최하위권인 옵틱을 상대로 경기를 내주면서 강팀 - 약팀 대진 붙어서 강팀한테 이기고 약팀한테 져서 약팀에게 이기고 강팀에게 진것과 똑같은 1승 1패라 TSM 전 승리가 좀 무색해졌고,
이번주에 섬머 시즌 안 좋은 모습 보이고 있는 플라이퀘스트를 상대로 무너지던 경기 거의 다 역전해서 승리가 눈 앞이었는데 마지막에 털리면서 역전의 역전패. 에코 폭스와 플라이 퀘스트라는 하위권 팀 상대로 져버린게 아쉽게 되었습니다. 충분히 이길법한 그 경기들만 잘 줏었어도 지금 단독 1위였을 수도...
이렇게 여러 팀들이 치열하게 아웅다웅 하는 와중에 개인적으로 LCS 섬머 시즌을 보면서(정확히 말하면 LCS 시즌을 제대로 처음으로 보면서) 가장 눈길이 가고 마음이 동하는 팀은 바로 골든 가디언즈 였습니다.
이유는 바로 프로겐 때문인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약간 사파 스타일인것도 있습니다. 물론 프로겐 선수 스타일은 사파라기보다도 정확히 말하면 실러캔스, 살아있는 화석으로 정통 중의 정통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다들 레이저총 쏘는 시대에 혼자 대포로 때려 부수는 느낌이니...
여하간 프로겐의 골든 가디언즈는 5승 5패로 딱 반타작을 하고 플옵권 끝자락에 걸쳐 있습니다. 찾아보니 스프링 때도 9승 9패로 정확히 반타작을 했는데 섬머도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경기를 보면 팀의 중심은 프로겐과 정글인 컨트랙즈 듀오인데, 탑인 하운처는 뭔가 약간 아쉬운 느낌이고 바텀은 뭔가 인상이 엄청 강하진 않더군요. 섬머 때 올레의 폼이 전체적으론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보였는데 실수할땐 실수헀고 이번에 FBI - 후히 듀오로 주전 멤버가 바뀌었구요.
여하간 프로겐 이야기를 하자면, 프로겐이 엄청난 올드 게이머인건 들었지만 저야 그 시절을 본 적이 없으니 무슨 감회에 빠진다고 할건 없지만, 프로겐의 예전을 알건 모르건 간에 경기를 보면 눈길이 안갈 수가 없습니다. 그야 다들 이렐리아니 니코니 이런거 꺼내는데 혼자 무슨 애니비아 꺼내고 있으니...
그런데 더 인상적인건 "아니 무슨 애니바아가 나왔네? 와 신기하다"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그걸로 경기를 휘어잡습니다.
제드, 탈론 같은게 핫하다는 이 시대에 애니비아 가지로 로밍을 가며 상대 원딜 스니키를 암살하는 프로겐.
요즘 이것만 잡아도 티어가 하나는 더 오른다며 너도 나도 하기 바쁜 대세 꿀챔 럭스가 견제하려고 앞에 나오자,
자기만 하는 장인챔으로 바로 상대 고립시키고 자르고 전투 시작해서 한타 승리를 이끌어내는 프로겐의 애니비아.
원래 쉽고 강한 챔피언을 잘 활용하는 밴픽으로 유명한, 한 마디로 유행을 잘 포착하는 팀이자 이때까지 섬머 시즌 전승이었던 C9은 이때 프로겐의 애니비아에 당해서 시즌 첫패를 당합니다.
그렇게 프로겐의 활약으로 4승 1패인가 4승 2패인가 까지 하면서 섬머 파죽지세를 펼치던 골든 가디언즈였는데... 이후 대진이 좀 안 좋았습니다. 팀 리퀴드, TSM, CLG, 옵틱 등 현재 상위권 팀과의 대진이 연이어 이어졌던 상황.
리퀴드 전. 이미 킬 스코어 8대 3까지 몰리고 전세가 기울고, 바론 먹는거 저지해본다고 가다 서포터인 올레도 죽고 바론도 내주며 전세가 극히 불리했던 상황.
하지만 4대 교전에서 혼자 트리플 킬을 기록하고 무쌍 찍으며 리퀴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프로겐
위 장면 하이라이트가 끝나기도 전에 바로 이어진 교전에서 또 프로겐의 킬이 나오고
갱플랭크의 궁이 쏟아지는 가운데 벨코즈의 궁이 내려찍히는 악몽가는 포탄 세례 속에 리퀴드의 원딜 더블리프트도 죽음.
9대3 상황에서 프로겐의 5킬로 9 대 8로 바뀐 상황.
이후 바론 근처 싸움에서 임팩트까지 잡아내며 기어코 킬 스코어 다 따라잡았던 상황. 하지만 딸피인 코어장전을 처리하려고 나머지 3명이 우르르 몰려가는 동안 뒤에 노출된 프로겐을 더블리프트가 잡아내면서 여전이 유지되는 아슬아슬한 균형.
그런데 이후 바론대치 구도에서 컨트랙즈의 자르반이 코어장전의 탐켄치를 먼저 물고 들어가는 의아한 판단을 하고,
탐켄치 무는 동안 옆구리의 더블리프트와 후방의 젠슨이 한없이 자유롭게 딜을 쏟아내는 와중에 후방에서 진입한 임팩트의 아트록스에게 쓸리며 한타 멸망, 드라마틱하게 역전할 수도 있었던 경기를 결국 어이없이 패배...
TSM 전
이 날 비역슨을 상대로, 골든 가디언즈의 섬머 4승 중에 2승을 책임졌던 필승 카드 애니비아를 꺼낸 프로겐.
초반부터 바텀 라인전부터 터져나가고
탑 바텀 포탑 교환 중에 다이브에 당하면서 또 데스 누적하고
뒤에서 그거 구경하던 원딜은 괜히 나섰다가 스카너에게 잡히며 설상가상 상황
그러나 불리했던 상황에서 펼쳐진 화염용 한타에서, 부시에 숨어있던 프로겐의 애니비아가 상대 바텀 듀오를 한꺼번에 묶어버리는 기염을 발휘하고, 이후 펼쳐진 한타에서 대승!
내침김에 바론까지 먹은 골든 가디언스
쭉쭉 밀어내면서 스노우볼을 사정없이 굴리고 거의 승기가 눈 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그런데 한껏 신바람을 낸 애니비아가 타워쪽으로 빠져나가려다 아지르의 죽창에 얻어맞고 순간 당황했는지 반대쪽으로 빠져나가려다 그대로 포커스가 집중되면서 점멸도 못 써보고 죽는 프로겐의 실책이 발생.... 시원하게 쓸려나가며 전멸하는 골든 가디언스.
이후 펼쳐진 한타에서 쓸려나가며 결정적으로 전세가 확 기울어져버리는 골든 가디언스. 거의 손에 잡히던 듯했던 경기였는데... 이때가 33분 경.
이후 역으로 바론을 먹으며 게임 끝낼 준비를 하는 TSM
하지만 저쪽에 애니비아가 있다보니 생각만큼 공성이 진행되지 않고
일단 장로까지 먹고 바론+장로 버프 두르고 다시 한번 공성 시도하는 TSM.
TSM의 스카너는 악명 높은 유리한 게임의 스카너+장로 버프 믿고 앞에서 깔짝거리며 언제든지 잡아가겠다는 엄포를 놓지만,
오히려 애니비아가 궁극기를 쓰고 벽까지 만들며 스카너를 가둬버리고 오히려 역으로 킬!
상대 입장에선 애니비아 상대로 연습할 일도 거의 없었을테니 의식을 못했을 수도...
경기 시간이 40분이 넘어가자 오히려 슬금슬금 앞으로 나오는 골든 가디언스. 응징하려고 스카너가 따라붙어도 애니비아가 스킬만 쓰면 줄행랑을 쳐야 하는지라 생각만큼 손에 잡히지가 않고
일단 재정비 하며 두번째로 바론을 먹은 TSM.
아지르와 제이스를 미드와 바텀으로 보내며 3-1-1 운영을 하는데 골든 가디언스는 프로겐만 본진에 두고 4명이 숫자로 다구리치며 오히려 역습을 성공시키고
그리고 비역슨의 아지르를 몰아내고 온 프로겐은 브로큰 블레이드의 제이스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고는 둠칫둠칫 하면서 오히려 솔킬을 냅니다.
이제 역으로 장로를 먹은 골든 가디언스. 이상해지는 게임 분위기.
아.. 그러나 중요한 바론 전투를 앞두고 스카너에게 물려서 잘려버리는 올레. 이니시 챔프가 사라져버렸습니다.
3번째 바론을 먹는 TSM.
어떻게든 미드에서부터 대치하면서 앞에서부터 저지하다 밑으로 빠져나가려는 골든 가디언스지만, 비역슨이 뒤텔을 타고 포위망을 가동, 그대로 몰살당하는 골든 가디언스.
장장 49분 37초라는 섬머 시즌 최장 경기 속에서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거둔 TSM. 골든 가디언스는 이길수도 있었던 경기를 놓칩니다.
이후 이걸법한 경기를 놓치며 분위기가 꺾이면서 CLG, 옵틱과의 경기에서도 패전 하며 계속 연패의 수렁에 빠진 골든 가디언스. 어느새 성적도 4승 5패로 오히려 패배가 많아졌고, 그 상황에서 에코 폭스를 상대로 꼭 이겨야 하는 경기를 하게 됩니다.
초반 유리하게 경기를 펼쳐다가 중반부터 실점이 나오며 잠깐 팽팽해지는듯 했지만, 탑 근처에서 펼쳐진 한타에서 골든 가디언스가 승리를 거두며 경기 분위기를 다시 가져옵니다.
최대한 버텨보려는 에코 폭스지만,
정글과의 연계로 원거리에서 신드라를 제거 해버리는 프로겐.
기쁨의 댄스를 추는 프로겐의 벨코즈!
이렇게 5승 5패로 다시 반반 승률을 맞추고, 아직 상위권 경쟁을 할만한 여지는 남겨두게 됩니다.
국내팀 중에서도 딱히 하나 응원하는 팀이 없이 그냥 보는 편인데 뭔가 보다보니까 골든 가디언즈 같은 경우에는 반쯤 응원팀 느낌으로 계속 보고 있습니다.
LCS 리그 자체가 좀 그렇긴 하지만 골든 가디언즈라는 팀이 어떤 팀하고 붙어도 쉽지는 않겠지만 못 이기겠다는 느낌은 없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하위권 팀하고 붙어도 무조건 이긴다는 느낌까진 없으니 모든 경기가 나름 쫄깃쫄깃 하고,
롤 팀을 응원하는 데 가장 먼저가 되는건 스타 선수의 존재감인데 비역슨, 젠슨, 크라운 등등 LCS 미드들 사이에서도 경기를 보다보면 프로겐의 존재감이 뭔가 발군입니다. 프로겐이 저 선수들보다 확연히 나은건 아니겠지만 골든 가디언즈 팀 스타일 상 프로겐의 존재감을 확 살리는 느낌이기도 하고...
쉽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골든 가디언즈가 어떻게든 3순위로 롤드컵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네요. 한국, 중국, 유럽 모두 패기 넘치는 젊은 미드들이 많은데 늙은(?) 프로겐의 애니비아가 그들 상대로 포효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