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포터 입니다.

저의 주 역할은 원딜러를 보조하여 바텀라인의 전투를 유리하게 운영하고,
맵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시야 싸움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입니다.
잘하는 분들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속한 티어에서는 맵이 어두우면 모두 서폿 탓입니다.
비난하는 팀원이 제어와드를 몇 개나 샀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정글러들이 많이 도와줍니다.

챔피언에 따라 다르지만 이니시에이팅을 하거나 흔히 말하는 슈퍼세이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니시가 강한 챔피언을 하게 되면 원딜러를 못지켜주는 경우가 생겨 종종 미안해하곤 합니다.
특히 그 때 킬을 먹게 되면 더 미안해집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면 조금 기분은 나아져요.
아군을 지켜줄 때, 누구를 지켜주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혹여나 생존기를 나 살고자 쓰면 많은 핑이 찍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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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어요. 분하지만 당연히 저보다 잘하는 서포터는 많고,
압도적으로 밀릴 때도 많습니다.
그치만 멘탈이 잘 부숴지진 않습니다. 제가 멘탈이 나가기 보단 원딜이나 미드 멘탈을 챙겨야 이길 가능성이 생기니까요.
(그래도 저도 사람이라 늘 쉽진 않습니다)

이런것들도 다 피해의식인지는 알고 있지만,
벌써 6시즌째 서포터만 하고 있는 라이트 유저한테는 문짝에 부딪힌 멍처럼 감정이 남아 있습니다.
신경쓰이진 않지만, 누르면 아파요.


어제도 평범한 게임이었습니다.

얼마 안남은 시즌 마무리 전에 골드 한번 가보겠다고
어슬렁 어슬렁 랭크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미드, 정글 탓을 (속으로) 하면서 지고 있었죠.

억제기 2개가 밀리고 기세를 타 쌍둥이 타워로 적들이 밀고 들어올 때쯤
아군 미드 라이너가 채팅을 시작했습니다.

"혜지련이..."
"뭐던디 게임하고있냐 게임도 못하면서"
"앞으로 게임하지 마라"

하루이틀 주고 받는 덕담도 아니고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치만 PGR21에서 처음 본 그 표현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기분은...조금 달랐습니다.

금방 게임은 끝났고,
저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다음 게임을 시작했지만
제가 다른 때보다 더 기분이 나빴던 것은

연패 때문이었는지,
여자가 아니지만 여자로 취급 받아서인지
여자가 아니지만 여자만큼 못한다고 비난을 받아서인지
잘 못하는 서포터가 여자로 비난 받는 상황 때문인지
내가 잘 못하는 서포터이기 때문에 여자로 비난을 받는 것 자체가 싫어서인지
나도 여자들이 게임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부끄럽기만 한 어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