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인 PentaQ에서 작성한 2020년의 쑤닝을 보내는 고별문 비슷한 형태의 글입니다.
쑤닝에게 : 너의 이름
표현에 좀 의역이 있습니다.
Hello, 작은 사자 :
당신과 우리의 S10에서의 여행은 끝난 지 이틀이 지났고, 지난 이틀 동안은 황홀한 순간도 많았다 ─ 최고의 무대에 서서 손을 흔들던 모습이 이제 와선 빛바랜 먼 영상인 것처럼 흐릿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모든 것이 정해진 것이 아닌 줄로만 알고 앞으로 달려나가기도 했고, 종점의 상공에는 굵은 빗줄기가 흩날리며 당신을 포옹하기 위해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문 틈새로 들려오는 뉴스 보도, 정상 궤도를 되찾은 휴식시간, 차차 철거되는 월드 시리즈의 홍보물들은 여름의 광시곡에 이제 막 제대로 된 쉼표를 찍었음을 우리에게 거듭 일깨워준다. 당신을 위해 준비된 축사는 지울 수 있지만, 그러나 이 길을 걸어온 당신들의 흔적이 반드시 결말에 가려져야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솔직히, 너희는 많은 관심을 끄는 팀이 아니었다. 비록 당신이 여름에 들어서서야 이를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월드 챔피언십 티켓을 따기 전까지는 너희들의 현재 약자가 SN인지 SNG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었다. 당신들의 역사는 공백이 없으면서도 길지 않았으니, 이전의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적도 없고, 혀를 내두를 만큼 못한 적도 없고, 일부 팀처럼 팀과 역사를 함께하는 영혼의 선수도 없었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멤버 교체가 잦고, 당신들은 아직 고유하고 독특한 모양과 색을 형성하지 못해 선수 개개인을 물들이기도 힘든 것 같았다.
그전까진 이름이 없던 사람들도 있었다
2018년 7월 합류한 Angel은 현 라인업에서 가장 고참이지만 빛나지 않던 역사에서조차 그 어떤 한 획도 긋지 못했다. 바로 이전 미드라이너 '천재 신인' Knight에 이어, 그는 FenFen, Maple과도 1년 반을 번갈아 가며 교체 기용되어야 했다. SN 미드라이너였던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팀 내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2020년 스프링이 되어서야 그는 처음으로 혼자 LPL 시즌을 풀타임으로 뛸 수 있었다. 올 초 엔젤이 당신들 중 미드의 유일한 선수로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정글러 Weiwei를 AD로 밀어내듯 이것이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했다. 관중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그는, 꼭 푸른 잎파리(↔붉은 꽃과 대비되는 존재. 조연이나 들러리) 역할을 해야 할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았다.
가끔은 기억에 아예 없는 게 오히려 최악보다도 나은 경우가 있다. 2020년 초 LPL에 데뷔한 Bin은 한때 같은 B씨 성을 가진 동료 Biubiu와 함께 부진해 '와룡과 봉추(卧龙凤雏, 드러누운 용과 불사조의 병아리)'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 별명이 화제가 됐을 때도 누가 와룡이고 봉추인지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의 솔랭 아이디 'love camille'는 본인보다 조금 더 인지도가 높았고, LPL 프로무대를 밟은 빈은 오랫동안 '정확하고 우아하게'라는 카밀의 신조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20년 스프링 시즌 중반에야 합류한 AD huanfeng은 LDL 우승을 차지했지만, 2부 리그와 정상 리그는 별개의 세계였다. 이제껏 훌륭한 AD가 풍족하던 LPL에서, 사라진 샛별은 영원히 떠오르는 별들보다 셀 수 없이 많았을 것이었으며, 그는 결코 다른 샛별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후안펑은 올 여름 드디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경기 내용이 아닌 그의 성장기를 다룬 '소년은 바닷가에 왔다'는 기사로 많은 시청자에게 스스로를 인식시킬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이름으로 기억되었다
SofM과 SwordArt, 이 두 ID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자동적으로 이들은 Team Snake의 정글러와 Flash Wolves의 서포터로 기억되고 있을까. 2015년, LPL을 앞두고 있던 SofM은 Flash Wolves에 영입 직전까지 갔으나 비자 문제로 무산되었다. 2년 뒤 S7 월드 챔피언십, 당시 Flash Wolves는 연습을 위해 Team Snake의 숙소를 들렀다. 당시 SwordArt와 SofM은 짧은 합숙이 끝난 후 자신들 둘이 이후 오랫동안 서로 어깨를 맞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기세가 등등할 당시에는 각자의 주인을 섬겼고, 세월이 흐른 후에는 걸어온 길은 달랐으나 같은 곳에 이르렀다.
2012년 프로로 데뷔한 두 사람은 올해로 8년째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의 청춘을 모두 이미 지나간 역에 소모했고, 그들의 협곡에 새로운 팀 간판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관객들은 익숙했던 로고가 과거 시제로 바뀌어 그들은 새로운 이야기로 들어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프로의 황금기가 지난 뒤 다시 0으로 돌아가는 비장한 선택은 항상 약간의 비극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종종 아주 모든 게 끝나버리기 전 자기위로적인 노장들의 마지막 투쟁으로 간주된다.
여기저기 포지션을 바꿔가며 경기를 하면서 내용마저도 뒤죽박죽이 되는 '잡패군'에게, 사람들이 과한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그런 만큼 당신들에 대한 여론 환경은 꽤 좋다고 말할 수 있었고, 실제로도 그럴 듯 하지만, 그 관용은 그만큼 가볍게 여겨진다는 뜻과 같았다.
그래서 당신은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한 곳에서 자유롭게 자라왔고, 그 후 이번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갑자기 땅 위로 솟아올랐다. 무모한 탑, 독단적인 정글, 평범하고 무능한 미드, 어리고 미숙한 AD, 정상에서 내려온 서포터……. 많은 이들이 보는 다섯 사람의 모습이다. 그런 다섯이 함께 서 '너희들'이 되어, 세상을 향해 사자의 첫 포효를 내민 것이다.
너희는 이 고함소리가 메아리칠 때까지 기다렸지만, 아마도 아직 충분히 크지 못했을 것이다. S10의 본선에 진출한 LPL 4개 팀 중 서머 우승팀 TES, 스프링 우승팀 JDG, 존재감 높은 ‘낙관 가족’ LGD, 그 중에서도 당신들은 네 남매 중 가장 무시하기 쉬운 셋째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LPL의 ‘독자獨子’가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월드 시리즈가 시작하기 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차슈(감독)에게 이번 월드 시리즈 목표를 물었을 때, 그가 준 답은 “4강이지…….”였다.
“최저 목표요?”
차슈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는 : “최고 목표!!!”
팀 창단 최초로 월드 챔피언십 본선 무대를 밟은 팀이 3번 시드로 4강에 올랐으니 만족스러운 답안지였던 것도 같은데, 당신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평지에서는 영원히 추락하지 않기에 당신들은 오르는 것을 선택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신들은 갑작스레 최후의 관문인 ― 이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도 당신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도달했는지 계산하지 않았다. 모두가 주목하는 것은, 당신들이 꼭대기에선 여전히 멀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기대가 오르는 속도가 너희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았고, 고작 한 걸음 남은 곳에서 한 걸음을 삐끗했을 때, 외부와 내면에서 불어온 두 개의 폭풍은 한 사람을 찢어놓기에 충분했다.
이것은 게임이지만, 이것은 또한 전쟁이기도 하다. 당신들의 일부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지만, 이것은 단지 게임일 뿐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다시 태어날 기회 역시도 가지고 있다.
당신들의 라이벌 DWG의 이전 팀 역사는 그동안 “뻔한 양상, 우물킬, 실패, 비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올해 다시 이곳에 돌아와 마지막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너희들은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가진 것 없던 어제에서 모든 사람의 예상을 벗어난 오늘에 이르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내딛게 될 것이다.
“모두가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제 이름은 탕환펑입니다.” huanfeng이 말했다.
“제가 이 마지막 단계를 완주하기만 하면, 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에 기억될 수 있겠죠.” SwordArt가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여러분께 저희를 알리고 싶어요.” Angel이 말했다.
“기억되는 것”이란 너희들에게 늘 절실했던 갈망인 것 같다. “오직 우승만이 기억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너희들은 목이 쉬도록 함성을 지르고 허벅지를 두드리는 순간들을 많이 남겨두었다 : Bin의 순식간에 피를 흩뿌리던 독칼과 폭약통의 갱플랭크, SofM의 사방에서 적진의 진영을 무너트리고 킬을 내는 자르반, Angel의 적들이 가득한 풀숲 속을 자유롭게 헤집고 다니던 아칼리, huanfeng의 상대 본진에 서서 반대편으로 탄약을 쏟아붓던 진, SwordArt의 매번 결정적인 컨트롤로 팀원을 구하고 적들을 통제하던 레오나와 바드……. 그 극치에 달한 조작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
너희는 이번 여름의 선물이다. 로고의 사자의 눈썹 속 번개처럼, 짧을지 모르지만, 눈부셨다.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너희들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다음번에는 협곡에 너희들의 이름을 깊이 새겨줄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당신들에게 한 마디 해야겠군요. : 용사들, 수고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걸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