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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5/01 23:35:07
Name 김유라
Subject [PC] [노스포] 데이즈곤 후기, 대작이 될 수 있었던 아쉬운 수작

Days Gone (데이즈곤) 은 초창기 플레이스테이션 4 단독으로 발매되었던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입니다. 오픈월드를 기반으로 한 이 게임은 오토바이, 잠복, TPS 등이 가미되어 있는 상당히 이색적인 장르이죠. 주인공인 디컨은 친구인 부커와 함께, 좀비 아포칼립스 사태로 인해 헤어졌던 아내 사라를 찾아헤매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프레임드롭이나 버그, 오토바이 극악의 연비 문제 등의 문제로 인하여 평가가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해당 문제가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이 게임은 졸작에서 평작, 평작에서 수작까지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대작'으로 올라가기에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선 장점부터 적어보겠습니다.

오토바이, 잠복, TPS 등이 가미된 이색적인 장르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잘 조화가 됩니다. 트레일러 당시의 어마어마한 좀비 물량을 보고 좀비 학살 게임 정도로 착각하셨을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은 생존 장르에 가깝습니다. 초반 기준으로 프리커(좀비)에게 공격당하면 피의 1/4가 날아갑니다. 약탈자들의 총에 맞으면 순식간에 사망합니다. 이 게임은 상대방과의 교전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잠복-암살 등의 현실적인 교전 플레이가 요구됩니다. 총을 써야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상대방의 머리를 맞춰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력'이라 불리는 불렛 타임 시스템 또한 존재하죠. 후반부터는 호드가 지속적으로 나와서, 그냥 열심히 도망다녀야 하죠.

스토리는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사실 스토리 자체는 꽤나 진부하고 흔한 좀비물 클리셰를 따르고 있지만, 그 스토리를 전개해나가고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몰입하게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짜임새가 있는 편입니다. 그 덕분에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게임에 더더욱 깊게 빠져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맛이라기 보다는, 실패할 수 없는 음식(국밥이라던가...) 을 맛있게 든든하게 한 끼 먹은 느낌입니다.



이 두 개만으로도 이 게임은 상당히 잘 만든 수작입니다.


하지만 제목에서 썼듯이, 대작이 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첫번째. 초반의 약한 흡입력입니다. 제가 아마 이 게임을 추천으로 한게 아니었다면, 저는 이 게임 비추천 날리고 2시간만에 접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게임 부류 중 하나가 '하다보면 재밌어' 입니다. 하다보면 안 재미있는 게임 찾기가 더 힘듭니다. 수많은 게임사들이 용두사미 꼴 날 것 알면서도 트레일러와 초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초반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목적이 희석되어 있는 스토리, 바이크의 정신이 나갈듯한 나쁜 연비, 부족한 재료와 장비 등등.... 진짜 재미없더라고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공의 메인 스토리가 시작되고, 바이크를 개조해서 쓸만한 수준으로 바꾸고 하다보니 좀 할만하더라고요.

두 번째, 시스템 문제입니다. 시스템의 디테일이 너무 부족합니다. (결국 위랑 연계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게임 화가 나서 지웠던 순간이 한 번 있었는데, 크래프팅 시스템이었습니다. 분명히 재료가 있는데 '재료 부족'이 뜹니다. 그런데 분명 저는 재료가 있거든요. 아이템을 만드려고 하니까 아이템이 안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레시피가 없는가보구나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그 아이템이 없으면 스토리 진행이 안됐거든요(...).
알고보니 'Material Needed (필요한 재료)'를 재료 부족으로 오역한 것이었고, 재료는 분명히 들고 있었습니다. 아이템 창에서는 아이템을 제조할 수 없었고, 제가 애먼 곳에서 조합 시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무조건 퀵 메뉴에서만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설명도 없이 말이죠. 뭐 돌아보면 합리적인 시스템이긴 한데, 게임 진행의 중요도에 비해서 설명이 지나치게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서브퀘스트에서 필연적으로 벙커를 찾아야 하는데... 찾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내가 사냥을 했던 곳 주변부를 의미없이 미친듯이 땅만 보면서 돌아다니면서 찾아야 합니다. 후반부에는 호드떼 소환 안하게 조심조심하면서 말이죠. 탐색 모드로 찾을 수도 없고, 맵 메뉴에 뜨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그리 즐거운 탐험은 아니더라고요. 만약에 이 게임이 오픈 월드를 표방하면서 탐험의 재미를 추구했다면 이 것 또한 하나의 매력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 수나 수집 요소가 얼마 되지도 않는 게임이라 그건 무리수였죠. 할거면 유저 편의성을 좀 더 주었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단조롭습니다. 사실 메인 퀘스트 이외의 서브 퀘스트가 바이크 개조나, 무기 구매를 위해 필연적인데... 정말 전형적인 RPG 퀘스트입니다. 누구를 찾아줘, 누구를 무찔러줘의 무한 반복입니다. 그렇게 찾은 NPC가 나중에 도움이 되나? 그럴리가요. 증발합니다. 누구를 무찔러주면 그게 나에게 무언가로 돌아올까요? 전혀 없습니다. 고맙다는 칭찬과 포인트받고 끝입니다. 이게 수 십 회 반복됩니다.
이 쪽을 좀 더 집중적으로 해서 다양화시켰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초반 데복동 시절 버그를 생각해보면, 퀘스트 구조를 그렇게 만들었다가는 아마 초반에 게임이 진행불가 수준으로 터졌지 않을까 싶네요.)



이래저래 참 아쉬운 작품입니다. 충분히 잘 만들었고 초반부 마의 구간만 넘기면 정말 재미있는데, 여기저기 나사빠진 요소들이 있어서 못살린게 많아 보여서 많이 아쉽습니다. 만약에 이 게임 플레이하실 의향이 있으시면은, 초반부 정도는 유투브 찬스 쓰시거나 참으면서 진행하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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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1 23:44
수정 아이콘
진짜 기대도 안하고 한 겜인데 인생게임입니다. 엔딩을 궁금하게 내놓고...후속작이 취소되어서 아쉽습니다. 소니가 이제라도 생각을 바꿔서 후속작을...
그말싫
22/05/02 00:23
수정 아이콘
오픈월드 + 좀비아포칼립스 배경인 것도 좋은데 좀비 떼거지의 스케일과 그걸 때려잡는 맛이 게임 역사상 최고 수준

스토리텔링이 좀 헐겁긴 한데 그것도 다른 좀비게임들 비교하면 양반이죠, 워킹데드 같은 스토리겜 빼고...
태양의맛썬칩
22/05/02 00:27
수정 아이콘
호드 무리와 싸우는게 트레일러에도 내걸었던 매력 포인트였는데 막상 꼭 싸워야 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배경과 분위기를 더 어둡고 딥 다크하게 만들어서 밤 플레이에 공포를 더했으면 완전 취향이었을겁니다

물론 공포 넣으면 판매량 급감하니까 AAA에 이럴리는 없었겠죠 흑흑
마감은 지키자
22/05/02 01: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처음에 대체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패치 다 한 시점에 한 제게는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호드와 처음 싸웠을 때는 정말 긴장했었네요. 물론 몇 번 겪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무기도 좋아져서 조금은 긴장감이 느슨해졌지만, 그럼에도 일정 수준의 쫄깃함은 유지가 되었습니다. 사실 총 쏘는 것보다 도끼로 찍는 타격감이 더 좋더라고요. 크크
그리고 바이크 연료는 나름 서바이벌의 개념으로 접근해서 그런지 오히려 괜찮았습니다. 어렸을 때 봤던 오메가맨(나는 전설이다)을 체험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업그레이드 하기 전에는 연료통 찾는 재미가 있었네요
스토리도 엔딩 보고 마지막 반전(?)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럭저럭 중타는 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부족한 점 보강해서 속편 만들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이젠 물 건너갔다고 봐야죠. 아쉽네요.
22/05/02 01:47
수정 아이콘
처음 들어가는 저항군 캠프? 거기서 오도바이 받고 접었습니다. 너무 난잡해서 더 하기가 싫더라고요. 참으면 재미있다고 하니 언제 기회되면 해봐야겠습니다.
22/05/02 02:45
수정 아이콘
저는 플스5로 초반만 하다가 접었는데 느낀점이 보급형 라오어였습니다. 다듬어 지지않은 라오어같은 느낌 게임을 중도 하차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언젠가 마무리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긴 한데

말씀하신대로 초반 흡입력이 너무 약한거 같아요.
눈물고기
22/05/02 21:01
수정 아이콘
보급형 라오어..공감합니다 크크
거기에 오픈월드 한방울 더한...
샤르미에티미
22/05/02 07:55
수정 아이콘
근데 진짜 하다보면 재밌긴 하더군요 크크크... 하여간 자원이 한정되게 나오는 게임에서 연료/배고픔 이런 요소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기는 합니다. 연료라는 자원도 어려운 난이도에서만 있게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전투 없이 잠입/탐색만 하는 미션은 너무 재미가 없더군요. 또 이런 저런 지적할 요소들이 꽤 많기는 하지만 엄청난 극호의 요소로 덮을 수 있는 것이 호드라는 존재입니다. 캠프 정리하다가도 큰 소리나면 호드가 와서 싹 쓸어버리기도 하고 잘못 건드리면 떼로 몰려들기도 하고 게임의 긴장감을 높여줘서 좋더군요. 후반에는 직접 소탕하기도 하는데 그 전투만 놓고 보면 역대 좀비 게임들 중 최고의 재미였습니다. 안타까운 건 엔딩 떡밥이나 호드 떡밥이나 2편이 기대되는 작품인데 초반에 말아 먹어서 나올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22/05/02 10:03
수정 아이콘
초반 몰입도 낮은게 맞았군요.
세 번 정도 트라이 해봤는데 매번 초반 2시간을 못 넘기고 접었습니다.
같이 게임하는 분들은 다들 재밌다고 하던데 전 초반을 못 넘기겠더라고요.
22/05/02 10:18
수정 아이콘
얼마전 스팀 할인때 구매하긴 했는데 아직 설치도 안했네요.
iPhoneXX
22/05/02 13:01
수정 아이콘
초기 발매 하고 아마 버그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욕 먹은 부분도 한몫할꺼라고 생각됩니다. PS5로 바꾸고 공짜로 주길래 해보니, 프레임도 잘 잡혀 있고, 버그도 거의 없어서 상당히 쾌적하게 플레이한 입장에서 잔잔하게 스토리 이끌어 가는 부분도 잼있고, 아포칼립스 특유의 분위기도 잼있고, 호드떼 깨부시는 액션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명작 근처에 있는 수작인건 틀림 없죠.
앙몬드
22/05/02 17:10
수정 아이콘
초반이 진짜 난잡해가지고 극복하긴 힘들긴 하죠 크크
거기다 호드 상대하는게 거의 극후반이라 호드 한 두번 잡으면 엔딩이라 호드사냥하고싶으면 엔딩 이후에 해야하고..

저는 바이크 기름시스템이 굳이 쓸데없는거 하나 추가해놓은 거 같아서 별로 맘에 안들더군요
-안군-
22/05/02 21:58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하긴 했는데, 호드 사냥이 엔드컨텐츠인건 좀 아쉽더군요.
스토리에 녹여서 호드 사냥을 최종보스같은 느낌으로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22/05/03 08:56
수정 아이콘
설치만 해놓고 켜보지도 않은게 2년이 다되어가는데… 리뷰를 보니 궁금하긴 하네요
이번주말에 한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네이버후드
22/05/04 14:17
수정 아이콘
사실 대작이 되지 못한이유는 발매 초기 버그 때문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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