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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1/09 17:56:49
Name 고오스
Subject [LOL] 유난히 여운이 오래가는 이번 월즈 (수정됨)
월즈가 끝난지 며칠이 지났지만 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 여운에 취해 있습니다

이번 월즈 결승전은 한국팀 vs 한국팀 간 대결이라 팬덤들 간 여러 잡음이 나올만 한데도 이상할 정도로 갈등이 없고 타팀팬, 중립팬 마저 DRX, T1 두팀 모두 칭찬하고 응원하고 있죠

그리고 저도 이상할 정도로 이번 월즈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아서 왜 그런지 한번 되짚어 봤습니다

4시드 언더독의 혁명? 알파카 연대기의 방점? [꺾이지 않는 마음]? 롤도사의 역체폿 및 역2체롤 등극? 킹트록스 차력쇼? 황부리그 탈환?

물론 이 모든 요소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주요 요소가 맞습니다만 그걸 고려해도 무언가 빠진거 같아서 곰곰히 생각하는 중어느 새 제 생각은 10년 전으로 돌아갔습니다


11년도 초, 제가 아직 병장 생활할 무렵에 휴가를 갔을 떄 군 면제인 친구가 '요즘 미국에서 lol 이라는 게임이 유행한데'라는 말로 저를 롤 북미서버에 입문한 이후 제 게임 인생에서 롤은 언제나 함께 했습니다

11년도였나 지스타에서 (아마도) 야외 무대에서 처음 열린 lol 경기도 코 앞에서 직관했었고,
(당시에는 lol 아는 사람이 드물어서 지스타 행사에 참여한 대부분이 힐끔보고 그냥 통과할 정도로 마이너한 게임이었죠)

11년도 말 한국 서버가 공식으로 오픈날 바로 시작했었고 (그때의 나, 왜 북미 서버 아이디를 한국서버로 이전하지 않았나!!!)

12년도 롤드컵에서 당연히 한국팀 중 하나가 우승할꺼라 생각했는데 TPA가 문도를 앞세워서 우승하는 것을 보며 정말 깜짝 놀랬고

12년도였나 13년도에 당시 아마추어 고수로 유명했던 고전파가 페이커 라는 이름으로 데뷔하면서

당시 최고 미드 중 하나로 손 꼽히던 앰비션을 무찌르면서 화려하게 데뷔함과 동시에 좋아했던 앰비션이 이후 수년간 침체기에 빠진 것을 함께 목격했고

13년도 이후 부터는 한국 팀 중 하나가 우승하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당연시 여기면서 서서히 흥이 식어갔습니다

누가 본선에 올라오든 항상 승리자는 한국팀 중 하나였으니까요

전 딱히 어느 팀을 좋아했던 적이 없어서 정 붙일 곳도 없었고, 탈수기식 운영이 게임을 지루하게 하면서 점점 볼 맛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17년도에 제가 좋아했던 앰비션이 정글러로 결국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도 아련해지면서 계속 롤드컵을 보게되었고

18년 혜성처럼 나타난 더샤이-루키의 IG가 한국 팀들을 무력으로 다 부수면서 한국팀 우승이 당연하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망치로 때려줬고

19년 도인비가 미드 노틸러스, 말파이트로 절벽에 떨어지기 직전인 FPX를 멱살잡고 캐리하며 기묘한 술수로 우승하는걸 보면서 한국팀이 2년 결승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연속 패배하는 모습이 마음아팠고,

16년 즈음부터 시작된 S급 선수들의 중국으로의 이적이 더 활발해 지는것을 보면서 LCK가 이러다 LPL의 2부 리그가 되는게 아닌가 무척 우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년, 혜성처럼 등장한 담원이 다시금 한국에 월즈 우승을 가져오면서 아직 LCK가 죽지 않았음을 알림과 동시에 LCK가 LPL을 위한 관문리그가 아님을 증명하면서 벼랑끝에 몰린 LCK를 살려낸 모습을 보았고,

(지금도 담원 우승한 후 해설진들이 엉엉 울면서 이번 우승으로 인해 LCK는 LPL의 2부리그가 아니게 되었다, LCK는 부활 가능하다 라는 말을 했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21년도에는 제 신상에 여러 일이 있어서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EDG가 우승하면서 다시 트로피를 LPL이 가져갔고

그리고 올해, 바닥을 찍고 가까스로 4시드권을 가져와서 겨우 월즈에 참석한 DRX가 미라클런을 통해  

전년도 디펜딩 챔피언, 올해 한번도 이기지 못한 LCK의 양대산맥을 실력으로 꺾으면서 월즈 우승을 달성습니다


우리가 이번 DRX의 미라클 런을 보면서 여운에 오래 잠겨 있는건 단순히 DRX의 분투 및 알파카 연대기의 방점 뿐만 아니라

DRX, 특히 데프트의 롤 인생 굴곡에 우리의 10년 세월을 이입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처럼 롤 오픈날부터 했던 사람들은 롤과 함께한 세월이 벌써 10년이 넘었고 어느새 우리는 아재가 되었지만 마음 속에는 그때 그 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이 남아있는데,

이번 DRX의 미라클 런 및 데프트의 라스트 댄스는 우리가 롤과 함께했던 10년의 세월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그때의 나 자신을 생각나게 만들어 줬기 때문에 여운이 유난히 오래가는게 아닐까 라고 감히 추측해 봅니다

(이번 결승은 정말 오랜만에 한국팀 vs 한국팀이라 더더욱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킹겐, 표식, 제카, 베릴, 데프트 및 DRX 감코치 여러분

세월에 의해 많이 닳은 아재의 마음에 불을 지펴주고 오래가는 여운을 남겨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롤을 접은지 몇 년이 되었고 LCK도 거의 못보고 월즈만 겨우 챙겨보는 아재이지만 당신들의 댄스 덕분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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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draw
22/11/09 18:00
수정 아이콘
드라마 그 자체였죠. 아니 드라마를 이런 스토리로 쓰면 이게 말이 되나 소리 들을지도...
22/11/09 18:10
수정 아이콘
소설로 써도 욕 먹을 만한 스토리가 현실이 된거죠. 선발전 직전 최하위에게 완패한 팀이 롤드컵 우승?
apothecary
22/11/10 06:38
수정 아이콘
스토브리그 드라마 작가: 이거다!!
22/11/09 18:05
수정 아이콘
팬덤간 잡음이 적은 편이었던 거는 다른 것보다도 지난 몇년간 LPL 이긴 다전제가 담원 기아 우승할 때 말고는 없었다보니 결승 내전 성사 자체만으로도 만족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타 사이트들에서는 심심해지면 싸우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크크
22/11/09 18:22
수정 아이콘
여기는 조용한데 다른데는 불났다가 지금은 lec 화끈한맛에 잠잠해졌죠.
그래도 예전보단 적은편이긴 하더라구요
레드불
22/11/09 18:06
수정 아이콘
19년 lck는 ig g2에 졌어요 ㅠㅜ
고오스
22/11/09 18:11
수정 아이콘
아니...? 왜 제가 FPX한테 진걸로 착각하고 있었을까요 크크크;;

그러고보니 붙은 적이 없었네요?? 빠른 피드백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했습니다
22/11/09 18:22
수정 아이콘
정정해주심씨오.. 꺾이지않는 데프트의 라스트 댄스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씀미다
고오스
22/11/09 19:02
수정 아이콘
뎊뚜 커리어는 방점을 찍었으니 흐흐흐
타르튀프
22/11/09 18:24
수정 아이콘
여운을 느낄 만한 요소가 워낙 많고 이야깃거리도 풍부한, 그야말로 서사적 관점에서도 역대급 월즈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유튜브와 트윗을 통해 묻혀 있던 선수들의 스토리들과 과거들이 재조명받으면서 이번 월즈 우승과 연결시키니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킹겐 코라이즌 인터뷰를 보니 21DRX 암흑기에 함께했던 표식과 쏭감이 가장 고맙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21DRX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응원한 팬들은 지금 느끼는 감동이 얼마나 클까 싶습니다.

저도 계속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커뮤 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깃거리 찾는 작업하다보니 본업도 제대로 못 챙기고 있네요. 어서 현생 살러 돌아가야 할텐데..
Polkadot
22/11/09 18:40
수정 아이콘
다른 때보다 싸우는게 적은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1. 까가 거의 없는 선수의 우승
만약 데프트가 아니라 결승이 티젠전이 되서 쵸비를 위시한 젠지가 우승했다면 글쎄요, 아마 굉장히 많이 싸웠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티원이 우승해도 마찬가지였겠구요.

2. 상대적으로 악역이였던 티원에서 범인이 없음
그나마 있다면 제우스인데 티원팬분들은 알겠지만 1년 농사를 통틀었을 때 가장 잘해준 선수가 제우스이니만큼 암묵적인 까방권? 같은게 있지 않을까 합니다. 구멍으로 취급받던 구케는 월즈 내내 게임 체인저였구요.
스팅어
22/11/09 19:08
수정 아이콘
전적으로 동의하고,
표식의 킨드레드 스토리(BJ시절 꿈을 세계대회 우승으로 이뤄냄, 베릴의 반박못할 역체폿 커리어(우승-준우승 후 꼴찌팀 가서 우승!), 몇년간 해먹던 4대 미드의 한축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제카, 제우스와 완전 반대 경우인 기승전킹겐…. 선수 한명한명의 스토리가 너무 좋아요.
larrabee
22/11/09 19:1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이번처럼 10명 모두가 주인공인 월즈는 다신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천혜향
22/11/09 19: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10명 모두 자기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감동도 적지 않은거 같아요.
그리고 데프트.. 모든 이야기의 종착점이죠.
누구나 꿈꾸는 무대를 10년에 걸쳐서 오랜기간 수련을 통해 자신을 증명한다..
이야.. 이건 아무나 못합니다.
22/11/09 19:24
수정 아이콘
그 동안 롤드컵은 시대의 절대강자들만의 전유물이었는데, 이번에는 그야말로 소년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전개로 결말이 나서 더 여운이 깊게 남습니다.
제 응원팀인 담원은 떨어졌고, 그 이후로 저는 계속 DRX만 쳐다보게 되더군요. 티원이고 젠지고 징동이고 다 필요 없고, DRX가 정말로 우승하면 어떨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까? 만약 그렇게 되면 이거 진짜 아류 소설 작가가 쓰는 그런 미친 스토리 아니야? 그런 설렘이 계속 마음 한 켠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DRX가 젠지를 상대로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징동을 꺾은 티원이 너무나 막강해 보여서 티원의 압도적 우승을 1%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꽤나 마음 편히 본 결승전이었는데도, 실제로 눈앞에서 기적 같은 결과가 만들어지니까 너무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팬이 아닌 나도 이럴진대, DRX 팬들은 얼마나 믿을 수 없을 것이며, 얼마나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쁜 순간이었을까요?
가장 일어나기 힘든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어낸 DRX 덕분에 저 역시 이번 롤드컵이 역대 최고의 롤드컵,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롤드컵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정재
22/11/09 19:37
수정 아이콘
팬덤간 싸움 없는건 일단 티원이 졌기때문에... 그렇고
drx 특히 데프트가 모두의 세컨팀 비슷하게 되어버려서 그렇긴합니다
20drx때하곤 완전 다릅니다 그땐 팬덤도 되게 크고 적도 많았었죠
22/11/09 19:42
수정 아이콘
모두들 잘해주고 열심히 했지만
전 케리아 선수때문에 너무나 여운이 남습니다.
팀을 떠나 언제나 이 친구만큼은 응원할까 싶네요..
호랑호랑
22/11/09 20:21
수정 아이콘
언더독의 우승이라는 게 말 그대로 정말 어렵죠. 많은 사람들이 슬램덩크를 떠올린 것처럼요..더는 안되겠지, 안될거야를 뚫고 결국 끝까지 와버렸으니 전율이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포츠를 보는 이유를 다시 되새겨줬어요.
22/11/09 20:49
수정 아이콘
제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하지 못했는데 우승의 여운이 이렇게 남는건 처음이네요. 허허. 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본 거 같습니다. 짜릿했네요. 역대급으로.
Winter_SkaDi
22/11/10 01:39
수정 아이콘
딱 저랑 같으시네요. 동의합니다.
22/11/09 20:52
수정 아이콘
북미우승아니면 이정도 감동 겪을수 있을까?
마음속의빛
22/11/09 20:57
수정 아이콘
젠지까지 이겨서 결승에 올라온 DRX였지만, EDG를 꺾은 T1이 너무 막강해보여서 결승마저도 DRX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웠었네요.
막연하게 머리는 T1의 우승을, 가슴은 DRX의 우승을 상상했었는데, 5경기까지 가게 되니 DRX를 응원하게 되더군요.
특히나 2020년 팀이 와해되면서 숙소에 홀로 남은 표식이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엎드려 절하는 모습이 기억나 더 아련했습니다.
22/11/09 21:30
수정 아이콘
올해가 너무 완벽해서 내년이 오히려 너무 싱거워지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크크크
아이군
22/11/09 22:13
수정 아이콘
+지금 스토브 리그에서 이상한 일이 안 생김... 도 있다고 봅니다...
루아흐
22/11/10 03:5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여태 다른 롤드컵과 달리 데프트 선수의 서사가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어서인지 여운이 정말 오래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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