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라는 이름은 저에게 굉장히 반가운 이름입니다. 저는 아직도 <킹스 스피치>도 좋은 작품이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나를 찾아줘>도 굉장히 흥미롭게 봤던 관객이라 그랬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여튼, 데이빗 핀처의 신작은 이번에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등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측면에서 이 영화를 <에일리언 3>와 비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물론 신인 데이빗 핀처와 지금의 데이빗 핀처의 위상은 전혀 다르긴 한데, 뭔가 '데이빗 핀처스러우면서 데이빗 핀처스럽지 않은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비교될 수 있지 않을까요. 데이빗 핀처 특유의 감각적인 편집, 전능한 카메라 무빙, 어두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있습니다만, 동시에 데이빗 핀처스럽지 않은 핸드헬드 카메라의 사용, 약간의 블랙 코미디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어찌보면, 동명의 원작, 그것도 그래픽 노블 원작이 이런 스타일이었나란 생각이 들면서, 원작의 영향을 많이 받은건가 싶을 정도로 스타일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이런 스타일과 잘 접목시켜서 하나의 영화를 만든 건 물론 좋지만, 굳이 잘하는 거 두고 좀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대체로 괜찮은 데, 아쉽다.'라는 생각이 이 지점에서 듭니다. 영화 자체는 약간의 모호한 철학성과 수다스러운 주인공(독백이 많습니다.), 약간의 차가운 북유럽식(?) 느와르 기반의 깔끔한 복수극인데, 이 영화에서 데이빗 핀처스러운 느낌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측면에선, 비유를 하자면 연습 경기 내지 친선 경기를 뛰는 슈퍼스타의 느낌도 좀 나요. 번뜩이긴 하는데, 전반적으로 100%, 혹은 그 이상을 보여주는 느낌은 아니긴 합니다. 물론, 그냥 감이 떨어졌을 수도 있긴 하지만요. 물론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을 때(11월 10일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워낙 혹평을 많이 받는 넷플산 오락 영화들 보다야 괜찮겠지만, 굳이 이름값에 끌려서 보기에는 좀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