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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1/14 13:54:08
Name realwealth
Subject [일반] 행복은 유전인가 (수정됨)
It may be that trying to be happier is as futile as trying to be taller.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키를 키우려고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다.)

1996년 미네소타 대학의 리켄과 텔레건 교수는 유전과 행복에 관한 논문을 이렇게 마무리 했어요.
미국 내 유력 일간지 및 방송,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 문장과 논문은 아직도 회자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논문과 문장은
제가 최근 행복에 관해 읽은 두 책에도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두 가지 책에 언급된 유전에 관한 내용을 옮겨 적습니다.

각자 생각해보시고 판단하시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댓글도 남겨주시면 좋고요.



--------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래도 행복에 있어서 유전적 개입을 부인하는 학자는 없다.

학계의 정설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사실이 바로 행복과 유전의 관계다.
DNA가 행복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학자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른 통계적 수치지만,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 50%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전체의 반. 보기에 따라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나는 매우 크다는 쪽이다.
왜냐하면 유전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머지 반은 말 그대로
행복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모든 것의 합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나머지 요인들을 다 합친 것 이 유전이라는 단일 요인과 비슷한 비율로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싸움으로 친다면 수십 대 1의 싸움이 무승부로 끝나 는 셈이다. 한 녀석(유전)의 주먹이 얼마나 세다는 말인가.
- 행복의 기원(2014)中

My purpose in this book is to recant the claim I made earlier that,
because happiness has strong genetic roots, "trying to be happier is like trying to be taller."
이 책을 쓰는 목적은,
행복에 유전적 힘이 강하기 때문에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키를 키우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고 한
나의 발언을 취소하기 위한 것이다. (리켄의 후속저서 제1장 첫문장)

하지만,
불행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심지어 학자들도,
96년 논문의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면서 행복의 유전자 결정론을 신봉하고 있다.

만일 유전이 행복을 전적으로 결정한다면,
행복해지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국가적 노력 모두 큰 의미가 없어진다.
리켄 스스로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집요하게 바로잡고자 했던 이유다.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과 특성에는 유전이 관여한다.
그러나 ‘관여’한다는 말이 ‘결정’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특정 질병과 특정 특성이 특정 유전자에 의해 단독으로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전이 운명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과 환경이,
그리고 유전자들이 서로 매우 복잡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유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큰 이유는
유전율(heritability)와 변화가능성(modifiability)이라는 두 가지 개념혼동하기 때문이다.
유전율과 한 개인의 변화를 의미하는 변화가능성은 애초부터 전혀 관계가 없는 개념이다.  

유전율은 변량 분석(analysis of variance)에 관한 것이고,
이는 인과 분석(analysis of cause)과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유전율에 기초해서 한 개인의 특성을 인과적으로 변화시키는 정도를 추론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부 학자들도 이 둘을 혼동하여 ‘유전율=변화 가능성’이라고 해석하면서
근거 없는 운명론적 시각에 사로잡혀 있다.

행복의 유전율이 높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보다 높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의 행복 수준 자체는 현재보다 높아질 수 있다.

우리는 남들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시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원할 뿐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변화 가능성이지 유전율이 아니다.
- 굿라이프(2018)中

참고
행복의 기원 독후감
https://cdn.pgr21.com./freedom/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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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동돌장갑
23/11/14 14:14
수정 아이콘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인 서은국님의 행복의 기원에서도 관련된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행복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많이 결정되고 "외향성"을 가진 사람이 "내향성"보다 더 행복하다.

그 이유로 . 새로운 자극을 더 추구를하고 인간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찾아나선다는 내용이 인상깊었습니다.

앗 그 책을 언급하셨었네요 ; 후다닥 댓글부터 썼네요 ;;;
23/11/14 15:06
수정 아이콘
행복한 내향인으로 별로 동의가 되지 않네요. 새로운 것을 찾아서 달성하는 측면의 행복이라면 외향성이 유리하겠지만,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데서 행복을 찾는 능력은 내향성이 훨씬 유리하다고 봅니다. 지속적인 성취가 쉬운지, 마음 수양으로 만족하는 것이 쉬운지 생각해 보면 후자라고 보고요. (쉽다는 것은 절대적 난이도라기 보다는 내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생각했고요)
붕붕붕
23/11/14 15:50
수정 아이콘
행복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지고 있어도 혼자서 끙끙 앓는다는 내향인이 꽤 있고 평균을 내면 행복지수가 낮다고 생각합니다.
짐바르도
23/11/14 15:34
수정 아이콘
외향인의 행복이 외향인의 특징 자체에서 도출되는 것인지
우리 사회가 외향인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돌아가는 사회라서인지 관계가 분명치는 않습니다.
마치 아침형 인간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에서 아침형 인간이 생산성이 좋은 것처럼요.
realwealth
23/11/15 09:20
수정 아이콘
후다닥 댓글 감사합니다!!
열정이 넘치시네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어서,
행복의 기원 재밌게 읽었습니다.
유자향커피
23/11/17 23:29
수정 아이콘
신기하네요. 행복은 자신의 욕망추구에 성공해야 달성할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하거든요.
관심사가 자신의 바깥에 위치해있어서 항상 외부의 관심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외향적인 사람이 불안감때문에 행복하기 힘들고, 관심사가 자기 안쪽이라 보다 자신의 욧망추구에 전념할 수 있는 내향적인 사람이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단순히 지금의 인간관계에 치중한다면 외향적인 사람의 행복도가 높을순 있지만 사람의 관심은 언제나 변하는 법이기에 타인에 집착하는 관점을 고수한다면 결국 불안과 초조함으로 인해 불행해질 거 같거든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만족과 행복을 누리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되고싶다
23/11/14 14:43
수정 아이콘
꼭 행복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죠. 제가 아무리 죽어라 노력해도 챌린저는 불가능하지만 브론즈에서 골드까진 올릴 수 있는 건데.

유전자 결정론 보면 크게 두 가지가 엮여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노력하기 싫다의 면피이고 다른 하나는 최고가 아니면 의미 없다는 인식? 고점이 1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중간은 없고 무조건 0이라고 생각해버려서 애초에 도전할 의욕을 잃는 게 아닌가 시프요. 인생은 스펙트럼인데...
realwealth
23/11/15 09: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와 생각이 정말 비슷하시네요.
무언가의 결정론에 사로잡히면, 결국 내가 손해라고 생각해요.
결정론에는 두 가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내가 여기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둘은 그것은 내탓이 아니다.
두 가지 모두 내가 즐겁게 사는데 손해가 아닐까 합니다.

삶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인데, 자꾸 0과 1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안타깝기도 하고요.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성숙해지는 과정은 눈금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눈금이 많을 수록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로메인시저
23/11/14 15:47
수정 아이콘
(수정됨) gene보다는 meme이죠. 유전자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게 아니라면 수정 직후부터 아동기까지의 부모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성장기에 형성되는 신경망이 다 결정합니다. 그건 경험이 결정하고, 그 경험은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인 부모에게서 옵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23/11/14 15:47
수정 아이콘
사람이 들일 수 있는 노력과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있는데 유전자가 그 부담을 상당히 덜어주는 건 사실이져. 만성 변비인 사람이 똥을 싸기 위해 매번 갖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피지알러는 그냥 시원하게 한번 싸고 잊어버리고 다른 일에 그 에너지를 쏟을 수 있듯이. 둘다 똥을 쌀 수는 있지만 이 중에 누가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은가는 자명하지 않나 시퍼요
23/11/14 16:23
수정 아이콘
와 비유가 찰떡입니다.
짐바르도
23/11/14 16:26
수정 아이콘
그래봤자 똥... 그래도 똥!
23/11/14 23:32
수정 아이콘
이 댓글이 너무 완벽해서 아래로 댓글이 안 달리는 거 같군요...
키비쳐
23/11/15 00:19
수정 아이콘
(말잇못)
큐브큐브
23/11/15 00:03
수정 아이콘
궁금한게 행복이 유전적인 우월성 (외모,지능 등)으로 인해 결정된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같은 조건이라도 행복을 더 느낄 가능성이 높은 유전이 있다는 것일까요
realwealth
23/11/15 09:36
수정 아이콘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도가 유전이라는 말은
성격 특성과 관련 있습니다.

행복도는
인간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외향성이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주고,
외향성은 유전 영향을 많이 받고,
그렇기 때문에 행복의 유전의 영향이 크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독후감을 링크 걸어 뒀으니 참조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애플프리터
23/11/15 02:15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 동의하고,
진짜 문제는 불행을 느끼는 유전자족이 우성인것 같다는게.... 행복함을 쉽게 느끼는 유전자가 열성으로 후대에 잘 전달이 안되는것 같습니다. 내지는 교육과 환경에 의해 잘 발현되기 힘들게 몰아가는 게 현대사회라고 봅니다.
고라니k
23/11/15 09:29
수정 아이콘
20세기 들어서야 인류는 의식주 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하고(일부 저개발국은 아직도 힘들지만) 최소한 굶어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과거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척박한 환경에서는 낙천적이고 쉽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보다는 불안해하고 쉽게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생존에 유리했을거에요. 저는 현대사회의 문제라기 보다는 수천만년의 진화 과정을 갑자기 거스르는게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세츠나
23/11/15 12:33
수정 아이콘
우열성 발현율은 세대가 내려가도 계속 75% 25% 식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만약 행복함을 쉽게 느끼는 유전자가 후대가 잘 전달이 안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자연선택 때문입니다. 윗 분 말씀처럼 행복함을 쉽게 느끼는 것이 생존에 불리해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는 의미죠.
알라딘
23/11/15 07:31
수정 아이콘
전 유전보다는 환경영향이 크다고보네요~
사부작
23/11/15 19:50
수정 아이콘
행복의 정의를 우울감의 반대로 한다면, 이건 선천적인 게 굉장히 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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