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1/16 17:36:42
Name 사랑해 Ji
Subject [일반] 엄마 아파? 밴드 붙여
남편과 장난치다가 왼쪽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있었지만 대수롭지않게 넘겼죠.
이것저것 일을 하다가 문득 발가락을 봤는데 껍질이 살짝 벗겨져서 피가 나고 있더라구요. 그냥 다쳤나보다.. 하고 소독을 하려고 구급함에서 소독제와 연고를 꺼내서 상처를 소독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멀리서 놀고있던 우리 아들이 저에게 오더니 ' 엄마 아파' ' 밴드 붙여' 라고 하면서 연고를 꺼내더니 상처 부위가 아닌 매트 자국이 난 곳에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연고 뚜껑을 열고 꼼꼼히 바르더니 그 위에 밴드를 붙여줍니다. 아프진 않았지만 아픈척 '엄마 여기가 너무 아파 호 해줘' 라고 했더니 귀여운 입으로 '호' 를 해주고는 자기 할 일을 하러갑니다. 눈물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고 너무 고맙다고 이쁘다고 칭찬해줬습니다.

  너무 예쁜 우리아들이 지적장애 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지적장애 아이들과는 다른것 같다는 말을 여러 치료선생님께 들었죠. 아마 인지가 올라온다면 자폐 진단을 받을 것이라는게 치료 선생님들의 공통 의견이었습니다. 중복장애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들었을때 큰 충격을 받진않았습니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타인과 친구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 것도 감각추구를 하는 것도 반향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연고를 발라준 것도 밴드를 붙여준 것도 그저 제가 했던 행동들에 대한 모방이겠지만 그 모방조차도 저는 감사했습니다. 원래는 누가 다치든 말든 관심조차 없는 아이니까요.. 아이 앞에서 울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무너져 내리는 마음에 펑펑 울어도 저 아이는 그저 뚱하게 쳐다만 보다가 놀이만 할뿐이었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저에게 다가와줬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면 그 작은 손으로 눈물도 닦아줬구요.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제 아들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여기 피지알에도 우리 아이같은 특별한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계시겠죠. 힘들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으로 하루를 한달을 1년을 버티는 것 같습니다. 같이 힘냈으면 좋겠어요.

두서없는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EK포에버
23/11/16 18:03
수정 아이콘
마음속으로 작은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모나크모나크
23/11/16 18:48
수정 아이콘
아이고 힘내세요. 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랍니다.
오월의날씨
23/11/16 18:53
수정 아이콘
같이 힘내봐요. 응원합니다!
라떼는말아야
23/11/16 18:58
수정 아이콘
행복한 시간들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랄께요
23/11/16 19:15
수정 아이콘
엄마에게 호해주고 밴드 붙여주는 예쁘고 착한 아드님과 따뜻한 연말되세요~
23/11/16 19:43
수정 아이콘
따뜻한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3/11/16 19:50
수정 아이콘
참 예쁘네요
23/11/16 20:05
수정 아이콘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적시 된 부분까지
읽어도 전혀 감동이 배가 되지는 않을 만큼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줬다는 부분에서
이미 큰 감동과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아마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많으실테지만
그 보다 훨씬 큰 감동으로 치유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3/11/16 21:08
수정 아이콘
저는 감히 어떤, 무슨 말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친한 지인분의 자녀가 자폐라서 어떠한 말을 쉽게 드릴 수 없겠더라구요.
그런데 올려주신 이야기는 너무 흐뭇하고 보기 좋은 이야기이고, 앞으로도 더 많이 뿌듯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많이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메존일각
23/11/17 00:55
수정 아이콘
조용히 추천 드리고 갑니다. :)
Capernaum
23/11/17 06:48
수정 아이콘
조용히 추천하는 글..

글에서 온기가 느껴지네요
23/11/17 07:45
수정 아이콘
저도 예쁜 조카가 비슷한 상황이라 눈물이 나면서도 흐뭇해지네요. 앞으로 아드님과 꽃길만 걷길 기원할게요. 행복하세요!
하우두유두
23/11/17 08:14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여
행복한 우럭
23/11/17 08:45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23/11/17 10:11
수정 아이콘
드릴게 추천밖에 없네요.
행복하시게 될 겁니다.
아이디안바꿔
23/11/17 12:41
수정 아이콘
앞으로도 현실에서도 아드님 동네방네 떠나가라 자랑할 일 많으시길 기도합니다
파프리카
23/11/17 19:48
수정 아이콘
아이의 성취가 주는 기쁨은 다른 곳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더라구요. 행복한 시간이 되셨겠어요. 축하드리고 앞으로 좋은 일들이 이어지길 응원하겠습니다~
23/11/18 00:18
수정 아이콘
자랑스러운 아드님. 참 사랑스러웠겠어요.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점점 많아질겁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276 [일반] [육아] 같이놀면되지 [55] Restar8585 23/11/17 8585 21
100275 [일반] 답답한 환자들 [102] Goodspeed12891 23/11/17 12891 28
100274 [일반] 나의 보드게임 제작 일지 ② [10] bongfka8524 23/11/17 8524 10
100273 [정치] 여러 이슈들에 묻힌 합참의장 후보자 "김명수" [57] Croove12856 23/11/17 12856 0
100271 [일반] 적당히 살다 적당히 가는 인생은 어떠한가 [17] 방구차야9195 23/11/17 9195 15
100270 [일반] 피와 살점이 흐르는 땅, 팔레스타인 (9) 봉기 [1] 후추통7020 23/11/16 7020 15
100269 [일반] 엄마 아파? 밴드 붙여 [18] 사랑해 Ji10485 23/11/16 10485 166
100268 [정치] 대법, 尹대통령 장모 '잔고증명 위조' 징역 [123] 바밥밥바18173 23/11/16 18173 0
100267 [일반] 나의 보드게임 제작 일지 ① [16] bongfka8877 23/11/16 8877 11
100266 [일반] 프리우스 5세대 출시일, 가격발표 [49] 겨울삼각형11759 23/11/16 11759 3
100265 [일반] 남자 아이가 빗속에 울고 있었다 [20] 칭찬합시다.11029 23/11/15 11029 64
100264 [일반] 뉴욕타임스 11. 6. 일자 기사 번역(전쟁으로 파괴된 군인들) [12] 오후2시9101 23/11/15 9101 8
100263 [일반] [역사] 덴푸라의 시작은 로마?! / 튀김의 역사 [19] Fig.110479 23/11/15 10479 28
100262 [정치] 1년 인턴을 없애고 2년 인턴을 만드려는 한국 의료의 미래 [116] 헤이즐넛커피12352 23/11/13 12352 0
100261 [일반] 프로젝트 헤일메리: 하드 SF와 과학적 핍진성의 밸런스 게임 [34] cheme11782 23/11/14 11782 26
100260 [정치] "국가 신뢰 무너졌다"...이공계 대학생들 울분 폭발 [207] 시린비26295 23/11/14 26295 0
100259 [일반] 행복은 유전인가 [21] realwealth10496 23/11/14 10496 9
100258 [일반] 멍멍이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시츄) [52] 빵pro점쟁이10310 23/11/14 10310 54
100255 [정치] 인요한 "BTS, 남은 사람들이라도 軍 면제하자" [125] 기찻길16553 23/11/13 16553 0
100253 [정치] KBS '더 라이브'폐지?, 주진우 하차, 메인 앵커 교체 [116] 빼사스17288 23/11/13 17288 0
100252 [일반] 요즘에는 포경수술을 정말 안하나봅니다. [108] 설탕가루인형형16489 23/11/13 16489 3
100251 [정치] 한국은행 보고서 : 지역거점 도시 집중으로 가자 [65] 사람되고싶다12559 23/11/13 12559 0
100249 [일반] 24년에 나오는 애니 던전밥은 트리거 역대 1,2번째 노려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42] 그때가언제라도8901 23/11/13 8901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