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이들의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를 지원합니다. 대학생은 이 제도에서 근로능력이 없다고 전제되어 당연히 기초생활보장의 대상이 됩니다. 한국인의 대다수는 대학을 사치품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학생에게 기초생활보장을 해주는 것이 과도한 혜택이라 여기는 이는 적습니다.

헌데 일본의 경우 한국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유사한 생활보호제도에서 대학생은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것이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하는 일종의 사치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2022년 12월 아사히신문 기사에 따르면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이런 방침을 바꾸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asahi.com/sp/articles/ASQD563J6QCYUTFL016.html) 지원을 거부하는 근거로는 일반 가정의 자녀들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족하므로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이 때문인지 일본에서의 대학진학률은 현재 80%인데 생활보호대상 가구의 대학진학률은 4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런 제도적 차이는 정치학자들이 값비싼 취향(expensive taste)의 문제라고 부르는 것과 연관이 있어보입니다. 공동체의 자원을 분배할 때 누군가 값비싼 취향을 가지고 있다면 효용(행복)의 평등을 위해 그에게 더 많은 보조를 해야 하는가?란 질문입니다. 정치학자이자 법학자인 드워킨은 이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 주장했고 이는 많은 이들의 상식과 부합합니다. 문제는 무엇이 값비싼 취향이냐는 것이 만장일치로 합의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과거 한 네티즌이 기초생활소득자 아이들이 돈까스를 먹는다고 화를 내는 글을 올리자 다른 이들이 도리어 조롱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문제냐구요. 그에게는 돈까스는 기초생활소득자들의 분수를 넘는 값비싼 취향이지만 대다수에겐 아니었던 겁니다.

반면 얼마 전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이 그것으로 샤넬백을 사고 해외여행을 간다는 증언이 나오자 실업급여제도를 개선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샤넬백과 해외여행은 여전히 값비싼 취향인 겁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진학은 사치가 아닙니다. 값비싼 취향이 아니라 필수적인 서비스입니다. 일본에서는 그것이 값비싼 취향이라 보조해줄 수 없는 사치로 여겨집니다. 저는 한국이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제도는 제게 "빈민이... 대학을?"이라고 말하며 너의 직분에 맞지 않다, 너는 대대로 가난해야한다고 웅변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