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도 많고 중국발 폐렴으로 걱정도 많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는데 앞에 대기가 벌써 20명이 있더군요. 대략 1시간 15분 정도 기다린 다음 3-4분 정도의 짧은 진료를 보고 나왔습니다. 방송에서도 소아과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과연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요. 답답한 마음에 대략적으로 계산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당사자는 아니기 때문에 수치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추정하였습니다.

1. 2023년 현재
- 소아 숫자 : 약 800만명
- 소아 1인당 월별 소아과 방문 횟수(추정) : 0.5회
- 국내 소아과 숫자 : 약 2000개
- 환자 1인당 진료비 : 13,000원
- 의사 인건비 제외 월 지출 : 약 1200만원 (간호사 2인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장비대여, 소모품 지출, 전자차트 사용료 등)

비급여 진료 및 다른 변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아 환자가 진료만 보고 나오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의사가 부족한 부분이 아토피 등 비급여 진료가 아니라 일반 진료이기 때문에 진료비는 13000원으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병원 한 곳에서 하루에 환자 약 80명을 진료합니다. 환자 한 명당 진료 시간을 4분 정도 잡으면 하루 진료 시간이 320분 (5시간 20분), 한 명당 5분을 잡으면 히루 진료 시간이 400분 (6시간 40분)입니다. 일반적인 상식 수준인 것 같습니다.

의사 한 명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오후 풀로 근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병원 한 곳 당 의사를 1.5명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러면 의사 1인당 수익이 세전 930만원 정도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소아청소년과 의사 연봉이 1억원 정도라고 되어 있네요. 약간 차이는 있지만 얼추 비슷해 보입니다.  

2. 2024년에 갑자기 소아과가 20% 증가하면
- 소아 숫자 : 약 800만명
- 소아 1인당 월별 소아과 방문 횟수(추정) : 0.5회
- 국내 소아과 숫자 : 약 2400개
- 환자 1인당 진료비 : 13,000원
- 의사 인건비 제외 월 지출 : 약 1200만원 (간호사 2인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장비대여, 소모품 지출, 전자차트 사용료 등)

1년 뒤에 갑자기 소아과 의사 숫자가 20% 증가한다고 가정하였습니다. 다른 조건은 일정합니다. 이렇게 되면 병원 한 곳에서 진료하는 환자 숫자가 67명이 됩니다. 병원 한 곳 당 환자가 16% 정도 감소합니다. 오늘 제 앞에 20명이 대기 중이었는데 16% 감소하면 16명이 되네요. 저는 15분 정도 대기를 덜 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의사의 진료 시간이 동일하다고 가정한다면 환자 1인당 진료 시간은 30초에서 1분 정도 늘어납니다. 소아과 의사의 수입은 930만원에서 640만원으로 감소합니다.

3. 소아과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 소아 숫자 : 약 800만명
- 소아 1인당 월별 소아과 방문 횟수(추정) : 0.5회
- 국내 소아과 숫자 : 약 2600~3000개
- 환자 1인당 진료비 : 13,000원
- 의사 인건비 제외 월 지출 : 약 1200만원 (간호사 2인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장비대여, 소모품 지출, 전자차트 사용료 등)

소아과가 30% 늘어서 2600곳이 되면 병원 한 곳당 환자는 25% 줄고 의사 월급은 530만원이 됩니다.
50% 늘어서 3000곳이 되면 병원 한 곳당 환자는 34% 줄고 의사 월급은 350만원이 됩니다.

결국 현재 인구와 수가를 감안하면 소아과가 30% 이상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반면 소아과가 30% 늘어나려면, 소아과 의사가 약 900명쯤 늘어나야 하고, 최근 전체 의대 졸업생 중 소아과 전문의를 하는 비율이 2% (3000명 중 50명) 정도이니 의사가 45000명쯤 늘어야 하는군요.한 해 신규 의사가 3000명 정도 나오고 있으니, 은퇴하시는 분들 고려하면 약 17-18년이 걸릴 것 같습니다.

4. 10년 뒤에 소아과가 20% 증가하면
- 소아 숫자 : 약 550만명
- 소아 1인당 월별 소아과 방문 횟수(추정) : 0.5회
- 국내 소아과 숫자 : 약 2400개
- 환자 1인당 진료비 : 15,000원
- 의사 인건비 제외 월 지출 : 약 1400만원 (간호사 2인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장비대여, 소모품 지출, 전자차트 사용료 등)

마지막으로 의사를 새로 막 뽑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년 부터 뽑으면 수련에 약 8-9년이 걸리고, 새로 뽑은 의대생들이 실제 병원으로 유입되어 실제 소아과 숫자가 증가하려면 10년 이상 걸리겠지만, 계산하기 어려우니 그냥 10년으로 하겠습니다.
한 해에 소아 인구가 약 3%씩 줄고 있기에 (사실 요즘은 더 빨리 줄고 있지만) 10년 뒤면 소아 인구는 550만명 정도입니다. 어쩌면 400만명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진료비는 연간 1.5% 정도 상승했기 때문에 10년 뒤 진료비는 15000원 정도입니다. 지출은 물가상승률을 1.5% 정도로 잡고 계산하면 1400만원쯤 됩니다.
이렇게 계산을 하면 하루 소아과에 오는 환자는 46명이고, 소아과 의사의 수입은 224만원이 됩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의사가 아무리 많아져도 아무도 안 할 것 같네요. 소아과 의사가 향후 한 명도 안 늘어도 소아 인구의 감소로 인해 소아과 의사의 수입은 현재 93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감소합니다. 이렇게 보니 요즘 신규 소아과 의사가 없는 이유를 알겠군요.

병원 숫자가 늘면 그 자체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생각보다 소아과 의사의 수입이 줄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의사가 늘어난 만큼 수요가 늘어나면 결국 병원 대기 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라서.. 실제 진료를 받는 입장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네요.

결론 :
1. 앞으로 소아과 의사를 안 뽑아도 10년 뒤 소아과 의사 수입은 반토막 남
2. 앞으로 소아과 의사를 더 많으 뽑으면 10년 뒤 소아과 의사 수입은 1/4토막 남.
3. 1인당 진료비가 늘지 않으면 소아과 의사가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