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2/21 10:58:51
Name 사람되고싶다
File #1 img_4.jpg (577.8 KB), Download : 46
Subject [정치] 어쩌면 우리 사회는 한 번 공멸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문명인은 무례한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에 야만인보다 무례하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갈등을 '너무 성공적으로' 관리하기에 더욱 극단화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란 말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홉스에 따르면 국가는 이러한 서로 죽고 죽이는 투쟁의 끝이 공멸이라는 두려움에 만들어졌다. 흥미롭게도 수천년 전, 대륙 반대편의 공자 또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디테일은 차이가 있지만 결국 ['이러다간 우리 다 죽어!']란 것이다. 인의, 덕을 앞세운 통치를 통해 국가가 인간을 교화하고 갈등을 조정한다.

문제는 이러한 체제가 수천년 간 우리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했기에, 우리는 죽고 죽이는 투쟁의 끝에 있는 '파멸'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어차피 갈등이 파멸로 치닫기 전에 국가, 사회가 개입해서 해결해버리니까. 그리고 그게 국가의 일이니까.

이러한 성공은 아이러니하게도 크게 두 가지의 문제를 낳았다.


첫째는 사회 속의 개인은 타인을 배려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어차피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국가의 일이다. 애초에 신경쓸 필요조차 없다. 그건 내 일이 아니니까.

둘째는 충돌이 극단화되기 쉽다는 것이다. 무조건 충돌하지 않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어차피 부딪히기 전에 국가나 사회가 나서서 떼어놓는다. 그렇다면 내가 몸을 사릴 이유가 있는가? 오히려 그 중재에서 더 큰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점점 더 극단적으로 들이받는 게 훨씬 더 우월한 전략이다.

이런 점이 결합하여 우리 정치는 '투쟁'의 모습을 띈다. 아이러니하게도 투쟁의 공멸을 막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점점 더 우리를 투쟁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대화와 타협이란 없다. 그저 승리와 패배, 어쩌면 교착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중간에 낀 '국가'는 효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어느정도는 맞다. 그런데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러한 모델에서 국가의 목표는 '갈등 관리'이다. 개개인의 권리, 복지 증진이 아니다. 반대로 말하면, 갈등만 봉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개인의 권리 따위는 억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수자의 의견, 권리는 얼마든지 짓밟힌다. 사회에 분란을 일으킬 힘이 없으니까.

또 민주주의 국가의 특성 상, 국가는 민심에 영향을 받는다. 국민들이 서로 상대를 배려하기보단 시원한 사이다만을 염원한다. 대화는 변절이고 타협은 야합이다. 그리고 정치인은 이를 또 부추긴다.

결국 누군가는 짓밟힌다. 짓밟힌 자는 분노하고 극단화하여 투쟁의 길을 걷는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점점 우리는 조정 능력을 잃고 있다. 단지 어찌어찌 붕괴만을 막고 있을 뿐.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쉽다.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하면 된다. 상대를 완벽히 멸절하려 들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억누르지 말고, 내 의견만을 내세우지 말고 모두의 얘기를 듣고 조정해 나가면 된다. 사이다를 원하지 말자. 우리 앞에 있는 건 밍숭맹숭한 미지근한 맹물 뿐이다.

이건 상대방이 '옳아서'가 아니다. 어쩔 수 없어서다. 내가 아무리 상대를 증오하고 용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물리적으로 다 죽여 없애버릴 순 없다. 그걸 인정하자는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역겨운 쓰레기일지 몰라도 제거할 수 없다면 서로 발목이라도 못잡게 타협해야지 뭐.


또 국가를 믿지 말아야한다. 국가는 중립적인 우리의 도구가 아니다. 믿고 전권을 맡겼다간 누군가를, 혹은 나를 억압하는 악이다. 단지 우리는 이러한 필요악을 어떻게든 잘 관리해 나가야할 뿐.



물론 이건 어렵다. 정말로, 말도 안되게. 사회가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을 받아야 겨우 바뀔까 말까한 수준의 인식 변화다.

현재 성공적으로 보이는 서구의 민주주의조차 막대한 양의 피와 파멸의 끝에 겨우 꽃피웠다. 1차대전, 밍숭맹숭한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파시즘의 발호, 전제적인 국가의 적극적인 소수자 탄압, 인종학살 또다른 세계대전까지. 그 유럽조차 끔찍한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겪고서야 겨우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란 결국 피를 봐야 대화할 수 있는 슬픈 생물인가보다.


6.25는 한반도에 끔찍한 고통과 후유증, 전쟁의 참화를 남겼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신분제가 완벽히 타파되고 새 사회를 여는 기틀이 다져졌다. IMF 또한 수많은 가정을 파멸로 몰았지만 결과적으로 체질개선을 통해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어쩌면, 한 번 쯤은 크게 폭발해봐야 비로소 진정한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끔찍하게 고통스러울 것이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이 희생당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서로를 죽창으로 찔러 서서히 죽어가는 것보다는, 대폭발 이후 새시대에서 살아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물론 거기까지 가지 않고 모두가 이 끝의 파멸을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2/21 11:01
수정 아이콘
보통은 그래서 전란의 시기를 한번 거치죠.
사람되고싶다
24/02/21 11:05
수정 아이콘
외부와의 전쟁은 도움이 안된다고 봅니다. 오히려 국내의 갈등을 가리고 더더욱 전제적으로 갈 뿐. 독일도 1차 대전 이후 자성한 게 아니라 오히려 불만을 느끼고 더더욱 강한 국가를 원하다 나치가 집권했으니.
내전급 충격이 와야할겁니다.
국수말은나라
24/02/21 11:06
수정 아이콘
코로나가 그런 신호탄이니 국지전은 계속 있을것이고 제2 제3의 코로나는 계속 나올듯요
계층방정
24/02/21 11:11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이 국가에 갈등의 조정을 위임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나섰다는 것 자체가 조정 실패죠.
다만, 갈등의 해결 방법 중 하나는 대립하는 여러 사람들 중 하나만 살아남는 배틀로얄 방식인데, 국가는 이것을 막고 있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쌓이고 있다고 하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배틀로얄을 원하는가?를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사람되고싶다
24/02/21 11:23
수정 아이콘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나서는 게 과연 조정 실패인가? 라고 봤을 때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뭔 문제가 터지면 일단 '정부는 뭐 했냐!' 소리 튀어나오고 온갖 문제에 다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야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뭐 문제 터졌을 때 정부가 '그건 개인 간의 문제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음'이라고 말하면 다들 직무유기한다고 분노할 걸요. 저는 이 인식을 좀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계층방정
24/02/21 12:51
수정 아이콘
정부의 규제는 갈등의 조정이라기보다는, 그냥 “배틀로얄 하지 마!”하고 선언하는 것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규제가 조정이 아닌 일방의 승리로만 귀결되는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대립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화의한 것이 아니니만큼 사안은 끝났을지언정 사람들 간의 적의는 끝나지 않죠.
시린비
24/02/21 11:11
수정 아이콘
외로운 기러기 갈매기 모기 토끼 소년 소녀들아
모두 추락해서 지구를 박살 내자
나는 거짓말쟁이 너도 거짓말쟁이
우린 지금 모두 여기 다 죽자
24/02/21 11:17
수정 아이콘
문제는 말은 그렇게 해도 다들 속으로 “나빼고 다 죽자”라는게 문제죠 크크...
닉네임을바꾸다
24/02/21 11: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목대로 세상이 굴러간다하더라도 그걸 뒤로 최대한 미뤄야할거지 필요가 있는거 같다라는 워딩은 영...
그럼 언젠간 죽는게 사람인데 뭐하러 아둥바둥 삽니까...
사람되고싶다
24/02/21 11:19
수정 아이콘
어차피 터질 문제라면 폭탄돌리기 하다 끝내 곪아 터지기보다는 그나마 여력 있을 때 맞아두는 게 맞지 않겠냐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4/02/21 11:22
수정 아이콘
뭐 저런 상황이 되면 뭐되는건 저같은 사람일거라서...
저런워딩은 무의식적이더라도 제3자관점에서나 나올말이라 느껴서...
벨로린
24/02/21 11:23
수정 아이콘
최근 읽었던 소설의 한 부분이 생각나는 말이군요. 어느 쪽이든 세상이 느리게 변하는 것을 용납 못하는 분들이 더 심한 생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요.

[마르크스는 착각하지 않았다고 친구 G.가 말했다. 노동계급은 히틀러에게 표를 던졌지만, 공산당이 패배했다는 H.의 이론은 틀렸다고.

그러나 히틀러는 거대자본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을 다음 전쟁으로 내몰아 모조리 학살당하게 만들 것이다! 사람들이 항상 말하지 않았던가, 히틀러에게 투표하는 건 전쟁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그 전쟁이 힘들면 힘들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친구 G.가 대답했다. 대중이 히틀러에게서 떨어져 나와 우리의 팔에 뛰어들게 만드는 일이라면, 아무리 엄청난 범죄라도 절대 과하지 않다고.]
안군시대
24/02/21 11:34
수정 아이콘
본문에 언급한 내용이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라고 보시나요,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라고 보시나요?
사실,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라던지, 내전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아이티, 멕시코 이런 나라들을 두고 쓰신 글은 아닐테고요.

우리나라로 한정지어 얘기하자면, 이제 서구적인 마인드를 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데, 바로 "계약"입니다.

서로간에 내가 이렇게 해 줬을 경우 당신은 이렇게 되값아야 한다. 지키지 않을 경우 저렇게 한다. 라고 미리 계약을 해 놓고 그것을 지키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것 말이죠. 근데, 우리나라는 약간 다른 게, "내가 이렇게 해줬으니까 너도 마땅히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식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두레, 품앗이, 계.. 같은 거죠. 그게 과거 농경사회에선 통했을지 몰라도, 고도화된 현대사회, 도시사회 에서는 안 통하는 것 같고, 그 중재를 자꾸 국가에게 맡기니까 삐걱거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되고싶다
24/02/21 11:48
수정 아이콘
좁게는 우리나라, 넓게는 동아시아 국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말씀주신 아이티나 멕시코 같은 곳들은 반대로 국가의 조정 기능 자체가 맛이 간 경우라 우리랑 정반대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당연하지만 그것보단 차라리 꽉막힌 우리가 더 낫다고 보고요. 사실 과격하게 공멸이라 썼지만 최대치가 IMF 수준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사회가 붕괴해서 회복 불능이 될 수준이라면 차라리 현상유지가 낫죠.

뒷부분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안군시대
24/02/21 12:10
수정 아이콘
IMF를 얘기하셨는데, 그때가 진짜 힘든 시기이긴 했어도 그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그런 의미에서 쓰신 글이라면 저도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뼈저리게 아플 정도로 쳐맞기 전에는 자기가 그동안 살아오던 패턴을 쉽사리 바꾸지 못하거든요.
노둣돌
24/02/21 11:37
수정 아이콘
상대가 타협할 생각이 없고 반칙으로 나를 죽이려 하고 있음을 인식한 상태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타협할 수 있을까요?
사람되고싶다
24/02/21 12:07
수정 아이콘
제가 그 답을 못찾았기에 파멸 후의 새싹을 바라보는 거긴 합니다. 진짜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방법이.

유교에서 군주가 잘못되면 신하가 거스르진 않되 들어먹을 때까지 끊임없이 옳음을 주지시키라고 하죠. 어릴 땐 걍 씹으면 그만인데 답답하게 뭔 말도 안되는 소릴 하나 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돼요. 애초에 그거 말곤 방법이 없음.
일반상대성이론
24/02/21 11:37
수정 아이콘
필연이면 몰라도 필요일까요...?
사람되고싶다
24/02/21 11:52
수정 아이콘
사실 과격하게 쓰긴 했는데 반정도는 반어적인 느낌입니다. 당연히 개판나기 전에 방향전환하는 게 최선이죠. 다만 현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 오히려 교착 상태만 유지하다 점점 사태가 커지는 게 아닐까?가 두렵습니다. 수습 불가능할 정도로 커져서 터지는 것만은 어떻게든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Betelgeuse
24/02/21 11:47
수정 아이콘
"모든 승부가 그렇듯이 결국 바둑도 이기기 위해 두는 것
입니다. 저는 승리가 최고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승
부에 임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
만 승리도, 패배도 이기려고 노력한 후에 얻는 것이 가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한 패배자에게도 승리
자에게 보내는 것과 똑같은 찬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승리
나 패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기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둔다고 말씀드린 겁니
다."

"그래서?"

"그렇다면 비기는 것이 왜 칭송받아야 하는 겁니까? 비기
는 것도 이기거나 지는 것과 똑같은 승부의 결과 중 하나
일 뿐입니다. 따라서 빅은 승이나 패와 똑같은 대접만 받
으면 충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기는 것을 화국(和局)
이라 부르며 승리나 패배보다 더 귀한 무엇인 양 대하는
태도의 이면에는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짐짓 깔보는 천박
한 엄숙주의, 순수주의가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언짢습니
다. 이기려는 마음을 깔본다면 그것은 이기기 위해 두는
바둑 그 자체를 모욕하는 것입니다."

"빅이 승이나 패와 마찬가지로 승부의 결과 중 하나일 뿐
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한 가지 묻자꾸나. 이기
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냐?"

"이기기 위해서요? 갈고 닦은 기술, 투지와 집중력, 자제
력……"

"이기기 위해서는 이길 상대가 필요하다."

제자가 침묵했다. 스승이 담담하게 말했다.

"상대가 있어야 계속 이기려 할 수 있지 않느냐. 화국이
칭송 받는 것은, 우리가 이기려는 마음을 마음껏 펼쳐 보
여도 바둑판 너머에 있는 또다른 우리를 멸종시키지는 않
을 거라는 확신을 그것이 주기 때문이다. 화국은 바둑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을 보장한다." - 화국에 대한 어느
스승과 제자의 대화 中.

이영도 소설 피마새 마지막 챕터가 생각나네요. 역사적으로 보면 냉전 시대에도 그랬고 갈등이 쌓이게 두면 정말 큰거 한방이 올수 있는데 어떤 미래가 올지 궁금하네요
24/02/21 11:51
수정 아이콘
저도 우리나라는 이러다가 한번 시스템이 파괴되는걸 경험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
사람되고싶다
24/02/21 11:58
수정 아이콘
역설적으로 시스템이 너무나 잘 작동하다보니 오히려 그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잘 안드는 것 같습니다. 가끔 금가고 망가져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고 신뢰한다고나 할까.
파괴된다면 파괴되는 시스템이 그나마 덜 치명적인 것이길 바랄 수밖에요.
24/02/21 12:38
수정 아이콘
모든 일을 사람이나 집단의 선악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갈등이 있는 건 악, 갈등이 없는 건 선, 나랑 다른 건 악, 나랑 같은 건 선이라고 생각하는 조선식 유교 문화 탓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런 사회질서가 유지되려면 변화도 없고 다양성도 없어야 하는데(그것때문에 상공업을 천시하고 탄압한 거라고 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죠. 지난 몇십년 동안은 미친 고도성장으로 돈뽕에 달달하게 취해서, 개념과 현실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죠. 그러다 이제 뒤떨어진 개념이 미쳐돌아가는 (정확히는 그런 것처럼 보이는) 현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절망과 공포가 사람들을 덮치고 있는 상황... 이라고 저는 봅니다.
24/02/21 13: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어떻게보면 평화가 지속되어 소위 '배부른 소리'들이 많아지기도 했죠. 그걸 하나씩 따지고보면 다 맞말이고 대의가 될수있지만 그게 부딪히면 파편화가 되고 서로에 대한 무한 혐오의 연쇄고리가 되어 불신과 혐오의 사회가 되는것이고 그게 임계점을 넘으면 말씀하시는 공멸의 결과가 나오겠죠. 저는 개돼지니 뭐니 소리들어도 먹고사니즘만 얼추 해결되면 그 이후부터는 좀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도 인간 대우도 안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동반하는 등 어지간히 막장 수준이 아닌한 우리나라 정도 시스템이면 좀 공리주의적으로 희생포지션 잡히더라도 감내할부분은 감내해야 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공멸보다는 나은선택지니까요.
João de Deus
24/02/21 13:54
수정 아이콘
시스템의 문제점과 모순을 최대한 보완하는 대신, 역으로 속도를 높여 모순을 극대화해 시스템을 통째로 붕괴시키는...

오늘날 한국을 보면 가속주의를 실험하는 거대한 장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농담이 스쳐가네요
24/02/21 14:16
수정 아이콘
정부가 한번 책임지고 나서야 되는데, 양쪽 할거없이 폭탄돌리기만 하고 있죠.
국민연금, 건보료, 부동산등 언제가 터지겠지만 나만 아니면돼~
안군시대
24/02/21 15:31
수정 아이콘
민주주의의 가장 큰 맹점이라 봅니다.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표 떨어지는) 정책은 당위성이 있을지라도 시행하기가 어렵죠.
소독용 에탄올
24/02/21 14:30
수정 아이콘
정치가 갈등을 대표해야 관리가 될건데 한국에선 정치가 중요한 갈등을 대표하지 않아 왔습니다.

소수자 대표성이 떨어지는 제도, 권위주의의 유산, 반공, 성장만능주의 같은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갈등이 조정될 만큼 대표될수가 없죠....
아프락사스
24/02/21 16:19
수정 아이콘
문명인은 무례한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에 야만인보다 무례하다

헛소리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974 [정치] 독립기념관 이사에 낙성대경제연구소장 임명 [43] 빼사스8633 24/02/21 8633 0
100973 [정치] 더불어민주당이 대전 유성 을에 허태정 전 시장이 아니라 황정아 박사를 공천했습니다. [209] 계층방정14523 24/02/21 14523 0
100971 [정치] 어쩌면 우리 사회는 한 번 공멸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29] 사람되고싶다9544 24/02/21 9544 0
100970 [일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심상치가 않네요 [54] 아우구스티너헬12263 24/02/21 12263 1
100969 [정치] 미국과 일본의 의사 연봉 [41] 경계인11879 24/02/21 11879 0
100968 [정치] 당장 내년에 필수의료는 누가 지망할까요? [196] lexial11170 24/02/21 11170 0
100966 [정치] 문재인이 '이재명 사당화'를 주장하는 이낙연 지지자의 트윗에 '좋아요'를 눌렀네요. [87] 홍철12830 24/02/20 12830 0
100965 [정치] 약배송 허용과 관련한 약사법 개정안 이슈 [40] lightstone8439 24/02/20 8439 0
100963 [정치] 퇴사한 전공의를 의료법위반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 [188] 45616518 24/02/20 16518 0
100959 [정치] 이낙연, 개혁신당과 합당 11일만에 철회…"새미래로 복귀" (+이준석 반응 추가) [227] Davi4ever20266 24/02/20 20266 0
100958 [정치] 우리나라가 살려면 일반의(GP)를 타격해야한다 [351] 림림18653 24/02/20 18653 0
100957 [정치] 의사들이 증원얘기만 하는 이유.jpg [121] 빵떡유나15288 24/02/19 15288 2
100955 [일반] 불법이 관행이 된 사회 [67] lightstone10470 24/02/19 10470 12
100952 [정치]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왜 뚫렸을까? [29] 隱患7985 24/02/19 7985 0
100949 [일반] 일본의 스포츠 노래들(야구편) [3] 라쇼8678 24/02/19 8678 2
100948 [일반] 아시아의 모 반도국, 드라마 수출 세계 3위 달성! [18] 사람되고싶다11112 24/02/19 11112 12
100947 [정치] 복지부가 의대 2천명 증원의 근거를 제시했는데, 근거가 없습니다? [197] 여수낮바다17267 24/02/19 17267 0
100946 [정치] R&D 예산 삭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06] HolyH2O8562 24/02/19 8562 0
100945 [일반] [웹소설] 당문전 추천 [57] 데갠7514 24/02/19 7514 3
100944 [정치] 정부 "공공의대·지역의사제 국회 심의과정 지원할 것" [44] 사브리자나10805 24/02/19 10805 0
100943 [정치] 이재명 "의대 정원 확대는 정치쇼…비상대책기구 만들어 의협과 논의" [117] 홍철14202 24/02/19 14202 0
100942 [정치] 내분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개혁신당 오늘의 근황 [70] 매번같은11252 24/02/19 11252 0
100941 [일반] 일본과 미국에서의 일반의약품 및 원격진료 경험담 [33] 경계인8204 24/02/19 8204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