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사가 되는 과정은 어렵기는 하다
94학번
80만 가까이 되는 수능 전체 응시자 중 2200등 정도 한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등급 이런 거 없었고 점수 합산으로 그냥 등수가 나왔다)
나름 공부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지만
의대 공부는 중간을 따라가기도 벅찼다
양이 많고 시험을 자주 친다는 거 말고 가장 힘든 점은
본과부터는 한 학기에 배우는 10-20가지 과목 중 하나만 F가 떠도 유급을 당하고 전 과목을 다시 수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급이 되면 졸업도 1년 늦어지고 함께 입학한 친구들과도 이별이다. 학년도 다르고 수업도 같이 못듣는다
운 없는 어떤 친구는 해부학에서 F를 받고 유급을 했는데 다음해에는 생리학 한과목에서 fail을 해서 또 유급을 해서 끝내 졸업을 못하는 것도 봤다
이렇게 해서
입학할때 150명 정도 되는 동기 중에 함께 졸업한 같은 학번 친구들은 70여명 정도였다
의사들의 국시 합격률이 높은 이유가 있다
그럴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리 걸러진다

2> 파업에 참여하는 젊은 의사들
대부분 나보다 더 어려운 입결을 뚫고 이제 막 면허를 딴 어린 후배들
갑작스런 정원 증가에 대해
선배들은 강건너 불구경하는 기분이지만
그들은 자신의 몸에 불덩이가 떨어질거라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업 활동중인 11만 명 중
1만 명이 안되는 그 인원들이
대학병원이라고 부르는 대형 병원들이 필요한 의사 노동력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그들이 멈추면
대한민국의 어떤 대학병원도 돌아갈 수가 없다

3> 정부는 왜 이 시기에 정책을 내어놓았을까
아마 총선 때문이겠지..
그런데 시기가 좋지만은 않다
2월말이 되면
대학병원 기능의 30% 정도를 담담하는 전임의(펠로우)들의 계약 기간도 끝난다
연장할 사람들도 그만두고 떠날 것이며
새로 들어오기로 한 전임의 전동의들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계약을 안한다고, 지원을 안한다고 처벌할 근거는 없다
교수님들만으로 돌아가는 진료... 평소의 10%-20% 정도라도 해낼 수 있을까...

4>
대부분 국민들이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 의사들은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
2000명이 증원이 되든 말든
그들은 15년 가량은 현재 상태로 각자도생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그나마 가성비로와 스피드로는 세계 수위권이라 자랑하던 우리 의료 체계는 점점 망가질 것이다
코로나때 전담 병원 최일선에서 응원받던 내과 전문의로서
내가 7-80대가 되어 병들게 되면 한국인 내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두렵다

넷상에서 이렇게 시끄러워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며
이미 망가져버린 의료 체계는 파국으로 갈 것이다
출산율, 지방소멸 문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