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3/07 00:42:57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375555912
Subject [일반] 사랑하고, 사랑해야할, 사랑받지 못하는 <가여운 것들> (약스포!)
<프랑켄슈타인> + <그녀> + <레미제라블> + <블레이드 러너> = ?
감독들에게는 일종의 수식어들이 붙죠. 최근 개봉작을 예시로 들자면 가족영화 장인 폴 킹(<웡카>), 떠오르는 비주얼리스트 드니 빌뇌브(<듄>), 오컬트 외길 장재현 감독(<파묘>) 등등. 근데 '요르고스 란티모스' 라는 이름에는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말 그대로, '종잡을 수 없음'을 붙여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기괴한 상상력과 대조되는 냉정한 시선, 묘하게 비틀려있는 세계관과 인물이라는 측면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이야기는 대체로 부조리하고, 또 기묘하며, 기괴하기도 합니다.

신작, <가여운 것들>은 SF로 시작합니다. 어른의 몸에 들어간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독특한 건, 그 아이가 원래 몸의 딸이 될 존재였다는 점이겠죠. 이 영화에서 하나의 존재는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SF인 척 하지만, 종교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대놓고, 창조주의 이름은 '갓윈' 벡스터죠.) 현실과 이상에 대한 철학적 화두이기도 하구요, 또 사랑의 정의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고,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끝에는 결국 '가짜 말'을 단 마차를 타고 떠났다가 '진짜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돌아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묘하게 <블레이드 러너>의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구요. 기억과 의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요. 둘 중에 어느 쪽이 인격을 구성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마지막 영화의 변화구도 그런 맥락에서 읽히는 느낌이기도 했구요.

영화는 사랑, 세계, 그리고 자신을 차례대로 배워나가는 방식으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초반부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그녀>의 엔딩이 떠올랐어요. 모든 관습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기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시작해, 도피 내지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을 통해 세계와 철학에 대해 이해하고 마지막으로 원래의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는 방식으로 영화는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 이야기가 <보 이즈 어프레이드> 류의 개인적, 심리적 여행으로 읽히기도 하고, <레미제라블> 같은 사회 고발물로 읽히기도 하고, 또 종교에 대한 이야기로(본인이 본인의 자식인 존재) 읽히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층위에서 읽힐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이 부분을 직접 설명하기는 굉장히 까다롭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채로 시작했다가 모든 관습으로부터 해방되는 성격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는 강렬한 해방에 대한 서사로 읽히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 중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 대체로 외부인에 가깝다는 것도 그 맥락에서 읽힙니다. 갓윈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고, 해리는 흑인이며, 맥스는 이방인(으로 보입니다.)이며, 주인공 곁에 남는 인물들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저는 솔직히 아직 이 이야기를 어떻게 요약해서 전해야할지, 어떤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또 굉장히 과격한 표현이 두드러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만, 만약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또, 부조리한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를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orschach
24/03/07 10:1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아카데미 시즌 개봉작들 중에서 제일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기대했던 정도에 미치진 못했습니다.
장점은 배우들의 미친 연기와, 환상적인 미술이었고, 단점은 '그래서 뭐?'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는겁니다...
똑같이 미친(?) 영화 같지만 감독의 전작 중 <더 랍스터>는 기괴하면서도 신기하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본 작품은 기괴함만 남아버린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미술이 너무 이쁘니 가능하면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하고, 엠마 스톤 좋아하셔도 그냥 극장으로 향하시면 될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aDayInTheLife
24/03/07 10:25
수정 아이콘
막 되게 충격적으로 좋고 그런 영화는 아니긴 했습니다. 다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꿰어놓았다는 생각은 많이 들더라구요. 다층적인 이야기를 짜맞추는 재미와 독한 개그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전에 봤던 킬링 디어가 훨씬 파괴력 있긴 했네요 크크.
24/03/07 13:43
수정 아이콘
결말에 대한 의문은 원작도 마찬가지이더군요.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긴 하는데, 결론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로 귀결됩니다. 아마 작가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정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발간한 느낌이 좀 드는데, 그 부분이 좀 아쉽긴 하더라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22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1. 들어가며 [7] meson8152 24/03/10 8152 18
101121 [일반] 요즘 알트코인 현황 [38] VvVvV14632 24/03/10 14632 0
101119 [일반] '소년만화' [14] 노래하는몽상가8671 24/03/09 8671 10
101118 [일반] 에스파 '드라마'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 [10] 메존일각6766 24/03/09 6766 6
101117 [일반] 책 소개 : 빨대사회 [14] 맥스훼인7473 24/03/09 7473 6
101114 [일반] 드래곤볼의 시대를 살다 [10] 빵pro점쟁이7050 24/03/09 7050 22
101113 [일반] <패스트 라이브즈> - 교차하는 삶의 궤적, 우리의 '패스트 라이브즈' [16] aDayInTheLife7286 24/03/09 7286 4
101112 [일반] 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36] 네?!11075 24/03/09 11075 9
101111 [정치] 정부, 다음주부터 20개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152] 시린비14712 24/03/08 14712 0
101109 [정치] 요 며칠간 쏟아진 국힘 의원들의 망언 퍼레이드 및 기타 등.. [118] 아롱이다롱이14315 24/03/08 14315 0
101108 [정치] 역사교과서 손대나... 검정결과 발표, 총선 뒤로 돌연 연기 [22] 매번같은10578 24/03/08 10578 0
101107 [정치] 개혁신당 이스포츠 토토 추진 공약 [26] 종말메이커9160 24/03/08 9160 0
101106 [일반] 이코노미스트 glass ceiling index 부동의 꼴찌는? [53] 휵스9937 24/03/08 9937 2
101105 [일반]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후배들이 보내는 추도사 [22] 及時雨11600 24/03/08 11600 14
101103 [일반]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별세 [201] 及時雨14892 24/03/08 14892 9
101102 [정치] [정정] 박성재 법무장관 "이종섭, 공적 업무 감안해 출금 해제 논의" [124] 철판닭갈비13107 24/03/08 13107 0
101100 [일반] 비트코인 - 집단적 공익과 개인적 이익이 충돌한다면? [13] lexial7776 24/03/08 7776 2
101099 [정치] 의협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라고 지시한 내부 폭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52] 체크카드14786 24/03/08 14786 0
101098 [일반] [내일은 금요일]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진다.(자작글) [5] 판을흔들어라5868 24/03/07 5868 3
101097 [일반] 유튜브 알고리즘은 과연 나의 성향만 대변하는 것일까? [43] 깐부7471 24/03/07 7471 2
101096 [일반] 의사 이야기 [34] 공기청정기10630 24/03/07 10630 4
101095 [일반]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4) 시흥의 여섯째 딸, 광명 [8] 계층방정25431 24/03/07 25431 9
101094 [정치] 대한민국 공공분야의 만악의 근원 - 민원 [167] VictoryFood15405 24/03/07 1540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