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4/07 02:07:49
Name meson
Link #1 https://cafe.naver.com/bloodbird/74962
Subject [일반]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나늬의 의미
※ 고이(考異): 다른 것[異]을 고찰함[考]. 차이점을 살펴 비교함. 상이한 것을 변증함. 옛 주석가들의 문투를 빌리기 위하여 편의상 평어체로 작성된 글입니다.

『눈마새』 4책본 권 4에서, 348면에 이르면, 어디에도 없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은 나늬임이 밝혀진다. 이토록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갑작스럽게 부상하는 '나늬'라는 존재의 진의(眞意)에 대해 일찍이 많은 독자들이 말을 얹었다.


첫째로, '나늬 연결자설'이 있다.

운 모[1]가 말하였다. “인간에게 내려진 선물은,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발전해 가는 능력이다.”

이 주장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오직 바람만이 “자신을 죽이는 자를 죽음에서 다시 살려내며, 모든 이보다 낮은 자를 위로 떠오르게 하며, 발자국 없는 자의 발자국을 추적할”[2] 수 있다. 물과 불과 땅을 연결하는 것은 바람이다. 인간의 신은 제신들을 이어 준다.[3]
 
나가는 추위에 막히고, 레콘은 물에 막히고, 도깨비는 피에 막힌다. 그러나 인간은 어디에나 갈 수 있다.​[4] '못 가는 곳이 없는' 인간만이 네 종족을 아우르며,[5] 다른 종족을 이해하고,[6] 네 종족들 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나늬는 연결의 매개이다.​[7] 나늬는 각 종족마다 자매인 보늬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모든 종족과 교류할 수 있다.[8] 데오늬는 2차 대확장 전쟁 직후 시모그라쥬 대사가 된다. 대사는 외교관이며,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고 사이를 연결하는 자이다.[10] 북부와 남부가 뒤섞여 교류하는 시모그라쥬에서 데오늬는 연결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나늬를 따라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반목이 사라진다.[9] 네 선민 종족을 묶어내고 화합시키는 것이 인간임을 나늬는 보여준다.[11]
이에 대하여 본다.

생각건대 이것이 나늬가 뜻하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찌 나늬에게 이러한 의미가 전혀 없다고 하겠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의심을 그대로 전한다[疑以傳疑].

[1] 운차이(oce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5342
[2]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204쪽.
[3] 벌쳐와(jar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449
[4] 수잔(suz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185
[5] jhgmms(jhgm****)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194
[6] kimjh008(kimj****)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108
[7] 방랑시인(qlsd****)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24321
[8] 내생일은3월(ptg0****)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3307
[9] 시로(dark****)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5342
[10] 슥삭삭(tes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5620
[11] 태위(roll****)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24321



둘째로, '나늬 기다림설'이 있다.

달 모[1]가 말하였다. “기다림이 나늬이고, 소망이 보늬이다.”

이 주장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여름이 좋아했던 꽃은 원추리이다. 데오늬가 화관으로 만들어 쓰고 다녔던 꽃도 원추리이다. 그리고 원추리의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다.
 
제왕병자는 인간 중에서만 출현했고, 제왕병자를 따르는 사람도 인간 중에서만 출현했다. 오직 인간만이 왕을 애타게 기다렸다. 케이건 역시, 천여 년 동안이나 '눈물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을 기다렸다. 괄하이드 또한, 데오늬를 보며 다가올 미래를 기다렸다.[2] '기다림'은 유독 인간에게서 두드러진다.
 
소망이 있기에, 그것을 위해 기다릴 수 있다. 소망은 기다림의 언니이다. 나늬가 기다림이라면, 보늬는 소망이다. 실제로 소망은 모든 종족에게 있다.
이에 대하여 본다.

생각건대 '기다리는 마음'이 신의 선물이라면, 숙원을 위해 하늘치를 기다린 티나한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가. 지금 이 설을 취하지 않는다[不取].

[1] 달리는(blue****)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2800
[2] 『눈물을 마시는 새』 3권 13쪽.



셋째로, '나늬 변화설'이 있다.

즈 모[1]가 말하였다. “나늬는 모든 종족들을 따라오게 하며, 그들을 ‘변화’로 이끈다.”

이 주장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지수화풍(地水火風) 중 바람은 운동성을 본성으로 하고, 증장(增長)의 역할을 맡는다. 움직임을 주어 끌어당기고, 증가시켜 왕성하게 한다. 곧 바람은 다른 요소들을 끌어당겨 물체의 속성을 변화시키는 원소이다. 어디에도 없는 신이 세상의 변화와 정체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은 뚜렷한 약점이 없기에 어디든 갈 수 있다.[2] 그러나 인간 역시 물에 빠지면 죽고, 피가 많이 나면 죽으며, 너무 춥거나 너무 더워도 죽는다. 결국 인간이 실제로 가진 것은 환경에 맞추어 적응하는 힘이다.[3] 그리고 적응력이란 자신과 주변을 공히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인간에게서는 종족적 공통점보다는 개인의 특색이 더 강조된다.[4] 또한 인간들은 정체(停滯)를 싫어한다. 시대를 뒤집으려는 제왕병자는 인간 중에서만 나타난다.[5] '왕을 찾아 헤매는' 종족 역시 인간뿐이다.[6]
 
누구나 이름이 있지만, 나가만이 신명을 받는다. 누구나 무기가 있지만, 레콘만이 별철 무기를 받는다. 누구나 불을 피울 수 있지만, 도깨비만이 허공에서 불을 일으킨다. 제신들의 선물은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주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더욱 특별한 형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7] 인간이 받은 선물이 나늬라면, 인간은 나늬로 인하여 특정한 속성을 더욱 강하게 발휘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인간에게서 두드러지는 그 속성은 바로 '변화'이다.
 
나늬가 모든 종족의 눈에 아름답게 보였다면, 나늬는 모든 종족을 '변화시킨' 것이다.[8] 나늬가 모든 이들을 따라오게 할 때, 나늬는 모든 이들을 '변화시킨' 것이다.[9] 여름은 키탈저 사냥꾼들을 변화시켰고 또 케이건을 변화시켰다. 데오늬는 북부군을 변화시켰고, 대나무 군단을 변화시켰고, 나가 살육신마저 변화시켰다. 나늬와 함께했던 모든 이들은 '변화'했다.
이에 대하여 본다.

생각건대 이것이 나늬가 뜻하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찌 나늬에게 이러한 의미가 전혀 없다고 하겠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의심을 그대로 전한다.

[1] 즈믄누리성주(jis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5537
[2] 다굴이닷(dark****)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2429
[3] 진양(reds****)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2429
[4] 히이라(aino****)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6350
[5] 무스타파(kyj7****)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28906
[6] 그린 드래곤(kims****)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6350
[7] 슥삭삭(tes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6615
[8] 아이솔러스(wkdd****)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5537
[9] 크리건(kree****)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5342



넷째로, '나늬 사랑설'이 있다.

슥 모[1]가 말하였다. “나늬는 ‘다름을 긍정할 수 있는’ 열쇠, 곧 사랑이다.”

이 주장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다른 존재와 마주해야 한다. 그런 다름을 증오로만 대하지 않기 위해, 신의 선물인 나늬가 필요하다. 나늬는 '다름을 긍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나늬는 모든 선민 종족에게 공히 '아름답게' 보인다. 아름답게 본다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존재들도 나늬에 대해서만큼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이해와 사랑의 단초가 된다. 나늬가 있기에 사랑을 할 수 있다.[2]
 
케이건은 여름의 죽음 이후로 자신 안에 있던 '다름을 긍정하는 능력'이 사라졌다고 여겼다. 그러나 데오늬를 알게 되면서, '다름을 긍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신의 선물이 여전히 세상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늬는 한없이 실망하고 분노할 때조차 인간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사랑하고 또 사랑받으려고 하는 본성을 상징한다.[3]
 
데오늬는 아무리 넘어질지라도 계속해서 달린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방해나 실패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데오늬는 독특한 말투를 가졌다. 과정이 통째로 생략된 결론만이 상대방에게 바로 전달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감정은 이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쌓여가지만, 상대방에게 고백하는 순간 그것은 갑작스러운 통고가 된다. 데오늬의 성격은 사랑의 속성을 닮았다.
 
데오늬는 2차 대확장 전쟁 직후 시모그라쥬 대사가 된다. 북부와 남부가 서로 뒤섞이게 된 곳 시모그라쥬에서 데오늬는 선민 종족들이 서로의 다름을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은 사랑과 이해를 통할 때 가능하다.
논박도 또한 전해져 온다.

부 모[4]가 말하였다. “그토록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네 선민 종족들은 모두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슈 모[5]가 말하였다. “나늬가 ‘사랑’이라면, 모든 종족이 공유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만 준 선물이 아니게 된다.”

이에 대하여 본다.

생각건대 모든 선민 종족에게 사랑의 감정이 있다고 해도, 인간의 사랑이 유독 가장 절실하고 끈질긴 것이라면, '사랑'이 나늬의 의미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늬가 “모든 종족들을 따라오게”[6] 만드는 존재라고 말할 때, 그 이유를 선민 종족들이 사랑을 희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나늬의 무엇이 '인간의 사랑'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의심을 그대로 전한다.

[1] 슥삭삭(tes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5620
[2] 정신억압(just****)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0071
[3] 지드(jlon****) https://cafe.naver.com/bloodbird/42420
[4] 부여(gkse****)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2387
[5] 슈에이(bad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2387
[6]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348쪽.



다섯째로, '나늬 지도자설'이 있다.

언 모[1]가 말하였다. “나늬는 모든 종족이 자신을 따라오게 한다. 곧 ‘지도자적 자질을 지닌 존재’의 상징이다.”

이 주장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나가가 심장을 적출하고, 레콘이 숙원을 추구하고, 도깨비가 불을 다룬다면, 인간은 '왕을 찾아 헤매는' 종족이다. 왕이 생기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전쟁이 발생한다.[2] 그러나 인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왕을 원한다. “성주, 영주, 마립간, 추장, 족장”[3]처럼 타인을 지배하고 이끄는 사람들은 이미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을 원한다. 그들이 원하는 왕은 단순히 '강력한 지배자'라기보다는, 당대의 상황을 타개해 줄 '구원자'일 것이다.​[4]
 
인간들의 집단은 다른 어떤 종족의 그것보다 정치적이다. 레콘은 집단을 이루지 않는다. 도깨비들에게는 한 명의 성주만이 존재한다. 나가의 도시에서는 가주들의 회의를 통해 간단히 처리될 수 있는 것 이상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5] 그러나 인간의 사회는 수많은 지배자들로 가득하다. 인간에게 절실히 필요한 선물이 있다면, 그것은 '지도자적 자질을 가진 존재'이다. 인간의 유별난 사회성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이 있다면, 그것은 지도자이다.[6]
 
케이건이 말하는 왕은 눈물을 마시는 새이며, 희생양이고, 뿌리와 줄기와 가지가 힘을 합쳐 단풍으로 만든 잎이다. 그러나 눈물을 마시는 새는 수명이 짧다. 그리고 새가 죽고 나면, 사람들은 계속 눈물을 흘리며 다시금 희생양을 찾는다. 결국 인간의 문제는 희생양이 없는 데에 있지 않고, 눈물이 흐르는 데에 있다. 케이건의 제왕론은 미봉책이다.[7] 그리고 나가의 멸망을 막은 것은 눈물을 마시고자 한 사모가 아니라, 심장탑으로 달려오던 데오늬였다.
 
나늬에게는 '모두를 이끄는 힘'이 있다.[8] 여름은 모든 키탈저 사냥꾼들이 자신을 딸로 인정하게 했다. 은연중에 여름을 따라가게 된 그들은, 3대가 지나도록 사냥하지 못했던 별비를 마침내 잡았다. 데오늬는 대나무 군단의 모든 나가들이 자신을 무해한 존재로 인정하게 했다. 은연중에 데오늬를 따라가게 된 그들은, 나가 살육신의 대선풍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늬는 문제를 미봉하는 대신 모두를 이끌고 문제를 해결한다. 물론 그들은 우두머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들이 바라는 '구원자'의 자질은, 혹은 집단에게 필요한 '지도자'의 자질은 바로 이러한 것을 가리킨다.
논박도 또한 전해져 온다.

푸 모[9]가 말하였다. “신의 선물은 단지 ‘선물’이다. 반드시 종족의 정수를 담지는 않는다. 나늬가 반드시 인간을 대변하리라는 법은 없다.”
게 모[10]가 말하였다. “별철 무기는 레콘을 대표하지 않는다. 레콘의 특성은 ‘숙원 추구’와 ‘신부 탐색’이며, 무기는 선물일 뿐이다.”
크 모[11]가 말하였다. “신의 선물은 선물을 받은 종족에게만 주어진다. 다른 종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의 선물이 아니다.”

이에 대하여 본다.

생각건대 나늬가 '지도자의 자질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라면, 영웅왕은 나늬가 되며, 즈믄누리의 성주도 나늬가 되고, 칸비야도 나늬가 된다. 반드시 여성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와전된 소문이었다고 치부하더라도, 반드시 인간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 지금 이 설을 취하지 않는다.

[1] 언니바버(bblu****)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194
[2] 『눈물을 마시는 새』 1권 472쪽.
[3] 『눈물을 마시는 새』 1권 429쪽.
[4] 슈에이(bad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0048
[5] 『눈물을 마시는 새』 3권 464쪽.
[6] magicreda(magi****)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487
[7] 슥삭삭(tes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5620
[8] kimyra(kimy****)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320
[9] puckk79(puck****)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487
[10] 게으른뼈(dang****)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591
[11] crerozer(crer****)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591



여섯째로, '나늬 인도자설'이 있다.

휘 모[1]가 말하였다. “데오늬의 달리기는 모두를 인도하였다. 나늬의 존재가치는 ‘인도’이다.”

이 주장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나늬는 '모든 종족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여성'뿐이다.[2] 그러나 이 나늬는 단지 아름다웠던 것이 아니라, 미모로써 모든 종족들을 따라오게 만든 것이다. 데오늬 역시 그렇다. 그녀는 달리기로 모든 종족들을 따라오게 만들었다. 나늬들은 특별한 것이 전통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특별함으로 모든 종족을 따라오게 만드는 존재이다.[3]
 
나늬의 능력은 무조건적이지도 않고, 무차별적이지도 않다. 데오늬는 거의 모든 순간에 달리기를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녀를 따라오게 되는 것은 대선풍의 앞에서뿐이다. 나늬의 능력은 받아들이는 측에서 필요로 할 때에만 발현된다.[4] 인도자도 마찬가지다. 인도자는 남을 강제로 출발시키지 않는다. 단지 앞장서서 안내를 제공할 뿐이다.
 
사모가 착각할 만큼, 나늬는 왕과 닮았다. 모든 종족을 통합하여 이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5] 하지만 왕이 수직적인 위계에 기반하여 사람들을 이끈다면, 나늬는 수평적인 동의에 기반하여 '능동적으로' 따라오게 한다.​[6] 그렇기에 왕은 네 선민 종족 모두의 왕이지만, 나늬는 인간만의 나늬이다.
이에 대하여 본다.

생각건대 이것이 나늬가 뜻하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찌 나늬에게 이러한 의미가 전혀 없다고 하겠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의심을 그대로 전한다.

[1] 휘프(cjyh****)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7684
[2] 이파리(stri****) https://cafe.naver.com/bloodbird/74140
[3] 사에드(tbsk****)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7743
[4] 마루누리(socc****)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937
[5] 암흑공수(a286****)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6585
[6] 데오늬달비(keyd****) https://cafe.naver.com/bloodbird/66260



일곱째로, '나늬 반려자설'이 있다.

김 모[1]가 말하였다. “나늬는 특정인이 아니라, 인간들이 저마다 갖는 ‘반려자’를 뜻한다.”

이 주장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신의 선물은 다른 종족에게는 쓸모가 없다. 그러나 나늬가 '모든 종족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한 명의 인간이라면, 나늬는 인간만의 고유한 혜택일 수 없다. 또한 나늬가 특정한 한 인간이라면, 평생 나늬를 만나지 못하는 인간이 너무 많아진다. 절대다수가 그 매력을 누리지 못한다면, 나늬의 존재가치가 지나치게 미약하다.[2]
 
나가에게는 아버지가 없고, 따라서 반려도 없다. 레콘은 일부다처제이거나, 혹은 숙원을 목적으로 살아간다. 도깨비에게도, '인간과 같은 개념으로서의' 반려자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오로지 인간만이 사랑과 유대를 기반으로 한 반려자를 원하고, 또 반려자를 갖는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나가의 냉철한 이성도, 불사의 육체도 없다. 레콘의 강력한 힘도, 불굴의 의지도 없다. 도깨비의 화려한 불꽃도, 긍정의 정신도 없다. 정신도 육체도 완전하지 않기에, 인간은 '반려자'와 결합함으로써 비로소 불완전성을 극복한다.
 
나늬는 '시대마다 한 명씩 있는 인간 여자이며, 모든 선민 종족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존재이다'라고 일컬어진다. 이 말은 '각각의 인간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반려자는 그 순간 오로지 한 명이며,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은 모든 선민 종족에게 아름답게 보인다'라고 읽어야 한다. 만일 나늬가 특정인이라면, 케이건의 아내 여름은 나늬였으므로, 나가들이 그 매력에 휩쓸려 그녀를 죽일 수 없어야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나늬의 아름다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모든 인간이 반려자에 대해 가지는 상대적인 아름다움이다.
 
광선세계의 그리미가 데오늬를 두고 “이 시간의 나늬”[3]라고 말한 것은, 나늬가 시대마다 단 한 명 존재하는 특정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 시대에 케이건이 '반려로써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 데오늬라는 뜻이라고 읽어야 한다. 나늬가 케이건의 증오만을 해소시켜 주는 특정인이라면, 너무나 좁은 해석이다. 나늬가 인간 일반의 증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이어야 소설의 주제와 어울린다. 그렇다면 나늬가 대변하는 것은 ‘반려자’가 되어야 한다.
 
나늬가 '무한한 애정을 주고 함께 사랑을 공유하는 존재'라면, 보늬 또한 그렇다. 나늬가 아내라면, 보늬는 어머니이다. 아내가 되면 어머니가 될 수 있다. 어머니가 되었다면 아내가 된 것이다. 아내와 어머니는 서로 닮은꼴이다. 그래서 둘은 자매이다. 나늬는 '나눈 이'의 준말일 것이다.[4] 보늬 역시 '보는 이'의 준말일 것이다.[5] 보늬는 네 종족 모두에서 태어난다. 네 선민 종족에서 공히, 어머니는 아이에게 애정을 주고 사랑을 공유한다. 카린돌과 보늬 당주는 모두 ‘어머니’이다. 그리미 역시 어머니가 될 수 있기에, “내가 보늬인 것도 이상할 것이 없지”[6]라고 말한다.
논박도 또한 전해져 온다.

태 모[7]가 말하였다. “나늬가 반려자라면, 데오늬가 ‘달리기로 모든 종족들을 따라오게 만든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태 모가 또 말하였다. “『눈마새』에서 반려관을 파악할 수 있는 종족은 나가와 인간뿐이다. ‘나가에게는 반려가 없다’라고는 할 수 있어도, 어찌 ‘인간에게만 반려가 있다’라고 하겠는가?”

이에 대하여 본다.

생각건대 나늬는 특별한 것이 전통이며, 모든 종족들을 따라오게 만든다. 특별한 것이야 '각자의 반려에 대해서만 특별하다'라고 읽을 수 있어도, 어찌 각 인간들의 모든 반려자가 공히 '모든 종족들을 따라오게 만든다'고 하겠는가? 굳이 『피마새』에서 도깨비의 혼례 방식[8]과 반려관[9]에 대해 들추어보지 않더라도, 논박에 이미 정합성이 있다. 지금 이 설을 취하지 않는다.

[1] 김토끼(bitr****) https://cafe.naver.com/bloodbird/42420
[2] aclopos(aclo****)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761
[3]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348쪽.
[4] 이미현(algu****)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213
[5] 사모페이(jmi8****)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58
[6]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348쪽.
[7] 태위(roll****)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2800
[8] 『피를 마시는 새』 1권 152쪽.
[9] 『피를 마시는 새』 2권 101쪽.



여덟째로, '나늬 소녀설'이 있다.

데 모[1]가 말하였다. “나늬는 인간 소녀이다. 나늬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도록 한다.”

그 주장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자식을 낳고, 기르고, 독립시킨다. 출생이 위대한 것은 복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를 계승한 '독립된 인격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넘을 수 없는 한계 너머에서, 부모는 자신의 일부이면서도 동시에 독립되어 있는 자식을 창조해낸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끊임없는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정체된다. 그러나 그의 삶은 자식들을 통해 계속해서 이어진다. 개인으로서는 패배했어도, 부모로서는 승리할 수 있다.
 
다른 종족들은 인간만큼 출산과 독립을 특별한 행위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도깨비들의 성(姓)은 단순히 고향의 이름이며,[2] 대체로 어르신들이 육아에 관여한다.[3] 성인이 된 레콘은 부모와는 남이며,[4] 부모도 장성한 자식에 대해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다.[5] 나가에게는 애초에 아버지가 없고, 자식은 생물학적인 어머니가 아니라 가주의 자식이 된다.[6] 아이를 통해 한계의 너머를 엿보는 것은 다른 종족은 가지지 않는 인간만의 방식이다.
 
나늬는 모든 사람을 따라오게 만든다. 어린 아이에게도 사람들의 눈길을 휘어잡는 힘이 있다. 어떤 아이는 '모든 사람들을' 따라오게 할 수조차 있다. 아이는 어른들이 가지 않은 곳을 넘치는 생명력을 가지고 인도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데오늬는 소녀이며, 아이 같은 발랄한 성격을 가진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 그런 힘은 사라진다.
 
나늬는 인간 여성이라고 일컬어진다. 실제로 여자 아이에게는 남자 아이가 가지지 못하는 재능이 있다. 또 다른 나늬가 될 수 있는, 자기가 아니지만 자기 자신이기도 한 새로운 생명으로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는 재능이다. 그렇기에 나늬에 대비되는 보늬는 바로 어린 아이를 낳은 어머니이다. 보늬와 나늬는 시간이 맺어주는 자매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본다.

생각건대 모든 인간 소녀가 나늬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든 나늬가 인간 소녀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어찌 나늬에게 이러한 의미가 전혀 없다고 하겠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의심을 그대로 전한다.

[1] 데오늬달비(keyd****) https://cafe.naver.com/bloodbird/66260
[2] 『피를 마시는 새』 1권 407쪽.
[3] 『피를 마시는 새』 1권 55쪽; 1권 138쪽; 5권 487쪽; 7권 153쪽.
[4] 『눈물을 마시는 새』 2권 592쪽; 『피를 마시는 새』 1권 492-493쪽.
[5] 『피를 마시는 새』 1권 22쪽.
[6]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116쪽.



논하여 말한다.

나늬는 '어디에도 없는 신'이 '인간'에게만 준 선물이며, '모든 종족'을 따라오게 만드는 존재이다. 전설에 따르면 '모든 종족에게 아름답게 보인' 나늬가 있었다. 데오늬 역시 나늬이다. 여름 또한 아마도 나늬일 것이다.

어쩌면 나늬는 연결의 매개이며, 모든 종족을 화합시킬 수 있다. 혹은 변화의 매개이며, 모든 종족을 변화시킬 수 있다. 혹은 다름을 긍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며, 모든 종족이 사랑하도록 돕는다. 혹은 통합하는 인도자이며, 모든 종족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나늬는 아마도 인간 소녀이다.

나늬는 이들 전부일 수도 있고, 일부일 수도 있으며, 전혀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나늬에 대해 어떤 의미를 승인하는 것은 가능해도, 나늬를 어떤 의미만으로 확정하기는 힘들다. 나늬를 정의하는 일은 통쾌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나늬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늬가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찍이 이 모[*]가 말하였다. “나늬는 ‘인간론’의 총체이다. 겉으로는 왕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왕과는 전혀 다르며, 매우 복잡한 속뜻을 품고 있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말이 매우 옳다.

[*] 이리히(jing****)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5629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4/07 09:17
수정 아이콘
마시는 새 세계관에서 신들의 최종 목적은 자신의 선민종족이 완전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의 선물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수단을 하나씩 준것이라 생각합니다

별철은 물리적 영속이 가능한 재료
도깨비불은 영구적 에너지
신명은 신의 존재증명과 정신적 역량

교통수단에 비교하자면 별철로 만들어서 도깨비불로 연료를 넣고 신명으로 방향을 잡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이 선택이죠 갈까말까
완전해지는 여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선택지를 선택하는 수단적 존재가 나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 결정을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죠

그 결정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여름이 죽고 나가살해신이 생기지 않았을거니까요
호루라기장인
24/04/08 09:26
수정 아이콘
와우.. 15년 넘게 눈마새 피마새를 읽었는데.. 머리가 덜덜 손발이 띵합니다.
화작확통생윤사문
24/04/07 22:08
수정 아이콘
갤럭시ai 요약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나늬의 의미

• 나늬는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로, '관계'를 통해 발전해 가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나늬 연결자설'이 있다.

• 나늬는 '기다림'을 의미하며, 소망이 있기에 기다릴 수 있다는 '나늬 기다림설'이 있다.

• 나늬는 모든 종족들을 따라오게 하며, 그들을 '변화'로 이끈다는 '나늬 변화설'이 있다.

• 나늬는 '다름을 긍정할 수 있는' 열쇠, 곧 사랑이라는 '나늬 사랑설'이 있다.
24/04/07 22:31
수정 아이콘
4개만 요약되는 걸 보니, 4개씩 2편으로 나눠서 올려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261 [일반] 읽을 신문과 기사를 정하는 기준 [10] 오후2시9346 24/04/10 9346 8
101260 [일반] 자동차 전용도로에 승객 내려준 택시기사 징역형 [46] VictoryFood12811 24/04/10 12811 5
101258 [일반]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7) 시흥의 아홉째 딸, 서초 [5] 계층방정22349 24/04/10 22349 7
101256 [일반] [약스포] 기생수: 더 그레이 감상평 [21] Reignwolf7902 24/04/10 7902 2
101255 [일반] 저희 취미는 연기(더빙)입니다. [7] Neuromancer7869 24/04/10 7869 11
101254 [일반] 알리익스프레스발 CPU 대란. 여러분은 무사하십니까 [58] SAS Tony Parker 15140 24/04/10 15140 3
101253 [일반] [뻘소리] 언어에 대한 느낌? [40] 사람되고싶다9138 24/04/09 9138 13
101252 [일반] 삼성 갤럭시 One UI 음성인식 ( Speech to text ) 을 이용한 글쓰기 [44] 겨울삼각형10426 24/04/09 10426 5
101250 [일반] 일식이 진행중입니다.(종료) [11] Dowhatyoucan't11887 24/04/09 11887 0
101249 [일반] 동방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20] Regentag10114 24/04/08 10114 0
101248 [일반] 뉴욕타임스 2.25. 일자 기사 번역(화성탐사 모의 실험) [4] 오후2시10503 24/04/08 10503 5
101247 [일반] 루머: 갤럭시 Z 폴드 FE, 갤럭시 Z 플립 FE 스냅드래곤 7s Gen 2 탑재 [42] SAS Tony Parker 13680 24/04/08 13680 1
101246 [일반] 인류의 미래를 여는 PGR러! [30] 隱患12631 24/04/07 12631 3
101244 [일반]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나늬의 의미 [4] meson10279 24/04/07 10279 1
101243 [일반] 2000년대 이전의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 [54] Story12319 24/04/07 12319 16
101241 [일반] [스포]기생수 더 그레이 간단 후기 [30] Thirsha15218 24/04/06 15218 2
101240 [일반] 웹소설 추천 - 배드 본 블러드 (1부 완결) [10] 냉면냉면11240 24/04/06 11240 5
101239 [일반] 로컬 룰이란게 무섭구나... [119] 공기청정기16538 24/04/06 16538 3
101238 [일반] 슬램덩크 이후 최고의 스포츠 만화-가비지타임 [28] lasd24111847 24/04/06 11847 12
101237 [일반] F-4 팬텀II 전투기는 올해 6월 우리 공군에서 완전히 퇴역합니다 [35] Regentag11994 24/04/06 11994 3
101236 [일반] [방산] 루마니아, 흑표 전차 최대 500대 현찰로 구입가능 [69] 어강됴리15436 24/04/05 15436 5
101234 [일반] 재충전이란 무엇인가 [5] Kaestro10762 24/04/05 10762 8
101232 [일반] 제로음료 한줄평 (주관적) [138] 기도비닉15132 24/04/05 15132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