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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9/25 12:37:17
Name 사과씨
Subject [일반] 평범한 회사의 일상
어느 프로젝트의 킥오프 미팅 현장.
뜬금 없이 TF로 지정되었다는 타 부서 팀장의 메일을 받고 사람들이 꾸역꾸역 대회의실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1. 썰렁한 침묵

2. 정적을 깨는 회의 주최자의 말씀. 세련된 어투이지만 바로 이해가 안되서 해독기를 돌리면 "일단 내가 뭘해야 할 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이 프로젝트가 솔직히 뭔지도 모르겠지만) 일은 해야 한다."고 말함. (난 위에서 시키니까 회의 공지는 했는데 난 잘 모르겠고 잘 모르면 내 일 아니고 알고 싶지도 않으니 누가 좀 총대 매고해 징징).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해보자고 말함. (무슨일인지도 모르는데 힘부터 합쳐야 할 분위기)

3. 스크린에는 뭔가 영어 단어와 알록 달록한 박스가 가득한 파워포인트가 덜렁 떠 있음.

4. 어쨌든 왠지 말 많이 하는 사람이 일을 더 많이 떠맡게 될 스산한 분위기가 조성됨. (싸늘하다.)

5. 일단 정확한 업무 범위는(커녕 과업 목록도 없음) 정의도 안됬지만 말 안하고 있으면 업무량이 혹시 늘어나는게 두려운 개발자가 먼저 선빵을 날림. 이러저러한 조건 하에서만 나는 일을 잘 할 수가 있고 그러려면 사전 투입물이 정의가 되어야 하는데 난 딴 일도 있고 본부장 컨펌도 받아야 되고 어쩌구 저쩌구 블라 블라... (요약. 일시키려면 명확히 할 일을 딱딱 찍어서 시켜...근데 그렇게 시켜도 나 바쁘면 일 못함 수고)

6. 알 수 없는 압박(이대로 가다간 기획 부터 매니지먼트까지 다 떠 맡게 될 것 같은데 C8)에 떠밀린 기획자가 현재의 프로젝트 계획 상황과 관리 양상에 대해서 성토. (아니 뭐라도 프로젝트 계획 초안을 만들어서 리뷰를 해야지 같이 맨땅에 헤딩하자는 거냐... 너넨 아무 생각이 없냐...그냥 사람 모아서 함께 해보아요 하면 장땡이냐...)

7. 회의 주최자는 격렬한 모욕감을 느낌. 일단 발끈함. 본인들이 글로벌한 문장과 감성적인 키워드로 정의한 전략 컨셉 문서를 보여주면서 의도를 설명함.(사내에 돌아다니는 타 프로젝트 서식에 글자만 갈아 끼운 문서라 논리 전개와 화면이 잘 안 맞음) 결국 해당 프로젝트 컨셉과 To do list과의 상관관계는 증명하지 못함.

8. 뭔가 지엽적인 요건에 대해 무의미한 논쟁이 길게 일어남. (무슨 요리 만들어야 하는 지도 결정 안됬는데 접시 무늬에 대해서 한 시간 가량의 토론을 실시)

9. 잘 모르지만 나도 끼어야지 하면서 다른 본부에서 온 험상궂은 손님들이 애매한 요구사항을 또 남발하기 시작함. (다들 알아서 안 듣는 분위기)

10. 혼돈의 카오스

11. 결국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길었던 회의 종료. 다들 먼저 밥 먹으러 간 자기네 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함.

12. 좌절한 회의록 작성자. (적을게 참가자 이름 밖에 없네 C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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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25 12:40
수정 아이콘
회의 주최자가 손놈전사였군요...;;
에헤~ 난장판이다~
사과씨
15/09/25 14:03
수정 아이콘
음 회의 주최자는 손놈이라기 보다는 오염된 노움에 가깝습니다.
15/09/25 14:06
수정 아이콘
죽어서도 데미지를 남길... 덜덜덜...
The HUSE
15/09/25 12:47
수정 아이콘
정상적인 회사군요
사과씨
15/09/25 14:04
수정 아이콘
넹 일반적인 모습이죠 :)
써니는순규순규해
15/09/25 12:52
수정 아이콘
의외로 정상입니다?
사과씨
15/09/25 14:09
수정 아이콘
의외가 아닐수도 흐
15/09/25 13:01
수정 아이콘
에이.. 정말 평범한 회사네요 크크크크
사과씨
15/09/25 14:09
수정 아이콘
네 저는 제목 낚시질을 하지 않습니다. (진지)
종이인간
15/09/25 13:04
수정 아이콘
회사라면 단연 그런거죠 뭐...크크크크크
싸구려신사
15/09/25 13:04
수정 아이콘
12번에서 크크크크
뉴욕커다
15/09/25 13:08
수정 아이콘
어??? 많이 본 장면인데..
15/09/25 13:09
수정 아이콘
9번 역할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뒤로 빠지죠
Je ne sais quoi
15/09/25 13:11
수정 아이콘
회의는 업무에 전혀 도움이 안되죠
사과씨
15/09/25 14:05
수정 아이콘
필요한 회의도 있습니다만 필요할 때는 회의를 하지 않는게 함정이죠.
15/09/25 13:22
수정 아이콘
억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15/09/25 13:22
수정 아이콘
뻘회의야? 나도 끼어야지!!
사과씨
15/09/25 14:06
수정 아이콘
정말 다음 회의 하면 작업자보다 훈장질하는 사람이 더 증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죠 :)
담배피는씨
15/09/25 13:25
수정 아이콘
회의를 하면 할 수록 회의주의자가 되죠..
종이사진
15/09/25 13:40
수정 아이콘
시간 잘 때웠다 크크

점심 먹으러 가야지!
사과씨
15/09/25 14:05
수정 아이콘
업무일지에는 회의 참가라고 쓸수 있어서 일석이조죠 흐흐
15/09/25 13:43
수정 아이콘
역시 마지막줄이 핵심 ...
쪼아저씨
15/09/25 13:57
수정 아이콘
저런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개꿀인데.... (프리랜서 개발자)
사과씨
15/09/25 14:08
수정 아이콘
음 6개월 계약하고 4개월 요구사항 정의하면서 노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일하고 도망가는 사람도 봤음.
쪼아저씨
15/09/25 14:53
수정 아이콘
도망가는건 너무했네요. 분석설계때 꿀빨면 미안해서라도 마지막까지 같이 시궁창 뒹굴어 주는게 예읜데.
간디가
15/09/25 13:59
수정 아이콘
....이게 평범한 거였나요? 크크크크 대학생인데 충격입니다.저게 도대체 뭔 일인지 원....작성자님만 헛수고하셨네요.
사과씨
15/09/25 14:07
수정 아이콘
이 정도는 뭐 사실 빡치는 축에도 못 끼는 상황이라. 뭔가 직장생활의 환상을 미리 깨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허헛.
The xian
15/09/25 14:26
수정 아이콘
모르는 것을 보완해 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자기 자신도 무슨 일인지 파악도 하지 못했으면서 같이 고민해 보자고 사람 끌어들이는 건 물귀신이지요.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런 상황의 고민은 정말로 일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게 아니라 나만 죽기 싫으니 다 같이 죽자는 이야기입니다.

동료가 그러면 다른 동료까지 의욕 저하가 발생할 수 있고, 집단의 리더가 그러면 팀원이나 회사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는 아주 무서운 일이죠.
사과씨
15/09/25 14:38
수정 아이콘
가볍게 쓴 글인데 시안님의 진지한 답글에 갑자기 숙연해지네요 하핳..

사실 프로젝트 초기에 목표와 수행 과업이 디테일 할 수는 없죠. 요구사항 수집하고 중요도 분류하고 구현 타당성 검토하고 하면서 구현목표와 그에 따른 수행 과업 목록이 디테일하게 정의되는 거니까 프로젝트 초기에 약간은 생산적인 헛짓거리 하는 건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마찬가지겠지만 프로젝트에 최적화 된 매트릭스 구조라기 보다는 본부, 사업부, 팀으로 나뉘어진 단위조직들이 인력 파견해서 프로젝트 수행하는 기능 조직 형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수행한다는 개념보다는 그냥 팀 단위로 서로 산출물 주고 받는 개념이 강해요. 그러다보니 프로젝트를 생각하기 보다는 수동적으로 자기(자신의 팀)에게 할당되는 업무량을 소극적으로 체크하는데 집중하죠.

그냥 개인 단위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까지는 뭐... 이해합니다. 하지만 최악은 교통정리를 하고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할 리더가 기본적으로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수행한다는 개념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고 그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하거나 보완을 하면 두 가지 방식으로 응대를 하는데

1. 그렇게 잘 알면 그쪽에서 가져가서 하세요.
2. 꼭 말을해도 그렇게 재수없게 하셔야 하나요?

하지만 저는 이제 다 익숙해졌습니다. 뭐 어떻게든 회사는 굴러가고 일단 티나게 화살받이 해주는 탱커도 가끔은 필요한 존재거든요 후훟.
최종병기캐리어
15/09/25 16:16
수정 아이콘
특히 많은 회사에서 말은 TFT인데 현실은 '주업무는 그대로인데 추가된 업무'가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원래 내가 하던거에 더 포커스를 두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러면 뭐 TFT는 소극적이 되면서 마도구찌맡은 한사람만 죽어나는거죠..
최종병기캐리어
15/09/25 14:56
수정 아이콘
이런 프로젝트의 시작은 대부분이 '윗사람의 즉흥적인 언행'에서 시작하자보니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을리가없죠..
15/09/25 15:59
수정 아이콘
일겅. 프로젝트는 제일 윗사람의 '마음대로' 되기가 일쑤죠.
영혼의공원
15/09/25 14:46
수정 아이콘
머야! 그럼 정상적인 회사에서는 멀 한단 말야?
최종병기캐리어
15/09/25 14:55
수정 아이콘
이런일을 만드는 최고 결정권자 자체가 디테일한 상황파악이나 의견교환 없이 인사이트만으로 '오더'를 내리고 그걸 기획파트들이 일단 뭘 보여줘야한다는 위기감에 '급하게' 준비하기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죠.. 뭐.. 어쩔수없어요.
RedDragon
15/09/25 15:35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12번 된 입장에서 정말 난감합니다.
세인트
15/09/25 15:38
수정 아이콘
절대 비꼬거나 태클걸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정말 달라서 쓰는 건데 리플 쓰다보니 느낌이 이상하게 읽힐 것 같아 서두에 답니다.

전 그런 회의가 부럽네요. 제가 다니는 직장은 회의라는게 없습니다.
회의실은 오로지 비올 때 점심 밖에서 안 먹고 시켜먹을 때 쓰거나
외부 분들 오셨을 때 접대실로 쓰거나
아니면 윗분들의 '일방적 지시' 만으로 끝나는 전달사항을 들으러 갈 때만 쓰입니다.

회의나 아이디어 교환 같은게 전혀 없어요.
직원들의 자율성 창의성 개성 이런 건 정말 눈 씻고 아무짝에도 쓰이지가 않습니다.
그냥 모든 말단 직원들은 윗분들이 시키는 데로만 해야해요.
(물론 그 시키는 것이 자세하진 않습니다. [문제없게 잘 처리해]정도면 정말 모든 업무를 우리가 다 해야되는 그런 구조죠)
그러다보니 회사의 업무 스타일 자체가 정말 이상합니다.
[일을 잘 해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말 안나오게 탈 안나오게 업무를 보는 것]이 모든 업무의 방향성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업무가 아무리 과중해져도 위엣분들은 아랫것들 일을 돕지 않아요. 그냥 밥만 잘 사주면 모든 게 땡
(그래서 배부르고 살빼야하고 속 안좋은데도 지들은 반 공기 먹을 거면서 6명 가면 10인분 시켜놓고
음식 남기면 벌받는다면서 처먹입니다 이건 무슨 군대에서 잔반 쳐먹이는 것도 아니고)
회의라는게 뭔지, 의견개진이 뭔지 평생 모르고 살게 될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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