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1/20 15:06:42
Name Red Key
Subject [일반] 에이, 못 잡겠네, 이거 못 잡아요.
어제 히어로즈를 두편만 볼 것을... 요망한 씬 스틸러 미스터 머글스 때문이리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가면서 후회를 하며 혹시나하며 시계를 조심스레 보았으나 엘리베이터가 타임머신이 아닌 이상 시간이 뒤로 돌아갈 일은 없다. 히로보니까 눈 감고 똥싸는 신음하니까 순간 이동하던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같은 개똥 같은 생각은 낼 모레 30이 되는 성인 남자가 지각이 예상 될 때 하면 증말 쓸때 없는 생각 앙케이트 1위이다.

엘리베이터에 내려 공동 현관앞에 서니 이노무 자동문은 나를 사람으로 안치는지 열리지가 않는다. 뒤로 세 걸음, 다시 앞으로 세 걸음.
그냥 밀거나 땡기는 것으로 할 것이지 전단지 아주머니도 번호 알고 다 들어오드만 이런 걸 설치해서. 갈고 닦은 소양이 부족하여 지각의 이유를 건덕지만 있으면 남탓으로 돌리며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

안녕, 은실아. 지각이니까 빨리 좀 가자. 운전석에 올라타니 본네트 중간을 기점으로 오른쪽이 어제와 달랐다. 뭐야 저거. 늦었는데 그냥 갈까하다가 은실이가 남이가. 하는 생각으로 내려서 확인해보니 본네트가 찌그러졌다.
15초를 입을 벌리고 보았다.
허~하며 입에서 미묘한 감정의 헛웃음이 나왔고, 본네트에 눈을 바싹 가져다 대고 다시 자세히 보았다. 본네트가 움푹 들어가 있었고 간격을 유지한 규칙적인 자국이 보였다.
다시 멀리서 보니 움푹 들어가 찌그러진 모양새가 딱 발모양이었다. 규칙적인 자국은 신발 밑창 흔적이었고. 신발 문수는 한 260~70 될 것 같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 뒤를 돌아 보았다. 당연히 아무도 없지, 등신아. 생각하니 등신은 심했다. 내가 잘못한게 없는데.

마음은 관리실로 당장 올라가 CCTV를 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번에 진급이 누락된 사수 만년 과장 문과장의 히스테리가 걱정이 되었다. 이 표출 될 길 없는 분노와 만년 과장 문과장의 꼬장을 비교해보니 아, 이거 안돼겠네. 일단 출근해야지 싶었다.

원래도 출근 길은 기쁘지가 않다. 그런데 오늘은 만배쯤 더 불쾌하고 기분이 안 좋다. 추적추적 비까지 오니 이건 뭐 안좋은 쪽으로 금상첨화네. 미간엔 4대강 하천 바닥처럼 골이 깊이 패였고, 콧구멍은 평소의 타원형에서 분노의 동그란 상태로 씩씩대며 정문을 통과하려는데 우리 김씨 경비 아저씨가 지각하는 나와 본네트 손괴를 입은 은실이를 잡아 세운다. 내 콧구멍만큼 동그란 눈으로 김씨 아저씨가 본네트가 왜 이러냐며, 이거 알고 있냐고 물어온다. 심적 타격이 더 커졌다.
에~ 느져가 가봐야 됩니더. 하고 가면서 사이드 미러를 보니 김씨 아저씨가 길가는 직원에게 은실이를 가르키며 친절하게 내가 입은 재물손괴 사실을 전파하고 계신듯 하다. 정말 마음이 안 좋다.

주차 후 사무실 입구에 도착하니 동기인 박기사가 나와 있다. 10분 지각이야 하며 작업복 잠바를 건네 주었고 비가 와서 체조도 없었고 만년 과장 문과장은 현장 소장님과 아침 먹고 온다고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엔 왠일로 이런 재수가, 하며 작은일에도 감사하며 만년 과장 문과장에게 한소리 듣기 전까지 좋은 기분을 유지하던 긍정적인 나였지만 오늘은 마음의 불행함의 크기가 너무나 커 설탕 한 숟가락으로 이미 소태가 되어버린 찌개를 어찌 할수 없는, 굳이 비유하자면 그런 마음이다.

박기사야, 인생이라 큰는거는 허무한기다. 함바식당에서 무말랭이에 참기름을 넣고 비벼먹던 박기사는 밥을 씹다 멈추고 나를 보았고 뭔 피카츄 전기세 내는 소리를 하는거야라고 눈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이내 입에 있던 밥을 씹으며 밥이나 먹어라며 씨뻘건 무말랭이 비빔밥을 내밀었고 나는 속에 천불이 나가 이거 무머 천천천천불이 나뿔꺼 같때이. 내 똥껄비인거 니 알제. 없는 돈 털어가 40만원 주고 차에 pps 코팅하고 그켔다 에이가. 근데 아침에 나와 보니까 어떤 미친게이가 본네트를 주 차뿌래가...하, 내 목이 맥키가 더 말을 몬하겠다. 박기사야.

밥을 먹고 차로가서 박기사에게 아야한 은실이를 보여주었다. 이야. 이거 어쩌냐. 정말 나쁜놈이네. 라며 입과 다르게 눈은 웃고 있는 박기사를 보고 있자니 날때부터 인간은 착하다는 성선설은 내가 겪고 있는 현재 사례로 비추어 볼 때 맞지 않는 듯하다. 어쩌냐, 어쩌냐며 점점 더 쾌활해지는 박기사를 뒤로 하고 심신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평소에는 살 빠질까 올라가지 않던 25층 옥탑을 계단으로 걸어 올라 갔다. 허나 옥탑에서 보니 지나가는 직원들을 굳이 잡아서 친절하게 은실이의 평소와 다른 상태를 설명하고 있는 우리 경비 김씨 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여기 괜히 올라 왔구나 싶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뭐라도 해봐야지. 사무실로 가니 문과장이 아침에 먹은 뼈다귀 해장국이 만족스러웠는지 만면에 웃음을 띄며 솔리테어를 하고 있다. 김기사, 새로 생긴 뼈다귀 해장국 맛있더라. 니돈 내고 사먹어. 모니터에 눈도 떼지 않고 얘기하는 문과장에게 좀 나갔다와도 되겠냐고 얘기했다. 문과장은 몸을 비스듬히 고쳐 앉고 나를 한 3초 정도 본 뒤 자세는 유지하면서 고개만 돌려 모니터를 보면서 뭐 때문에? 라고 물어 본다.

-차가 좀 상했습니더.
=너 사고 났냐?
-누가 차를 발로 주차뿌고 갔습니더.
=근데.
-가서 CCTV라도 좀 볼까 합니더.
=야, 차 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뭘 어쩌려고. 그냥 보험으로 고치면 되지.
-그래도 한번만 봤으면 합니더. 외출이 곤란하면 연차라도 쓰겠슴니더
=뭐가 심하다고. 한번보자.
-예

차를 보더니 역시 웃는다. 예상을 비껴가지 않는 예측하기 쉬운 사람이다.

-CCTV도 한번 보고 경찰에 신고도 할까 하는데 연차써도 되겠습니꺼.
=야 이거 뭐 어쩌게. 그냥 보험으로 고쳐. 뭐 대단하다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냐.
-한번 해보고 안되면 그래하겠습니더.
=에휴. 오후에 나 어디가야 되니까 연차는 안 되고 오전에 갔다와.

경비 아저씨가 사무실에 들어온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황급히 차를 몰고 나왔다. 다시 피해자를 데리고 범죄 현장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비장했다. 박기사에게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문과장이 오후에 이발하러 가야 되는데 김기사 이새끼가 늦으면 안될껀데라며 박기사의 사수에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별 것도 아닌데 젊은 놈이 손해보는거 싫어서 저러는거 보니 저놈은 글렀다고 했다고 한다. 맞나 하며 전화를 끊었다. 신경쓰고 열 받으면 나만 손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제는 비장함에 분노가 더해졌다.

숙소는 얼마 멀지 않아 금방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왼쪽 각반이 뜯어져 있었다. 은실이 도어 스커프에 왼다리를 올린 뒤 각반을 고쳐 붙이며 내가 꼭 니 복수 해주께. 문과장님도 저래 응원해주는데 그자?하며 미친놈처럼 차에게 말을 건 뒤 관리사무실로 갔다. 50대 아주머니가 어쩐일로 왔는지 물어 보셨고 주차장 CCTV를 보러 왔다고 얘기 하였다. 작업복 차림이 이상했는지 아래위로 쓱 훑어본 뒤 입주민만 가능하다고 얘기하기에 동, 호수, 차번호, 차 색깔, 현관 비밀번호를 얘기하니 그제서야 멋쩍게 웃으며 CCTV 열람부를 작성하라고 내민다. 작성 후 의자를 하나 가져다 낡은 CCTV 기계에 앉아 어젯밤 주차장에 차를 댄 시점에서부터 보기 시작했다.

-이거 빨리 보기 안됩니꺼
=그거 어찌 하던데~ 나는 잘모르겠어요.

눈치로 대충 보고 2배속 설정하여 보기 시작했다. 그 이상으로 하니 너무 빨라 저게 차인지 말인지 구분이 안갔다. 1시간에 30분. 그렇게 4시간을 2시간에 걸쳐서 보고 있던 중 문과장에게서 야, 12시까지 들어와 라며 문자가 왔다. 시계를 보니 11시고 CCTV 시간은 새벽 1시였다.  
사무실로 가는 시간이 있으니 11시 30분까지가 마지노선이네. 시계와 CCTV를 번갈아서 계속해서 보던 중 갑자기 차앞에서 뭐가 시꺼먼것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뒤로 감아서 천천히 재생했다.

CCTV 시간 새벽 1시 40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상경한, 순박하고 반짝이는 은색의 은실이. 이름은 여성스럽지만 성별은 남자로 설정한 은실이를 폭행한 묻지마 폭행범이 2007년의 가을,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다.

※ 쭉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전 참 차량 관련해 사고가 많은 것 같네요. 마무리는 다음 편에 꼭 짓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1/20 15:18
수정 아이콘
제발 잡았으면..........
사토미
16/01/20 15:18
수정 아이콘
물피도주는 합법적인 폭행을 허락해줘도 될거 같습니다..

거하게 한번 박히고 나니 인권이고 뭐고 정신 차릴때 까지 명치 때려주고 싶어져요 흑흑
16/01/20 15:21
수정 아이콘
아니 한국드라마 끊기 스킬이 또.....
리듬파워근성
16/01/20 15:26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다 읽고 더락오바마가 되었습니다.
시노부
16/01/20 15:29
수정 아이콘
땡스 오바마
Biemann Integral
16/01/20 15:34
수정 아이콘
아 가슴이 콩닥콩닥 해지고 뭔가 나타나서 잘됐구나 싶어서 기대가 되던 찰나였는데..
호흡이 딱 멈춰지네요.
16/01/20 15:54
수정 아이콘
귀신같은 절단신공..ㅠㅠ 현기증이 나네요..
마늘간장치킨
16/01/20 16:04
수정 아이콘
당해봐서 결론을 알것같군요.... 흐흑 은실아 ㅠㅠ
리니시아
16/01/20 16:09
수정 아이콘
너무 재밌네요. 순식간에 덧글을 쓰는 저를 발견합니다
이쥴레이
16/01/20 16:21
수정 아이콘
아니!! 여기서 끊다니요. 2편이 기대 됩니다. ㅠㅠ
16/01/20 16:21
수정 아이콘
아... 빨리 2편좀...
마니에르
16/01/20 17:16
수정 아이콘
운수 좋은날 읽는 느낌이네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걸 보면 역시 성선설은 맞지 않는 듯?
16/01/20 19:52
수정 아이콘
으아니 2편이 있다니요..
빈민두남
16/01/20 20:12
수정 아이콘
제목이 못잡겠네 못잡아요.. 인걸보니 반전으로 잡았을거라 생각하겠습니다.
레인이
16/01/20 20:22
수정 아이콘
2편 기대합니다~! 사투리가 아주 정겹네요~!
16/01/21 00:52
수정 아이콘
현기증나요... 빨리 다음편 좀...
16/01/21 09:05
수정 아이콘
애석하게도 가해자를 잡아도 보험처리로 끝납니다.
형사처벌이 안됩니다.

<추가>
이후 내용을 읽어보니 과실로 차로 친 것이 아니라 고의로 찬 것이군요.
그럼 재물손괴죄로 형사처벌을 받겠네요.
16/01/21 09:32
수정 아이콘
다음편좀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288 [일반] 에이, 못 잡겠네, 이거 못 잡아요. - 4 [30] Red Key7568 16/01/26 7568 30
63280 [일반] 에이, 못 잡겠네, 이거 못 잡아요. - 3 [31] Red Key8018 16/01/25 8018 19
63259 [일반] 에이, 못 잡겠네, 이거 못 잡아요. - 2 [31] Red Key9076 16/01/24 9076 22
63195 [일반] 에이, 못 잡겠네, 이거 못 잡아요. [18] Red Key11214 16/01/20 11214 1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