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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01 05:08:25
Name 부끄러운줄알아야지
Subject [일반] 공기업 성과연봉제 통과..그리고 구의역 사건

글쓰기에 앞서 이번 일로 사망하신 분에게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부디 좋은곳으로 가시길..


일일 유동인구 2만~3만정도인 코레일 자그마한 역에서 에서 근무하는 1인으로서
이번 구의역 사건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금할수가 없습니다.
제가 만약 저 시간에 구의역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였다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나라면 저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내 스스로에 유리한 쪽으로 생각을 해봐도 결론은 '자신이 없다'네요.

자그맣다고 하지만 우리 역에서만도 보통 하루에 일어나는 작업 건수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고장에 대한 수리를 제외하고서도 6-7건 정도가 됩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고장이 잦은 날에는 기본 10번 넘게 여기저기서 작업이 벌어지곤 하죠.
그나마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임에도 불구하구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매번 작업 전 협의시에
열차감시 철저. 무선교신 철저, 안전수칙 준수. 작업시간 준수 등등
그들이 받아들이기에 귀에 못이 박힐정도로 잔소리를 하긴 하지만
모든 현장을 따라다니며 제대로 일을 하고있는지 확인한다는건 불가능이죠.
제 본 업무는 로컬관제원이라 열차감시, 열차진로 확정, 안내방송 등등만으로도 정신이 없다면 변명이려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관련 직원의 문책이니
제가 더 신경을 써야하는게 사실이라면 사실입니다.

예전 철도청 시절에는 각 역에 근무하는 인원이 지금보다 2-3배는 됐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인원이 여유가 있어  각종 작업이나 고객 안내 등에도 인원이 투입되었다하는데..전 그때는 역에 근무하질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공사로 넘어오고 방만경영이니 철밥그릇이니 경영정상화니 하며 인원이 1/3정도가 줄어들어
현재의 인원이 되었는데요..
네..구의역 사고당시 직원이 세명 근무했다고 하지만 경춘선이나 경의중앙선,,서울에서도
대부분의 역들은 대부분 2명이서 근무를 하다보니 이런 사고에 취약한게 아닌가 변명을 해봅니다.


그제부로(5월 30일) 노사합의없이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가 통과되었습니다.
노조측에서는 파업이나 법원에 고소 등으로 돌파구를 찾겠다고는 하지만
매일경제던가요..국민들의 성과연봉제 찬성이 71프로가 넘는다고하니 좀 어려워보입니다.
일반 사기업에서도 많이들 하는 성과연봉제가 뭐가 문제냐..라고 하는분들 계시겠지만
코레일은 거의 대부분의 업무가 3교대로 협업체제하에 근무가 돌아갑니다.
이런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여 각 개인 또는 소속의 성과를 판단하여 차등을 둔다하니
담당업무만 잘해서는 '성과'를 내기가 힘든 현재 여건에서 과연 협업체제가 지금보다 더욱 잘 돌아갈지 의구심이 생기네요.
문제는 우리같은 말단들도 성과를 내느라 서로 눈치를 보고 조금이라도 나은 평가를 받기위해 경쟁을 하겠지만
임원급으로 올라간다면? 사장급까지 올라간다면?
머지않아 구조조정이 더욱 심화될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줄어든만큼 계약직이나 파견직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죠.
무인역도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것이구요.

두번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이번 구의역 사건이지만
해마다 산재로 인한 사망자수는 2천명이 넘어가고
공기업이라는 우리 코레일에서도 해마다 사망자만 10여명이 넘어가는 현실에
답답한 심정으로 주저리 주저리 써보았습니다.

결론을 내기가 힘드네요.


다시한번 삼가 고인에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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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05:16
수정 아이콘
부끄러운줄알아야지님 오랜만에 뵙네요. 일선에서 고생 많으십니다.
초아사랑
16/06/01 06:10
수정 아이콘
성과연봉제 여론이 그정도로 기우나요.

노동개악 법안들 다 폐기 됬다고 들었는데 성과연봉제는 계속 추진되는건가요? 도대체 추진동력은 어디서 나오는건지...
치맛살
16/06/01 06:32
수정 아이콘
현실은 참 안타깝고 슬프네요.
16/06/01 07:01
수정 아이콘
영업실적같은게 존재하는 것에서나 성과제를 도입해야지 원..
종교적인 믿음도 아니고, 잘 모르겠으니까 냅다 보이지 않는 갓-핸드님께 맡긴후 열심히 기도하는 모양새네요.
동네형
16/06/01 08:51
수정 아이콘
성과라는게 발생할 수 없는곳에 그걸 들이밀면 총액을 줄이겠단 얘기죠..
몽유도원
16/06/01 09:22
수정 아이콘
지금 하는일이 막말로 신불자들 빚탕감해주는 일을 하고있는데
이 채무자들 중에 자기가 원하는만큼 감면이 안되면(한 50%감면될줄알았는데 30%밖에 안된다던지) 꼭 하는말이

"이 공기업도둑놈 baby들 너같은 baby들 싹 잘라버려야되, 너 같은놈들 때문에 맨날 세금으로 빵꾸난거 메꿔주고 있는거 아니야!"
"아, 예."

뭐 이런 상황이니 국민들의 성과연봉제 지지율 수치가 이해는 됩니다.
16/06/01 09:52
수정 아이콘
공기업이란 싼 가격에 공공재화를 국민에게 제공해서 적자가 나더라도 세금으로 메꾸는 것인데
그걸 민영화 하거나 성과제를 도입하면 재화 가격이 상승해서 국민의 부담이 증가하는 거 아닌가요?
공기업이 흑자가 된다고 세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참 착잡합니다.
공기업이 세금 먹는 도둑이라는 시각도 나올 수밖에 없지만 그건 감사나 감시를 통해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그게 또 잘 안 되니 민영화나 성과제 같은 주장이 나오는 거고...
요즘 사회를 돌아보면 점점 자본주의가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네요.
임계점이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스푼 카스텔
16/06/01 09:58
수정 아이콘
성과제... 심평원에서 직원들에게 의보청구 삭감건수로 요구해서 심평원직원들이 어떻게든 꼬투리잡아 삭감시키려거 하고 있는데, 이것만 봐도 도저히 좋게 볼수 없네요. 공공적인 성격의 기관에서는 성과제는 많은 폐습을 만들어낼거에요.
카푸치노
16/06/02 09:48
수정 아이콘
심평원의 원래 목적이 뭔지 모르겠어요.
점수를 메기려면 삭감률만 가지고 하지말고, 이의신청 기간내 처리율 부터 해야 하는거 아닌가싶은데-_-a
60일, 최대 90일 안에 통보해줘야 한다고 되어있는데 기간내 이의신청 처리율이 10%도 될까말까에
2년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요.

일단 깍아놓고 보자고 깍았으면 회신이라도 빨리 해줘야지...
그냥 돈 안주고 깔아뭉개고 있는게 목적인가 진짜...
16/06/01 10:0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건보의 지사장 한분을 알고 있는데, 이분께서도 그러시더군요.

자신이야 곧 나가니 성과연봉제와는 상관없지만 남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슨 수로 성과를 측정할 것이며 그게 과연 맞는 일인가.

이런 것들에 부당하다고 반발할 때마다(특히 건보노조는 인원수도 많아서 이쪽에서는 상당한 강성노조였다고 하더군요) 연봉상승이 동결되어서 지금은 타 공기업/공사/공단이랑은 급여 차이가 좀 나는데 이번에도 이렇게 끝까지 반대하고 결국 통과되면 직원들이 피보는게 아닌가 하고요.

반대를 해도 결국은 공기업/공사/공단 그리고 공무원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각이 딱 월급도둑놈이라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인 것 같은데... 안타깝고 걱정되네요.
16/06/01 10:17
수정 아이콘
행정학과 출신으로서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공기업의 성과를 대체 뭘로 측청하겠다고 성과연봉제를;;;
애초에 나라에서 직접하면 더 큰 적자와 비효율이 발생하는 부문이라 공기업화하는 건데...

항목도 순 어거지로 만들어 낼수밖에 없고, 그건 다 민생 악화와 직결될 겁니다
보기 싫다고 때리는 것도 뭘 좀 알고 때려야지;;;
공허진
16/06/01 10:22
수정 아이콘
어떻게 성과를 내라는거지요?
호객행위를 해서 역에 이용객을 늘리기 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요?

공공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칠푼이가 아니고서야 생각하기 힘든 발상이네요
모여라 맛동산
16/06/01 10:32
수정 아이콘
공공부문에 정량적 성과 측정을 대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성과 지표는 윗사람의 평가에 갈릴 것 같은데 말이죠.
그냥 나 힘들고 못사니 다 같이 죽자는 꼴 같습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16/06/01 10:54
수정 아이콘
한전 같은데서 성과연봉제를 통한 성과를 인정 받는 가장 손쉽고 강력한 방법은 전기요금 인상이죠.
여타 공기업도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아니 그 전에 성과 측정 방안도 제대로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참 대단들 하네요.
16/06/01 10:59
수정 아이콘
결국 윗분들만 신나는거죠. 에휴..
16/06/01 11:31
수정 아이콘
수도권 1호선역에서 공익근무를 했는데,
유실물관리역에 차량기지가 있어, 종점역이자 환승역까지 겸용하는 역이라
제가 기억하기로 2010년 통계로 유동인구가 하루 20만명쯤 됬던거같네요.
그런데도 기차역이 아니다보니 근무직원은 딱 세명이죠.
로컬관제원 1명, 역장(부역장) 1명, 역무원 1명
그리고 부족한 인원을 공익수로 때우고...

스크린도어 수리도 어지간한 고장은 공익이 고치다보니
저도 수리중에 열차에 치일뻔한 경험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원수죠.
인원수에 여유가 없기때문에 스크린도어 고치러 공익조차 2인1조로 못갑니다.
치일뻔한 이후로는 항상 열차진입시 무전달라고 로컬직원분께 말씀드리고 수리를 했는데.
수리업체쪽 직원분들은 아무래도 그러기는 좀 힘들죠.
일이 밀려있을때도 많아서 빨리빨리 하고 다음역으로 떠나야하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근무했던 역도, 오셨다가 수리하시고 결과보고만 하시고 바로 떠날때가 많으셨고...
이번일도 비슷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철도근무 경험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이번사건이 남일같지가 않고 안타깝네요.
Otherwise
16/06/01 12:35
수정 아이콘
공무원도 군인도 교사도 성과제 연봉제로 하겠네요 이러다가
유유히
16/06/01 13:13
수정 아이콘
대통령도 공무원이니 성과연봉제 하시는 거죠? 행정부 수반이시니 평가할 상급자가 없어 보이네요. 국민투표로 하시죠. 전재산 토해내셔야 할지도 모르지만.
강희최고
16/06/01 13:35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도 병원이 공공부문이라 준공무원 취급 받고 있는데, 성과측정 자체가 없을 수 밖에 없는 곳에 성과측정을 도입한다고 하니 쓸모없는 일만 더 늘려서 짜증만 날 것 같다고 애길 하네요.
거기다가 병원에서는 그냥 다 하는 거라고 사인하라고 해서 이게 뭔지 알지도 못하는데 사인하라고 하는게 어이가 없는데다, 설명회 한답시고 정부 관계자가 왔는데 직원분들이 물어봐도 어리버리 하면서 나중에 따로 회신주겠다고ㅡㅡ;;;
그걸 보면서 느낀게 애초에 기능별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게 아니라, 아몰랑 국민들이 공기업 성과급 잔치한다고 해서 뭐라하니 성과연봉제 도입해서 멍멍하는거 안 듣고 싶어! 이거라는 생각을 바로 했어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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