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1/07 08:53:58
Name 예루리
Subject [일반] 대기업의 직원들은 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가

제조업의 경우 개발/마케팅/영업은 실적이 숫자로 바로바로 치환되는 판매 직군들입니다. 실적이 안 좋을 경우 회사를 왜 떠나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되겠고, 실적이 좋을 경우 승진하며 점점 더 리스크가 크거나 예산이 대량 투입되는 일들을 맡게 됩니다. 이제껏 잘 해왔어도 이렇게 덩어리가 큰 일을 한번 망하면 말짱 도루묵. 실제로 직장 선배중에 평판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가며 부장까지 30대에 올라간 분이 있었는데, 해품달 시절 김수현을 광고모델로 쓴 제품 하나 망하니 다음해 봄에 회사를 떠나시더군요. 수년내 상무보 까지는 무난히 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회사는 냉정했습니다.


지원 직군에 속하는 재무/자재/구매 파트의 경우엔 회사를 떠나게 되는 이유가 좀 달랐는데, 제가 다녀본 어느 회사도 해야되는 일에 비해서 인원을 넉넉하게 배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셋 다 마감 스트레스가 있는 파트고, 못하면 독박인데 잘 해야 본전이죠. 독박을 쓰고 회사를 떠나거나,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원 직군 중 인사 파트는 직접 같이 일해본 부서가 아니다보니 정보가 적습니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침묵은 금이죠.


생산 직군은 생산 관리와 품질 파트, 설비를 관리하는 공무 파트가 있는데,  보통 생산이나 공무 파트 쪽은 정년을 채우거나 보다 나은 대우를 찾아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애당초 대기업 공장이라는게 지방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 인근 지거국 공대생들을 뽑는 경우가 많다보니 페이 괜찮고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거한 사고라도 치지 않는 이상 나가라는 소리도 나오질 않기에 근무 조건이 좋은 셈이죠. 단점이라면 공장이 돌아가는날 쉬질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명절에도 출근하는게 공장 관리직들입니다. 아울러 아무래도 공장이다보니 직원들이 죄다 시커먼 사내들이고 땀내나는 군대분위기가 조성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이 안 된 품질은 좀 특수한 파트였습니다. 품질쪽은 저도 발을 담궈본 적이 있는데, 매년 성과지표가 불량률 같은 걸로 설정되다 보니 일년내내 노심초사해야 하는 데다가 불량품을 납품한 업체를 불러다가 경위서 쓰게 하고 공장 방문해서 불량원인 파악하고 우리 공장 제품에서 문제생기면 CS 뒷처리까지 맡아야 합니다. 끊임없이 갑질을 하고 갑질을 당하고 하고 당하고 … 의 연속이라 제조업 쪽에서는 CS 파트와 함께 양대 스트레스 파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장 돌아가면 명절에도 출근해야 하는 건 덤이죠.


사내 정치 때문에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경우는 회사 by 회사라 일반화시키기 힘듭니다. 다만 사례로서 제가 겪어본 일을 하나 말씀드리죠.


제 첫 직장의 경우 부장이 상무보를 달기 위해서는 업적, 평판, 전무급 이상의 지원자 셋이 필요했습니다. 같이 일하시던 마케팅 부장님 한분이 상무보 승진 케이스라 그동안 미개칙 지였던 동유럽 진출 프로젝트라던가, 지역 특성화 사업이라던가, 규모가 좀 큰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벌이곤 하셨는데 저도 그 중 두어가지 정도에 발을 들여놓게 됐었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빡시게 일을 벌여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 쯤에 이분과 종종 독대하시던 전무님 한분이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시더군요. 그리고 수개월 뒤 상무보 인사 발표가 나기도 전에 해외의 인사 유배지로 발령이 났고 결국 일년 뒤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해당 부장님이 담당했던 일 중에서 당장 매출이 나오는 건은 유지가 되고, 그러지 못한 것들은 하나하나 프로젝트 정리가 이루어 졌습니다. 이듬해 차장급부터 한 명 한 명 인사발령이 나더니 3년 뒤 제가 회사를 떠날 때쯤엔 같이 프로젝트를 맡았던 일곱명 중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회사를 떠났더군요. 아, 물론 저도 비연고지로 인사 유배조치 됐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 처럼 직원들이 패거리를 이루어서 다른 직원을 따돌리거나, 라이벌 과장끼리 눈에 불꽃을 튀기는 건 직장생활 12년동안 본 적이 없었지만 저렇게 핵심직원 한명이 나가자 고구마 줄기 뽑듯이 두두두두 직원들이 같이 뽑혀나가는 경우는 몇 번 봤습니다. 대놓고 사내정치를 벌이는 걸 보는 것도 눈꼴 사나운 일이겠지만, 저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뒤에서 칼을 꽃히는 건 회의감 이외에도 심각한 배신감이 추가되더군요.


유통, 금융, 서비스 업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되리라 봅니다.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구조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 어느 회사에서건 정년을 채우신 분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고스트
18/11/07 09:01
수정 아이콘
정년이 짧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서 그런지 와닿긴 하네요
버스를잡자
18/11/07 09:05
수정 아이콘
1. 성과측정에 있어 직급이 올라갈수록 정치질 이라는 능력의 비중이 커짐. 대개의 경우 일 암만 잘해도 정치 못하면 무능력자

2. 제조업에서 가장 손쉽게 원가절감 하는건 인건비 절감

3. 아니면 힘들어서 나가거나..
18/11/07 09:06
수정 아이콘
세 군데의 대기업에 있었고 있는 중인데.. 본인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나가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아요. 비전이 안 보여서든, 사내 정치에 밀려서든, 다른 좋은 조건의 회사로 가는 거든... 생각보다 회사에서 눈치줘서 떠밀리듯이 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이 보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눈칫밥 먹어도 버티는 경우가 더 많..
22강아지22
18/11/07 09:1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자발적으로 나가는 사람들보면.. 이직할수있을때 나가는거 같더라구요.. 뻐팅기다 이직 가능 나이 넘겨서 쫒겨나면 진짜 치킨집 밖에안남으니까오..
18/11/07 09:07
수정 아이콘
대기업 뿐만 아니라 종소기업에서도 20년을 채운다는 것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꿈에 가깝죠.
능숙한문제해결사
18/11/07 11:34
수정 아이콘
그건 실제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거나 결혼으로 인해 가족으로 편입된 경우죠 크크크
22강아지22
18/11/07 09:08
수정 아이콘
자기세력의 윗사람도 살아남아야 하지만.. 자기세력의 아랫사람도 살아남아야합니다. 모 회사의 경우에는.. 임원 라인에서 아랫사람들 먼저 다 죽이고서. 결국 임원한테는 중요한일 안시키고. 외부로 돌아다니는 일만 시키던데요. 어째든 세계최고의 학교에서 박사받고 말년에 그런일 하는거보면 사내정치질이라는게 뭔지..
율리우스 카이사르
18/11/07 10:02
수정 아이콘
동감. 예를들어 부장이라면 임원라인 최소 한명, 밑에 차장급 1명 외 과장 대리 똘똘한 친구들 2-3명은 있어야 버티죠.
Dear Again
18/11/07 09:12
수정 아이콘
경영지원(인사 총무 회계 구매) 직군의 경우,, 지방 발령 (ex 공장 인사부서) 이 크리티컬 하네요
metaljet
18/11/07 09:21
수정 아이콘
반대로 모든 직원들이 무조건 정년을 채우고 퇴사(...) 하는 직장을 상상해 보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요.
18/11/07 09:26
수정 아이콘
공무원.......
가만히 손을 잡으
18/11/07 09:29
수정 아이콘
비슷한 회사를 옆에서 봤는데 업무효율은 정말 떨어지는거 같았습니다.
요플레마싯어
18/11/07 10:00
수정 아이콘
공기업이요. 직원 중 70퍼센트가 과장이상입니다. 그래서 50대 후반에 실무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공무원은 50대에 6급 달면 그래도 관리직인데 말이죠
18/11/07 10:41
수정 아이콘
지방농협이 그런 경우가 많더라구요. 정년이 코앞인데 과장대리인 경우도 부지기수구요.
굿리치[alt]
18/11/07 15:14
수정 아이콘
공기업다니는데
1~9급까지 있는데
보통 4급부터 관리직급인데 5급퇴직자들 수두룩합니다.
승진적체...
Cazellnu
18/11/07 09:32
수정 아이콘
마음먹고 붙어있으면 대놓고 끊어내지는 못합니다.
회사가 클수록 말이죠.

다만 우리사회에서 체면과 정치라는게 아주 중요한 요소라
후임, 후배들이 상위 직급으로 승진이 되면 보통 나가라는 소리로 알아듣고 어영부영 그렇게들 되더군요.
물론 이건 부서장이하 급에서는 크게 해당되지 않구요.
NoWayOut
18/11/07 09:44
수정 아이콘
본문과 다른 댓글들을 보고 어렵게 들어간 대기업을 왜 그만두는지 잘 이해가 되지않았는데, 이 댓글을 보고 자의반 타의반 나갈수밖에 없게되는지 좀 감이 잡히네요.
교육공무원
18/11/07 09:56
수정 아이콘
많이들 착각하는데 대기업을 도중에 나간다고 갑자기 백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 경력자의 경우 회사를 나가더라도 괜찮은 새 직장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이 가능한 거죠.
가만히 손을 잡으
18/11/07 09:58
수정 아이콘
사실 대기업 선호하는 이유중 하나가 대기업 다니다 중소기업은 갈만한데 중소에서 대기업으로 이직은 어렵다였죠.
다이어트
18/11/07 09:59
수정 아이콘
정말 이상하게 제일 일 잘할때는 돈 적게 주고 업무능력 많이 떨어져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 돈 많이주고....
미메시스
18/11/07 10:04
수정 아이콘
아직 한국사회를 연공서열이 지배하고 있는거죠 쩝..
최종병기캐리어
18/11/07 14:49
수정 아이콘
관리와 책임에 대한 댓가입니다.

실무급은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 책임에 대해서는 가볍습니다. 자기 일에만 책임을 지면 됩니다.
하지만 관리급은 자기가 관리해야하는 팀원들의 실적,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집니다. 오히려 더 큰 책임을 지게되죠.
정크랫
18/11/07 10:10
수정 아이콘
떠밀려 안좋은 상태로 가는 경우는 드물어요.
나가서도 잘 될 사람만 나가고, 나가면 못 할 것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버티죠.
회사에서 명퇴 신청 함부로 못받는 이유라고도 하더라구요.
유정연
18/11/07 10:11
수정 아이콘
나가도 난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 받으면서 살수 있을거 같으니까요.
도들도들
18/11/07 10:2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대기업에서 정년 버티는 사례의 디테일도 궁금하네요. 크크
솔로몬의악몽
18/11/07 10:48
수정 아이콘
제가 다니던 대기업은 공식적으로는 정리해고가 없었습니다. 대신 나가지 않고는 못버티는 발령을 냈죠
한 명은 디자인 팀장 출신이었는데 (그 회사는 디자인팀이 마케팅 부서 하에 있었습니다. 보통 디자인은 팀장이 끝까지 올라간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마케팅 이사가 전력외 분류를 해버린 것 같더군요. 디자인 팀장의 동기였던 영업 이사가 일단 끌고 갔었습니다. 팀장으로는 발령을 못내고 팀원으로 발령을 내더군요. 그 양반 평생 엑셀 피티 한 번 만져본 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아득바득 자리에 앉아서 버티더군요. 아마 지금도 다니고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한 명은 아마 사무직 쪽 팀장이었는데 이 양반은 줄을 잘못타서 신입 대표이사에게 찍힌 사람이었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지방 발령을 내버리더군요. 부산 발령, 6개월 후 강원도 발령, 6개월 후 전남 발령...이 양반은 이렇게 1년인가 하고 나서 스스로 나갔던 것 같습니다
뭐, 결국 자기 손으로 사표 안쓰면 이기는거죠. 그걸 안쓰고는 못견디게 만드는게 인사팀 역할이고요
도들도들
18/11/07 11:02
수정 아이콘
강등시켜 모욕감 주는 것과 지방 돌려 힘들게 만드는 걸 끝내 버틴 끝에 정년이 되는 거로군요.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남아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네요.
설명 감사드립니다.
솔로몬의악몽
18/11/07 11:06
수정 아이콘
모두들 얘기하기를 버틴 사람과 나간 사람의 차이는 애가 몇 살이냐의 차이라고 하더군요
첫 번째 팀장은 애가 중~고등학생이어서 버틸 수밖에 없었고 두 번째 팀장은 애가 대학을 막 졸업했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자는 죽으나 사나 버틸 수밖에 없었고 (대학교 학자금이 지원되니까요) 후자는 나가서 작은 편의점 하나 차려서 나갔습니다
18/11/07 12:00
수정 아이콘
안그런 케이스도 있습니다. 우리회사야 워낙 임원대우가 좋아서 준임원까지 올라가면 앵간한 실정을 해도 짤리진 않고 임기마다 다른 데로 발령 내는데 지방으로 꽂고 그러진 않습니다. 수도권에서 왔다갔다...
그리고 준임원을 못달아도 능력이 좋진 않지만 나름 회사생활을 무난하게 해온 케이스일 경우 그럭저럭 조직에 남아서 있는듯 없는듯 회사생활을 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도들도들
18/11/07 14:46
수정 아이콘
네 상대적으로 편한 곳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이 든 직원들의 자존감을 덜 해치면서 최대한 역량을 활용하는 것도 회사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시작,끝,다시시작
18/11/07 10:30
수정 아이콘
이런 정도의 상황에서 건강까지 돌보는건 힘들겠다 싶네요. 버티고 버텨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는데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고..
불굴의토스
18/11/07 18:49
수정 아이콘
그러다보니 평균수명 차이가있죠..
18/11/07 10:31
수정 아이콘
저희 회사랑 거래하는 모대기업에서는
팀장, 부팀장을 과장급으로 뽑고, 그 팀장 밑에 부장 차장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상적으로는 차장 부장이 팀장을 맡음)
그리고, 대리, 과장이 해야할 일을 부장이 직접 하게되는거죠
아마 본인이 10년전에 했던 일들을. 그리고 자기가 키운 부사수의 부사수에게 결재를 받아야하고..
그런 인사발령으로 짐 싸고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직, 퇴직을 하더군요
제발조용히하세요
18/11/07 10:43
수정 아이콘
일을 안하고 있을때는 동기, 후배가 나보다 빨리 승진하는게 뭐가 중요할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일을 해보니 중요하더라고요.
사람에게 있어서 자존감은 참 중요한 거니까요.

그래도 대기업은 그만둬도 대안이 있잖아요.
대기업 직원들 정년 못채운다고 걱정하는건 저에게 있어서는 연예인걱정급...
retrieval
18/11/07 10:49
수정 아이콘
되게 치졸하네요 차라리 해고를 하던지 이게 뭔짓인지
18/11/07 11:30
수정 아이콘
해고를 못하니까요;;; 의외로 근로자가 버티려고하면 막상 해고수단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음냐리
18/11/07 11:01
수정 아이콘
헐. 정말 치열하군요. 좀 무섭네요. 전 얼마 못버틸듯.
ComeAgain
18/11/07 11:03
수정 아이콘
위로 올라가는 건 정말 중요하긴 한 것 같은데, 그래서 열심히 진급하려고 회사에 시간 때려부었더니 가정에 소홀하고..
그렇다고 잘 풀린 것도 아니고. 아버지 세대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냥 적당히 오래 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긴 한데... 근데, 누군 잘 나가고 그러면... 또 생각이 달라질 것 같기도 하고...
불굴의토스
18/11/07 18:50
수정 아이콘
거기에 승진 늦고 적당히 오래가서는 못버티는 회사도 있으니까요..
낮잠대장
18/11/07 11:08
수정 아이콘
저는 대기업 10년 버티다가 이제는 튕겨나와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말씀 주신 사항이 (제가 봤던) 경우와 거의 일치하다고 봅니다.

명퇴 신청도 딱히 없었거니와, 직접적인 퇴사 종용은 당연히 없지만,,
입사할 때 부사수였던 후배가 위로 온다던지,
더 나아가 부사수는 커녕 한참 뒤에 있던 후배가 바로 위에서 한층 더 올라가 그 위, 더 나아가 임원까지 달면
거의 못 참고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족들 생각하면 버티고 싶지만 그 둘 사이의 불편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같이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도 그 둘 사이에서 엄청나게 불편하거든요. 호칭부터 보고 내용 등등..
결국 그렇게 스스로 못참고 나가는 게 일반적이였던 것 같습니다.

마케팅 쪽은 나름 연차 신경쓰지 않는 승진도 많고 해서 저런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30대 중반 부서 책임자가 40대 후반 팀장에게 지시하다가 화내고 서류 밀쳐내면 참기 쉽지 않죠 한 두번도 아니고)
영업은 그나마 지방 발령으로 돌려주거나 혼자서 움직여도 되는 특판이나 대리점 쪽으로 옮겨 주는 등의
배려는 있는데 결국 그것도 한계가 있다보니 다들 나가시긴 하더군요.

여튼 직접적인 종용은 없지만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심리적으로 더 괴로울 수 있는) 간접적인 상황 조성은
수시로 이뤄지고, 결국 정년 전에 튕겨져 나간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물론 어떻게든 버티시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정년까지.
지방 영업소 가서 그 분들 뵈면 낯 빛 엄청 좋으세요. 테니스부터 골프까지 건강하게 자기 관리 하시면서..
멘탈도 좋으시겠죠 분명.
플레인
18/11/07 11:18
수정 아이콘
그나마 좀 자주 본 퇴사 압력은 외부에서 다른 팀장을 뽑고 기존 팀장인 차, 부장급을 과장급 정도가 팀장인 다른 팀으로 밀어넣는 거였네요. 자기보다 5~10년 늦게들어온 사람에게 결재받고 하는게 본인, 팀장, 팀원 모두 불편해져서..저라도 못 버틸꺼같습니다.
던져진
18/11/07 11:19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젊고 정력적일 때 싸게 부리면서 단물 쪽 빨아먹고 몇년 후 자르는게 기본적인 프로세스이기 때문이죠.
18/11/07 11:28
수정 아이콘
그냥 계급정년이라고 봐야죠.
스타니스
18/11/07 11: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학부 시절 대기업 평사원 일자리수와 관리직 일자리수와 근속기간을 찾아보면서 노력만큼 보장되는게 없다면 얼마나 허망한지 생각이 들고 겪어도 보니까 진로 선택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더군요..회사원 분들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18/11/07 11:52
수정 아이콘
기존 회사 때려치고 다른 회사 가는 입장에서 이 글에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네요.
제가 아직 사내 정치에 휘말릴 짬은 아니라서 일수도 있고 직무가 연구 개발 쪽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존 회사를 때려치는 이유는 말만 대기업이었지 타기업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연봉,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 계속 다니면서 실력이 늘거나 연봉이 늘고 집을 사고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봉급은 쥐꼬리만큼 오르면서 일과 책임은 크게 맡아야 하는 구조도 마음에 안들었고 더 늦으면 그런 상황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보지도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11/07 16:51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이글의 취지상 비자발적 퇴사자가 대상이라 그런 것 같네요..
luvwithu74
18/11/07 12:14
수정 아이콘
정년 보장되는 작은 공공기관에 다닙니다. 저희는 아직 연공서열이 강해서 급수대로 보직을 맡고 티오대로 승진하죠. 군번 꼬이면 답없는 크크크. 공공기관 중에는 보직자를 서열 파괴해서 배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당연히되면서 오히려 바뀌는 문화가 내가 책임져야되는 보직자안하고 보직수당 포기하고 적당히 쉬운 사업 하나 맡아서 편하게 다니는 50대분들도 많더군요. 나머지 사업들은 하위직급들이 더 맡게되고 젊은 보직자는 보직수당으로 퉁치고요. 심지어 지역지사같은거 없으면 더 금상첨화. 이게 되는 전제는 너도나도 다같이 정년까지 철밥통을 유지하자! 라는 일치단결된 마음 크크크. 어차피 연봉도 깍이는 경우는 많지않고 보직없어도 연봉은 거의 매년 알아서 점점 늘어나니까요. 저희도 조만간 인사폭풍이 있으면 이렇게 될 것 같은데.. 공무원도 가끔보면 난 안빈낙도가 좋아~ 하면서 승진은 됐고 멀리 딴데나 보내지마! 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특히 서울에 자리잡은 국가직들요. 지방직은 기초지자체에 일부러 머무른다던지요 흐흐
18/11/07 12:22
수정 아이콘
정년 채우고 싶네용
18/11/07 12:28
수정 아이콘
삼성이 다른 국내기업과는 격이 다른 경지에서 글로벌 탑을 다툴 수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그나마 국내 기업 중 연공서열보다는 성과를 측량하고 보상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춘것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게 반도체를 내다본 것과 함께 이건희 회장의 가장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하고요.
18/11/07 14:06
수정 아이콘
어떻게 갖췄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프로피씨아
18/11/07 16:28
수정 아이콘
어제 별 의미도 없는 본인평가 하느라 짜증만 났는데 이걸 밖에서는 그렇게도 보는군요. 껄껄
18/11/07 18:33
수정 아이콘
개략으로 썼지만 정확히는 전사레벨이 아니라 핵심인재 보상을 생각해서 이야기 한 부분입니다.
어차피 메가사이즈 아니어도 일정 이상 규모되는 조직의 핵심역량부분이라면 구성원이 균등한 생산성 수준을 갖는게 아니라 상위 그룹이 전체를 캐리할 수 밖에 없는데 캐리력 갖춘 사람 찾아내서 보상한다는 거죠.
명암은 있겠으나, 성과따라 30대 임원발탁하는 퍼포먼스는 고급 인재한테 꽤나 어필되는 부분이거든요.
베네딕도
18/11/07 12:40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글과 댓글들이네요.
저도 회사 그만두면 뭐할까 하는 고민들이 있네요.
와이프랑도 가볍게 가끔 이야기하는 주제이긴 한데 전 회사 그만두면 회사원보다는 다른 무엇인가 하고 싶어요.
미사모쯔
18/11/07 13:00
수정 아이콘
그래도 대기업 퇴직하면 중소기업에 갈 수 있자나요.

중소기업 퇴직하면 갈때가 없다능.
마도로스배
18/11/07 13:00
수정 아이콘
현장 실무직에서 기초를 쌓고 관리직급으로 올라가도 계속 현장실무를 놓치지 않으면
현장스텝으로 떨어지거나 이직해서 다른업체의 좀 더 낮은 지위의 현장실무를 해도 거리감이나 괴리감이 덜할텐데
꿀군번으로 파트장이나 팀장으로 쉽게 올라간사람들은 꼬꾸라 졌을 때에는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슈퍼 에이스들이야 천외천이지만.. 객관적인 능력대비 직책이 올라가는 경우에는 본인들이 준비하고 대비해야합니다.
18/11/07 13:45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general manager급이 되면 실무를 직접 하진 않아도 리뷰와 의사결정과정에서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정도냐에 따라 관리자별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천차만별입니다. 해외와 국내의 기업문화의 큰 차이를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꽤나 많은 경우 해외기업 관리자는 업무량과 업무이해도가 실무자보다 높은 경우가 많은데 국내의 경우 업무량은 몰라도 내용 이해도가 스탭 레벨에서 요약해서 정리해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경영자 레벨이라면야 챙길것과 결정할 것들이 부서나 프로젝트 구분없이 많으니 좀 다르겠지만 junior partner 급 이하의 관리자라면 본인의 실무 역량과 이해도 등등에 따라.. 만에 하나 조직을 떠날 경우 찾아야 할 기회들이 다르다고 봅니다.
18/11/07 13:03
수정 아이콘
인천에있는 굴삭기 제조업에서 일했었는데
20대에 희망퇴직 받는 모습에 경멸감이 느껴져서 나왔드랬죠.
Lord Be Goja
18/11/07 13:18
수정 아이콘
무슨 두산도 아니고... 20대에 희망퇴직 받으면 경영실패네요
호롤로롤
18/11/07 13:31
수정 아이콘
인천에있는게 D사인걸로..
복슬이남친동동이
18/11/07 13: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정년 없는 직업이긴 하지만 실제로 대기업에 경력으로 채용되어서 간 선배들은 아예 임원하는 거 아니면 결국 다시 이직하더군요. 그렇다고 승진이 빠른 것도 아니고 과장급으로 가도 어차피 한세월... 심지어 대부분 법인이나 공기업 있을 때 전문성은 인정받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데 말이죠
캐리건을사랑
18/11/07 14:19
수정 아이콘
저희 회사는 매출 조단위 모회사의 자회사인데
자회사 출신들은 그냥 서열대로 부장 만렙찍고 정년퇴임 분위기, 단 임원은 못담
임원들은 모회사에서 좌천 비슷하게 된 부장들이 오는데 계속 임원을 달면서 본사로 금의환향하느냐 아니면 2년 서비스타임동안 인정 못받고 쫓겨나느냐이기 때문에 오히려 임원들이 경쟁이나 정치질이 심합니다
에스터
18/11/07 14:54
수정 아이콘
SDI,,,?
라울리스타
18/11/07 14:58
수정 아이콘
공감이 많이되네요.

사실 하나로 요약하면 연공서열입니다. 엔지니어 기준으로 어느정도 연차가 되면 관리직을 해야하니, 이때 걸리는 것이 나이문화가 되지요.

관리직을 시작하면 아무래도 본인 기술 및 실무감은 떨어지기 마련이고...그러다보니 치고올라오는 후배들을 상대로 버틸 수가 없죠.

미국처럼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도 굳이 관리직을 안하고 젊은 관리자 밑에서 수십년간 해온 실무를 계속할 수 있으면 나이를 먹어도 기술직으로 정년 및 이직이 가능한데...한국에선 그 놈의 나이문화 때문에 찾기 힘든 일이죠.
지니팅커벨여행
18/11/07 21:46
수정 아이콘
나이 문화라기 보다는 산업발전 시기에 연차 쌓이면 올라가고 아래 새로 뽑고 회사 커지고... 이런 선순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제가 전에 다니던 국내 모 회사는 부서장 하다가 내려와 부서원 있다가 다시 또 올라갔다가 뭐 이러길 반복했습니다.
그걸 주변에서 아주 딱하게 보거나 수근대지 않았고요.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었는데 언젠가 결국 회사 어렵다고 다른 대기업에서 하던 대로 칼질을 시작하더니 연공서열 밀리면 나가라는 식으로 임원들이 눈치주기 시작했죠.
그래도 아직은 다른 기업들이랑은 약간 다르게 부서장 하던 부장이 부서원으로 내려와 실무 뛰고 그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각각의 문제가 컸고 특히 IMF 이후 삼성을 위시해서 더욱 커져버린 재벌들이 외국 기업과 IMF로부터 경영진한테 유리한 악습만 들여오고 분위기를 만들면서, 그런 문화가 더 작은 기업들로까지 파고 들게 된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18/11/07 16:42
수정 아이콘
맞죠.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가 아니면 뭐가 문제가 되는거지???? 싶은 내용들이네요.
진솔사랑
18/11/07 17:19
수정 아이콘
내년에 사회 진출인데...

이리저리 들어보면 잘할 자신이 없네요.

정치력이라곤 전무하고

할줄 아는게 책보고 공부하는것 뿐인데.

연구직쪽이 적성에 더 맞았을거 같기두 하고.

생각이 많아지네요.
열씨미
18/11/08 10:53
수정 아이콘
빡센 이야기만 모으면 당연히 빡세보이기만 하지만, 군대처럼 사회도 어느 기업이나 이런저런 사람들이 고만고만한 분포로 모여있는 곳이죠. 결국 사람사는곳 다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듯이 막상 다니면서 적응하다보면 어느새 내가 못할것같던 일도 하고있고 그냥 어디든 그런것같아요.
피지알맨
18/11/07 18:19
수정 아이콘
애초에 정년보장 되는 사기업이 한국말고 없다는군요.
담배상품권
18/11/07 22:47
수정 아이콘
일본이 원좁니다.
박자를타고등장해
18/11/09 12: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781 [일반] 병원일기 4일차 [12] 글곰6540 18/11/07 6540 13
78780 [일반] 대기업의 직원들은 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가 [71] 예루리20189 18/11/07 20189 26
78779 [일반] 최저임금 연구를 통해서 본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 [168] chilling15374 18/11/07 15374 45
78778 [일반] 피지알러 vs 미국 엄마들 (통계 업데이트) [88] OrBef12666 18/11/07 12666 2
78777 [일반] 민주당이 싫지만 자유당도 싫은데..... [70] 고통은없나10137 18/11/06 10137 11
78776 [일반] 숙명여고 쌍둥이 아버지가 구속되었네요. [146] 이른취침14309 18/11/06 14309 4
78775 [일반] 기무사 세월호 사찰, 결국 朴정권 수호 목적…"불법감청도 감행"(종합) [60] Lucifer10159 18/11/06 10159 32
78774 [일반] 사회운동과 최소한의 도리 [76] 와!10919 18/11/06 10919 29
78773 [일반] 술 한잔. [14] ohfree6577 18/11/06 6577 73
78772 [일반] 학종 서류평가를 절반정도 진행했습니다. [273] 삭제됨16666 18/11/06 16666 44
78771 [일반] 연도별 GDP 랭킹 [70] OrBef15147 18/11/06 15147 4
78769 [일반] [뉴스 모음] No.209. 자유한국당과 지만원씨 사이의 치킨 게임 외 [16] The xian11867 18/11/05 11867 30
78768 [일반] 산업위생이야기 3 [5] rectum aqua3682 18/11/05 3682 8
78767 [일반] 오늘부터 유류세가 인하됩니다 [36] 삭제됨8096 18/11/05 8096 1
78766 [일반] 두번의 수치플 이야기 [6] Asterflos9361 18/11/05 9361 10
78765 [일반] 대기업 못갔다고 실패한 인생이란 소리 들으니 기분 쳐지는군요. [239] 음냐리26488 18/11/05 26488 8
78764 [일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38] 삭제됨9230 18/11/05 9230 8
78763 [일반] [스포주의] 방구석 아조씨가 술김에 남기는 두서없는 보헤미안 랩소디 3회차 후기 [19] 람보르기니9708 18/11/05 9708 7
78762 [일반] 누나가 사라졌습니다. [94] bettersuweet17103 18/11/04 17103 113
78761 [일반] 병원일기 3일차 [7] 글곰5661 18/11/04 5661 6
78760 [일반] 산업위생이야기 2. 국내 직업병의 역사 [10] rectum aqua4916 18/11/04 4916 15
78759 [일반] 산업위생공학 이야기.. [14] rectum aqua5405 18/11/04 5405 12
78758 [일반] 짧은 썸이 끝났네요. [169] 제발조용히하세요20205 18/11/04 20205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