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에 민감할 만한 작품은 대체로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개봉 초기이니 최대한 서사에 관한 이야기는 제외하고 풀어 보겠습니다.

일단 아이맥스로 볼만합니다. 화면 비율을 덩케르크 때처럼 풀로 활용하니까 몰입감이 대단했습니다. 전체가 풀 비율은 아니고, 노래나 중요 장면만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 분량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고 아프리카 세렝게티/마사이마라 여행 가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인데, 정말 거기에 갔다 온 느낌이 듭니다. 다른 3D 상영 영화들에 비해 3D 효과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실사(?) 영화로서 목표를 '최대한 실제처럼' 하는 것을 목표로 잡은 것 같습니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표현이 많은데, 왜 그런 평이 있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단지 그래픽이나 텍스처 표현이 뛰어난 것 뿐 아니라 동물의 사소한 움직임, 행태, 습성들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는데, 실제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몸짓 패턴을 잘 반영합니다. 세심하게 보지 않거나 동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캐치하기 어려운 부분들까지 덕후적으로 표현된 느낌이었습니다. 만화적인 과장이 적으며, 주연 동물들뿐 아니라 단역 동물들의 움직임도 아주 사실적입니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우와, 고증 쩐다!'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큐가 아니라 영화이므로, 서사의 진행을 위해 어느 정도 과장스러운 인간적인 몸짓과 표정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동물로서 가진 신체/안면 근육 가동 범위를 넘어서지 않으려고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단점으로 이어지는데, 많은 분이 지적하다시피 주연 배우들의 연기 중에서도 특히 표정 연기가 부족합니다. 아시다시피 동물들은 표정이 인간만큼 다양하진 않으니까요.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났던 풍부한 눈빛과 표정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몇몇 장면에서 감정 전달이 부족한 느낌을 받습니다. 원작의 스카는 다양한 표정 변화가 매력적인 악역이었는데, 그 점에서 약점이 노출됩니다. 그렇지만 스카의 캐릭터성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알라딘의 자파를 보고 많이 걱정하고 갔는데, 기대보다는 매력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음악은 익히 아는 그 명곡들이고, 개인적으로는 Circle of life가 가장 좋았습니다. 압도적인 화면에서 화려하고 사실적인 동물들이 등장하면서 아프리카 초원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연출이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약점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멋있게 연출된 최고의 명곡을 시작하자마자 냅다 달려 버리니 기대감이 잔뜩 올라가는데, 이후의 뮤지컬 파트들은 거기에 비하면 다소 맥이 빠지는 면들이 있었습니다. Be prepared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명곡인데, 다소 맥빠지는 연출로 흐지부지해버린 것 같아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결론 : 아이맥스로 볼만 했습니다. 초점은 사실성입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은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제한된 것 같지만 취향에 안 맞으시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은 없지만 원작에 민폐가 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