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군번으로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복무했습니다. 특기번호(MOS)는 92A였고, 남들보다 편한 군 생활이었지만 매일 같이 성인 남자 키만한 타이어, 40kg 차량용 배터리 나르며 허리 디스크 얻고 전역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고생 중입니다. 우상호 의원이 "카투사처럼 편한 보직은 휴가를 갔냐 안 갔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하느냐는 아무 의미 없는 얘기"라고 했다죠. 어이 없는 소리에 기가 차 씁니다.

추미애 아들(서씨) 논란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서씨는 두차례 병가 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미복귀를 알아챈 제보자(선임병장. 분대장 격)가 찾자 "집"이라고 대답합니다. 이후 담당 지원대장(한국군 간부)이 아닌 다른 지원대장이 제보자를 찾아와 "휴가를 보낸 것으로 하라"고 했다죠. [미복귀 상태에서 일반 휴가를 사후 승인 받은 것입니다.] 김남국의 증언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추미애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걸었구요.

간단히 생각해보면 됩니다. 여권 주장처럼 [서씨의 행동이 일반적이거나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면, 카투사를 비롯한 육해공군 사병의 '미복귀 탈영'은 있을 수 없습니다.] 미복귀시 연가 사후 승인해주면 될 일 아닙니까? 군대 다녀오신 분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간부들은 탈영 등 잡음이 일어나는 걸 가장 싫어하는데요.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빽' 없는 일반 사병이 미복귀 후 휴가를 사후 승인 받을 수 있나요? 군대가 아닌 회사에서도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출근 안 했으니 휴가 쓴 걸로 칠 수 있습니까.

추미애 측은 600-2 규정을 들어 '카투사는 다르다'고 사건을 호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외박과 휴가를 뒤섞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카투사 출신이 아니면 600-2 규정과 카투사 생활에 관해 잘 알지 못하기에 하는 행동이겠죠.

카투사는 한국 육군 소속으로, 미군에 파견 가 있는 인력입니다. 이 인력을 관리하는 부대가 '한국군지원단'입니다. 한국군지원단은 미군 부대에 지원대장(주로 대위~소령급)을 파견합니다. 지원대장은 카투사 병력의 인사권을 갖습니다. 미군은 지휘권을 갖죠. 진급/징계/휴가/전출 등 인사권은 한국군 규정을 따릅니다. 카투사도 육군이니 600-2 규정의 '휴가'는 육군 휴가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다만 미군측 지휘관 협조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돼 있을 뿐입니다.

애초 600-2 규정은 카투사 병력이 미군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항입니다. 카투사의 외박도 600-2 규정에 근거합니다. 미군은 부대에 큰 일이 없다면 휴일에 외박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카투사도 휴일 외박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 외박은 휴가와는 다릅니다] 외박은 미군에서 나오는 것이고, 휴가는 한국군에서 나옵니다. 휴가 땐 한국군 지원대장에게 휴가 신고를 하고, 복귀일엔 복귀 신고를 해야합니다. 당연히 지원대장 승인이 필요하고 관련 서류도 지원대장실에 남아 있습니다. 선임병장과 행정병이 서류를 처리하구요.

휴가와 외박은 발주처(?)가 다르기에 맘대로 이어 붙일 수 없습니다. 카투사 장병이 수요일부터 7일 휴가를 썼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휴가는 수목금+토일(외박)+월화수목 총 9일이 아닌, 수목금토일월화 7일이 됩니다. 일반 육군과 똑같습니다. 휴일 중 휴가를 다녀온 것이죠. 휴가를 주말에 붙여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수요일에 3일 휴가를 냈습니다. [이 카투사는 수요일에 신고 후 휴가를 보낸 뒤, 금요일에 돌아와 복귀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 후 외박을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복무중일 때는 휴가 복귀를 목요일에 하도록 했습니다. 목요일 복귀 후 하루 근무 후 금요일 저녁에 외박을 나가도록 한 것이죠.

추미애 아들 서씨는 한차례 10일 병가를 나간 후, 병가 중 10일의 병가를 추가 신청했습니다. 이는 지휘관 재량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서씨의 두번째 병가는 금요일에 끝났습니다. 이 시점까지 서씨에겐 추가적인 휴가가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휴가가 승인 된 상태였다면, 일요일 저녁 외박 복귀 점호를 맡은 제보자(선임병장)가 모를 리가 없죠. 휴가 승인 서류가 남아 있을 테니까요.

혹여 지휘관 재량으로 "일요일에 들어오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면 지원대장이 제보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보자 증언에 따르면, 서씨가 두번째 병가를 신청한 후 지원대장은 각 중대 선임병장(카투사는 미군 중대에 섞여 편제되기에, 한 중대 인원이 한국군의 한 소대 수준입니다. 때문에 보통 대대 단위로 움직입니다)을 불러 "추가적인 휴가 승인은 없다"고 했답니다.

[서씨는 금요일에 부대에 복귀했어야 하는 겁니다] 미복귀 후 토요일을 탈영 상태로 보내고, 일요일 저녁 부대 연락을 받자 직속 한국군 지휘관이 아닌 [타 부대 지휘관]이 와서 휴가 간 것으로 처리하라 했다는 게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그 사이 추미애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구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보좌관이 전화를 걸었다는 건 김남국 의원이 인정한 겁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어지간한 빽으론 어림도 없습니다. 카투사는 영어 점수를 필요로 하고, 추첨으로 뽑습니다. 추첨임에도 '영어 점수'라는 조건에 타군보다 사병 '배경'이 화려합니다. 제 체감삼 1/3은 유학생, 1/3은 SKY, 1/3은 그 외 대학이었습니다. 정보격차에 관해 잠시 말씀드리자면, 전 SKY  대학 중 하나를 나왔는데, 제 남자 동기들은 100% 카투사에 지원했지만 지방대 출신 후임 얘기를 들어보니 과동기 중 자신 외에 지원자가 없었다더군요. 언제까지 영어 시험을 봐야하고, 언제까지 지원해야 하는지 정보 공유 자체가 안 됐다는 얘깁니다.

이렇다보니 제 선후임동기 중엔 국립대학교 병원장 아들, 최고위급 외교관 자녀, 강남 건물주(건물주 아들이 아닌 본인 명의 건물을 지닌 '건물주')가 있었습니다. 일부 '좋은 부대'에서 복무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조직에선 빽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납니다. 어지간한 빽으론 '탈영병을 휴가자로 둔갑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최초 제보자가 부대원들과 나눴다는 카톡에 '추미애 아들급 되니 이런것도 가능하구나'라는 대화가 남아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부대 내 평판이 좋았을 리가 없고, 전역 후에도 원한을 사 이런 꼴을 보는거죠. 보통 카투사들은 어지간한 XX가 아니라면 전역 후 잘 연락하고 지내거든요. 제가 들어가 있는 전역자 카톡방에서도 이 건과 여권의 반응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