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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12 15:31:12
Name 티타늄
File #2 Screenshot_20210312_151624_Messages.jpg (118.6 KB), Download : 10
Subject [일반] 주민센터에 라면 한박스 기부한 썰


신라면을 좋아해서 한박스 (30개) 시키려고했는데 실수로 두박스를 시키고 말았습니다. 유통기간이 6개월 남아서 그냥 60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한달 쯤 지나고 나서야 제 위장의 허약함을 깨닫고 당근마켓에 팔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떤 구매자 분이 컨택이 오셨는데 구매자 후기를 보니까 독거노인 봉사? 를 하시는 분으로 보였습니다. 아주머님이 라면을 무려 30개나... 사가는것과 좋은일 하시는 분이라 싸게 드렀다는 몇가지 후기로 종합해볼때 독거노인분들 기부용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값을 좀 낮춰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 온갖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혹시 이거 후기 보고 추론한걸 기분나빠하지 않으실까, 차라리 무료로 드리고싶은데 도대체 뭐라고 말을 꺼내지, 혹시 그게 더 기분나쁘신게 아닌가, 단체소속이면 회계처리가 걸려있을수도 있는데 이게 예상값을 벗어나면 또 문제가 생기는게 아닌가, 근데 독거노인분들이면 연세도 많고 건강도 안좋으실텐데 라면을 드셔도 되는건가? 사실 알고봤더니 봉사용이 아니라 그냥 드시려고 사가시는게 아닌가 그러면 그 뻘쭘함을 어떻게 감당하지? 챗으로 뭐때매 사가시는거냐고 물어볼까? 그런거 물어봐도되나?..


이래서 좋은일도 소심하면 못합니다 ㅠ... 그런데 몇시간 뒤에 구매자분께서 채팅으로 '아들을 사주려고 했는데 물어보니 라면 많다고 해서 그냥 안사겠다' 라는 내용을 보내왔고 몇시간동안 제 할일은 안하고 독거노인과 라면의 연관성을 검색하던 시간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그냥 기부를 하려고 결심했습니다. 어디에 뭘 해야할지를 몰라서 다산콜센터 (120) 에 전화를 걸었더니 웃으면서 인근 주민센터에 전화걸어서 물품받는지 알아보고 문자로 쏴주겠다고 합니다.


몇분 안돼서 집에서 5분거리 주민센터 복지과에서 물품을 받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라면 박스를 들고 가져다줬습니다. 먼저 이름, 전번, 생년월일을 적어달라고 해서 적어줬습니다. 물어보니 그냥 기록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영수증 처리가 필요한지 물어봐서 그냥 필요없다고 하고왔습니다. 생각해보니 기부로 기록을 남기는 것도 기분좋은 일일 것 같아서 다음번에는 하려고 합니다.


어쨌든 그냥 나오려다가 혹시 다른 물품은 뭐 받는거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모든 생활용품은 다 받는다고 합니다. 뭐 옷이라든가 가공식품 칫솔치약 등등...


공무원들의 불친절한 대처에 주민센터에 안좋은 이미지가 많아서 기부하고도 욕만먹고 오는게 아닐까 하고 살짝 조마조마했는데, 걱정과 다르게 무척 친절했습니다. 복지과 나오는길에 감사합니다 소리를 4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만나는 분들마다 인사시더라구요. 그리고 물어보는 내용에도 무척 친절하게 대답해주셔서 기분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명절에 받은 안먹는 햄이나 야채참치 고추참치캔 같은것들 아깝다고 국에 넣어 먹지말고 그냥 기부해야겠습니다. 진짜 새것같은 물건이 집에 많았는데 당근마켓 말고도 처리방법을 하나 더 알게되어 피지알 회원님들도 안쓰고 안먹는 명절선물이 있다면 주변 주민센터에 물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 기부 자랑글겸 정보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민센터 기부 메뉴얼)

1. 기부할만한 물건 찾아보기 (대부분 생활용품들이 모두 가능하다고 함)

2. 다산콜센터 (120)이나 집주변 주민센터에 연락해서 기부하려는 물품을 현재 받고있는지 물어보기

3. 물건 가져다주기

4. 이름 전번 생일 적고 영수증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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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2 15:38
수정 아이콘
따뜻하고 좋은 글입니다. 저도 걸어서 5분 거리에 주민센터가 있는데 기부 가능한지 알아봐야겠네요.
코코볼
21/03/12 15:39
수정 아이콘
좋은 기부네요. 조금씩이라도 해봐야겠네요 저도
toheaven
21/03/12 15:44
수정 아이콘
음..와..저 어제 라면5세트에서 뜯어서 1봉지만 떠도시는? 어떤 사람한테 드렸었는데요.

라면에 대한 비슷한 일이라 신기하네요.

제가 주게 된 사람은 그때가 2번 정도 봤던 사람인데, 처음엔 보고...헐 무서운 느낌이 들었었는데 스쳐지나갔었어요. 아 떠돌이인가 뭔가 불편한가...생각해봤었고

2번 째 만났을 땐...밥 먹었냐고 물어보려 하는데 피하시더라구요..아무 말 없었어요..그래서 라면 1개만 주게 되었는데...이것도 좋지만은 않죠. 제 입장에서 라면만 달랑 1개주고...혹시 탈은 나지 않을까...또 또만나게 되면 지속적으로 줄 수 있어야 하는데...
/
저도 라면 좋아하는데요.전 너구리 좋아해요.
toheaven
21/03/12 15:52
수정 아이콘
선한 양향력? 또는 양심일 수도 있고요. 먼저 영향력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치고 있다는 거? 신기해서요. 선한 영향력은 신기한데 나쁜 영향력은 기분 나빠서 싫지만...
FRONTIER SETTER
21/03/12 15:53
수정 아이콘
훌륭한 기부를 하셨네요. 라면이면 4개? 5개? 들이 한 봉지를 수급자에게 하나씩 나누어줄 수 있어서 깔끔한 후원 연계가 되는데, 어떤 사람들은 어묵 몇 봉지 라면 몇 봉지 맛살 몇 봉지 계란 한 판 이런 식으로 후원을 하겠다고 주민센터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어서, 그게 설령 순수한 진심일지라도, 수급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좀 그런 형태가 되어서(아무리 수급자라도 결과적으로 짬처리 같은 느낌이 들면 그 화는 일선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니...)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하고 거절을 하는 게 힘이 든다고 하더라구요.
티타늄
21/03/12 15:58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한두개만 있는거라도 드리는게 더 나을줄 알았는데... 전화해보고 먼저 확인을 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21/03/12 15:56
수정 아이콘
콜라 같은 거라도 기부 되려나요. 하나씩 쌓이다 보니 2박스 정도가 처치 불가였는데
티타늄
21/03/12 15:57
수정 아이콘
저희 주민센터는 말씀하시는 뉘앙스로 봐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인근 주민센터나 다산콜센터(120) 에 전화해서 한번 물어보세요.
21/03/12 16:58
수정 아이콘
아들을 사주려고 했는데 물어보니 라면 많다고 해서 그냥 안사겠다 크크크
자취하는 아들인가 보네요 크크
VictoryFood
21/03/12 17:30
수정 아이콘
당신의 라면, 따봉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위대함과 환상사이
21/03/12 17:58
수정 아이콘
좋은 경험담 잘 들었습니다. 이런 일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앞으로 저도 이런 경우가 생기면 반드시 티타늄님처럼 기부하겠습니다.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리차
21/03/12 18:03
수정 아이콘
훈훈하고 유용한글 감사합니다!
Energy Poor
21/03/12 18:47
수정 아이콘
훌륭하십니다
청춘불패
21/03/12 19:40
수정 아이콘
올 연말에 한번 해봐야겠네요ㅡ
21/03/12 20:11
수정 아이콘
코로나 한창 심할 때 시청에 마스크 기부했었는데 엄청 환영하시더러고요. 각종 기부 박스들이 복도에 쌓여있었는데 그것들도 지금 막 들어온 것들이고 다 분류해서 곳곳에 나간다고 설명도 듣고.
뭐 제 개인이 아닌 제가 속한 단체가 한 일이고 저는 그냥 전달자이자 찍사로 갔는데도 뿌듯하더군요 흐흐
지니팅커벨여행
21/03/12 21:49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저도 따라해 봐야겠네요.
요즘 이런 유행을 만들어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닌밤
21/03/13 00:19
수정 아이콘
따뜻한 글일뿐만 아니라 유용한 글이기도 하네요.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볼까 하다가도 잘 엄두를 내지 못했었는데 신라면 한 상자가 삼만원정도 하니까 가끔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목적에서 한 상자씩 사들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고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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