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의 첫 영상 정상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쿼드 간 실무협의는 여러번 있었지만, 정상회의는 처음 있는 일로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상징적인 회담이었다고 합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였고, 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공동성명 전문은 아래 백악관 보도자료 링크를 참조 바랍니다.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1/03/12/quad-leaders-joint-statement-the-spirit-of-the-quad/

예상대로 중국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 지역의 현상유지, 기후변화 공조, 백신 공조, 기술 공조 등의 일반론이 나왔지만, 후속조치로 나오는 세부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이 방점을 두고 있는 게 무엇인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포인트를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사실 QUAD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의제로 이게 갑자기 왜 들어갔는지는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의 입김이 아주 강하기 반영된 모양인데, 일본 국내정치적 필요 (특히 납북자 문제는 일본인들의 감정을 강하게 동요시키는 문제이기 때문에) 로 삽입된 것으로 보이고, 한편 CVID가 들어간 것은 미국 측 한국 전문가들 반응을 보니까 한국의 발작버튼(?)을 누르는 것이라고 하던데...과연

공동성명에서는 일반론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이미 닛케이에서 상세 프로세스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요지는 미국의 존슨앤존슨 백신을 인도가 위탁생산하며 미국과 일본은 기술과 자금을 제공하고 호주는 이 백신을 동남아 전역에 공급하는 운송수단과 허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백신 관련 분업(division of labor)가 철저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아마 가장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현재 패권전쟁은 "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수많은 분석과 보도가 있었는데, 이에 응답하듯 여기에 대한 4국간의 강력한 공조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백악관이 보도한 factsheet에서는 Quad국가들이 선도기술에 대한 규범과 원칙을 마련하고 이와 관련한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협의체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4개국의 외교장관은 최소 1년에 한번 정례 미팅을 가질 예정이며, 아울러 연말에 4개국 정상 간의 대면 정상회의를 가질 것을 합의했습니다. 

참고로 애플협력 업체 대만 폭스콘이 아이폰12 생산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긴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 또한 Quad 협력의 하나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희토류 관련해서도 중국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미국, 일본, 호주 간의 기술협력이 강화될 전망입니다. 

쿼드정상회의의 결과로 3개의 워킹그룹이 설치되었는데 (1) 백신 워킹그룹 (2) 기후변화 워킹그룹 (3) 기술분야 워킹그룹 입니다. 

이 중에서 기술분야가 중추적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나저나 한국이 얼마 전 쿼드 가입을 고심 중이라고 보도된 적이 있는데, 이에 화답하듯 중국의 환구시보가 "한국, 쿼드가입 잘 생각하라"고 경고했습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312_0001369084&cID=10101&pID=10100

쿼드 밖에서 그들이 설정하는 의제에 끌려가느냐, 아니면 쿼드 안에서 의제를 같이 협의하고 설정하는 데 기여할 것이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대한 기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