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2/18 22:01:50
Name 우주전쟁
Subject [일반] 저자 사인회 망한 작가의 소설을 읽어봤습니다...
관련 글: https://cdn.pgr21.com./freedom/97366?divpage=19&ss=on&sc=on&keyword=%EC%9E%91%EA%B0%80

Chelsea-banning-.png

얼마 전에 본인의 첫 소설 저자 사인회에 친구 2명만 나타나서 낙담했다는 작가 이야기를 자게에 쓴 일이 있습니다. 이 작가가 사인회 이후 본인의 심정을 트위터에 올리자 스티븐 킹,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유명 작가들이 본인들의 부끄러웠던 예전의 저자 사인회 일화를 공유하며 이 신인 작가를 응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한 매체의 기사들 어디에도 정작 이 사람이 썼다는 책 [Of Crowns and Legends]에 대한 서평은 없어서 "그래서 책은 읽을만 한거야?"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습니다. 혹시 작품은 따로 언급하기에 민망한(?) 수준이어서 아예 언급을 안 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작품에 대한 내용이라고는 이 소설이 판타지 장르라는 것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전자책으로 구매해서 주말 동안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책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놀랐습니다. 배경은 중세의 영국이고 전설 속의 아더왕이 쌍동이 남매를 두었다는 가정하에 그 남매들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판타지 소설에 흔히 나오는 설정들 (마법사 멀린,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과 인간과의 갈등 같은...)도 다 나오고 나름의 반전도 있고 기본은 하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뭐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같은 수준의 고품격 판타지 소설은 아니고 시간 때우는 용도로 가볍게 읽기에는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하는데 15년 정도의 시간을 들였다고 하던데 그 정도의 공력은 느낄 만 했습니다.

다만 작가만의 개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굳이 비유를 하자면 요식업에 처음 뛰어든 사람이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백종원이 가르쳐준대로 충실하게 레시피를 잘 따라해서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요리는 만들었지만 대를 이어 내려오는 이름난 맛집의 내공 충만한 주인장의 손맛에서 나오는 정도의 요리는 아니라고 할까요? 미국은 장르별로 대중문학을 하는 작가들이 워낙 많아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첫 작품이 본의 아니게 화제가 되었고 남들보다 조금은 앞선 출발을 하게 된 만큼 차기작에서는 좀 더 발전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12/18 22:04
수정 아이콘
그래도 기본은 했나 보군요. 역시 기본은 되어야 기회를 잡네요. 첫 작품은 말씀주신 정도면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VictoryFood
22/12/18 22:04
수정 아이콘
저 두꺼운 책을 주말 동안에 원서로 다 읽으셨다는 것이 더 부럽네요.
고오스
22/12/18 22:40
수정 아이콘
저도 그점이 제일 부럽습니다 흐흐
이미등록된닉네임
22/12/19 00:04
수정 아이콘
의식 못하고 있었는데 이 댓글 보니 그렇네요…
22/12/19 22:29
수정 아이콘
이젠 한글로 읽어도 저 두께는 소화할 수 없게 되어버린...
무한도전의삶
22/12/18 22:38
수정 아이콘
글밥 먹는 입장으로서 꼭 저런 케이스가 되기를 바라지도, 될 거라 생각하지도 않지만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네요. 운도 끈기가 있어야 온다는...
22/12/18 22:48
수정 아이콘
15년이 걸린거군요..
우주전쟁
22/12/18 22:50
수정 아이콘
아마 구상을 시작한 시점이 그렇고 중간에 글을 아예 쓰지 않은 기간도 꽤 되는 것 같더군요...
햇님안녕
22/12/19 17:20
수정 아이콘
제목 보고 ‘크크 재미없다는 결론이겠지?’ 했는데 아니었군요. 트위터로 유명해졌으니 다음 사인회는 꽤 사람 많겠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464 [일반] 소아과 의사부족에 대한 개인적인 예측.. [150] lexial18053 22/12/19 18053 13
97463 [일반] 저자 사인회 망한 작가의 소설을 읽어봤습니다... [9] 우주전쟁13041 22/12/18 13041 8
97461 [일반] 12월 FOMC 요약: 파월의 자신감에 확신과 혼란이 가득했던 연설 [25] 김유라15351 22/12/18 15351 29
97460 [일반] (스포)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 간만에 애니 보고 눈물 흘린 후기 [8] 마스터충달10010 22/12/18 10010 15
97459 [일반] [스포] 아바타2와 블랙팬서2의 닮은 점 [34] norrell10795 22/12/18 10795 3
97458 [일반] [팝송] 메간 트레이너 새 앨범 "Takin' It Back" [5] 김치찌개8422 22/12/18 8422 1
97457 [일반] [더러움 주의/뻘글 주의] 겨울철 나를 괴롭히는 것 [9] TAEYEON9099 22/12/17 9099 7
97456 [일반] 설강화와 헌트의 비교 [132] meson15742 22/12/17 15742 7
97455 [일반] 한일관계는 특수한 관계일까? [110] 헤일로12461 22/12/17 12461 4
97454 [일반] [무스포] 아바타 물의 길 - 기술적인 면에 집중한 간단한 리뷰 [27] NSpire CX II9528 22/12/17 9528 2
97453 [일반] 교회 4년 다니고 후기 [117] 드러나다15815 22/12/17 15815 36
97452 [일반] 펜타닐 백신 개발 [43] 당신은누구십니까17142 22/12/17 17142 7
97451 [일반] [번역]KAI FA-50을 서유럽에 판촉하고 싶은 에어버스. [9] 가라한14727 22/12/17 14727 8
97449 [일반] [테크] EU의 USB-C 규제에 이은 배터리 규제 [29] 타츠야14111 22/12/17 14111 2
97448 [일반] 훌륭한 해적 / 영원한것은 없다 [7] 레드빠돌이8350 22/12/16 8350 4
97447 [일반] 망하라고 녹음한 노래가 유일한 히트곡... [17] 우주전쟁17301 22/12/16 17301 13
97445 [일반]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30] kien.13139 22/12/16 13139 5
97443 [일반] 인터넷에서 오용되는 법률용어 몇 가지 [54] 23년 탈퇴예정12366 22/12/16 12366 7
97442 [일반] [부동산] '집값 고점' 작년에 무주택자 103만명 집 샀다 [204] 김건희22370 22/12/16 22370 3
97441 [일반] 일본 1인당 GDP, 올해 대만·내년 한국에 추월당해 [87] 톤업선크림16349 22/12/16 16349 1
97439 [일반] 대전의 107년 역사 유성호텔도 철거된다고 합니다.. [57] 시나브로17280 22/12/15 17280 6
97438 [일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들이 영정과 위패가 놓인 시민분향소를 설치했습니다. [25] 아이군14258 22/12/15 14258 14
97436 [일반] 소소하고 확실한 (구매의) 행복 [33] 자급률11487 22/12/15 11487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