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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4/03 21:07:24
Name 오후2시
Subject [일반]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으면서 느낀 점 (수정됨)
안녕하세요.

약 3개월 전, 뉴욕타임스 읽는 법에 대해
도움을 요청한 적 있습니다.
(https://cdn.pgr21.com./freedom/97653)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조언을 주셨습니다.
그 중 'MakeItCount'님의 조언에
답변을 해야하는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https://cdn.pgr21.com./freedom/97653#4676957)

이제 3개월간 뉴욕타임스를 읽으면서
느낀점을 올립니다.
(편의상 평어체로 썼습니다.)

1. 학창시절, 영어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만 나오면
    해석을 하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알고 있는 단어를 단서로
    문장을 지어낸 것에 불과했다.

2. 약 3개월 간 뉴욕타임스 기사 번역에 도전한 결과,
    성과가 일부 있었다.

2-1. 가장 큰 성과는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 들었다.
       과거 영어 지문만 보면 겁에 질려
       ‘언제 이걸 다 읽나.’ 하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직업상 요구되는 상황과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제한 시간이 없고, 평가자가 없으며,
       무엇보다도 일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주제로 넘어가 재도전이 가능하다.
       수행-평가-수정-재시도의 선순환은 강력하다.
 
2-1-1. 아쉬운 점은 군대에서 이런 선순환이 별로 없었다.
          제발 ‘평가’라는 가면을 쓰고
          저열한 공격성을 충족하려 들지 말자.
          진짜 소모적이고 직장문화를 망가뜨린다.
          문법, 단어, 용지 여백 등으로 1시간 이상
          질책해 봐야 남는 게 있는가?
          솔직해지자. 남을 쿡쿡 찌르고 싶지만
          실력 없는 거 모두가 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모두가 냉소적이고 자기방어적이며
          업무내용보다 말싸움에 목매게 된다.

2-2. 한국의 시야에서 벗어나 타국의 시야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뉴욕타임즈도 회사의 시각이 있을 것이고,
       미국 전체를 대변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크게 보도되지 않는 내용들을 보면서
       타국은 무엇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어 즐거웠다.

2-3. 글쓰기에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을 알게 되었다.
       눈길이 가는 기사들은 특징이 있다.
       1) 내가 관심있는 주제일 것.
       2) 글에 설득력과 호소력이 있을 것.
      도입부에 사람의 관심을 끌 만한 사례를 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확실히 글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글쓰기에 있어 배울 점이 있다.

2-4. 조언 받은 것 중
     ‘신문 기자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은 책 쓰는 작가입니다.
     적어도 미국은 그래요.’의 의견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의견 주신 Taima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원서에 도전하는 건 유보하고 있다.
     책은 분량이 많고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의무감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기사는 길어봐야 A4용지 몇 장 밖에 되지 않는다.
     분량에 압박을 느낀다는 점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꾸준히 실력을 쌓아가면
     원서를 편하게 대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첫시도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다.
     서문의 천진난만함과 인간에 대한 신뢰,
     긍정은 사람을 눈물 나게 한다.

3. 문단 해석 후 deepl 번역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적절한 표현을 떠올릴 수 있었고,
   틀린 해석을 찾을 수 있었다.

3-1. 번역기의 성능이 좋아, 전적으로 의지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단, 법적 책임이 부여되거나 엄밀한 분야는
       적용이 힘들 것 같다. 일부분 오역이 있는 경우도 있다.

3-2. 하지만 나는 번역기 사용을 자제하려 한다.
       문장이 복잡해 해석에 진도가 나가지 않거나,
       문단을 해석하고 맞게 썼는지 확인용으로만 쓸 것이다.

4. 시간으로 따지면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4-1. 첫번째로 번역기는 특정 단어들에게 취약한 것 같다.
       예를 들어 too-big-to-fail의 경우 올바른 해석은
      ‘대마불사 : 경제 시스템과 고용에 큰 역할을 담당해,
      파산 처리하면 여파를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지원해야 하는 회사 및 기관’ 이지만
      번역기는 ‘실패하기에는 너무 큰’ 으로 해석한다.
      엄청난 연봉을 받으면서 엉망으로 경영하는 주제에,
      세금으로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에
      야유를 보내는 뉘앙스가 사라진다.

      다른 예로 ‘fighting the last war’라는 표현이 있다.
      정확한 뜻은 ‘과거의 신화에 매몰되어
      같은 과정을 반복하다가 실패를 겪게 된다.’ 이다.
      하지만 번역기는 ‘마지막 전쟁을 치른다.’로 해석한다.

      번역기는 사자성어/숙어/유행어/역사적 사례에 기반한
      비유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즉, 사회/역사적 맥락을(상식, 밈이라 불리는) 알고,
      이를 적용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다.
      물론, GPT의 사례에서 보듯 곧 해결될 문제일 것이다.

4-2. 두번째로 언어에 대해 심도 있는 공부가 된다.
       만약 번역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애매한 표현을 수용할 것이다.
       하지만 직접 번역하면서 시간과 정성을 들이다 보면
       본인의 부족한 점을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된다.
       번역하다 보면, 문장의 뜻을 알 것 같지만
       한글로 번역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건, 해당 문장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아니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영-한 사전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정확한 뜻을 확인하는 용도로
       영-영 사전을 일부 참조하고 있으며,
       적절한 단어 선택을 위해 국어사전도 활용한다.

4-3. 기사에 활용된 근거, 출처, 자료 등을 알게 된다.
       기자가 현장을 조사하고 의견을 수집하다 보면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정보들에 둘러 쌓인다.
       기자는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출처간 신뢰도 등을 기준으로 
       정보와 소음을 분류하게 된다.
       그리고 기사에 출처를 남긴다.
       물론, 언론사의 편향, 진영논리, 악의 등으로
       기사가 엉망이 된 경우를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에 떠다니는 출처 불명의 주장보다 믿을 만하다.

4-4.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습관과 경험은
       타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무언가를 성취한 기억은 자신감과 긍정을 가지게 해준다.
       지금 당장 이득이 안 된다고,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5.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 10건의 기사를 번역했고, 11번째 도전 중이다.
   해석 중 실수가 줄어들거나, 실수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더 높은 수준이 있고 아직 부족함을 안다.
   기사를 100번쯤 읽어보면 어느정도 능숙해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글을 읽고 의견을 제기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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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21:21
수정 아이콘
오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자극이 됩니다.
23/04/03 21: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전글은 제가 놓쳐서 못봤네요 허허

영어 학습을 위해 뉴욕타임즈를 보신 것 같은데 그 목표와는 약간 핀트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본문의 2-2부분

[한국의 시야에서 벗어나 타국의 시야를 일부 느낄 수 있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외국 기사는 좀 번거로우시더라도 찾아보시는 걸 권하는 편입니다.

한국어 기사만 읽다보면 아무래도 한국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외국의 언론사들이 한국언론보다 더 정확하다 혹은 객관적이다, 이런 말씀을 드리려는건 물론 아닙니다만,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타국의 시각이 어떤지 알 수 있고, 심지어는 한국 언론에서는 여러 사정상 다루어지지 않는 이슈 혹은 사건을 접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자게에서 개인적으로 [아니 한국 언론에서 이런걸 안다루었나/보도가 안 되었나] 싶은 경험이 몇 번 있던터라 특히나 권합니다.

최소한 한국 외 1개국 정도의 언론은 찾아보는 게 좋고, 외국어 실력이 충분하시다면 3-4개국 언론으로 교차검증을 해 보는 게 그나마 이슈의 실체에는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가급적이면 이 경우는 같은 제1세계 언론보다는 제3세계 언론도 포함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미국/일본or영국/알자지라 뭐 이런 식으로요)

(이건 비단 한국만의 얘기는 아니고 미국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미국 언론만을 접하면 미국의 시각에서밖에 이슈 파악이 불가능하거든요)
23/04/04 04:11
수정 아이콘
교차검증의 중요성 공감합니다.
'외신 반응'이라고 번역/요약한 한글 기사와 영어 원문 기사의 뉘앙스가 다른 경우도 꽤 있더라구요
오후2시
23/04/04 12:53
수정 아이콘
입장에 따라 정반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봅니다.
저는 그들의 입장을 알고 싶었고,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국외의 여론을 살펴봅니다.
척척석사
23/04/03 21:33
수정 아이콘
2-1-1 에서 군대는 갑자기 왜 나오는 건가요 직업군인이신데 번역하시는거 보고 위에서 누가 뭐라고 한건가 덜덜
오후2시
23/04/03 21:42
수정 아이콘
아... 군에 있을 때,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던
망나니가 떠올라 썼습니다.

업무에서 피드백이 중요하지만,
남을 물어뜯는 사람이 있으면
선순환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피드백의 전제조건은
정직하고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상대방이 필요하죠.

그 양반 때문에 전역계 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죠.
중령 진급한다는 소식에 모두가 한탄했고,
군대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습니다.
23/04/03 21:47
수정 아이콘
우와... 추천 꾹 눌렀습니다.

2-1-1은 조직문화에 관심 많은 저로서는 정말 뼈저리게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그놈의 형식 형식 형식....
남한인
23/04/03 21:55
수정 아이콘
"경어체" 뜻을 제대로 알고 쓴 것인지 의문입니다.

혹시 敬語體가 아니라 輕語體라는 뜻으로 말함인지… 그런 표현은 사용되지 않습니다.
오후2시
23/04/03 21:57
수정 아이콘
평어체를 잘못 썻군요.
수정했습니다.
남한인
23/04/03 22: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평어체"도 생소한 표현입니다.
SkyClouD
23/04/03 22:02
수정 아이콘
제가 일본어 공부할 때 느꼈던 것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라 참 반갑네요. 크크.
기사조련가
23/04/04 08:54
수정 아이콘
저도 일본어 공부 좀 했는데 정말 일본어가 입문만 쉽지 상급자로 가면 난이도 극악입니다 한자도 더러운데 겸양어나 존댓말등이 정말 헬난이도
23/04/03 22:27
수정 아이콘
후기 감사합니다.
언젠가 저도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김재규열사
23/04/03 22:45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뭔가를 배운다는 건 늘 즐거운 일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cnn이나 bbc 듣기도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막이 있기에 듣기 연습에 매우 좋습니다.
23/04/04 03:53
수정 아이콘
오오 연습삼아 번역본 올리시는 거였군요!
완벽하진 않아도, 웬만한 아마추어 번역가보다 번역 잘하시는것 같았는데.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좋은 기사 많이 접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화이팅 입니다!
23/04/04 05:19
수정 아이콘
저도 읽어볼까 생각중이네요. 책도 확실히 좋긴 한데 너무 길어서 끊기는 감이 없잖아 있죠.
임전즉퇴
23/04/04 07:30
수정 아이콘
2-1-1에 대한 말이 있는데
그들이 일관되는 부분도 조금 있지만 그거야 아주 뻔한 것들이고 대부분 서로 다르죠. 심지어 어제의 그와 오늘의 그가 다를 수도 있고...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만 빼고 용서하는데 용서할 사람도 많지 않죠. 휴

그리고 어느 나라나 작가가 최고 잘 쓰는 직업인건 당연하고 적어도가 들어갈 건 한국이죠. 일단 한국은 교육에서 글쓰기 적고 읽기도 썩 인기없고. 세줄요약이 폰 때문이 아니고 옛부터 그런 겁니다. 그런 환경에 기자만 인외는 아니고 또 2-1-1이 따라붙어 길들이니, 한국 신문으로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저런 말을 하긴 해야겠네요. NYT가 최고는 아니라고 표현하면 한국 감성에 그럼 큰일인가 싶지만, 아주 안전할 겁니다.
오후2시
23/04/04 12:56
수정 아이콘
저의 경우 약 20년간 국내신문을 보았습니다.

약간,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기사에 집중하기 힘듭니다.

논조에 동의하지 못하거나,
글이 엉망이거나,
악의를 가지고 쓰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개좋은빛살구
23/04/04 10:09
수정 아이콘
저는 비슷하게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로 관심가는 주제와 관련된 신문기사들(로이터, 뉴욕타임즈, 등등)과 각 공신력있는 기관들(요즘은 나사 위주로 보고 있습니다.)
트위터 특성상 한 단락도 안되는 글밖에 작성을 못하기에 간단하게 헤드라인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련된 글을 누르면 더 상세하게 볼 수 있어서
국제 정세라고 할까요? 외신들은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트위터 앱 자체에서도 번역기능을 지원하고 있어서 모르는 단어가 보이면 그때그때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크크
우스타
23/04/04 10:22
수정 아이콘
번역 잘 하시는 분들 보면 참 신기하긴 합니다.
[영어 "A" 라는 단어는 한국어 "가" 라는 단어에 해당할 수 있다] 라는 연결이 잘 안된달까요.
아예 안되는 건 아닌데, 빠르지 않고 정확성도 떨어져서. 그냥 근본적으로 언어능력 내지는 실력이 떨어지는 건가? 0개 국어 마냥? 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23/04/04 11:28
수정 아이콘
ChatGPT랑 영어로 대화하듯 놀아보시는 것도 좋아요
맨날 업무관련 내용으로만 영어 쓰다가 온갖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느낌으로 떠들 수 있는게 매력적이네요~
23/04/04 12:15
수정 아이콘
항상 번역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몇가지 조언을 드리면,

- 번역투(요즘 시대에는 번역기투)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번역은 옮기려는 언어와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모국어와의 싸움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옮길 마땅한 단어가 없거나, 그대로 옮겼더니 뭔가 뜻이 이상해지는 어구를 접한 적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은 어찌됐든 한국어 문장으로 옮겨서 다시 읽어보니 입에 잘 안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번역할 때 이러한 위화감을 지나치지 않고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하다 보면(사실 DeepL을 비롯한 기계번역은 아예 위화감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어학습 측면에서 그리 좋은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양쪽 언어에 대한 이해가 자연스럽게 풍성해집니다. 요컨대 영어로 잘 쓴 글이라면 한국어로 옮겼을 때도 잘 쓴 글로 읽혀야 합니다.
- NYT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영국쪽 언론도 번역을 시도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디언지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다른 곳도 많으니 취향에 맞춰서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후2시
23/04/04 13:00
수정 아이콘
좋은 번역을 위해 외국어와 모국어 둘다 잘해야 한다.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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