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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9/19 23:12:17 |
Name |
블루 위시 |
Subject |
[스포츠서울][e스포츠] 스타 고백, 임요환 1 |
[스포츠서울] e스포츠스타들의 어린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는 ‘e스포츠 스타고백’의 첫번째 주자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입니다. 오늘의 e스포츠 붐을 이끈 명실공히 최고의 스타인 임요환의 이야기를 전격공개합니다.
내 이름은 임요환.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은 천주교인이 아니냐고 묻는다. 천주교인 것은 맞지만, 이름은 그와 상관없는 한자이름이다. 사람 이름에 잘 쓰지않는 멀 ‘요’에 빛날 ‘환’자를 써서 내 이름 한자는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풀이를 하자면 ‘멀리서 빛난다’는 뜻이다. 난 막내다. 위로 큰누나가 10살이 많고, 막내누나도 6살이 많으니까 꽤나 늦둥이인 셈이다. 어머니가 33살에 나를 낳으신 이유는 하나, 장손을 보기 위해서다. 우리집은 종갓집이라 일년에 제사만 10번이 넘는다. 아들 하나라서 굉장히 사랑을 받고 컸을 것같지만, 실상은 별로 안 그랬다. 아버지가 워낙 엄하셔서 야단도 많이 맞았다. 나의 든든한 지원군은 엄마. 엄마한테 이런저런 거짓말로 돈을 타내서 용돈으로 많이 썼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누나들과의 추억은 별로 없다. 이미 다 큰 누나들은 자기들끼리만 놀고 나를 잘 안끼워줬다. 그래도 큰누나는 밥도 챙겨주고 날 돌봐줬던 것같은데, 막내누나랑은 정말 많이 싸웠다. 지금은 세 누나 모두 시집가서 조카도 5명이나 된다. 가끔 집에 내려가면 조카들이랑 노는게 제일 큰 일이다. 녀석들이 학교가서 “외삼촌이 임요환이다”라고 자랑도 하나본데, 친구들이 “뻥치지 말라”고 한다나. 이 기회에 밝히는데, 제가 외삼촌 맞습니다!
어릴 때 생각을 하면 동네애들, 사촌형과 종일 놀던 기억이 난다. 아침밥을 먹자마자 뛰쳐나가 해가 질때까지 뭐가 그리 재밌는지 바쁘게 놀았다. 조용한 성격이라 어디를 다쳐오거나 누구를 때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소소한 말썽은 피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분사건. 부모님 모두 꽃을 좋아하셔서 우리집에는 유독 화분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아버지가 가장 아끼던 난화분을 실수로 깨뜨렸다. 아버지한테 혼날 생각을 하니 어찌나 무섭던지 난 깨진 화분조각을 하나하나 모아서 가까스로 화분을 원상복귀시키고 투명 스카치테이프로 둘둘 말아놨다. 난초도 세우고, 흙도 다시 잘 넣었다고 넣었지만 고작 10살짜리가 얼마나 제대로 했을지는 상상이 간다. 저녁무렵에 들어오신 아버지는 화분을 보시고 눈치를 채신 것 같았지만, 떨고있는 내가 불쌍했던지 큰 소리없이 은근슬쩍 넘어가주셨다. 그때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관악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봉천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조용하고 눈에 띄지않는 평범한 중학생이 됐다. 동네 애들과 자주 못만나게 되면서 나는 슬슬 오락실을 다니게 됐고, 그것이 아버지와 나의 쫓고 쫓기는 오락실전쟁의 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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