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e스포츠]20위권 선수75% 대기업 빅4구단 소속
프로스포츠에서 성적은 지원과 비례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뉴욕양키스가 항상 우승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우승에 근접한 팀인 이유는 그만큼 많은 돈을 퍼붓기 때문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실력은 곧 돈이고 돈은 곧 실력이다. ‘쓴 만큼 나온다’는 공식은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 대기업 스폰서가 있는 팀의 선수들 성적이 훨씬 좋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팀간 투자 불균형이다. 정도가 지나치면 ‘판’이 깨져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한국e스포츠협회가 발표한 2005년 10월 프로게이머 랭킹을 보면 대기업 스폰서를 받지 못하는 박성준(POS)이 7개월째 1위를 질주했고 WCG 한국대표인 서지훈(GO)이 박태민을 제치고 2위에 뛰어오른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랭킹 10위 중 KTF매직엔스가 4명, SK텔레콤T1이 3명,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가 1명으로 80%가 대기업 스폰서다. 이는 1년 전인 2004년 10월 랭킹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SK텔레콤 3명, KTF 3명, 팬택앤큐리텔 2명으로 선수 구성과 순위만 바뀌었을 뿐이다.
현재 20위권을 봐도 SK텔레콤 5명, KTF 6명, 팬택앤큐리텔 2명, 삼성전자 2명으로 이들 ‘빅4’가 전체 75%를 차지한다. 20위권 내에 선수를 등록시킨 팀은 GO(4명)와 POS(1명)뿐이고 소울, 플러스, e네이처톱은 소속 선수를 30위권 내에 한명도 등록시키지 못했다.
프로게이머 랭킹이 곧 팀의 성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울의 경우 탄탄한 팀워크로 후기리그 초반 1위를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로리그는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기리그 역시 SK텔레콤과 KTF의 맞대결 구도였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이들 팀이 계속 스카우트해가면서 팀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것이다.
개인리그의 경우 대기업 스폰서를 받는 ‘빅4’와 개인전이 강한 GO 소속 선수 외에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온게임넷 SO1 스타리그 16강 중 박성준·박지호(POS), 오영종(플러스), 김준영(한빛스타즈)이 외로운 싸움을 했고 6일 개막전이 열리는 MBC게임 7차 스타리그 16강 중에는 전태규·박정길(KOR)만이 예외다.
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은 ‘빈익빈 부익부’ 구조는 e스포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이변’이 없는 스포츠는 더이상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프로팀을 창단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지금 현실에서 그런 기업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실력으로 극복하라고 외치기엔 현실이 너무 열악하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법을 모색할 때다.
〈김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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