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사랑 바이러스’ 메신저
입력: 2005년 12월 02일 21:03:45
e스포츠가 ‘사랑 바이러스’를 실어나르며 세밑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협회 등 e스포츠 가족이 난치병을 앓거나 장애를 겪고 있는 e스포츠팬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지난달 28일 팬택앤큐리텔과 SouL의 2005 스카이프로리그 경기가 열린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에 낯선 어린이가 팬택 선수석에 앉아 있었다. 이 어린이는 소아 난치병인 ‘횡문근육종’을 앓고 있는 한지석군(6)으로, 팬택 선수의 일원으로 이날 경기에 참여했다.
한군은 팬택 이윤열의 팬으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한군은 어린이 소원성취 재단인 ‘메이크 어 위시’의 소개로 팬택 숙소를 방문, 선수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 데 이어 이날 경기장까지 찾게 됐다.
팬택은 상대팀인 SouL과 방송국인 온게임넷의 양해를 얻어 한군을 선수석에 앉혀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했다. 팬택 선수들은 한군을 위해 꽃다발과 케이크를 준비하는 등 세심히 배려했다.
특히 이윤열은 한군 옆에 붙어서 경기 진행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주는 등 친형이 돼줬다. 한군은 이윤열에게 ‘이윤열 선수’라고 부르며 궁금한 점들을 물었으며, 경기 내내 관중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e스포츠협회는 e스포츠를 사랑하는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키워 준다는 취지에서 한군에게 명예 프로게이머 자격증을 줬다. 협회는 지난 2003년 임요환의 초청으로 프로리그에 출전했던 난치병 환자 김지환군에게 명예 프로게이머 자격을 부여한 바 있다.
KTF매직엔스의 박정석은 동료 프로게이머들에게서 헌혈증을 모으느라 바쁘다. 최근 자신의 팬카페에 오른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도와 달라’는 안타까운 팬의 사연을 보고 헌혈증 모으기에 나선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의 헌혈 홍보대사이기도 한 박정석은 자신의 것과 팀원들에게서 받은 헌혈증을 사연의 팬에게 전달했다. 박정석 팬들도 동참, 수십명이 헌혈증뿐만 아니라 모금한 돈을 보내고 있다.
e스포츠 가족의 ‘사랑 바이러스’ 전파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임요환과 오영종의 So1 스타리그 결승전에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 김태관씨(24)가 특별 초청됐다. 천안에 살고 있는 김씨는 4년 전 임요환의 팬이 된 이후 늘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전하고 싶어했다. 이 사연을 우연히 접한 한빛스타즈 이균재 감독은 스타리그 방송사의 도움을 받아 김씨가 임요환의 경기석 바로 앞자리에 앉아 경기를 볼 수 있게 했다.
이외 SouL 소속의 프로게이머들이 지난달 보육원을 방문해 원생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등 e스포츠 가족의 ‘사랑 바이러스’는 다양하게 퍼져가고 있다.
〈권오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