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놀고 있자니 뻘 생각이 듭니다.
무협지 소재로 우임금의 九鼎과 주역을 넣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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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제사장이던 괴력난신의 시대. 홍수를 막지 못한 여러 나라의 왕들은 치수에 성공한 우의 득세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우가 점점 절대 권력을 향해 다가서자, 그를 막기 위해 각 지방의 왕들은 필사의 저주를 시전한다.
그러나 우는 그들을 차례로 격파ㅡ 그들의 제기를 빼앗아 녹인 구리에 사로잡은 왕들을 던져넣어 버린 다음, 鼎을 부어 만들어 그 주술과 원혼을 봉인한다.
결국 9번에 걸친 승리의 결과물인 九鼎으로 중화의 모든 술법을 손에 쥐고 아홉 원귀군을 거느리게 된 우ㅡ반대 세력을 구정에 삶아 제사 지내는 의식을 치르며 하를 개창한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형벌이자 주술의 수단인 구정은 주권을 상징하게 되고, 구정에 봉인된 법술과 원혼들을 부리는 비법은 연산에 담긴다.
세월이 흘러 구정은 상을 거쳐 주로 넘어가고, 연산도 귀장을 거쳐 주역으로 된다. 제사장은 권력과 무관한 일관日官으로 되어 권력과 멀어지면서, 구정은 그냥 주권을 상징하는 제기로만 인식된다. 도대체 왜 솥단지 몇개가 주권을 상징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의 제의(祭儀)나 九鼎에 새겨진 명문(銘文)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주역은 도대체 뜻을 알 수 없는 글에 불과했던 것처럼.
그러나 잊혀진 사실을 알았던 몇 사람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자였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삶아 원귀들을 먹이고, 그 원귀들을 부려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九鼎의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직도 성을 쌓으며 사람을 파묻는 시대, 한줌의 부와 권력을 위해 죽고 죽이는 난세에 이게 알려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솥에 들어갈지, 얼마나 많은 피가 솥의 명문에 발릴지 뻔하지 않은가? 그래서 공자는 괴력난신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예에 밝았던 그는 하의 제의도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이제는 잊혀진 추악한 비법을 자신이 되살려 낼 생각은 아예 없었다.
공자는 뜻을 이룰 힘을 얻기 위해 평생을 떠돌았다. 오랜 방랑과 실의에 마음이 흔들려, 반란 세력에도 두어번 기웃거렸다. 하지만 그때도 사람의 피로 더 큰 피를 부르는 저주만은 거부했다.
결국 헛되이 떠돌다 늙어버린 채 고향에 돌아와야 했던 공자. 아들 공리의 죽음, 자신의 모든 것을 이어받고 자신을 뛰어 넘으리라 믿었던 안회의 죽음, 마음이 흔들려 반란군에게 가려는 자신을 막던 자로의 죽음 앞에 끝내 무너지고ㅡ결국 금단의 술법이 숨겨진 주역에 손을 뻗게 된다.
공자는 죽간을 엮은 가죽 끈이 세번 끊어지도록 주역을 연구해서 주역에 숨겨진 연산을 되살리지만, 마지막 순간 죄책감에 이를 숨기고 죽음을 맞는다.
공자가 무엇을 하는 지 모를 리 없었던 제자들, 공자의 죽음 뒤 3년상을 핑계로 떠나지 않고 필사적으로 九鼎의 비법을 찾는다. 결국 수색에 모두 실패하고 물러나면서 술법은 다시 비밀로 잠든다.
그런데 우연히 산 옛 무덤의 도굴품에서 3년상의 비밀을 알게 된 제갈세가. 공자의 제자들이 뒤지지 않은 공리와 안회의 무덤을 찾는다. 공자의 제자들은 이들이 먼저 죽었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공자의 생전 주변을 샅샅이 뒤졌을 제자들이 실패한 점, 평생 제대로 된 가르침도 내리지 못한 아들과 무덤에 곽도 못 쓰게 한 수제자에게 뭔가를 갚고 싶었을 공자의 마음을 생각한 제갈세가는 결국 무림의 눈을 피해 어렵사리 안회와 공리의 무덤을 찾아낸다.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잃어버린 구정마저 찾아낸 제갈세가는 모든 재력을 쏟아붓고 전력의 반을 희생하며 구정을 세가로 끌어오는데 성공한다.
결국 구정대법을 시행하게 되는데, 연산에 따르면 천하를 제패할 힘을 구하는 자는 아들 하나를 희생해야한다. 이미 많은 희생을 거친 제갈세가에서 구정대법을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의견 따위는 나올 수 없었다. 그러자 누가 솥 안에 끓여질지를 두고 제갈세가의 후계자들 사이에서 피비린내나는 혈투가 벌어지는데.
그런 제갈세가를 지켜보는 눈ㅡ마교. 사실 구정과 연산의 비밀은 거짓이었고, 제갈세가를 낚기 위한 마교의 음모일 뿐이었다. 무공이 부족하지만 무림의 머리 역할을 하는 제갈세가. 이들이 건재하는 한 무림의 내분을 일으켜 자멸지키려는 마교의 계획이 성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공이 부족해 언제나 천하를 제패할 수 없었던 제갈세가가 흥미를 가질만한, 그러나 학식이 얕은 다른 무림에서는 관심이 없을 미끼를 던진 것ㅡ구정을 옮기는데 전력과 물자를 소모하게 하고, 대법을 시행하면서 내전이 벌어지게 한 것이었다.
그걸 알지 못한 제갈세가에서는 결국 적장자가 눈엣가시였던 가장 뛰어난 동생을 삶아버리며 구정대법을 시행하는데, 마교의 계산에 따르면 아무 효과가 없어야할 구정대법이 발동되며 혈강시들이 나타난다.
이는 바로 혈교의 구정대법이었던 것. 원래 마교를 통해 혈강시를 부활시키려던 혈교의 계략ㅡ 부활하는 혈강시를 통해 마교의 수뇌부까지 쓸어버려, 혈강시 부활과 마교타도의 일거양득을 노린 혈교의 안배가, 뜻밖에도 마교의 음모로 인해 제갈세가에서 구현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