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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1/03 11:55:45
Name 페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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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ay1nn님 블로그
Link #2 https://m.blog.naver.com/say1nn
Subject [텍스트] 김역관과 천하일색 (수정됨)


제독 (提督) 이여송(李如松)은 평양에서 왜를 정벌하였는데 이때 김씨 성을 가진 역관(譯官)을 총애하였다. 김 역관은 나이 겨우 20세로 꽃다운 용모에 미색이 있었다. 여송은 밤낮으로 그를 가까이 하며 잠시도 놓아주지를 않았으니 전방의 사랑(많은 비빈(妃嬪)가운데에서 어떤 한 사람만이 오로지 받는 군주의 총애)도 이보다는 못할 정도였다. 역인이 무슨 말을 하면 반드시 들어주었으니 그의 소원대로 따라주지 않는 것이 없었다. 군대를 철수하여 돌아갈 때에도 역인을 데리고 갔다.

책문(만주 봉황성의 변문)에 이르러서 군량을 약손한 기일에 대지 못하였던 일로 제독이 크게 노하여 장차 요동도통에게 군률을 행하려 하였다.

도통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는데 큰 아들은 시랑이었고 둘째 아들은 서길사(명나라 태조가 두었던 벼슬이름-문학과 서법에 뛰어난 진사를 선발하여 임용하였음)였으며 막내 아들은 신승으로 황제가 신사로 대접하여 대궐 안에 별원을 세워 그를 그 곳에 맞이하여 두었으니 마치 당 나라 숙종이 이업후((이필-이필은 당대의 명신으로 현종때에 동궁에  공봉하고 숙종 때에 국사에 참여하였으며 뒤에 업현후에 봉해졌음)를 대접하는 것 같이 하였다. 그 때 세 사람이 부친의 소식을 듣고 모두 황망히 달려와 요동에서 모여 아버지를 구제할 계책을 상의하였다. 신승이 말하였다.

"제가 들으니 조선의 김씨 성을 가진 역인이 제독에게 총애를 받고 있는데 역인이 말하는 것은 들어주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를 만나뵙고 간곡하게 애 걸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마침내 그들은 서로를 이끌며 제독의 병영 밖에 와서 김역인 뵙기를 청하였고 김역인은 그 사실을 제독에게 아뢰었다.

"모관(募官)형제 세 사람이 소인을 만나고자 하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제독이 말하였다.

"필시 그들 부친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청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상국(上國)의 존귀한 사람들이니 외국의 하찮은 일개 역인인 네가 어찌 감히 가보지 않을 수 있겠느냐?"

김역인이 나가 그들을 보자 세 사람은 말을 합하여 간청하였다.

"아버님이 불행히도 변을 당하여 살 길이 만무하오 오직 바라건대 그대가 우리들을 위하여 제독에게 잘 아뢰어 장차 죽을 목숨을 보전할 수 있게 해준다면 천만다행이겠소."

김이 말하였다.

"돌아보건대 보잘 것 없는 외국인인 제가 어찌 감히 천장(天將의 군률을 어지럽히겠습니까? 그러나 귀인의 간청이 이 같이 근실하고 진지하시니 어찌 감히 저 자신부터 사양하고 거절하겠습니까? 삼가 제독에게 아뢰어 볼 것이니 공손히 제독의 처분을 기다리십시오."

김역인이 즉각 군막으로 돌아오니 제독이 물었다.

"저들이 말하는 바가 과연 도통의 일이더냐?"

"그렇습니다."

이어 김역인은 그들과 주고받은 이야기의 전말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하였다. 제독이 한동안 깊이 생각하다가 말하였다.

"내가 싸움터를 횡행하면서 일찍이 사사로운 개인의 간청 때문에 공사를 해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너는 보잘것 없는 사람으로 귀인들의 간곡한 애걸을 받으니 네가 나에게 얼마나 절실하고 긴요한 존재였는지를 알 만 하구나 또 내가 너를 거느리고 이 곳에 와서 너에게 생색낼 만한 다른 일이 없었으니 군률이 비록 지엄하다지만 내 마땅히 너를 위해 한번 도와주겠노라."

김역인이 나가 세 사람을 보고 제독이 이야기 했던 것을 모두 말하니 세 사람이 함께 머리를 조아려 재배하며 말하였다.

"그대의 은덕에 힘입어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으니 은혜가 천지와 같이 크고 하해같이 깊소. 장차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겠소? 깃털,상아,가죽,금은,옥,비단 등을 청하기만 하면 달라는 대로 다 주리다."

"저희 집안은 본래 청렴하고 검소하니 보배로운 패물과 진기한 노리개 등은 실로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세 사람이 말하였다.

"그대는 조선의 일개 역관이니 만약 상국의 명령으로 그대를 조선국 재상으로 삼게하면 어떻겠소?"

"우리 나라는 명분을 절대적으로 숭상하는데 저는 중인입니다. 만약 제가 재상이 된다면 반드시 중인정승이라고 손가락질 할 것이니 도리어 정승이 되지 않은 것만 못합니다."

세 사람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대를 상국의 높은 관직과 높은 품계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중원의 높고 큰 가문의 벌족이 되게 하면 어떻겠소?"

"저의 부모님께서 모두 살아계십니다. 이별하여 있는 정이 더욱 절박하니 오직 속히 고국에 돌아가기만을 원할 뿐입니다. 일일여삼추(하루가 석달의 가을같이 느껴진다는말-매우 지루하거나 몹시 애태우며 기다리는 것을 비유함)입니다. 제독께서 회군하신 후에 즉각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려주신다면 그 은혜가 더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세 사람이 말하였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은혜는 꼭 갚아야겠으니 그대는 원하는 바를 말해야만 할 것이오 비록 지극히 귀한 물건이어서 따르기 어려운 청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받들어 들어줄 것이오."

애걸하기를 마다 않으니 김이 엉겁결에 경솔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달리 원하는 것은 없으나 소원이라면 천하일색을 한번 보는 것입니다."

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서로 돌아보며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이윽고 신승이 말하였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같이 하고 그들과 헤어졌다. 김역인이 들어가 제독을 뵈니 제독이 말하였다.

"저들이 반드시 너에게 은혜를 갚고자 했을텐데 너는 무엇을 원한다고 말하였느냐?"

김이 말하였다.

"천하일색을 한번 보기 원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제독이 벌떡 일어나 역인의 손을 잡고 등을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네가 소국의 인물로서 말하는 것은 어찌 그리도 큰고? 저들이 모두 허락하더냐?"

"허락하였습니다."

제독이 말하였다.

"저들이 장차 어디에서 얻어올까?비록 황제와 같은 귀인이라도 갑자기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김역인이 도독을 따라 황성(명나라 수도)에 들어가니 세 사람이 와서 김역인을 맞이하여 어떤 집에 도착하였는데 그 곳은 새로

지은 큰 누각이었다. 제도가 넓고 시원하였으며 금색의 벽은 휘황찬란하였다. 집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말하였다.

"돌아가지 말고 오늘 밤은 이 곳에서 지내도록 하시오."

조금 있으니 온 집안에 향훈이 가득항 사람을 엄습하였는데 내실문이 열리는 곳에 곱고 짙게 화장한 미인 수십 명이 어떤 이는

향로를 들고 어떤 이는 붉은 보자기로 싼 상자를 들고 쌍쌍이 열을 지으며 나와 마루 앞에 섰다 김이 보는 바로는 그들 모두 경성지색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미인들을 이미 본 뒤 김이 이윽고 일어나려 하니 세 사람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일어나오?"

"제가 이미 천하일색을 보았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물 필요가 없습니다."

세 사람이 웃으며 말하였다.

"이들은 시녀일 뿐이오 어찌 천하일색이라 할 수 있겠소? 천하일색은 금방 나올 것이오."

조금 있자 내실문이 활짝 열리며 한줄기 난초와 사양 향내가 진하게 배어나오고 시녀 십여 인이 천하일색을 옹호하고 나와 마루

위에 올라 앉으니 일개 곱게 화장한 지분 덩어리가 의자 위에 앉아있는 형상이었다. 세 사람과 김역인 역시 차례로 의자 위에 앉았다. 세사람이 김에게 물었다.

"이 여자는 진실로 김역인이 보기 원했던 천하일색이오. 과연 어떠하오?"

김이 보더니 온몸에 장식된 구슬과 비취의 정교한 색채가 사람 안목을 빼앗아 정신이 현란하고 어리둥절하여 살제 인물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었다. 세 사람이 말하였다.

"오늘 밤에 그대는 반드시 이 여자와 더불어 기필코 운우지락(남녀 사이에 육체적으로 관계하는 즐거움)을 이루어야 하오."

김이 말하였다.

"저는 단지 한번 보기를 원했을 뿐입니다. 실로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세 사람이 말하였다.

"이 무슨 말이오? 우리들이 그대의 은혜에 감사를 드리려고 하자 그대는 천하일색 보기를 원하였으니 우리들이 비록 머리끝에서부터 발뒤꿈치까지 닳아져 없어진다 한들 어찌 그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있었겠소? 제 이색, 제 삼색은 얻어오기 어렵지 않았으나 제일색의 경우는 천자의 세력으로도 역시 얻어오기 어려운 일이었소 연전에 운남왕이 어떤 사람을 원수로 여겼는데 우리들이 그를 위하여 원수를 갚아주었소 운남왕이 우리에게 은혜를 갚고자하여 무릇 우리가 청하기만 하면 다 들어줄 기세였는데 마침 왕의 딸이 바로 천하일색이었소 그대가 이미 천하일색 보기를 원하였고 일을 뒤로 미루기만 할 수 없는지라 그 날 서로 이별한 뒤 즉시 운남왕에게 중매인을 달려 보냈더니 왕 역시 허락하였소 그대가 황경에 들어오는 날에 맞춰 꼭 이 여자를 데려오라고 한 까닭에 그간에 천리마 세필을 썼으니 그 비용만도 수만 은 이었소 극서은 운남과 황경과의 거리가 삼만리 먼 길이었기 때문이오 오늘 서로 만남에 그대는 남자이고 저쪽은 여자라오 만약 한번 보기만 하고 헤어질 것이었다면 저 여자는 국왕의 친딸로서 어떻게 아무런 연고 없는 다른 나라 남자를 볼 이치가 있겠소?  일이 이치상 응당 이같이 하면 안되오 다시는 사양하지 마시오 오늘은 길일이니 합근의 예를 성사시키는 것도 역시 옳지 않겠소?"

김이 부득이 그 곳에서 유숙하며 여자와 함께 같은 희생을 먹고 같은 술잔의 술을 마셔 혼례를 치뤘다. 마침내 침실에 들었는데

밀랍으로 만든 촛불이 휘황찬란하였고 사향 냄새가 사람에게 엄습하였다. 김역인은 눈빛이 몽롱하고 심신이 황홀하여 소위미인을 바라보아도 놀라고 당황하여 어리둥절 하기만 할 뿐 미친듯이 날아다니는 나비가 꽃을 탐하는 마음이 없었으니 고요하여 원앙이 파도를 희롱하는 소리라곤 없었다.

세 사람이 문 밖에서 이를 엿보다가 김역인이 이같이 몰풍미함을 알아채고는 그를 불러내어 말하였다.

"합환의 즐거움이 어찌 이리 적막하오? 이는 다름 아니라 그대의 안목이 좁고 정신이 다소 한 소치인 것 같소."

접시를 김의 앞으로 내밀며 말하였다.

"이것을 먹어보오 이것은 촉산(촉땅에 있는 산. 혹은 강소 의흥현 동남에 있는 산명) 홍삼이오."

홍삼을 먹고 방에 들어가니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상쾌하여 그 미인의 모발과 안색을 환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화용월태

(꽃다운얼굴과 달같은 자태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이르는 말)로 실로 천상의 신녀 같았다. 마침내 그들은 더불어 동침하였다.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어나니 세 사람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김에게 물었다.

"저 미인을 어떻게 구처하겠소?"

"돌아보건대 외국인으로 졸지에 외람된 은혜를 입었으나 앞으로의 일은 미리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세 사람이 말하였다.

"그대가 요행히도 기이한 만남으로 인해 이 천하일색을 얻었는데 한번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어찌 차마 할 수 있겠소? 그대는 외국인으로 여자를 솔육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친족 사이의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떠나 이곳에 거처하면서 저 여자와 해로하는 것도 도의상 불가능한 일일 것이오 우리 세 사람이 이미 그대의 두터운 은혜를 입었으니 그대의 일에 혹시라도 어떻게 소홀히 하겠소? 그대가 이미 역관의 임무를 맡아 매년 정사(사산의 우두머리)들이 올 때마다 반드시 수행역관으로 따라 들어오니 일년에 한 차례 만나 견우와 직녀가 칠석에 한번 만나는 것 같이 하는 것 또한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소? 우리들이 마땅히 이곳에서 주관해 보겠소."

김연관은 과연 그 말처럼 젊어서부터 늙을 때까지 역관으로 매년 한차례씩 중원에 들어가 그녀를 만나 합환의 즐거움을

누리고 왔다 마침내 몇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김역과의 후예들은 연경에서 창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 야담:  야사(野史)를 바탕으로 흥미 있게 꾸민 이야기. 현대의 가십거리, 루머를 이야기로 만들어 책으로 엮은 것이 야담집이다.
- 청구야담은 한국고전문학사에서 3대 야담집으로 꼽는 것들 가운데 특히 야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이 야담은 겉으로 보기에는 김역관과 천하일색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보이지만, 김역관과 이여송의 관계에 관한 소문에 의해 생겨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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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장수의 홍삼 바이럴이라는 것이 학계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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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occhio
23/01/0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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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역관이 남장한 천하일색이었다면 더 좋았을것을...
고기반찬
23/01/0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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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송 난입...?
페스티
23/01/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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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여송이 부럽...
及時雨
23/01/0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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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야담 재밌죠
명탐정코난
23/01/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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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관이 여자가 아니었네요 미색이라고 써있어서 여자인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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