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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9/17 09:18:10
Name S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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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m.dcinside.com/board/streetfighter/213584?recommend=1
Subject [게임] 스파6 토키도 어록 모음


갤에 틈틈히 남겨뒀던 두권의 책중에서 발췌

강함이란 무엇인가. 그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력하는 방법은 달라집니다.
과거에 제가 생각한 강함이란 '남들과 비교해 본 강함', '눈 앞의 승리를 쫓는다'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싸움의 방식 자체는 톱 플레이어 사이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쟁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제어하는 쪽이 더 중요합니다.
실제로 톱 플레이어들은 모두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는 고집이 플레이에서 드러납니다.
거기에는 그저 '승리'뿐만이 아닌 그 너머의 강함이 있습니다.





패배나 실패에 '익숙해진다'

두 번째 이유는, 시행횟수를 늘려서 되도록 많은 실패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어, 실패는 되도록이면 안 하는 게 좋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압니다.
누구보다도 승리에 집착하던 과거의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정답이 없는, 말하자면 늘 현과하는 상황에 있어서의 '패배'나 '실패'는 저희들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줍니다.
실제로, '승리 근육'보다도 '패배 근육'이 압도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하기 쉽습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패배나 실패에 익숙해진다'로 인한 좋은 영향도 있습니다. 거듭되는 실전에 강해지게 되는 겁니다.
저는 중요한 시합에선 긴장하기도 하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안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일단 시합이 시작하면, 그런 걱정은 잊고 마음먹은대로 플레이합니다.

'반격기에 당하면 어떻게 하지?'
'상대의 지르기에 당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에 파묻혀 있으면 적극적인 플레이는 불가능하고, 승부를 걸만한 타이밍도 놓쳐버리고 맙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실패한다 해도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며, 그렇다면 다음에는 이렇게 하자고 두번 세번씩 시도해 나갑니다.
실력을 올리고 싶다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서는 거리를 둬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강한 중압감을 받는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게 됩니다.





(스파4시절 모모치에게 크게 패하고 현타가 왔던 토키도)

저는 먼저, 유튜브 등에서 제가 패배한 시합을 전부 복습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저의 실력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거의 수백 시합은 본 것 같습니다.
그러자 승부를 거듭하는 것만으로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라이벌과의 실력차가 점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공방이 원 패턴이고, 너무 판에 박혀 있는데다, 상황 판단이 어설프고, 공방 전환이 너무 느리다…….
라이벌과 비교해서 단조로운데다 의외성이 없었습니다.

단조로운 이유 중 첫 번째는 승리의 근육이 '셋업'에 치우쳤던 데에 있었습니다.
셋업이란 상대를 다운시키고 나서 일정한 패턴을 상대에게 강제함으로 대미지를 주는 방법입니다.
축구의 코너킥과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세트플레이'라고도 합니다.
게임이나 사용하는 캐릭터에 따라서는 매우 강력하고, 한번 셋업이 걸리면 그것만으로 시합이 끝나는 경우도 드물게 있습니다.
당시의 스트리트 파이터 4 시리즈에서 제가 썼던 고우키는 셋업이 강력한 캐릭터의 대표격이었습니다.

상대가 지식이 부족해서 대처하는 포인트를 알지 못하면,
손을 쓸 새도 없이 셋업을 반복해서 당하며 그대로 게임이 끝나버리는 불합리한 면까지 있었습니다.
특히 강력한 점이라면, 만약 대처법을 상대가 알아도 가드당하는 것이 고작.
그저 그 상황에서 참고 버티는 게 고작인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즉, 셋업이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유리를 가져올 수 있는 무기였던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를 시전하는 플레이어는 순서대로 정확한 조작을 할 필요가 있지만, 상황이 한정되기 때문에 판단 자체는 간단해집니다.
저는 예전부터 일정한 순서를 정립하는 플레이 개발이 특기였습니다.
정형화된 세트플레이를 누구보다 빨리 개발하고, 투입하며 개량해나간다.
게임센터가 중심인 시대에는, 그 방식으로 이겨나갔습니다.
사실, '스트리트 파이터 4 시리즈'에서 제 셋업 스타일은 '토키도식'이라고 불리며 하나의 정석으로 인식될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셋업은 얼핏 보면 장점만 모아놓은 공격으로 보이지만, 디메리트도 있습니다.
그것은 카피가 간단하다는 것. 이론과 방식을 이해하고, 조작에 익숙해지면 누구라도 같은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셋업같이 누구나 흉내낼 수 있는 무기에만 의지하고 있으면, 톱 플레이어 사이에서는 반드시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겁니다.
또, 당하는 쪽의 대응 레벨도 당연히 올라가기 때문에, 저의 강력한 셋업 또한 상대에게 방어당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갔습니다.



누구라도 지는 시합을 분석하기 쉬워졌다

과거에는 보통의 대전은 물론이고 대회에서도 시합을 기록용으로 녹화할 수 있는 환경이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승리도 패배도 플레이 속에서 경험하고, 기억할 수 밖에 없었죠.
개인의 요령의 좋고 나쁨에 따라 지금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었던 겁니다.

지금은 꿈같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대전이 모두 기록되고, 게이머 이름으로 검색하면 누구의 시합이던지 녹화되어 관전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키 디스플레이라는, 레버나 버튼을 어떻게 입력하는지까지 기록되어 열람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되감기도 슬로우도 자유자재. 이건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편리한 기능을 이용함으로써, 시합에서 너무 열이 올라 주변을 못 보는 사람이나,
요령이 그다지 없는 타입인 분들도 플레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핸디캡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패배한 시합은 정보의 보고입니다.
'패배에 알 수 없는 패배란 없다'는 말처럼, 패배한 원인은 가시화할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지금도 저는 대회가 아니어도 스스로 녹화기를 지참해 모든 대전을 녹화하고 제가 진 시합을 반복해서 봅니다.
녹화를 분석하는 데에 중요한 건, 제일 처음 단계에서는 '질보다 양'입니다.
주의깊게 한 시합을 보는 것 보다도, 방대한 시합을 계속해서 봄으로써
'또 같은 행동을 하고 있군'하는 본인의 버릇이나 평소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미스를 깨닫는 것.
그것을 반복해서 쌓아나가면 다음에는 좀 더 세세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새로운 시선에거 바라보거나 하며 질도 챙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긴 시합은 시합 전에 기분이 고조되었을 때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그다지 보지 않습니다.
이긴 시합을 보면 자신이 붙는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거기에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자신이 생기는 것과 기분이 고조되는 것. 이 두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기분이 나아지면서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불안을 잠시 덮어두기만 할 뿐일수도 있습니다.
패배한 시합에서만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어째서 온라인 전성기 시대에 실제 대전회에 나가는가

현재의 격투게임은 게임 센터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료와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대전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곧바로' 대전상대와 의견을 나누거나 '그 장소에서' 관전하고 있는 플레이어에게서 어드바이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또한 대회에선 온라인이 아니라 서로 마주보거나 나란히 앉은 상태에서 싸웁니다.
실제로 대전상대의 숨결을 느끼면서 연습하는 게 실전에 가까운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합리적입니다.
이동이나 모이거나 하는 등의 수고는 들지만 그걸 상회하는 메리트가 있는 겁니다.

시즌에 들어가면 매일같이 저 같은 프로게이머나 그에 준하는 레벨의 플레이어가
도쿄의 긴자, 아케보노바시, 나카노의 회장에 모여 대전회로 실력을 갈고 닦습니다.
이 장소는 인터넷, 또는 게이머끼리의 LINE방에서 공지되고, 오고 싶을 때에는 언제든지 올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거의 매일 참가합니다.

서로 얻을 게 있다면 그걸로 좋고, 실력적으로 조금 부족한 분이 참가하셔도 딱히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참가할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시는 분은 소수입니다.
'여기 참가한다면 분명 실력이 늘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젊은 플레이어들이 몇명이나 있습니다.

'좀 더 강해진 다음에 가자'
'아직 거기 가기엔 너무 일러'

사양하거나 기가 죽거나. 그런 분위기를 느끼는 분들도 꽤나 있습니다.

만약 제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볼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 왔고,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으니까요.
물론 예전의 저였다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뛰어들고서, 참가하기엔 실력이 너무 부족한데…… 라며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해도 참가했을거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실패한다면 고치면 될 문제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실력차나 승패를 별로 신경쓰지 않고 참가하시는 젊은 분들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참가하고 싶어도 지리적인 이유로 그러지 못하시는 플레이어들도 계십니다.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것, 거기에 선수층이 두꺼운 나라인 일본에 살고 있다는 행운을 잘 이용해야겠죠.



아주 조금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레벨이 높은 환경에 있을수록 플레이어끼리 재능의 차이는 좁아집니다.

예를 들어 프로에 막 입문한 루키가 '센티미터 단위의 차이'로 싸우고 있다고 하면,
톱 플레이어가 되면 '밀리미터 단위의 차이'로 승부가 갈립니다.
이 근소한 차이가 어디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졌을 때 '거기서 조금만 더 몰아붙였어야 하는데……'라며 후회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스로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게 '화면 밖',
즉 게임과는 얼핏 관련이 없는 부분에서의 행동에도 신경을 기울입니다.

화면 속에서 하는 전문적인 노력은 대전에 다이렉트하게 반영됩니다.
그에 비해 화면 밖에서 하는 공부나 노력이 어느정도 실력이나 성적에 반영되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실제로 슬럼프 이전의 저는 '화면 속의 것 이외'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것들 대부분은 아주 조그마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싸우고 있는 환경에서는 그 '조그마한 차이'가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시합 전에는 전력질주를 하고 심박수를 올린 다음에 들어갑니다.
시합에서는 긴장 탓에 심박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평상심으로 플레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먼저 인위적으로 그 상태를 만들어 실전 준비를 하는 겁니다.

또 연습환경에 비해 모니터의 높이가 높은 대회에서는 시선이 평소와 달라지지 않도록
가방을 방석 대신 써서 의자 높이를 올리고, 발 밑에 박스를 놓아두기도 합니다.

이렇게 '화면 밖'의 노력은 얼핏 게임과 관련없어 보이기 때문에
'토키도는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모를 짓을 하는군'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유효한 행동은 다른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따라할 뿐입니다.
유효성에 확증이 없기 때문에, 남들이 주목하지 않기 때문에 찬스가 있습니다.
간혹 거기에 큰 차이를 주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에겐 시험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 봤다'는 충실감이
정말로 중요한 시험에서 멘탈에 안정감을 가져다줍니다.



e스포츠에서도 체력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화면 밖'의 요소 중에 제가 특히 중시하는 것이 '체력'입니다.

격투게임 자체는 인도어 스포츠지만, 대회가 열리는 것은 해외가 중심.
시즌중의 스케줄은 꽤나 혹독합니다.
먼저 대회장까지 이동하는 것이 큰 일입니다.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수 시간, 때에 따라서는 환승 시간도 더해져 십 수 시간이나 걸려 대회장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제가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회장에 도착하려면 공항에서 또 다시 육로로 수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차 때문에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풀썩…… 이런 것도 흔히 있는 일입니다.

또한 대회는 장시간 계속되는 일정입니다.
기본적으로 8~16강까지 정해지는 첫날과, 결승이 있는 둘째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규모 대회가 되면 결승까지 3일씩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다음 주에도 대회가 있다면 끝나자마자 그대로 다음 해외 대회장으로 날아가는 일도 있습니다.

이동하는 것만으로 피로해지면, 그 자체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강렬한 위기감을 느끼고, 저는 2015년 즈음부터 헬스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4년간은 주 3회, 게임 대전회에 가기 전인 12시부터 14시까지 헬스장에 꾸준히 다니고 있습니다.
트레이닝 메뉴는

- 스쿼트
- 벤치 프레스
- 턱걸이

가 중심입니다.
헬스 효과를 최대로 보기 위해서, 술도 안 마시고 식사도 트레이너의 지도에 따라 탄수화물을 대폭 줄였습니다.
꽤나 힘들지만, 이동만으로 진이 빠지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또한 헬스장에 다니면서 생긴 의외의 부가효과로, 격투게임과 직접 관계는 없는 미디어 계통의 일거리가 늘어났습니다.
몸이 단련되어 외견이 다소 좋아진 것과 직접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CM이나 TV 방송의 출연의뢰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것도 프로로써 감사한 일이죠.




1할 타자라도 괜찮다
어떻게든 타석에 많이 서 봐라

[Point]
나는 효율에는 얽메이지 않는다.
하수라도 좋으니까 어떻게든 실전을 경험하는 것으로, 이기는 '횟수'를 늘린다.
그렇게 하면, 어느 순간부터 수가 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



3할 타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횟수만큼 안타는 칠 수 있다

성과의 수는 도전한 수에 비례합니다.
단순하게 기회를 늘릴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성과가 나오는 수도 늘어납니다.

물론 '실력'이 높은 쪽이 성과를 올릴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그 차이는 시도해 본 횟수로 메꿀 수 있습니다.
10번 타석에 선 3할 타자와, 20번 타석에 선 2할 5푼 타자.
어느 쪽이 안타를 친 횟수가 많을지는 자명합니다.
이 5푼이라는 '실력'의 차이를 메꾸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에 비해 타석수라는 '기회'를 늘리는 것은 훨씬 간단합니다. 그저 늘리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만약 1할 타자라고 해도, 전혀 신경쓸 일이 아닙니다.

이 말은 실력을 늘리지 않고 태만해도 된다는 얘기는 전혀 아닙니다.
모처럼 실력을 드러낼 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실전에 투입해보자는 얘기입니다.

격투게임의 세계에서도, 힘은 있는데 대회에 그다지 참가하지 않는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그저 즐기는 게 목적이라면 별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실적을 올리고 싶은 것이라면 그다지 권장하고픈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흔히
'좀 더 연습해서 잘 하게 되고 나서 나가려구요'
'남들에게 보여줄만한 레벨이 아니라서요'
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참가할 수 없게 됩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많은 대회에 출전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매년 20시합 이상, 이것은 매월 1~2회의 페이스로 해외에 원정을 나간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른 톱 플레이어라도 저만큼 전세계를 도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한 해를 통틀어 행해지는 '캡콤 프로 투어'의 포인트 랭킹에서, 2016년에는 2위, 2017년에도 2위, 2018년에는 1위를 달성했습니다.
이것은 제 '실력'이라고 하기보다는 '많은 대회에 나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캡콤 프로 투어 포인트 랭킹 제도는 심플합니다.
한 해를 통틀에 이루어지는 국제대회에 각자 포인트에 설정되어 있고, 플레이어의 우승, 상위 4인, 상위 8인의 순위에 따라 점수를 획득합니다.
만약 상위 8인 이하라 할지라도 점수는 획득할 수 있지만, 출전하지 않는다면 0점입니다.

골 지점만 바라본다면, 연말에 이루어지는 캡콤컵의 참가권을 얻기 위한 레이스이기 때문에 굳이 1위를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상위 32인에게 참가권이 부여됩니다.)
하지만, 나가는 대회를 줄여 준비를 하고 있을 때보다도,
다소 피로하더라도 전 세계의 대회에 엔트리하여 싸워나가는 쪽이 결과적으로 각각 대회에서의 결과도 좋게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시간을 들여 완벽하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승률 100%'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최저한의 시합에만 나가자. 그 대신 전부 이겨야만 해!'라는 전법보다도,
'조금 많은 대회에 출장해 두고, 늘 최선을 다하자'라는 전법.
후자가 좀 더 결과가 나오기 쉽습니다.



스파4 후반기시절인 14년 발간한 책 보는중. (스파5 에보우승 후에 한권 더 나옴)

그냥 메모삼아 몇개남겨봄

사실 전부 옮겨쓸라다가 스파6할시간이 줄어들기에 크크



1. 논리와 효울성과 합리성을 항상 강조하며 살았는데 모종의 이유로 (프로게이머 시절일이 아님. 아직거기까지 못읽음) 처참하게 무너졌고 자칭 '질리지 않는 남자'(끈기가 있다는뜻) 라고 부르며 주어진일에 성실히 임하며 프로가 됐다.



2. 모든조건이 동등한 격투게임이라는게 게임중에 가장 '페어'하다고 생각. (한마디로 내가쓰는 파동권이나 잘하는 사람이 쓰는 파동권이나 같다는 얘기) 그리고 거기서 차이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그 재미가 격투 게임의 매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술 그 자체임에 틀림없는데, 현실에서는 강한 플레이어와 약한 플레이어의 벽은 두껍다. 설사 서로 같은 캐릭터를 사용해 싸우더라도 여실히 힘의 차이는 난다. 반사신경, 조작기술, 이기기 위한 작전, 결단력, 인내력 등 그것들을 구사한 종합력으로 싸움은 결정된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이야말로 격투 게임의 심오함이며, 최대의 매력인 것이다.



3. 전 세계에서 열리는 격투게임 대회에 참전해 왔다. 아마추어 때는 자비로 참가하기도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해외 원정은 내 일에 있어서 훌륭한 '출장' 이다 프로에 들어간 것은 도쿄 대학 대학원 재적중인 2010년 1월 그 이후부터 '게임' 으로 살고있다. 다른 일거리 없이 게임만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매드캐츠 라는 비디오 컨트롤러 등을 제작하는 기업의 스폰서십을 받고있다. 프로로서의 수입원 주로 둘. 하나는 스폰서부터 지급되는 고정급여다. 그들의 제품 서비스에 대해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의견을 말하거나 PR활동에 협력하거나 하는 구체적인 숫자는 말할 수 없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히 생활을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다른하나는 대회상금)




4. 게임으로서의 매력에 대해 말하자면 격투게임은 떨어지기는 커녕 내가 보기에는 단연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격투게임의 매력을 생각할 때, 한국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앞서 언급한 '롤' 과 비교하면서 살펴보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우선 격투게임의 매력중 하나는 개인전이라는 점이다. '롤'은 팀대전형으로 낮은 문턱이 매력이다. 하지만 격투게임은 1:1로 팽팽한 승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페어한 세계이기는 하지만 반면 강한 것이 이기고 약한것은 패배한다는 승부의 잔혹함이 드러나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만큼 1:1전 승부의 무게가 실린다. (토키도는 이당시 한국의 롤의 인기가 놀라웠고 부러웠다함)


4-2. 다음으로 플레이어의 활약 기간이 긴 것 또한 격투게임의 매력이다. 선수 수명이 긴 것이다. '롤'은 관객입장에서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듯 플레이어 교체가 많다. 그 이유는 젊고 신체 능력이 높은 플레이어가 비교적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략싸움도 벌어지지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얼마나 정확하게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움직일 수 있느냐의 비중이 커진다. 서른 살만 되면 초 베테랑이 되는 세계다. 조작기술을 잘하는 플레이어도 있고, 전법의 구축이나 수읽기가 탁월한 플레이어도 있다. 물론 반사신경도 무기가 된다. 각자 특기 분야를 믿고 승부하는 것이다.
(어쨋거나 격겜은 길게 활동할수있다함)


5. 연습은 하루 최소 8시간
국내외 대회참가와 프로로서의 많은 무대,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할 일이 있다. 원정에 나가 있는 시간 이외에는 각종 미디어로부터 인터뷰를 받거나, 매드캐츠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기도한다. 나의 경우 대부분의 시간을 나를 매니지먼트 해주고 있는 '토팡가'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다.

거기서 무엇을 할까? 정해져 있다. 오로지 연습에 힘쓰는 것이다. 하루 최소 8시간 내 일상은 거의 게임 연습에 소비된다. 8시간이라고 하면 보통 직장인의 기본 근무시간과 같다. 대회가 다가오면 연습시간은 12시간 이상에 이를 수 있다. 해외 이동중에는 역시 포기 할 수밖에 없지만 평일 휴일 구분 없이 가능한 매일 컨트롤러를 쥐고 있다.

하나의 콤보를 체득하기 위해 8시간 내내 콤보 연습에 매달리기도 한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면 정신이 이상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이기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이길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누구보다도 연습하기 때문이다.

나는 격투게임의 강도에 지름길이나 마법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에게 승패를 가르는 것은 전략이며 그것을 얻을 수 있을지는 준비에 달려있다.

'8시간 게임을 하고 있다' 를 '8시간 일하고 있다' 라고 대답하기만 하면 '의외로 별거 아니구나' '누구나 하고있지 않은가' 라는 것이다.

해외 원정지에서 대회 결과를 반성하며 호텔 한 방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같은 방 선수가 잠들기 전부터 한가지 기술을 위한 연습을 시작했고, 그가 아침에 눈을 떳어도 아직도 계속 같은 연습을 하고 있냐며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머리를 쓰지 않고 단지 손에 익히게 하기 위한 단순한 연습일 뿐이다. 시간을 들이기만 하면 누구나 똑같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이다. 반복 연습만으로는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없는 나에게 전략이야말로 격투게임 승패를 가르는 것이다. 프로게이머에게 있어서의 반복이란 보다 높은 연습을 하기위한, 말하자면 발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몸짓이라든가 근육 트레이닝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정도로 하는 이유는 대회에서 압박때 콤보미스가 나지않게하기 위함이라함. 스파4떄는 콤보난이도가 상당해서 그렇긴했을듯)



대충 1장까지만 읽어도 토키도가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로 게임에 임하는지 느껴짐. 운동하는것은 멀리 떨어진 나라가서 컨디션이 떨어져 실력을 못보여주는건 용납이 안되서고 그리고 자기관리를 하는건 모든게 이 업계에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주기위해서... 어떻게든 격투게임이 자리잡길 원했다고함.



중간중간 메모형식으로 남겨서 완성되면 한 게시물로 묶으려고함 우메하라 책도 샀는데 내 최애격겜 스파5 (이젠 6지만) 고트 토키도를 먼저...

그리고 그분에대해 리스펙에 대해 한줄정도 있는줄 알았는데 거의 소챕터 하나가 그분이더라 덜덜 거까진 아직 못읽음



세세한 지식을 쌓지 않은 상태로 높은 승률을 유지하는 게이머도 분명 있다. 세밀한 전략을 세우는 대신 좀 더 거시적인“흐름”이나 “방식”을 중시하는 타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라는 패턴을 남들보다 빨리찾아내는 것에 능하다. 흔히 말하는 “재능 있는” 부류이다.

  하지만 그들의 활약기간은 극단적으로 짧다. 게임이 발매된 직후에는 다른 이들보다 크게 앞서지만, 결국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따라잡히고 추월당한다. 후반기에는 거의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왜 그런 걸까. 그것은 선 굵은 플레이에 의존하면 곧 대책을 읽혀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대신할 전법을 발견하는 방법을모르기 때문에, 점점 플레이도 조잡해진다. 그 시점에서 그들은 더 이상 승리하지 못하게 된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한 가지 전법에만 의존하는 플레이어가 계속 승리할 수 있을 만큼 격겜판은 만만하지 않다. 최전선에서 승리를 거듭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법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새로운 전법을 발견하기 위한 재료로써, 세밀한 데이터를 계속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게을리 한다면 “실력은 있으신데 좀 낡은 스타일이시네”라는 평가를 받으며, 젊고 부지런한 게이머들의 꽁무니를따라가는 신세가 될 것이다. 연구로 말하자면, 방향성을 잃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성장이 멈춘 사람은 낡은 사람이 되어, 의욕이 넘치는 젊은 사람들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잊힐 운명에 처한다. 외로운늑대가 된다. 하지만 나는, 외로운 늑대는 승리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재능이 넘치는 플레이어라도, 정보를 공유하는 플레이어게이는 언젠가 패배한다. 모두가 서로 협력하면, 개인으로써 싸우는 플레이어에게 승산이 없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말도 안되게 강한, 고독한 한 마리 늑대’같은 캐릭터는격겜의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존재다. 잘 해봐야 동네 오락실 대장 정도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매너와 인성 때문에 동료에게 무시당하는 사람은 격겜에서도 이길 수 없게 된다. 이길 방법을 배우기는커녕 아예 대전 자체를 기피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 연습을 할 수가 없다. 반대로 매너 없는 일류선수 또한 존재하지않는다. 반짝하고 활약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오래 살아남지는 못한다.

  정말로 강한 플레이어는 전부 ‘착한 사람’들이다. 격겜이란 서로 교류하는 자세가 바른 사람이 승리하는 세계인 것이다.



(책의 출간시기는 18년도)

격투게임 팬, 플레이어, 이벤트 운영팀, 스폰서, 게임 회사….
격투게임 커뮤니티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걸 읽고 계시는 여러분도 그중 한 분이시겠죠.

지금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커뮤니티지만,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에는 90년대의 붐도 저물어
'일부 매니아들만 즐기는 놀이'로 전락해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게임센터에서 게임을 즐기던 사람 수도
전국의 플레이어를 모두 합쳐봐야 1000명조차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해외 대회에 나갔던 건 17살 여름 때였습니다.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나간 라스베가스 대회.
지금은 세계 최대의 격투게임 대회가 된 EVO의 기념비적인 제1회 대회였죠.
지금은 수용 인원이 1만명을 넘는 대형 아레나에서 치루어지고 있는 이 대회 역시,
그 당시에는 자그마한 체육관을 빌려서 열었을 만큼 규모가 작았습니다.
아마도 스탭들까지 전부 합쳐도 300명 정도밖에 안 되었을 것 같네요.
지금의 상황을 당시 사람들에게 말한다면 아마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그 때에는 보기만 하는 관객은 거의 없었고,
참가자 대부분은 특정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희들 스스로가 즐기는, 바로 그것을 위한 이벤트였습니다.
그곳에서 얼굴을 마주한 플레이어나 스탭 대부분은
지금까지도 커뮤니티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그 중의 하나로 남아있고 싶었고,
지금도 얼굴을 마주하면 금새 옛날 분위기로 돌아갑니다.
그들은 그정도로 깊이 맺어진 동료들이죠.

2019년 7월, 저는 도미니타 공화국의 수도 산토 도밍고에 도착했습니다.
프로 투어 대회인 '게임 오버'에 출장하기 위해서였죠.

도미니카 대회는 편안했고, 좋은 의미에서 클래식한 분위기가 남아 있는 대회였습니다.
규모로 말하자면 플레이어는 300명 정도, 관객들까지 포함해도 약 500여명.
자그마하긴 하지만 사람 냄새나 친숙한 분위기가 있었죠.
마치 고등학생 때 방문했던 EVO에서처럼,
대회 여명기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격투게임 커뮤니티는 일본와 북미를 중심으로 한 문화였습니다.
e스포츠로서 인식되고 난 이후에 각국의 커뮤니티가 활발해지고,
서로 그 존재를 점점 알아나가게 되었다는 흐름이 있습니다.
도미니카도 격투게임이 e스포츠가 되어 불이 붙을 무렵부터
그 존재를 알게 된 나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2017년에는 세계 챔피언도 탄생한, 잠재력이 있는 나라입니다.

매년 12월, 프로 투어의 피날레로 세계 챔피언을 정하는 대회인 캡콤컵이 치루어집니다.
그 중 2017년의 세계 챔피언은 도미니카의 젊은 에이스, 통칭 메나라고 불리는 MenaRD였습니다.
그 메나와 결승에서 챔피언 자리를 두고 싸워서 진 게 바로 저였죠.
메나와는 그 이후로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본인이 대회에 플레이어로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대회에 참가한 저희 일본인 플레이어들을 챙겨주었습니다.
메나 뿐만이 아닙니다. 운영팀 전원이 같은 게임 동료로서 환영해주었죠.

호스트로서의 배려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와 준 동료들과 게임을 함께 즐긴다는,
그런 분위기를 도미니카 커뮤니티 전체에게서 느꼈습니다.
관객들도 플레이어도, 운영팀도 하나가 되어 분위기를 돋구어 주는 거죠.
대회 당일에는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도 꽤나 많았습니다.
라틴 특유의 분위기로, 어른도 아이도 한껏 기쁨과 즐거움을 표현해주었습니다.

자국 선수에게 모두 큰 소리로 성원을 보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떤 플레이어에게도 차별없이 즐거운 성원을 보내주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 마음만은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도 마음을 놓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그러면 또 다시 분위기가 오르죠.
이런 좋은 사이클이 끊임없이 이어져서, 대회장이 마치 하나가 된듯이 무르익었습니다.
대회가 진행되자 메나나 그와 쌍벽을 이르는 도미니카의 에이스 caba도 탈락하고,
현지 선수들은 토너먼트에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그 텐션은 떨어지긴 커녕 점점 달아올랐습니다.
그렇게 모든 선수들이 점점 더 들뜰 수 있었죠.

마지막 날 8강 토너먼트가 시작했을 때,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토키도!'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손을 들고 무대에 오르자
대회장이 순식간에 달아오른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가장자리에서 웨건에 실린 커다란 케이크가 전해졌죠.

7월 7일, 그날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웨건을 나른 사람은 DR Ray라는 도미니카의 또 다른 강호.
그는 2016년에 캡콤컵에서 저를 이겼던 선수였죠.
도미니카 전통 음악인 메렝게에 맞춰 춤을 추면서 모두가 저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아니,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되지. 시합 전에 이렇게 감동받게 하면 어떡해.
그렇게 기쁨과 쑥스러움이 뒤섞인 생일을 맞았습니다.

8강이 시작되자, 저는 어렵사리 승리를 이어나갔습니다.
플레이 내용은 누가 보더라도 좋다고 하긴 어려웠죠.
하지만 생일이었던 탓인지, 저를 향한 성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커다란 위기에 몰린 순간에도, 도미니카에 오기 전에 메나가 해준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들은 일본인 플레이어를 리스펙트하고 있어. 특히 토키도같이 커리어가 긴 플레이어는 더 그렇지."
"…그러니까 만약 도미니카에 네가 와 준다면 모두 깜짝 놀라고, 다들 좋아할거야."

절대로 질 수 없어. 그런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뭐든지 좋으니까 이기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승부의 신에게 승리를 가불받은 느낌이긴 했지만,
어떻게든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에 회장 전체가 폭발하듯 달아올랐습니다.
이는 이보다 더 큰 대회에서 이긴 것보다도 더욱 가치가 있는 승리였습니다.

그리고 대회가 끝난 후 진정된 분위기로 식사를 즐기고,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모두 웃는 얼굴로 즐겼던 가장 맘에 들었던 그 시간은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다 같이 섞여, 밤 늦게까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기풍은 그들이 특별해서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나라의 특성이나 커뮤니티의 개성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격투게임 커뮤니티 전체가 그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동료니까.
멀리서부터 왔으니 힘들었겠구나.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야.
좋은 플레이였어!

그런 것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게임 센터에서 몰두해가며 게임을 즐기던
10대 시절 분위기로 순식간에 돌아가게 됩니다.
저에게 대회란 진지한 승부의 장임과 동시에
그런 기분이 드는 그리운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디에 가더라도 시합이 끝나면 너나 없이,
아까까지 상금을 두고 싸웠던 플레이어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눕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자면서 손을 흔들어주며 떠납니다.
피부색도 눈동자색도 언어도 상관 없습니다.
그저 게임 하나로 모두는 이어져 있습니다.
게임이 좋다는 단 하나만으로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제가 있는 자랑스런 커뮤니티입니다.
사람들의 온기나 정열.
저는 그것이 있기에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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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헌터
23/09/17 09:36
수정 아이콘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잉어킹
23/09/17 10:03
수정 아이콘
뭔가 프로들은 좀더 스마트하게 지지않는 확률놀음으로 가는줄 알았는데 또 다 그런건 아닌가보군요.
닉네임을바꾸다
23/09/17 10:09
수정 아이콘
뭐 지지 않을 확률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그런 실패에 대한 트라이를 무서워하면 안되는거 아닐려나 싶네요...
23/09/17 11:22
수정 아이콘
주제만 게임이지 결국엔 모든 일에 해당되는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알아도 못하는 것들이죠.
환상회랑
23/09/17 11:5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유게보단 겜게로 가면 더 가치있을거 같습니다. 마지막 문단은 살짝 울컥해집니다 게이머로써 느끼는 감동...
오렌지 태양 아래
23/09/17 14:28
수정 아이콘
크크크

확실히 일본사람들은 낭만이 작살나요 크크크
12년째도피중
23/09/17 14:44
수정 아이콘
그냥 대놓고 '좋은 글'이네요. 추천합니다....라고 하려다보니 여기 유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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