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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29 01:14:59
Name Marcuse
Subject [일반] 커뮤니티를 여행하는 키워를 위한 안내서 :발제의 방법

  인터넷커뮤니티의 재밌는 점은 아마 현실에서라면 잘 벌어지지 않을 법한 논쟁들이 빈번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pgr은 한번 파이어되면 2,300플은 가볍게 넘기는 걸로 유명하죠. 현실에서라면 "어휴 말 말자" 이럴 법한 논쟁도 포터블 기기의 도움으로 하루종일, 밤새도록 이뤄지기도 합니다. 현대과학기술의 발전은 게으른 사람은 기다려주지 않아요.

  저는 싸움구경을 아주 좋아합니다. 물론 물리적인 싸움은 이종격투기나 9시 뉴스(..)를 보면서 충분히 즐기고 있기 때문에 그냥 그렇지만 설전은 상당히 재밌습니다. 썰전 이런 걸로는 부족하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논쟁은 격화될수록 상당히 재미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 재미를 돋구기위한 얘기를 해보려고해요.



 



https://cdn.pgr21.com./?b=8&n=50213 이건 제가 예전에 쓴 글인데 내용은 대충 인터넷에서는 소통이란 없다는 겁니다. 정확히는 대화를 통한 합의란 없다는 내용이구요. 주장-반론-자기강화 혹은 정보전달-이해가 주로 이루어지는 교류 방식이라는 거죠. 오늘은 좀 더 심화된 내용을 써볼겁니다. 주장-반론의 장에서 승자로 남는 법입니다. 그 중 첫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발제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링크의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싸움의 승자는 상대방을 설득시킨 사람이 아닙니다. 마운팅의 목적은 상대에게 모멸감이나 굴복감을 주는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혹은 짐승?)들에게 야!내가 이 녀석을 마운팅을 한다! 라고 외치는 것 자체가 목적이지요.



 마찬가지로 주장의 목적은 설득이 아닙니다. 이 사람이 나와 같은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하여도 나한테 떨어지는 건 소소한 자기만족감, 왠지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는 만족감 이런거죠. 우리는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됩니다. 더 큰 승리를 해야합니다.



 



 주장의 목적은 내 주장을 반대하는 무리를 모은 다음 데꿀멍을 시전하는 겁니다. 나의 마지막 댓글은 "정신승리인가요?^^"라거나 "저랑 얘기하시던 분 어디가셨나요?^^"가 되어야합니다. 이걸 마지막에 달면 관중들은 내 주장과 논리가 비천한지 아닌지와는 관계없이 나의 승리를 확신합니다. 또 일단 이 사람이 이겼다싶으면 반대쪽 논리는 상당히 약해보이죠.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



그렇지만 관중도 바보는 아니기에 자신이 정신승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스킬이 요구됩니다. 여기서의 스킬은 논리의 정합성 뭐 이런게 아닙니다. 논리가 완벽하게 정합하면 아무도 반대를 안하겠죠. 이를테면 치킨에는 맥주지. 탕수육은 찍먹이지. 뭐 이런 아주 보편타당한 논리 말입니다. 아프리오리하죠 



스킬의 핵심은 1.상대방이 꼬투리를 잡는 것처럼 보여야하고 2.자기무덤을 파는 것'처럼'보이게 해야합니다. 그럼 관중은 "왜저래 저사람??' 본인에게는 "아 뭐야. 시간낭비네" 이런 인상을 받겠죠. 시간낭비가 주는 비효용이 왠지 진거같다는 느낌이 주는 비효용보다 크면 됩니다.



 



방법들을 하나씩 풀어봅니다.



 



첫째. 최대한 길게 쓰자.



길게 쓰면 일단 독해가 힘듭니다. 단문으로 타다닥 쓰면 상관이 없는데 문장을 길게 길게 쓰면서 문단도 제대로 안나누고, 이럴수록 가독성이 떨어지죠. 그럼 포터블기기를 손에 들고있는 상대방은 전체적인 내용파악이 힘듭니다. 이럴 때 우리는



"말꼬투리 잡지마세요"



"지엽적인 비판은 지양해주세요"



"하시고싶은 말씀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까기 위한 까기는 사양합니다"



이런 일격을 날릴 수 있습니다!



 



둘째, 일반화하자



나만의 경험을 일반화하면 효과적인 어그로를 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비판을 들을 때 출구도 있죠.



"어차피 님도 경험을 근거로 말하는 거 아님??"



 



셋째. 자극적인 제목을 쓰자



어그로를 위한 겁니다. "제목만 보셨나요? 논리를 보셔야죠." 라는 추가타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상대방의 이성을 조금 더 상각시킬 수 있죠.



 



넷째. 유효한 카운터파트를 만들자



우리는 괴벨스가 아닙니다. 깔거리가 없는 대상을 설득력있게 깔 수는 없죠. 깔거리가 있는 대상을 고르되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대상으로 합니다. 반박하는 사람을 허탄한 쉴더로 만들어야합니다. 응용해서



"여자 밉다" -> "된장녀 밉다" ->"능력없는 된장녀 밉다"이런 식으로 논지를 살짝씩 축소시켜나가면 막판에는



"저는 "능력은 없지만 눈은 높아서 주위 사람을 괴롭게 하는 여성"을 까는 겁니다. 근데 님 윗댓글을 보면 쉴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런 식의 일타가 가능합니다. 그럼 상대방은 윗댓글이 무슨 의미였는지 대화의 맥락을 일일히 설명해야되죠.



그 때되면 "제가 뭐라고했습니까? 저랑 같은 말 하시는 거잖아요" 이런 식의 마무리가 가능합니다. 깔끔하죠. 상대방은 진흙탕이겠지만.



 



다섯째. 소수자 코스프레



카운터파트가 권력의 상위에 있음을 강조해야합니다. 일반화와의 콤비네이션이 중요합니다. 나는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거다. 이런 식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여섯째. 예시는 주장과 관련없게



예시는 최대한 본 주장과는 교집합이 작은 예시가 좋습니다. 공통점을 찾다가 이상한 소리를 뱉게 해야합니다.



"글을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네요^^" 타격감이 좋습니다.



 



일곱째. 글 말미의 정리는 지양한다.



정리는 의사를 전달하는데에 유효하지만 모든 글쓰기 스킬을 해제시키고 뼈를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전투력이 약한데도 극딜당하기 쉬운 부분이죠. 결론은 해이하게, 어영부영, 불성실하게, 추상적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럼 제가 예시로 글을 하나 써보겠습니다.



(저는 공무원에 대한 적개심이나 비합리적인 옹호감 그런거 전혀 없구요, 그냥 옆에 있던 책이 "공무원을 위한 변론"이라서 써보는 겁니다. 참고로 이 책은 제목대로 "변명"이 아니라 내용 대부분이 실증, 통계인 책입니다. 사기업과 정부의 생산성 비교가 대체로의 내용입니다. 오히려 경영과 관련성이 좀 있죠. 하여간 예시와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공무원 까고싶으면 자기부터 돌아봐라.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질수록 공무원은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되고 있다. 오클라호마 폭탄테러사건은 좋은 예가 된다.



오클라호마 폭탄테러사건은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앨프리드 P. 뮤러 연방정부청사에 가해진 폭탄 테러. 9.11 테러 이전 미국 국내에서 일어난 테러 중 가장 인명피해가 컸던 폭탄테러이다.

테러를 일으킨 티머시 맥베이와 공범 테리 니컬스, 마이클 포티어는 군 훈련소 동기로 주범 맥베이는 걸프전에서 훈장을 받은 경험도 있었다. 이들은 연방정부가 권력을 통해 사람들을 억압하는 절대 악이라는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고 총기 소지, 민병대 조직에 대해 찬성하는 성향을 보였다.

그 후 연방정부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들은 1994년부터 오클라호마 연방정부청사를 목표로 잡고 테러를 위한 사전답사를 벌였다. 이들은 연방정부청사에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면서 다른 지역에 대한 피해는 최소화하기 위해 벽면 대부분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고 주차장이 자리잡은 연방청사 북쪽을 목표로 설정했다.

1995년 4월 19일 테러를 일으키기로 결심한 티모시 멕베이는 동료들이 구해온 2200kg이 넘는 질산암모늄 비료와 니트로메탄과 경유를 트럭에 싣고 연방정부청사로 향했다. 그 후 트럭을 연방정부청사 주차장에 세워둔 뒤 미리 준비해둔 도주 차량을 타고 빠져나갔다. 그리고 오전 9시 2분에 기폭장치의 타이머가 끝이 나면서 대규모의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위력은 매우 강해서 폭발한 자리에는 폭 9m, 깊이 2m의 구덩이가 파였고 수 km 떨어진 곳의 지진계에서도 리히터 규모 3.0의 지진이 감지될 정도였다. 폭발로 일어난 바람이 연방정부청사 유리창을 전부 날려버렸고 건물의 3분의 1이 붕괴되었다. 그 외에도 반경 16블록내에 있던 건물들이 폭발의 위력으로 파괴되거나 유리창이 깨졌다. 그 외에도 차량 80대가 폭발로 불에 타면서 2차 폭발이 일어나 피해가 더 커졌다.

인명 피해도 상당해서 168명이 사망하고 68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중 99명이 연방 건물 직원이었고 연방청사 내에는 탁아소도 있었기 때문에 19명의 어린이 희생자도 나왔다.
테러 전 테리 니콜스와 티머시 멕베이의 대화를 보면 이들은 이 폭발로 사망하는 소방관이나 여타 공무원을 스타워즈의 스톰 트루퍼정도로 생각한 듯 하다. 악의 제국에 충성했으니 그들에게도 죄가 있다는 식. 참고로 스타워즈 드립은 실제로 티머시 멕베이가 언급한 것이다


(출처 : 엔하위키)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적개심의 표출은 비단 물리적인 테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인터넷게시판에서, 짧은 대화에서도 이어지는 정부에 대한 비난는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있다.

 그러나 나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기억하는 공무원은 웃는 얼굴로 나를 대해주던 사람이었고, 그 기억은 주민등록증 발급으로부터 어언 10년 가까운 지금도 공무원에 대한 좋은 감정을 품게 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은 왜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 것인가?

 공무원이 지각, 칼퇴근이 일상이라는 건 옛말이다. 적어도 지방청사 일부 공무원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대체로 공무원은 업무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박봉은 여전하다. 공무원이 월급이 많으면 예산이 모자라다는게 표면적이유고, 월급을 올렸을 때 하는 일도 없이 제 밥그릇챙긴다는 비난이 실질적인 이유다. 고통분담이라나.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공무원은 공무를 집행하고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은 거진 공무원의 봉사정신이자 호의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다. 공무원이 될 정도의 노력이라면 사기업 취직은 충분하고, 행정고시출신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호의에 기대야함에도 불구하고 입법, 사법부의 깽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나라가 돌아간다는 것은 오히려 정부가 역할에 충실하다는 반증이 아닌가? 특히 입법부에서 정치논리로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공무원이 어느정도 수준에서 현실감각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병크가 터져도 문제가 크게 번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공무원의 지위는 비루하기 그지없다. 공무원 까기는 유행이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는 것은 공무원이 입법자도 아닐 뿐더러 시키는 대로 안 할 경우 결과가 괜찮아도 징계감이다. 게다가 현재 정부개혁의 화두인 실적이니 성과주의니 하는 통에 양적인 실적에 집중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알고 까는 것일까?

 그저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까고보는 게  일상이다. 사회자본? 신뢰? 아는 분은 공무원이라면 손사래를 친다. 홍보담당할 때 겪었던 술자리에서의 기억 때문이라나. 까는 사람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고 있는지, 혹은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해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지부터 되짚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불신의 결과는 정부개입에 대한 반대일진대,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은 정부개입을 외치면서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과 다르면 비난한다. 그러니까 잘하면 되지않냐고? 사람마다 요구가 다 다른데 그 "잘"이라는게 가능한지부터 생각해보아야하지 않을까? 정작 같이 비난하는 사람도 비난의 이유가 다른게 현실이다. 그저 자기 이해관계를 내세울 뿐이다. 과연 공동체 정신에서 정부를 비판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맡겨보지도 않고 잘하라고 하는 건 모순이다. 비상식적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사회주의는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실패도 아니라고 하더라. 아전인수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당신의 이해관계나 당신의 신념만을 주장하는게 자유민주사회에 어떤 의미인지, 우리의 공동체에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자. 방종과 자유는 구분되어야한다. 정부비판이라는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궁극적인 목표인 공익을 생각하자. 시청앞 광장은 놀이터가 아니다. 정부를 비판하기 전에 자신은 얼마나 공익에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어렵네요..."왜 앞마당 올린 이윤열은 X밥인가"라던가 "콩을 상대할 땐 포 개스 따위는 내주고 본진털이에 집중하면 끝이다" 이런 주장을 관철해야하는 기분입니다. 만약 이 글을 첨삭해야한다면 전부 다 빨간 줄 긋고 걍 집에 가라고하겠죠. 전체적으로도 국소적으로도 구멍 뻥뻥뚫린 글입니다. .


참고로 윗글 예시의 인용은 엔하에서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본문 주장에 반하는 단어는 삭제, 생략했습니다. 일테면 저는 티모시 멕베이가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점과 오클라호마 폭탄테러의 원인이 되었던 웨이코사건은 모두 삭제, 생략했습니다. 이게 또 중요한 스킬 중 하나입니다. 본문에는 미처 못썼지만.
 


하지만 중요한 건 어그로이고 비판에 대항할 만한 떡밥은 군데군데 잘 심어놨습니다. 이런 식으로 쓰면 콜로세움은 적절히 지어놓은거죠. 물론 단시간에 썼기 때문에, 그리고 일단 제가 주장에 전혀 공감을 못한 상태에서 썼기 때문에 훌륭하다고는 못하겠습니다만, 대충 이런 식이면 콜로세움이 되는구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다른 검투사가 입장하기를 기다리면 되는겁니다. 모두들 발제에 도전하세요.


 



 



 


는 개뿔.  걸어다니는 다이옥신이 되기 싫다면 하나도 지키지 않도록 노력해야됩니다.
소통을 지향하는 분이라면 이런 식으로 써진 글은 가볍게 뒤로가기를 누르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나 마음에 주문 하나쯤은 있잖아요?  아수라발발타 아쑤우라발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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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9 01:47
수정 아이콘
정치 같네요 크크

오늘 파이어된 글들이 꽤나 자극적이긴 했으나 저는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나의 의미 있는 주장이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논쟁을 거쳐서 나온다고요.
정말 논리갑에 아는것도 많은 슈퍼천재가 아무도 태클 못걸 글을 가지고 나올 수도 있겠으나
그런 슈퍼천재가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자잘구래한 일까지 관심이 있는건 아니니까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상대방을 통해 보완이 될수도 있는것이고
편협하게 생각했던 내 주장에 도움이 될수도 있는 주장들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왕또라이가 아닌 이상 그 주장이 아무리 허접해보인다 한들 찾아보고 이야기해보면
그렇게 생각할만한 이유나 논조는 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덜 자극적이고 덜 공격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자유 게시판이 더 의미 있는 토론의 장이 될꺼 같습니다.
14/03/29 01:55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그 "의미있는 주장"이 나오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이시군요." "그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이런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니 마무리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말들이 자주자주 나오기를 기대하고있습니다.
그냥 왜 현실은 꽤 야박한건지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R.Oswalt
14/03/29 02:55
수정 아이콘
블로그에 글 쓰는 게 취미여서 피지알 자게에도 몇 번 써보곤 했는데, 이상하게 점점 글과 댓글을 썼다가 지우고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글쓰기가 어렵고 무섭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사실 제가 쓰고자 하는 주제들이 노래나 영화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연관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한 문장 쓰기도 참 고민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한 단어, 한 문장 잘못써서 공격받지나 않을까 싶기도 하고... 별개로 블로그가 광고업자한테 해킹당해서 영정 먹은 뒤로 열정이 더 없어졌기도 하구요.. ㅠㅠ
아무래도 제 성격도 그렇고, 제가 관심있는 주제는 싸움날 일이 적기 때문에 콜로세움에서 날카로운 키보도를 든 전사가 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크크;; 얼마 전 자게 눈팅하다가 불타는 로마처럼 타오르는 글이 있길래 들어가보니 매우 훌륭한 댓글이 있어서 그야말로 무릎을 탁 쳤습니다. 불 끄는 사람, 불 지르는 사람 사이에서 대형 석조건축물을 뚝딱 만들어서 새로운 로마를 만드는 분이 계시더군요. 논리라는 뼈대부터 글이 전개되는 공사과정, 소박하지만 담백한 장식같은 마무리까지 참 글 잘쓰신다는 느낌이 확 오더군요. 그런 글을 보니 아무리 키보드를 잘 치는 관우가 청룡키보도를 가지고 와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RoseInn님 댓글처럼, 게시된 글을 읽으면서 서로 상처내면서 찌르는 것 보단, 조금씩 구멍난 옷을 깁는 것 처럼 보완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게 아니니... 승리한 키워가 되고 싶다면 정말 반박할 수도 없게 "키야! 저 놈 마음에 안드는데 말 하나는 기똥차게 하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성을 쏟아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 뭐냐, 공을 던질 때 영혼을 실어서 던지면 볼도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지 않습니까? 크크
술 먹고 쓰는 댓글이라 뭐라 썼는지 참 쓰고나서도 횡설수설이네요. 네번째 항목을 조금 바꿔서 저 자신에 대한 실드를 만들어 놓고 가야겠습니다 크크
14/03/29 07:54
수정 아이콘
혹시 태조 왕건에 나오는 외눈박이 사나이와 관련된 글인가요..
대형 석조건축물을 저도 보고 싶습셉습니다..
14/03/29 06:55
수정 아이콘
위트가 넘치는 글이네요 흐흐흐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몽키.D.루피
14/03/29 09:47
수정 아이콘
키워의 수사학인가요 크크
14/03/29 10:09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제발 이렇게좀 쓰지말아줘 뭐 이런 글입니다 킄
켈로그김
14/03/29 10:36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본문에서 설명하시는 태도 자체로서 싫어했었는데,
조금씩 그 안에서도 순위가 나눠지게 되더라고요.
혹은, 키배꾼이 아닌 좋은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용납못할 내용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요즘은 저런 얍삽한, 야비한, 짜증나는, 발암유발 태도를 보아도 내용을 보려고 합니다... 만,
역시 아직은 수행이 더 필요하네요 ㅠㅠ
14/03/29 10:47
수정 아이콘
키배를 전형적인 사례들을 알면 필터링이 업그레이드된다는 점이 좋은거같아요. Exit여부도 그만큼 빨라지고, 본문의 함정도 잘 안빠지게 되고. 선구안 훈련이랄까..

같이 주문을 외웁시다. 아수라발발타
나이트해머
14/03/29 12:14
수정 아이콘
저런 것은 기술이죠. 키배에 가장 중요한 건 단순 기술이 아니라 진득한 끈기와 유연하고 질긴 맨탈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맨탈은 예전같은데 끈기가 예전같지 않아서 어지간한 건 '아 귀찮아' 하면서 그냥 포기해 버릴 때가 늘었어요.
14/03/29 12:44
수정 아이콘
기력이 쇠할수록 테크닉이 중요합니다(...)
후후하하하
14/03/29 13:12
수정 아이콘
이러니까 의미없는 말다툼들이 많아지고, 합의를 못보는거죠.
정치판의 쓸데없는 짓을 여기서 그대로 하고 계시네요.
물론 Marcuse님이 정의를 코스프레하면서 자기 알량한 욕구나 채울려고 키보드 배틀에 뛰어들건 말건 관계는 없지만,
그것을 공적인 자리에서 남발한다면, Marcuse님은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 낭비와 자기 본연의 맡은 일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겁니다.
14/03/29 14:13
수정 아이콘
음...
저따위로 글써놓고 소통하는 척하지 말라는게 제 의도입니다.
후후하하하
14/03/29 14:16
수정 아이콘
아.. 그럼 말미에 작게나마 힌트를 주시죠..
그런 방향이라면 좋은 비판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14/03/29 14:18
수정 아이콘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해요
王天君
14/03/29 13:30
수정 아이콘
껄껄
오리마루
14/03/29 14:54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글 한 번 적어보고 싶어도 생각은 많아지는데 글솜씨가 미천해서 시도도 못해보고 있는 저로서는 저런 논쟁을 시작할 수 있는 분들도 참 나름대로의 능력이 있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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