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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2 13:52
그냥 거절하거나 씹고 쉽게 돌아서면 될 것 같지만 그러지 못하고 감정이 얽히게 되는 것에는 다양한 상황과 이유들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게 말씀하신 다소 속물적이자 원초적인 이유고요. 그런 면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고백받았는데 그런 이유만으로 심하게 기분을 잡친다는 것은 좀 이상하기도 하죠. 그냥 자존감의 재료로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마음은 돌려보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복잡한 개인적인 상황과 이유들이 같이 얽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 익숙하게 감정을 잘 조율해서 상대를 부드럽게 내칠 수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인관계 기술이나 감정의 수습이 미숙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거절은 해야겠는데, 이 사람과 어떤 거리를 두고 관계설정을 하고 감정선을 타야할 지 모를 수 있는 거죠. 그 과정의 혼란 속에서 상대에게 과도하게 싫은 티를 내게 되는 '미숙함'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혐오라고 표현할 만큼 눈에 띄게 싫어야 '거절'이라는 결론에 합당한 감정선을 갖추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말하자면 셀프 합리화가 혐오라는 감정을 만들어낸 격이죠. 그리고 어찌됐던 대인관계가 내 뜻과 무관하게 강제로 까다롭고 곤란해지게 되는 거니까, 그런 데에 대한 전반적인 울컥함, 억울함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상처로 느껴질 수 있는 거죠. 또 그런 부정적인 감정 피드백을 맞닥뜨린 고백남(혹은 녀)의 입장을 생각해 봅시다. 기왕 Yes를 얻어내지 못할 거면 차라리 상대가 천하의 악녀인 편이 편하죠. '아.. 나도 미숙했고 쟤도 당황했나보다' 하고 여유있게 상대를 포용하는 마음이 들기보다는 '그냥 거절하면 되지 나를 이렇게 벌레 취급할 필요까지 있나? 와 내가 또 이런 double kite한테 노리개로 당하고 버려지는구나' 머릿속에서는 상대가 점점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bitch가 되어갑니다. 그래야 내 마음의 정리가 쉬우니까, 자동으로 저런 자기보호회로가 작동합니다. 그러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고백했더니 똥씹은 얼굴로 벌레취급하더라'는 결과가 선택적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고민도 하게 되는 거고요.
21/12/22 14:33
이건 남녀 동일하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보고 다만 연애 포지션 상 남자가 고백받는 경우가 훨씬 적어서 케이스가 적은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 봐도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어 관계를 쉽게 단절하거나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에 차지 않는 상대가 고백하면 좋다는 생각은 전혀 안들고 부담+짜증밖에 안나더군요.
21/12/22 21:57
그러진 않겠지만 글쓴 분이 진짜 상상속에서도 연애하기 싫다 싶은 사람을 살면서 본 적이 있긴 할텐데요. 그런 사람이 고백한다고 하면 사실 기분이 좋긴 어려울겁니다. 상상이 어려우면 한 30살 더 많은 할머니가 고백한다고 생각해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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