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상상으로 점철된 가상의 에세이 입니다.
- 많이 오글거리기도 하고,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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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XX 에세이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아트디렉터로 입사했다.
모르겠다. 난 아이돌 음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였는데. 왜 여길 왔는지.
아마 음악에 대한 갈망? 갈증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아트 디렉터로 일을 시작했다.
f(x),(샤이니,레드벨벳,소녀시대) 눈에 보이는 컨셉아트로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의문이 늘어갔다.
이 컨셉을 왜 하면 안될까? 이 컨셉에 맞는 음악은 이건데 왜 안된다고 하는걸까?
아티스트와 관계가 이래도 되는건가? 이친구들은 도구가 아닌데, 서로 소통하고, 이해 할 수 없는걸까?
도대체 왜 이 말도 안되는 걸 계속 하고 있는걸까? 귀찮더라도, 더 인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텐데..
물론, 나에겐 결정권이 없다. 나는 한낱 아트디렉터일 뿐이고, 엔터회사의 한 일원일 뿐이다.
결정은 높은 분들이 내리겠지.
그분들은 좀 더 안정적인 길, 실패하지 않는 길, 남들이 닦아놓은 손해보지 않는 길을 원한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돈이 걸린 문제라면, 누구나 정석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점에 대한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보장된 길이 언제까지 옳은 길일까? 분명 새로운 길이 있고, 해보면 될 것 같은데..
모두가 그건 아니라고, 네가 책임 질 수 있냐고 말한다.
혹자들은 내가 이씬에서 성공적이라 말하지만, 나에게는 투쟁의 연속이였다.
이 그래픽이 왜 좋은지 설명해야 했고, 이걸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설득해야 했고,
안정을 바라는 상사들에게 언제나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였다.
아마, 내가 나름의 동기가 없었다면, 쉽게 꺾였으리라.
많은 이들에게 내 기준에서 좋은 음악과 순수하게 같이 즐기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예산을 이유로, 리스크를 이유로, 니가 뭘 아냐는 태도로 많은 것이 반려되고, 뭉개졌다.
나름, 설득하고, 이해시켜 증명을 했지만, 여전히 모자란다.
운이 좋왔네, 한번쯤 그럴수도 있지. 때를 잘 만난것 같아. 이게 될 줄 몰랐어. 축하해
이해한다.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바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더불어, 최고 결정권자라면, 새로운것 보다는
안정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겠지. 그렇기에 열심히 설득하고, 열심히 노력했다.
아트디렉터에서 프로듀서까지 본래 내 직함에 맞는 업무가 아님에도, 개입하고, 설득했다.
설득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서 행한 결과가 어떨지 너무 궁금했기에..
그 지루하고 귀찮은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내놓은 결과가 좋왔을 때, 그동안의 수고가 다 보상 받는듯 했다.
하지만, 그뿐이였다. 누군가는 너무 좋은데 이런 부분은 아쉽다 이게 지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또, 누군가는 새로운 시도지만, 지금 지형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등등..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평론가들이 말했던 것 처럼, 익숙함에 의거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가 있었기에, 공채 입사에서 임원의 자리까지 오른 "나"라는 네임밸류가 생겼다.
다행이고 감사한다. 다만, 그 속에 숨겨진 투쟁과, 계속해야 했던 자기증명, 자기검열에 대해서,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는 사실들은, 많은 이들이 생각지 않을 것이다.
성과를 이뤘으나, 여전한 남들의 시선들,
한 회사에 속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할때, 설득하고, 또 설득해도 안되는 상황을 겪다보니, 번아웃이 와버렸다.
내가 얼마만큼 열심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 울타리에서 결정권자가 따로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고,
모든 걸 컨트롤 하지 못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에 대한 실망은 남 탓으로 돌릴 수 있는게 아니였다.
그건 정말 날 힘들게 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음에도, 부차적인 이유로 아쉬운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상실감.
어떤 사회인들은 이해할까?
그래서 sm을 떠나기로 했다. 애초에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기 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와하는 음악을
남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한 방식에 여러가지가 있음을 인지하고, 숙고한 끝에 나름의 방식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허무했고, 더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여러곳에서 러브콜이 왔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좋은 음악을 여러사람에게 소개하는 것. 그렇게 하자면, 내가 대표가 되는 수 밖에 없으리라.
어떤 직책이 중요한게 아니다. 온전히 나의 생각을 펼 칠 수 있는 곳, 더이상 윗분들의 생각을 설득하고, 설득하다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곳.
나에게 전권을 일임하고, 투자 해주겠다고 말하는 곳, 그중 가장 좋은 곳이 하이브였다.
그렇게 난 내 꿈을 실현 시키기 위해 ador를 설립했고, 새로운 시작을 감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