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7/06/20 15:25:56
Name 信主NISSI
Subject 이기는 것. 그것이 전부.
어제, 이스트로가 패했습니다. SK와 CJ의 접전중에서도, 지난주 SK와 MBC의 대결에서도... 그 빅매치들 사이에서도 이스트로의 경기를 찾아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저번 MBC와의 경기에서 1경기의 승패가 전체의 승패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1경기에서 서기수선수가 졌을때도 "그래 이번엔 1경기는 졌지만 이기는 것으로 깨보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는 3:0 패. 경기내용은 전부 박빙이었지만, 결과는 3:0이었습니다.

예전 킹덤언더파이어 2차대회 결승 3경기 직전 봉준구선수가 전지윤선수에게 했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경기내용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나중에 기억되는건 3:0뿐이다." 투니버스-온게임넷에 이어진 대회의 5전3선승에서 처음으로 3:0으로 진 봉준구선수가 8개월정도 뒤에 한 말이었습니다. 전지윤선수는 그 세번째 경기에서, 그대회 전승을 달리던 김성훈선수를 마침내 이겨 김성훈선수의 '온게임넷 최초의 전승우승'을 막았습니다.

프리챌배 결승에서 커프 2차대회 결승까지의 기간동안 3:0 승부는 한번 더 있었습니다. 한빛소프트배 결승, 임요환선수와 장진남선수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날 아침의 스포츠신문의 기사제목은 "10000 대 300". 팬카페 회원수의 차이었습니다. 전대회 준우승자 봉준구선수의 예선탈락이후 기욤선수를 응원하고 있던 전, 그 기욤을 3번 이긴 장진남선수를 응원했습니다. 기욤대 임요환이란 역사적 매치를 좌절시킨 역적 장진남선수를 응원했죠. 그리고 3:0으로 졌습니다. 전 장진남선수의 열성팬이 되었습니다.

올림푸스배 온게임넷스타리그 8강 임요환 대 장진수의 비프로스트 경기 직전, 동영상이 나왔습니다. 장진수선수가 지난대결에서 비프로스트에서 석패한 화면에 이어진 장진남선수가 임요환선수에게 6연패째, 7연패째, 8연패째 지는 장면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때의 격분은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장진수선수는 승리했지만, 장진남선수의 8:0이란 온게임넷 개인리그의 전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분당의 온게임넷 사무실 근처에서 우연하게 쉬고 있는 장진남선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 "장진남선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습니다. 옆에 있는 분이 장진수선수라며 농담을 던졌지만, 그래도 팬인지라 한눈에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추가하고 싶었던 응원의 말은 사실 "다음 테란전 7승 이루세요"였습니다만, "다음경기 꼭 이기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이큐브배 16강 A조 김현진선수와의 경기에서 장진남선수는 대테란전 7승째를 이룹니다.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스타경기를 보면서 그 때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후의 재경기에서 결국 김현진선수에게 또 지면서 16강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마지막 스타리그 경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듀얼에서 이운재선수와의 '패러독스의 좋은 플레이 후 재경기'가 생각나네요. 지금까지 장진남선수의 대테란전 최악의 승률과 공식전 8연패의 기록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프로리그가 시작된 후, 최강의 팀플조합으로 손꼽히던 장진남-진수 팀은 단 한번의 승리도 못했습니다. '드림팀'의 이름에 정말 어울렸던 그 팀은 점차 약한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이겨야합니다. 이기는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이기는 것에 비해 팬이 적은 선수도, 임팩트가 약한 선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쭉~ 써온 것처럼 적게 이겼음에도 강한 임팩트를 남긴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겼음에도 임팩트가 적은 사람은 계속이기면 자연히 따라옵니다. 졌지만 임팩트가 강한사람은 결국 그 원천은 아쉬움입니다. 계속지면, 그 아쉬움도 사라져가는 것이죠.

SK가 신인들의 기용으로 순위가 떨어졌다합니다. 그리고 에이스들의 기용으로 엔트리가 뻔하다고 합니다. 똑같은 엔트리를 냈었어도 둘다 이겼다면, 신인활용도 좋은면서 역시 한몫하는 에이스들이란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신인들을 출전시킬때 순위가 떨어질 것을 각오하면서 레귤러들에게 "순위 후 너희들이 출동할 때 반드시 승리를 가져와야한다"란 목표로 쭉 준비하다가 때가되었다며 등장했었다면 이렇지 않았겠죠. 이기지 못한 것이 모든 비난의 원인일 뿐입니다.

이스트로. 졌지만 뭐라하는 사람들은 별로 안보입니다. 3:0으로 졌지만 경기내용이 아쉬웠다말하며, 신희승선수는 졌지만 옵티컬플레어의 활용이 돋보였다며 칭찬받았습니다. AMD시절부터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명칭이지만) 드림팀의 오랜 팬으로서, 기분이 상했습니다. 져도 욕먹지 않으니까 좋으신가요? 가끔씩 터져주는 승리의 소식에 팬들이 기뻐하니 일부러 가끔씩 이기시나요? 좋지 않은 환경에, 좋은 팀분위기란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단지, 지는 것에 익숙한, 피씨방 예선에서 탈락하는 것이 익숙한 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겨우 이정도로 드림팀 응원을 GG치지 않을 겁니다. 그럴거였으면 진작에 쳤고, 이미 GG칠 타이밍은 놓쳤습니다. 안드로메다 너머의 어딘가로 관광을 다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이겨도 별로 특별하지 않은, 그런 드림팀을 기대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6-22 19:2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찡하니
07/06/20 15:47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07/06/20 15:50
수정 아이콘
이스트로의 팬으로서 가슴이 슬몃 시려 오는 글이군요...

AMD 시절, 헥사트론 시절, 이네이처 시절, 그리고 이스트로까지 언제나 많은 변화를 겪어온 팀이라, 예전과 비교해서 공통점이라고는 우리의 이지호 감독님밖에 없지요. (사실은 감독님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대니얼 리 감독에서 이대니얼 감독으로, 다시 이지호 감독으로.^^)

그래도 계속 이 팀을 응원하게 되는 건, 관성 이상의 무언가가 이 팀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팀에는 사람을 기묘하게 끌어당기는 맛이 있는 선수들이 언제나 존재해 왔지요. 베르뜨랑 선수가 그랬고, 조정현 선수가 그랬고, 김동진 선수가 그랬고, 신희승 선수와 서기수 선수가 그렇습니다. 완벽하지도 않고 아주 뛰어나지도 않지만, 항상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러기에 오늘도 이스트로 팬을 자임하면서 댓글을 투닥투닥 두드립니다.

하나 둘 셋 이스트로 화이팅!
07/06/20 16:1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이스트로가 이겨도 특별하지 않은 그런 팀이 되길 바랍니다.
마녀메딕
07/06/20 16:19
수정 아이콘
와우~ 멋진 응원글입니다.
협회바보 FELIX
07/06/20 16:35
수정 아이콘
한때 AMD를 응원하긴 했지만 사실 그 시절의 선수들은 다들 너무나 한량들이라......

키포인트가 되는 선수가 없습니다. 약체팀에서 지금은 강팀으로 올라온 팀들의 특징은 다들 강한 선수가 한명이 있고 그 선수를 중심으로 커 왔다는 겁니다. 박성준, 오영종, 김준영등등 말이죠. 이런 중심이 되는 선수가 없습니다.
07/06/20 17:04
수정 아이콘
신희승 선수 서기수 선수 김원기 선수.. 강력함을 때때로 보여주는 선수들임에도 그래도 지금처럼 상향 평준화된 프로리그에서는 엔트리 부족을 어쩔수가 없네요..
아에리
07/06/20 17:13
수정 아이콘
장진남,진수 형제 좋아했기에..순간 코끝이 찡하네요
the hive
07/06/20 19:48
수정 아이콘
어헝헝 이스트로팬으로서 이런글 너무 좋네요 ㅠㅠ
돌돌이랑
07/06/20 20:12
수정 아이콘
근데...여담이지만 신희승 선수 잘생겼다고 생각하는데...어떠세요?
나만 그런가..-.-a
저는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경기력까지 훌륭하면 참 흐믓하더라구요. ^^
플레이보면서 그냥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

이스트로와 함께 신희승선수 앞으로 훨훨 날길 바랍니다~
라오발
07/06/20 20:49
수정 아이콘
신희승 선수 잘생겼죠.
항간에선 삐리삐리의 키 큰분 닮았다 하는데 희승선수가 훨 낫죠. ^^
특히 코가 잘생겼죠. 신희승 선수는
자고로 남자는 코가 잘생겨야 합니다. '코'가.
벨리어스
07/06/20 21:1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이기든 지든 영원히 이스트로 화이팅입니다.
마요네즈
07/06/20 22:10
수정 아이콘
이스트로 화이팅입니다 정말..
기욤 패트리때문에 AMD를 좋아한 이후 맴버가 변해도.. 애정인지.. 애증인지.. 저에겐 이스트로 편애모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말 소원이 한가지 있다면.. 이스트로를 프로리그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한번 보는 것입니다. 다른 팀 팬들에겐 정말 소박해보일 수 있지만.. 이스트로에게는 우승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굳세게 전진하는 이스트로가 되길 바랍니다.
마츠모토히데
07/06/20 22:46
수정 아이콘
아아 마치 저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이 글!! ㅠㅠ
히치하이커
07/06/21 00:13
수정 아이콘
장진남선수 다시 돌아와주면 안돌까요? 왜 당신이 떠난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제게 이스트로는 AMD로 보일까요.
e-뻔한세상
07/06/21 00:2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
이 글처럼 다양한 팀을 응원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인기있는 한두 팀을 응원하는 글들만 보다보니 이 글이 너무 신선하네요..
연합한국
07/06/21 05:22
수정 아이콘
"10000 대 300"
보고 스파르타를 떠올려 버렸어요..;;
07/06/21 14:08
수정 아이콘
아하! 信主NISSI님이 이스트로 팬이셨군요.
장진남,진수선수 참 재미있고 쾌활한 친구들이었지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활기찼었던...
신희승선수 거침없이 이겨주기만 하면 인기도 거침없이 올라갈텐데 말이죠. 이길듯이 이길듯이 아쉽게 져 버리는 경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름이온다a
07/06/22 21:22
수정 아이콘
어 Ace로 옮겨졌군요
전 티원이랑 한빛이랑 그리고 이스트로를 좋아합니다

개인적인바램으로는 이스트로가 고춧가루좀 대박으로 3:0으로 뿌려줬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신희승선수는 언제나 경기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이성은 이승훈 선수도 요즘들어 경기가 재밌고 성적도 괜찮은 선수들이고....AMD 드림팀 시절에 전 중학생이었지만 AMD를 좋아했었는데...
7drone of Sanchez
07/06/23 17:13
수정 아이콘
계보에 헥사트론이 빠져있네요.
조정현 선수와 베르트랑 선수의 빌드가 닮아가는걸 보면서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동서양의 퓨전을 잠시나마 발견한 그 때가 그립습니다.
07/06/23 18:15
수정 아이콘
의외로 이네이쳐를 기억 못하는 분이 많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41 2007년 PgR21 상반기 설문조사 결과. [34] 메딕아빠9359 07/06/23 9359
540 박정석, 그의 '멋진' 6년간의 커리어는 아직도 진행중. [79] 회윤15749 07/06/24 15749
539 [설탕의 다른듯 닮은] 무관심의 중심에서 (이병민과 손학규) [23] 설탕가루인형9004 07/06/23 9004
538 이기는 것. 그것이 전부. [20] 信主NISSI11820 07/06/20 11820
537 '가위바위보'에 대처하는 강자들의 자세 [68] Forgotten_15157 07/06/17 15157
536 프로게이머 최근 100전 승률 그래프! [26] ClassicMild16210 07/06/15 16210
535 기획보도. 관광 시대의 도래 [31] 말로센말로센13744 07/06/14 13744
533 김택용, 강요된 평화가 부른 혁명의 철검 [61] Judas Pain16618 07/06/12 16618
532 [sylent의 B급칼럼] 김택용, 거침없이. [47] sylent13715 07/06/11 13715
531 All for one, One for All - 두 ACE의 이야기 [8] The xian11050 07/06/10 11050
530 이세돌과 마재윤 [31] 더미짱12820 07/06/07 12820
529 16시 24분 [38] 공실이11466 07/06/07 11466
528 [yoRR의 토막수필.#33유머편]고양이, 오해, 그리고 봉변 [17] 윤여광11689 07/06/04 11689
525 [sylent의 B급칼럼] ‘세팅’에 잠들다 [74] sylent17109 07/06/06 17109
524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그대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까. [69] The xian14616 07/06/06 14616
523 스타크래프트소설 - '그들이 오다' Renewal판 합본 [24] DEICIDE11830 07/06/05 11830
522 [sylent의 B급칼럼] 공군의 임요환 [18] sylent14386 07/06/03 14386
521 [곰TV 2 마재윤vs박태민 그 후] #3 두전성이(斗轉星移)의 굴욕 - 마재윤도 열받았다 [15] 점쟁이12112 07/06/03 12112
520 선수들 경기력 측정의 한 방법 : ELO Rating System [29] ClassicMild13913 07/05/31 13913
519 최연성과 이윤열. 그 둘의 미묘한 관계 [37] Yes17538 07/05/27 17538
518 그대의 길에 앞으로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기를 감히 바랍니다. [31] The xian12972 07/05/27 12972
517 우리는 패배를 모르는 제로스(XellOs) 군단임을 기억하라! [18] 파란무테13735 07/05/27 13735
515 박성준, 마재윤. 그들의 스타일. [11] Leeka13597 07/05/26 1359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