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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25 01:13:09
Name imagine
Subject [공모] 동수랑과 서즐녀. (3)쾌이오알(快李吳斡)의 은둔자 이운재.

삼성준이 죽기 전에 옥으로 찾아온 이병민에게 가르쳐준 병역특례(兵役特例) 지방.
동쪽으로 멀리멀리 떨어진 국방대륙(國防大陸)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곳으로 누구나 그곳을 알지만 정작 들어가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하는
신비로운 지역이다.

전상욱과 박태민이 배 위에서 벌이는 말썽대행진-전상욱이 말하고 박태민이 실행한, 배 밑바닥 뜯어보기는 김성제에게 발견되어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이상으로 이재훈의 머리속을 괴롭히는 것도 정확히 찾아갈 방법을 모른다는 거였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중간에 합류한 박태민의 역할이 상상이상이라는 점이었는데 뭐든지간에 이 젊은 기술자가 뚝딱뚝딱 소리를 끝내면 뭐가 달라도
달랐던 것이다. 단지 그 기술력과 전상욱의 당황스런 호기심이 합쳐졌을때 민폐라는 이름의 자식이 태어난다는 것이 문제였다.

턱을 괴고 여차저차 생각을 거듭하던 재훈이 12번째로 턱을 괸 손을 바꾸었을 즈음이었다. 갑판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섬이다!!!!"

이 밤중에 섬을 발견하다니? 궁금증은 갑판위에 올라가자 이내 풀렸다. 휘영청 밝은달을 배경으로 섬의 윤곽이 밤 바다의 수평선 위에 똑똑히
걸려있었던 것이다. 하이부국을 떠난 이래로 오랜 항해에 지친 선원들에게는 실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육지였다.

섬에 내려 식수도 채우고 식량거리도 찾을 겸해서 상륙한 일행들은 모레사장에서 간만에 모여앉아 술판을 벌렸다. 얼큰하게 술이 돌았을쯤에
술이 약한 김성제는 제일 먼저 취한듯 콧노래까지 섞어가며 말을 쏟아내었다.

"나...항상 몸을 단련해 왔지....전쟁터에서 살아왔네....우우...처음엔 아무도 몰랐던 나. 얼굴로 유명해졌지...예이예~
모두들 나를 여자같다고 생각해. 이런 현실이 너무나 싫어. 하지만 나는 강한 남자를 동경한다구. 워우예~"

"안되겠구나. 누가 성제를 부축해서 데려다 재우거라."

이병민이 성제를 데리고 사라지고 이재훈도 졸리다며 돌아가자 술자리에는 강민과 박태민, 전상욱이 남아있었다.
전상욱은 아까부터 말 한마디 없이 술만 마시면서도 손가락 하나 흔들림이 없었다. 오랜만에 눈을 뜬 강민이 신기했는지 박태민이
말을 걸었다.

"그러고보니 강민선생이랑 재훈님은 똑같은 지오지방 출신이지요?"

"전에 만나본 적은 없었지만 말일세. 자네들은 고향이 어디인가?"

"난 수도 출신."

"나도 어릴적부터 공방에 들어가서 살았더니 별 기억이 없네요."

고향이야기가 나오자 오래전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가 도졌는지 강민은 잠시 눈을 감았다.

"지오지방은 참 멋진 곳이지. 전국을 돌아다니다보면 가끔씩 지오지방의 특산 면 요리 생각이 간절해진다네."

"헌데 왜 그곳에는 면 요리가 발달한 것입니까?"

"응, 실은 예전에 지오지방에 커다란 홍수가 난 적이 있었지. 수마(水魔)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논밭이 모두 황폐해졌었어.
다행히 지오를 다스리시는 조규남 제후께서 온정을 베풀어 밀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해주셨네. 그 탓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밀을 심어
가루를 빻아 먹게 된 걸세."

"미남들이 많다면서요?"

"나를 보면 알지 않겠나?"

"..........헛소문이었나 보군요."

"..........자네 한번 활짝 웃어보겠나?"

"커험! 험! 달이 참 밝군요."

그 사이 어째 말이 없다 싶더니 전상욱은 술잔을 쥔 채로 쓰러져 자고 있었다.
둘 만의 대작을 즐길만큼 즐긴 박태민과 강민은 전상욱을 들쳐업고 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음날 아침.
물을 길어다 식수통을 채우고나서 박태민은 섬의 나무에서 채취할 것이 있다며 이름모를 풀들을 잔뜩 베어왔다.
전상욱은 자신의 창 맥하닉(脈荷匿)을 들고 바위위에서 물고기를 상대로 작살연습을 하다가 싫증이 났는지 도로 배에 올라왔다.
출발전까지도 바다는 극히 평안해보였다.


그런데 섬을 떠나려고 하자 별안간 섬 주위에 기이한 조류가 흐르면서 떠나려하는 배를 자꾸만 섬으로 돌려놓았다. 박태민이 키를 잡고서
용을 써봤지만 아무리해도 섬을 떠날 수가 없었다. 난감해진 재훈은 조류의 흐름이 사라지기를 기다릴 심산이었으나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민선생, 아무래도 이곳을 지키는 용왕이 부린 조화인듯 싶소. 괘를 한번 짚어보시오."

"재훈님, 이것은 용왕이 우리에게 뭔가 볼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한 명을 이 섬에 남긴다면 저 해괴한 조류는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한 명을 내버려두고 떠나란 말이오."

"용왕이 사람에게 복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어도 죄없는 이에게 해를 끼쳤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더우기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사람을 돌려보내지 않을 리는 없을 터이니 걱정마십시오."

"그럼 누구를 남겨야하오?"

"옛부터 이럴때에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무토막에 각기 이름을 적어 바다로 던지면 물에 가라앉는 것이 있을 것이니 그 사람을 남기면 됩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재훈,전상욱,강민,김성제,박태민,이병민이 각각 이름이 적힌 나무토막을 바다에 던지자 정말로 단 하나, 김성제의 것만이
바다에 가라앉았다.

"성제야. 너를 남겨두고 가야하는 내 속도 편치 못함을 이해해다오. 강민선생의 말처럼 해가되는 일은 아닐터이니 걱정하지 말아라."

"아닙니다. 모름지기 무장이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함을 미덕으로 아는 법입니다. 제가 여기에 남아야한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강민의 말대로 김성제가 배에서 내리자 거짓말처럼 바다의 조류가 사라져 뱃 길을 열었다.
배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김성제는 터벅터벅 섬의 여기저기를 걷고 있었는데 홀연히 한 노인이 눈 앞에 나타났다.
김성제는 범상치않은 분위기가 서려있는 풍모로 보아 틀림없이 이 노인이 이곳의 용왕임을 짐작했다.

"당신이 절 이곳에 남도록 하신 분입니까?"

"나는 이곳 십이두론(十二頭論)섬을 지키는 신이오. 해가 질 무렵이면 매일같이 어디선가 애수시비(涯數是匪)라는 도깨비무리가 나타나
치주로시(恥周勞始)의 주문을 외면 우리 일족의 해처리(解處吏)들이 죽어나간다오. 오늘 저녁이 되면 또 몰려올 것인즉 그대의 활의 도움을 받고자 하오."

이야기를 들은 김성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돕겠습니다."라며 흔쾌히 수락하였다.

저녁이 되자 노인의 말대로 애수시비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치주로시의 주문을 외었다. 이에 김성제가 리보궁(利普弓)에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기니
화살 하나에 애수시비들이 대여섯 마리씩 꿰뚫려 떨어졌다. 마침내 애수시비들이 다 쏘아 떨어지자 노인이 다시 나타나 김성제에게 크게 감사해하였다.

"그대가 우리 일족의 목숨을 보전해주었구려. 내 답례를 하고 싶으니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주오."

"예. 저희 일행들은 원래 병역특례(兵役特例)지방을 향해 가는 길이었습니다. 허나 정확히 찾아갈 방도를 몰라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혹 그곳을 찾아가는 길을 알고계신지요."

"오. 그거라면 내가 도울 수 있구려. 여기 그 방법을 기록한 문서가 있소이다."

노인이 두툼한 종이뭉치를 품에서 꺼내 성제에게 건네고는 바다를 향해 손짓을 하자 커다란 거북이 하나가 물 위로 올라왔다.

"저 거북이위에 타시오. 그대들의 배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곧 따라갈 수 있을것이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 일족의 해처리(解處吏)에 랍아(拉兒)가 마르는 날까지 그대의 조력을 잊지 않을 것이오. 평탄한 항해를 하길 바라겠소."

김성제를 태운 거북이는 상상이상으로 빨랐다. 쑥쑥 바다를 가르더니 반나절도 채 되지않아서 배를 따라잡았다.
배에 오른 김성제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재훈에게 노인이 준 종이를 내밀자 생각지도 않은 행운에 재훈은 기뻐하며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김성제가 가지고 온 문서에 따르면 병역특례(兵役特例)지방에 가기 위해서는 길을 알고있는 인도자를 따라야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인도자들은 '신의 아들'이라고 불리며 철저히 정체를 숨기는 탓에 세인들은 그를 알지 못하며 이 문서를 준 용왕조차도 단 한명만을
알고 있을뿐인데 그는 쾌이오알(快李吳斡)국의 은둔자 이운재라는 자다. 과거에 용왕과 인연이 있는 자이니 거절하지는 않을거라고 씌어있었다.



섬을 떠나서 다시 열 아흐레를 달려 배는 쾌이오알(快李吳斡)에 무사히 당도했다. 재훈은 혹여 먼젓번 삼성준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염려하였으나
생각보다 간단히 이운재가 산다는 산에 갈 수 있었다.
산 까지는 무사히 찾았으나 그가 사는 곳이 어디인지를 몰라 헤매던 중에 어느 나무꾼 청년을 만나 청년의 도움으로 무사히 이운재를 만나는데에 성공하였다.

"온개임국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저 역시 그곳의 태생으로서 세상에 염증을 느껴 이 나라로 도피한 사람입니다.
내가 조각배에 몸을 맡기고 이 나라로 건너올때에 그 섬의 용왕님께서 도와주신 적도 있으니 기꺼이 도와드리지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신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길의 인도를 맡겠습니다."

"그 부탁이란 무엇입니까?"

"예. 여러분들이 이곳에 올때 안내를 해준 나무꾼 청년을 아시지요? 그 아이의 이름은 차재욱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똘이라고들 부르지요.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인데 불행히도 나무꾼으로 살고 있지만 아무리 큰 나무라도 저 아이의 손에 걸리면 곧잘 쓰러지고 맙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거목 사냥꾼이지요. 두뇌가 비상하고 무예도 뛰어난 인재이건만 아직도 혼사를 치르지 못했습니다.
이 나라의 명근왕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습니다. 첫째가 강현공주, 둘째가 종미공주, 셋째가 솔미공주인데 재욱이와 솔미공주를
결혼시켜주십시오."

"아니, 그게 무슨 해괴한 말씀입니까? 생전 만난적도 없을 공주와 나무꾼을 결혼시키라니, 어찌 그런 무리한 일을 시키는 것인지요?"

"내 말을 계속 들어보십시오. 솔미공주는 어릴적에 병을 치료하기위해 이 근처의 절에서 요양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에 절에 나무를 해다 나르던
재욱이를 알게 되어 서로 연모의 정을 나눴다고 합니다. 솔미공주가 혼기가 찼는데도 스스로는 결혼에 생각이 없다고하니 필경 아직도 재욱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두 사람이 마음놓고 만날 수 있는 상황만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흠...그러나....."

"세사에 관심을 끊고 산 지가 오래이나 재욱이같은 아이가 저렇게 홀로 나이먹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가만히 있을수가 없군요.
이것만 들어주신다면 저는 전심전력으로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좋습니다. 어차피 우리에겐 다른 방법도 없으니 한번 해보지요."








그로부터 며칠 뒤, 수도의 상인들은 이상한 주문을 들고온 외지 손님들을 맞이했다.

돈이 제법 많아보임에도 고기는 제쳐놓고 소가죽과 뼈만을 잔뜩 사가는 손님에 상점마다 종이를 싹싹 쓸어가다시피 하는 과묵한 손님이 있는가하면
쌀겨와 콩가루, 콩깻묵등을 잔뜩 잔뜩 사가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손님에다가 어부들을 찾아다니며 오직 민어라는 생선만 주문하는 손님,
귀족집안의 따님들이나 입는 고급스런 옷을 여러벌 주문해놓은 '여자로 추정되는' 손님까지.

상인들은 이 물건들을 뭐에 쓰려는지 궁금했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설마하니 이 잡다한 물건들이 얼마 후에 벌어질 대소동의 재료로 쓰이리라는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주절: 이번편은 저번보다 더 날림입니다(__) 원래 한편으로 만들려고 생각해두었는데 예상보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한 편으로 쓰기엔 너무 길어서
분량이 팍 줄더라도 두편으로 나눠서 쓰기로 했습니다. 이운재선수가 왜 KOR에 있느냐고 하시는분이 있겠지요? 이번에도 대답은 "그냥"입니다-_-;;;
근데 정말 넣을사람이 운재선수밖에 떠오르질 않네요 흑흑. 저번 이야기가 박재상 설화를 이용한거라면 이번 편에는 두 편의 설화가 쓰였습니다.
김성제의 일화로 나오는 거타지 설화와 서동요 설화지요. 이 글 자체가 연오랑과 세오녀를 빌린 것이니 되도록이면 삼국시대의 설화나 이야기를
많이 차용하려고 생각중입니다. 설마 표절이라고 하실 분은 안 계시겠지요?-_-
본의아니게 커플이 될 예정이신 박솔미선수와 차재욱선수, 팬들에게는 미리 꾸벅~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강민,박태민,전상욱 다 GO출신인데 왜 강민만 고향이 GO로 설정되어 있느냐? 고향 이야기 꺼내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어요-_-;;;
이것도 양해들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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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미선데이
05/12/12 02:43
수정 아이콘
그보다 웃어보지 않겠나가 진짜 압권

ㅋㅋ대충 무슨 사진이 떠오르더군요
미이:3
05/12/12 23:22
수정 아이콘
으아 정말 개그 센스 대박이시네요!
엄청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다음 편이 정말 기대되네요 ~
유신영
05/11/25 02:07
수정 아이콘
날림이라니요 ^^ 재미있기만 한데요~ 앞으로도 계속계속!!!
그렇구나...
05/11/25 09:21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중간중간 스타급 센스가 빛난 유머가 장난이 아니네요~~ ^^
부들부들
05/11/25 10:22
수정 아이콘
십이두론, 애수시비, 치주로시
진짜 재밌네요.
푸하하
가루비
05/11/25 17:50
수정 아이콘
정말 센스가 장난이 아니십니다. 부들부들님이 말씀하신것에
리보궁에.. 그리고 민폐조합(?) 까지.


근데 왜 저는.. 똘이라고 한다는거에서
제일 넘어갔을까요.. 하하하;;
아케미
05/11/25 18:36
수정 아이콘
으하하하, 대단하십니다 정말.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
잔혹한 천사
05/11/25 22:23
수정 아이콘
중간중간에 유머센스가 빛납니다^^
Peppermint
05/11/26 02:12
수정 아이콘
"미남들이 많다면서요?" "나를 보면 알지 않겠나?" =_=b
게다가 지오지방의 특산 면 요리까지..
잘 보고 있습니다..^^
Innisfree
05/12/01 12:53
수정 아이콘
나를 보면 알지 않겠나? 강민선수의 센스...^^
잘 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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