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9/08 21:19:40
Name 072
Subject Thank U!
언제였더라 2년 전 쯤이던가 난데없이 휴학계를 던졌었더랬죠.

예비역이였으니 군입대도 아니였고, 빵빵한 집안은 아니였지만

자식 먹고싶은 거, 하고싶은 거엔 약하실 수 밖에 없는 부모님 덕에

학비가 모자란겄도 아니였는데 뜬금없이 '나 휴학할래' 하고 장난처럼 휴학을 했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고...  이리 저리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 할 제 미래가

어느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제 목을 조르고 있었더랬죠.

그래서 단지 훗날 놀지 못할 미래의 보상으로 지금이라도 실컷 놀자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휴학을 했고, 정신나간놈 소리 들어가며 놀았었습니다.

한 달 꼬박 일해 돈 모아 몇 일의 유흥에 올인도 하고, 또 몇 달은 폐인으로 살기도 했습니다.

그때 동네에서 제 별명이 시인이였습니다.  머리 안깍고 면도 안하고....

세수마져 자주 안 한 듯한 몰골(실제 자주 안했죠ㅡㅡ;)로 오직 집앞 슈퍼에만 가끔 출몰 했으니....

그 몇달 동안의 폐인 생활에 책임져야 할 몇몇 대상이 있습니다.

game-q,pgr21,battlenet....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없이, 그저 가끔 책이나 읽고 영화보고 음악듣고 쓸데없는 공상이나 하던 하루의 일부를

제외하곤 항상 서식 하던 곳입니다.

어쩌면 무기력한 사회 적응 불능자의 가치없는 버려진 일상이였을지도 모를 기간이였지만

일생을 살아가면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쓸모없는 과거였을지도 모를 기간이였지만

이제 취직해서 초단위로 퇴근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기타요일로

나눌만큼 휴일을 애타게 기다리는 요즘으로선 그 시절의 여유와 할 일없는 무료한 시간의
여백

, 그리고 starcraft란 매개체로 열광할 수 있었던 가끔의 향락이였던 game-q와

함께임을 느낄 수 있었던 pgr.....

너무나 그립습니다. 어쩌면 제 인생에 '나 지금 행복햐!'라고 말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였을...

어느날 그 과거속에서 툭 튀어나와  아직까지 남아있는 pgr.....

있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대로여서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저 감사와는 별개로.... 제 폐인생활에 대한 보상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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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팝현보
03/09/08 21:23
수정 아이콘
저도 군대갈 시기가 아직 남았는데 미리 휴학했는데.. -_- 걱정이 앞서긴 합니다 하하;;
03/09/08 21:23
수정 아이콘
자신에게 있습니다..
저 역시 저 자신에게 답을 찾고 있구요..
물론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는 배운것이 많았기 때문이겠지요..
항즐이
03/09/08 21:24
수정 아이콘
하하하 저도 전혀 보상을 못받고 있는데.. 블리자드는 참 죄많은 회사입니다. -_-;; 국내의 엔씨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하하
Cool-Summer
03/09/08 21:46
수정 아이콘
정말이지 님이 부럽습니다....제가 대학시절 바래 마지 않던 생활을 하셨군요^^ 전 뭐 집에서 여자가 대학은 가서 뭐하냐 뭐 이러시면서 가지 말라는 대학교에 가는 바람에 정말이지 부모님께서 등록금만 달랑 대주셨었던 터라 저의 대학생활은 늘 아르바이트로 바쁜 나날이었답니다.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에 가끔은 장학금도 타줘야 했거든요^^
님은 정말 행복하신 거랍니다....
덕분에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충분한 사회생활을 한 터라 직장에서는 잘 적응하고 나름대로 인정받으면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부모님도 제가 직장 잘 다니고 하니 대학교 등록금 보태주신 것에 대해서 후회하시지 않으시구요....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그시절 내가 좀 덜 바쁘고 더 많이 나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너무 여유 없이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거든요....오늘처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이제서야 퇴근해 배고파하는 제 모습을 보면 더 그렇죠....
흠...댓글이 이상한 쪽으로 흐르는 군요
그냥 님이 부러워 주저리 주저리 한거라 생각해주시길....
온리시청
03/09/08 21:59
수정 아이콘
저는 대학교 졸업을 앞둔 마지막 방학때 그냥 아무 계획없이 런던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저도 왠지 내 인생의 마지막 방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돈도 급하게 준비하고 여행준비할 시간도 빠듯해서 힘들었지만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아무 걱정없이 보냈던 한달이었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눈뜨면 '오늘은 어디를 가서 어떻게 자~알 보낼까~~'하는 생각뿐이었죠...
어제의 시간에 대한 후회도, 내일에 대한 걱정도 없었습니다....
제 인생에 그런 시간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아~~
어쩔줄을몰라
03/09/08 22:08
수정 아이콘
한방러쉬가 있잖습니까. ^^ 저도 10년간 음악(가수삽질)+게임(날밤새기)
폐인생활 했지만 4학년 마지막 학기 무.쟈.게 달려서 괜찮은 곳 들어갔
답니다. 괜찮은 회사를 다니는 것은 괜찮은 삶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
in-extremis
03/09/08 22:33
수정 아이콘
많이 놀아보지 못한 사람이나 많이 즐겨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에도 여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현재를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즐긴다는 것이 놀기만 하고 시간만 때우는 것은 아니겠죠..^^.
정말 여유를 가져본 사람만이 그 여유를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제나
03/09/09 12:45
수정 아이콘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열심히 놀 줄 알아야,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다. 제 신조입니다. 언제나 자유를 꿈꾸며, 언제나 현실을 희망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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