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11 10:25:24
Name ijett
Subject 제가 아는 PgR21.
*경고*

긁어 부스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글이니, 평온한 PgR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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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쯤, 아파테이아님이 운영자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글을 올리셨습니다.

'그만두지 말아주세요'라는 말, 끝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차마 남아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잊을 만 하면 무슨 일이 터져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단지 평범하게 위로하기엔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일까요.
그저 댓글 한 줄 가득 말줄임표로 채웠다가, 지워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PgR.
PgR21.com의 가을 커피잔들을 보면서, 괜히 마음 한쪽이 저려오는 것도... 참아야겠죠.
평범한 하루하루의 삶 이야기, 어제 있었던 종족전 얘기, 이번주에 벌어질 황제와 영웅의 대결에 대한 기대와 예상 한 마디...
PgR에서 우리가 사랑해온 이야기들로, 다시 이 게시판을 채워야 될 겁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실 의미없는 논쟁과 한숨만 나오는 싸움에서 벗어날 방법은, 그것뿐인지도 모르니까요.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끝내 우울해지는군요.
옛날 얘기나 좀 해보렵니다....

제가 처음 PgR21.com을 알게 된 건 올해 봄이었습니다. 봄 분위기가 물씬 나는 엷은 초록색의 PgR.

공지게시판에는 (이제는 겜비씨 피디님이라는 것, 다들 아시죠.) Sir.Lupin 님의 '게임큐...'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게임큐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던 저는 그저 심상한 마음으로 클릭을 해보았었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 글에서, 글 쓴 분의 솔직하고 생생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겪어 본 적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크롤해서 내려본 댓글 목록에서 엄재경님의 댓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TV에서만 보던 분의, 역시 마음이 느껴지는 한 마디를 보면서 저는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죠.

즐겨찾기 목록 첫머리에 PgR을 올려놓은 후 , 꽤 오랫동안 눈팅 기간을 보냈습니다. 이른바 5월논쟁을 정리하면서(토론게시판) hoony-song 님이 하신 말씀이 있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이 사이트의 원래 목적인 전적과 랭킹 자료뿐 아니라,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대화와 토론 같은 커뮤니케이션까지도 일종의 '컨텐츠'로 받아들인다구요. 제가 바로 그랬습니다.

전적이야 제가 좋아하는 임테란 경기가 있을 때나 가끔 찾아보면서 마음을 졸였지만, 게시판은 빼놓지 않고 들어와서 주옥 같은 글들에 감탄하고 가곤 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모든 게시판에 있는 글을 처음부터 다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늦게 생긴 편인 자유게시판만 읽는 데도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했었죠.

하지만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었습니다. 배운 게 너무 많았거든요. 코크배 이후로 게임방송을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늦깎이 스타 팬에게는, 임테란이 1.07 시절 암울했던 테란의 암흑기를 헤쳐나온 주인공이라는 것도, 아니 1.07 패치가 테란에게 암울했다는 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니까 말이죠... 그렇게 모든 글들을 읽어 보니, PgR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 그 분위기에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더군요.

스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무작정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세상에, 인터넷 게시판에 아직 이런 곳도 있다고 말이죠. 아직도 PgR 모르냐, 거기가 얼마나 좋은 곳인데, 꼭 한번 가봐라... 겜비씨 리플레이 스페셜에 PgR21.com 대회 리플레이가 올라왔을 때는 마치 내가;;; TV에 나온 것처럼 들뜨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소문을 내지 말았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PgR이 점점 알려지면서,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만한 논쟁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

그 과정에서 항즐이님이 더 이상 자게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하셨고, 오늘 새벽에는 아파테이아님까지 운영진 자리를 내놓으셨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운영진 분들이, 그저 팬의 입장에서 쓰셨던 글을... 기억하는데.


나는날고싶다

안녕하세여..여기 첨 와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날고싶다라고 합니다..^^;;
pgr21.com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_-
귀찮은(?) 이유 만으로 자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_-;;
앞으로는 여기 자주와서  좋은 정보 참고 많이 할께염..^^
하여튼 수고하세염...^^;;

-우주허접 날고싶다-


Apatheia

   [질문] 여기 있는 글들이랑 맵 등등 자료들 말인데요.

퍼 가도 되는 것들인가요?

(실은 벌써 퍼갔음...ㅠㅠ)

펌글인 것은 명시했습니다만...

힘들여 쓰신 관전기 등 함부로 손대는 게 찝찝해서 여쭤봅니다.

안되신다 하면 피눈물 머금고 지울게요. ㅠㅠ


오늘 회원 가입했구요.

스타는 ^^;

그냥 갤러리가 제 팔자려니... 하고 사는 소시민--;입니다.

앞으로 자주 뵈어요. ^^


-Apatheia, the Stable Spirit.


p.s. 아까 댓글에 썼던 말입니다. 제 걸 제가 인용하다니 ㅡㅡ;

...하지만 모두 함께 생각해봐야 할 건 그거 같습니다. 그 허울 좋은 '성장', 논쟁과 비판을 통한 '발전'... 같은 과정을 PgR이 겪는 동안, 가장 힘들어할 사람들, 가장 고통받고 상처입을 사람들이 과연 누군지... 말이죠.

PgR이 커지면서 우리 모두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PgR이라는 가게에 찾아와 내 돈 주고 물건을 사는 '고객'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 정성들여 꾸민 집이 보고 싶어서 초대도 받지 않았는데 내 발로 찾아온 '손님'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집들이 선물은 못해줄 망정, 폐는 끼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이건... 상식입니다.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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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Lecter
02/09/11 11:11
수정 아이콘
한가지 확실한건,
우리는 제대로 된 논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욕이나 인신공격을 안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논쟁이라고 할 순 없겠죠.
과격하게 비난을 시작한 저로서도 많은 책임을 느낍니다.
상처뿐인 논쟁이 안타깝습니다.
02/09/11 11:39
수정 아이콘
일년전 이맘때 pgr에 발을 들여놓았어요.
게시판이 하나밖에 없던 시절, 3일에 한번 들어와도 새글이 2~3개밖에 없던 그때가 가슴저리게 그리워지네요.. 하루에 하나 올라오는 글이 모두 '추천게시판'의 글들에 비견할 함량이었고 코멘트 하나하나가 따뜻한 마음, 즐거운 토론이었는데...
제가 가입 첫인사할때가 생각나네요..
[안녕하세요.(^^)(__) 오늘 가입했습니다..^^
pgr에 놀러온거는 근 6개월정도 되는데 계속 읽기만 하다가
드뎌.. 발을 들여놓았죠..]
라고....
02/09/11 11:59
수정 아이콘
아쉽지만 다음장으로 넘어 갈 때가 된 것 같기도 함니다
그래서 'pgr21에 축객령을 잠시 걸어 두어야 하지 않은가?' 라는 말을 올리기도 했구요

제가 이런 큰 규모의 흐름을 타지 못하는 거 뿐일 수도 있지만 올라오는 글을 읽어 보면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거든요.
brecht1005
02/09/11 12:34
수정 아이콘
저도 눈팅은 이제 1년이 다 되었지만, 그때보다 사람이 많아지긴 엄청 많아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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