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1/18 03:01:42
Name 시인
Subject [re] 곳곳에 오점이 있는 교과서들과 사회...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이런 식으로 확언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역사'라는 것은 단편적 지식을 통하여 'A는 B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성질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역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교과서의 이야기가 그르다'고 적기에는 불확실성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권유하는 방법은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궁예'를 생각하여 본다면, 왜 어느 책에서는 궁예를 포악하다고 다루고, 또 다른 어느 책에서는 궁예를 민중의 영웅으로 다루었는지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생각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도 중요한 것이 매듭지어지는 결론이 아닌, 진행 중인 결론이 보다 타당한 결론으로 여겨집니다.

항상 이런 류의 비판을 진행하여 보면, 문제의 본질은 잊혀지고 시스템 자체(예: 이건 한국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다. 따라서 한국인의 교육의식을 고치기 전에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에 대한 비판이 되기 쉬워서 구체적인 비판은 침묵을 지키기 쉬운데, 문제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그 크기가 너무나 커서 우리가 그 대상을 다루기가 너무 힘들다는 점입니다.

'교과서 자체에 대한 문제점', '한국 교육의 문제점', '한국 시스템의 문제점'을 점강적으로 비판하기에 앞서 보다 구체적이고 작은 범위에 포커스를 둔 비판이 진정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보다 작은 범위일수록 그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가능한 법이니까요. 저를 포함한 모든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객관적인 비판을 하기 위한 많은 공부와 실천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hannibal
02/11/18 03:15
수정 아이콘
중요한건 프로그램을 아무리 맞추려고 해도 시스템 자체가 안맞는 경우입니다..오로지 한국이라는 나라의 정통성을 고조선 부터 시작한 다는것 부터 거대한 시스템장애라고 생각됩니다.. 한인물의 역사적인 진실이 시대에 따른 비판의 달라짐이 아니라 역사의 큰틀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는게 문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02/11/18 03:50
수정 아이콘
음.. 제 글 자체를 어쩌면 오해하신 건지도 모르겠네요. 제 시점에서는 '한국역사의 시작점에 대한 논의'는 시스템도 될 수 있고, 시스템이 아닌 구체적인 논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논제를 '단군왕검을 민족의 시조로 삼음으로 발생하는 한국사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이 논제 자체에 대한 타당성을 따져야지, 한 차원을 벗어나서 이건 한국 사학계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다라고 따져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그건 실로 반칙입니다요. ^^;).

만약 '한국 사학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토론하고 싶었으면 그러한 제목의 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해야지, 다른 차원의 논제에 끼어드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이야기이지요.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으로 확장하다 보면, 결국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고 너무나 커다란 문제만 남는 것이니까요.
02/11/18 04:07
수정 아이콘
역사에서 단편적 지식의 문제점은 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가령 누군가가 유시민씨의 '거꾸로 읽은 세계사'를 읽었다고 생각하여 봅시다. 그리고 그 책을 모두 읽은 뒤, 세계사 교과서를 비판하며 그 책을 인용합니다.

다른 책을(혹은 지은이를) 인용한다고 해서 정당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왜 교과서가 틀렸는가, 왜 그 책이 옳았는가에 대한 치열한 정당성 확보가 있어야 겠지요. 누군가는 교과서를 인용하며 다른 이의 책을 비판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역사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이 너무 자기 중심적이다 보면 독선에 빠질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만을 존중하다 보면 소신없는 생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균형의 저울을 잘 조절하는 것은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저 역시 이 저울을 어떻게 맞추는 것이 가장 타당한 것인지 잘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이 듣고, 보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생각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모은 현재까지의 정보를 가지고 진실에 대하여 추리하는 것은 보다 이성적인 진실에 다가서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 주장이 'True' 또는 'False'라고 증명되기 전까지는 아직까지는 추론이기 때문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8288 신화의 시대를 거부하는가.. [6] 천토1586 02/11/18 1586
8287 연애소설 하나.. 날씨도 추워지니.. [4] 김희진1400 02/11/18 1400
8286 [잡담] About kpga Tour 4th League [7] eclips1947 02/11/18 1947
8285 컴퓨터가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11] 이카루스테란1613 02/11/18 1613
8284 어제 겜비씨 채널에서 한 겜... 劍星1503 02/11/18 1503
8283 초등학교때 스타했던 이야기들(당시 스타 초창기) [5] 아싸~!@#1438 02/11/18 1438
8282 스타고수를 위해서.. [14] 이세용1541 02/11/18 1541
8281 대한민국, 뭐가 옳은 건지 [13] 침묵1605 02/11/18 1605
8280 몇가지 이야기 입니다. [22] homy1895 02/11/18 1895
8279 매트랩 하수 탈출기 4 [18] matlab1910 02/11/18 1910
8278 리플레이 기능....득과 실.. 김재근1556 02/11/18 1556
8277 '무협' 좋아하십니까? [15] 황무지2680 02/11/18 2680
8273 에릭사티와 짐노페디 [5] 로드펄~1874 02/11/17 1874
8272 요즘 겜하면서 ㅇ.ㅇ 자주 느끼는 현실 -_-;; [9] 낭만해처리2009 02/11/17 2009
8271 게임방송에 캐스터와 해설이 없다면??? [5] 애청자1449 02/11/17 1449
8270 무하마드 알리..그리고 기욤...(기욤예찬론2) [12] 초연2337 02/11/17 2337
8269 개편된 방송리그에서의 새로운 캐스터와 해설자들. [10] 공룡2703 02/11/17 2703
8268 오래만에..글을 올리는군요..-_-;; [1] RanDom[Tr]1355 02/11/17 1355
8267 우리반 신 스타 풍속도 [7] 김연우2452 02/11/17 2452
8266 곳곳에 오점이 있는 교과서들과 사회... [22] 요정테란마린1920 02/11/17 1920
8276 [re] 곳곳에 오점이 있는 교과서들과 사회... [3] 시인1527 02/11/18 1527
8275 [re] 다소 딴 얘기일수도 있는데 교육개혁과 중고생에 대해 로드펄~1406 02/11/18 1406
8265 벌써 케롤을 듣고 있습니다..^^ [1] 정재열1371 02/11/17 137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