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0/05 15:30:03
Name 김치원
Subject 삼성 칸, 그리고 인센티브.
프롤로그 : 괴짜 경제학 그리고 인센티브...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윤활유 같은 힘

과거에는 누군가 나에게 경제학에 대해 물어 본다면 감히 이렇게 대답하고 할 수 있었다. 수요공급과 기회비용 이 두 가지 개념만 익히면 세상을 살아 나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경제학적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이다.
수요공급과 기회비용은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개인의 현명한 판단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을 주는 법인데 나 역시 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미 변호사나 회계사가 예전만한 위치를 점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고시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변호사와 회계사의 공급이 과다해져 경쟁이 무척 치열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한 학생 시절에 가급적 많은 일들을 해보고자 했는데 졸업과 동시에 나 자신의 기회비용이 커질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 유학과 인턴 근무로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었지만...  
그런데 스티븐 레빗이라는 유쾌한 천재 경제학자가 쓴 ‘괴짜 경제학’이라는 책을 본 이후 수요공급과 기회비용에 하나를 더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인센티브"라는 개념이다.  

Main Theme :
쉽게 얘기하면 시험에 100점을 받으면 장난감을 사주겠다는 부모의 약속이 바로 인센티브인데, 스티븐 레빗은 경제학은 곧 인센티브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주장하며 흥미 있는 주제와 풍부한 데이터를 가지고 독자들의 관점 변경을 요구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자신의 인내를 그에 따른 보상과 교환하는 것이다. 그게 MP3P든, 게임기든, 용돈이든... 그리고 사회에 나오면 인센티브는 직접적으로 돈과 연관이 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대표적인 예는 시카고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의 점수가 낮으면 징계를 받는 고부담 시험을 실시한 결과 교사들이 답안지를 조작하거나 시험 시간을 더 주는 등 부정 행위가 늘어난 것이다. 인센티브는 이처럼 상관없을 거 같은 개념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떠오른다.
스티븐 레빗이 얘기하는 인센티브의 개념은 주식투자에도 적용 가능하다. 가치투자자들은 지배구조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아주 높거나 아예 지분 분산이 확실하게 된 기업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지분율이 아주 높으면 대주주가 자기 회사로 생각해 열심히 일하거나 이익을 회사로 몰아주기 때문이며, 반면 지분 분산이 확실하게 되어 있으면 CEO가 자신의 자리 보전을 위해 다수의 주주 이익을 신경 쓰기 때문이다. 태평양, 현대모비스, 대웅화학, KT&G 등을 설명하는 연결고리가 바로 인센티브였던 것이다.
이 책은 인센티브라는 시각을 줄 뿐 아니라 현상을 한번 뒤집어 보는 역발상적 사고 방법도 제공한다. 범죄율의 감소 원인을 낙태의 합법화에서 찾는 그의 발상은 사실 여부 혹은 도덕적 판단을 떠나 워낙 재미있어 딱딱한 학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경제학을 매쉬맬로우처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준다. 천재는 학문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쉽게도 만들기도 하나 보다.

에필로그 :
삼성 칸이 KTF Bigi 2005에서 우승했다. 뜻밖의 결과였다. 한빛도 잘했고, POS도 잘했다. 어쨌든 모두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1등이 전체 중 50% 이상의 포션을 획득했다. 그리고 팀에서는 인센티브를 풀었다. 아직 알려진 바는 없지만, 대충 상금 보다는 많은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들었다.
좋은 연봉만큼이나 커다란 유혹... 인센티브...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성과가 없다면... ??? 인센티브라는 것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끊임없는 긴장을 요한다고 할까?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가지고 있는 삼성 팀의 연봉수준은 획기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인센티브가 이끄는 선순환에 대해서 기대해 본다. SKT, KTF, P&Q 모두 고액 연봉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오히려 인센티브가 더 큰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니면 스티븐 레빗도 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인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김영대
05/10/05 15:3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저는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
05/10/05 15:51
수정 아이콘
경제 선생님이 수요공급과 기회비용만 안다면 경제는 거진 다 배웠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글속에서 든 예중에서 학생들의 점수가 낮으면 징계를 받는 고부담 시험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이는 채찍에 해당하는데, 인센티브=당근 이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이 틀린건가요? 당근과 채찍 모두가 인센티브 개념인가요?
김치원
05/10/05 15:54
수정 아이콘
고부담 시험이라는 것이 징계도 있지만,
미국 학교에서 시행한 고부담 시험은 성적이 좋은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답니다.
구경플토
05/10/05 16:02
수정 아이콘
삼성. 그동안 지원이 상당히 빈약했었답니다.
(감독이 사비를 털어 팀원들 밥을 사준 일도 많다네요)
이제는 좀 제대로 지원을 해 주겠죠...
홍승식
05/10/05 16:07
수정 아이콘
글쓰신 분이 김치원님이라 실제 인센티브 내역 등 내부정보를 살짝 기대했습니다. ^^
05/10/05 16:16
수정 아이콘
이글을 보니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프로게이머에게 연봉보다는 인센티브를 주는것이 더 적절한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프로게임계의 발전을 바라는 팬의 입장에서 볼 때 인센티브보다는 연봉을 주는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이유로 삼성, 지원좀... ㅡ_ㅡ
yonghowang
05/10/05 16:58
수정 아이콘
삼성이 제대로 지원만 한다면...덜덜덜..
치터테란J
05/10/05 18:21
수정 아이콘
정말 제대로 된 알찬 글입니다.
모든 게임단이 후원사를 얻는 그날까지 응원합시다.
05/10/05 18:25
수정 아이콘
삼성이 프로게이머들에게 삼성다운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합니다만...... 저는 사실 삼성이 삼성다운 지원을 프로게임계에도 했을때 벌어질 후폭풍도 조금은 걱정 스럽습니다. ㅡ.ㅡ;;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삼성이 스타 이외의 게임리그에 삼성다운 지원을 하는 것!! 무리인가요? ㅡ.ㅡ;;
구경플토
05/10/05 18:26
수정 아이콘
빡빡한 일정에 어제 경기 전에는 코피까지 쏟았다는 김가을 감독님...그래도 팀이 좋은 성적을 내서 마냥 행복하시답니다.
그동안 너무 아쉬웠던 스폰서의 지원도 많이 늘었다고...
(인센티브, 연봉 등 직접적인 금전 지원 외의 잡다한, 부가적인 것들)
Sulla-Felix
05/10/05 21:18
수정 아이콘
팀에 대한 지원보다는 리그에 참가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최근 애니콜이 후원을 한 리그가 있던가요?
05/10/05 21:34
수정 아이콘
얼마전 국감에서 삼성의 간접광고라며 주장했던 분이 계셨죠
삼성 파브배 프로야구, 삼성 하우젠배 축구, 애니콜배 농구 등등...삼성 이름이 방송에 많이 언급되는거 문제있다고 하면서요..

한참 어이없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삼성이 후원 안하면 안한다고 욕할 거면서...-_-
(이상 삼성 직원의 넋두리??)
말없는축제
05/10/05 21:42
수정 아이콘
국내리그는 스폰을 안하지만 WCG를 후원하죠; 그외 타게임 세계대회도 그렇고..
WCG가 열리는한 국내대회는 스폰안할꺼라던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077 요즘 기다리고 있는 두 만화 - pluto & cross game [26] 어딘데4307 05/10/05 4307 0
17076 핸드폰 요금 조심합시다. [19] SEIJI6102 05/10/05 6102 0
17074 스타가 내게 준것들 [18] 식수센스4280 05/10/05 4280 0
17073 금융회사는 모두 바보인가봅니다. [31] 4238 05/10/05 4238 0
17072 성형,,,싫어하세요? [42] I3estSG5344 05/10/05 5344 0
17071 [2006 월드컵 특집] 조예선 및 32강 예상 [45] 세브첸코.A4179 05/10/05 4179 0
17070 네이버 중학생 살인사건... [38] 그린베레6532 05/10/05 6532 0
17069 삼성 칸, 그리고 인센티브. [13] 김치원5017 05/10/05 5017 0
17068 분야별 랭킹 총정리 2005 SKY프로리그 후기리그 (051004) [5] James84002 05/10/05 4002 0
17067 세계축구선수중 3명을 귀화시킬 수 있다면..?! [63] 서지훈퍼펙트5089 05/10/05 5089 0
17065 MSL 조추첨식 사진+후기입니다^^ [33] Eva0105800 05/10/05 5800 0
17064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초 임창정 11집 컴백! [33] KilleR4935 05/10/05 4935 0
17062 최연성 vs 박지호 - 프로토스 지상군의 힘! [52] Dizzy8306 05/10/05 8306 0
17061 좀 덜 유명한 명작 만화들 [37] letsbe07730 05/10/05 7730 0
17059 미련한 자 [6] 총알이 모자라.4703 05/10/05 4703 1
17058 (소설) 프로 외인구단 -4부- [DesperaDo] [2] 라파엘르4260 05/10/05 4260 0
17057 1:1할때 여러요소들중 가장 중요한것부터 순서대로 5가지만 말한다면? [35] 배넷돌이^^3890 05/10/05 3890 0
17056 아폴로 안톤 오노가 왜 미우신가요? [184] EndLEss_MAy5872 05/10/05 5872 0
17055 Epik High 3집 [27] Ryoma~*4324 05/10/05 4324 0
17053 왕따와 괴롭힘, 학교에서의 강자 법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65] 내스탈대로4812 05/10/04 4812 0
17052 명탐정 코난의 작가는 천재가 아닐까요...?? [52] 못된녀석...7900 05/10/04 7900 0
17050 K-1 2005WGP 결승전-조지명식 후기 [14] 못된녀석...4838 05/10/04 4838 0
17048 SKTelecom T1 후기리그 버려?! 안버려!!! [22] 청보랏빛 영혼5569 05/10/04 556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