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2/19 09:11:28
Name 현금이 왕이다
Subject 하이쿠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있죠.  물론 ‘넌 너무 단순해.’ 라거나 ‘이 단무지 같은 놈아.’ 같은 경우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이런 단순함의 미학을 대표하는 것 중에 ‘하이쿠’가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아실겁니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바쇼

‘여름이라서 마른 거야’ 대답하고 그녀는 이내 눈물을 떨군다. – 키긴

역시 일본어를 옮기다 보니 역자들 마다 조금씩은 다르더군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 리뷰를 보니 Common 이란 분이 비교를 해 놓은 게 있어서 올려봅니다.
바쇼가 죽기 사흘 전 썼다는 하이쿠 입니다.

여행중에 병이 드니
꿈 속에서 온통
마른 들판을 헤매다니네
   류시화 – 한 줄도 너무 길다

방랑에 병들어, 꿈은 겨울 들녘을 헤맨다.
   전이정 – 순간 속에 영원을 담는다

리뷰를 쓰신 분은 전이정 님의 번역이 더 낫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하이쿠는5-7-5로 된 한 줄 형식을 취하고 있구요. 아마 그래서 두 번째 번역이 더 하이쿠 답다고 생각하신 듯 합니다.
아무래도 류시화 님은 시인이기도 하시니까 번역도 그걸 따라간 듯 보입니다.

같은 원본을 놓고 번역을 했음에도 이렇게 다른 느낌이라니.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언어라는 것.
성경에서는 인간의 교만을 벌하기 위해 하나님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자 결국 흩어져 버리고 말죠.
언어의 이해 라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꼭 외국어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같은 우리나라 말을 쓰더라도 대화를 하다보면 ‘이 사람은 나와 전혀 다른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군…’ 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꽤 많거든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이죠.

그래서 침묵은 금, 말은 적게 할수록 좋다고 하나 봅니다.

다짐했건만, 막다 지쳐 끝나네. 아, 투신이여!

짧은 글은 이상하게도 긴 글 보다 더욱 많은 생각의 가짓수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예로 든 문장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ㅡㅡ;;;)

그렇게 생각하면 댓글이라는 것. 더욱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생각이 이리저리로 달려나갔네요.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길.

따뜻한 이불 속 아내의 살냄새. 너무 일찍 일어난 일요일.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고뭉치
06/02/19 09:36
수정 아이콘
다짐했건만, 막다 지쳐 끝나네. 아, "투신"이여!

이 글 전체에서 윗줄의 "투신"이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팬의 마음인가요. >_< (스스로도 당황했..; )
ミルク
06/02/19 11:08
수정 아이콘
어차피 하이쿠는 짧디 짧은 정형시니까요.
그런데 단순함의 미학을 대표하는 것 중에서 하이쿠가 그다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 같지는 않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일본에서 발생한 것이라 그런 걸까나
심장마비
06/02/19 11:53
수정 아이콘
일본언어와 사회 라는 교양수업을 지난학기에 들었는데
하이쿠짓기를 배웠습니다. 일본어로 지을만한 실력은 안되고
한글로 글자수맞춰서 짓는거였는데 은근히 중독성있더군요^^
Sulla-Felix
06/02/19 12:51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대표적인 하이쿠 작가로서는 이윤세가 있습니다!
06/02/19 14:57
수정 아이콘
길티기어라는 게임에서 슬레이어라는 캐릭터 최종기술을 쓰면
하이쿠를 읊죠.......그래서인지 하이쿠는 개그스럽다는.
06/02/19 18:47
수정 아이콘
전상욱 선수가 하이쿠를 지으면 왠지 어울릴 것 같아요.
현금이 왕이다
06/02/19 20:29
수정 아이콘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요?... 제가 너무 단순한 생각을...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1081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면 문제가 쉽게 풀린다!! [23] 낭만토스3850 06/02/21 3850 0
21077 마음에 걸리는 것 한가지.. [50] 시이라젠느4210 06/02/20 4210 0
21076 에반게리온을 보고 요즘 생각들... ... [23] 사나3460 06/02/20 3460 0
21072 전략 시뮬레이션의 또다른 묘미였던 KKND [23] 신소망5112 06/02/20 5112 0
21071 RTS 장르의 역사, C&C 시리즈 통합 팩이 발매된다는군요. [24] firewolf4267 06/02/20 4267 0
21070 웬지 옛날 스타크래프트가 더 재밌었다는 생각.. [48] Tablo244844 06/02/20 4844 0
21069 Fly High… [1화] [10] ☆FlyingMarine☆3668 06/02/20 3668 0
21067 엘리트 리그에 출전하는 KTF 선수들 가만 놔 두세요! [36] mars5097 06/02/20 5097 0
21066 [잡담] 이스포츠... 정말 커지고 있나봐요? [10] 미고3462 06/02/20 3462 0
21065 온겜. 명예의 전당 홍진호편 보신분.. [21] sOrA4440 06/02/20 4440 0
21064 방금 "의사들을 미워하지 마세요"란 글이 지워졌습니다 [28] Timeless4265 06/02/20 4265 0
21060 맵밸런스 해결을 위한 간단한 의견 [16] 이소야 유키3390 06/02/20 3390 0
21054 재미로 읽는 블리자드 전략 시뮬의 변천사 [8] 루루3581 06/02/19 3581 0
21052 98 월드컵 기억 나십니까! [27] 토스희망봉사4482 06/02/19 4482 0
21051 프로게임어와 뉴타입 [5] 한인3703 06/02/19 3703 0
21050 스타 삼국지 <36> - 박용욱의 항복 [16] SEIJI4491 06/02/19 4491 0
21049 모처럼만에 뉴 페이스 라면을 찾았습니다..(뜬금없는 소리지만) [67] sEekEr4035 06/02/19 4035 0
21047 유머게시판 이대로 괜찮은가... [56] LeChuck4354 06/02/19 4354 0
21046 KTF 이젠 선수들 이벤트로 뺑뺑이 시키지 마시길... [42] 김정재4421 06/02/19 4421 0
21042 오늘 새벽에 저는 쇼트트랙보다 스피드 스케이팅을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9] 워크초짜5552 06/02/19 5552 0
21041 한국쇼트트랙과 심판과의 악연,, [61] genius6022 06/02/19 6022 0
21039 하이쿠 [7] 현금이 왕이다3674 06/02/19 3674 0
21037 동계올림픽 보셧습니까 [34] 소리바다3979 06/02/19 397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