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3/06/21 23:49:09
Name 헥스밤
Subject [LOL] 인생 첫 트롤을 감행하다.
오늘도 연패다. 첫판에는 미드가 4분이 되기 전에 솔로킬을 당하더니 탈주해버렸다. 아마 미드 솔로킬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는 3픽의 '나 연패로 멘탈 나감 그래서 탑케이틀린 감 수고' 라는 말에 픽밴창에서부터 분노를 폭발시켰다. 두 번째 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더라. 봇 드레이븐이 말도 안되는 타워다이브를 두번이나 감행해서 2킬을 상납한 걸 보고 '이건 답이 없다' 싶어 나으 귀신같은 갱킹으로 3킬을 먹여주니 그는 또 한번 다이브를 감행해서 힘의 균형을 맞춰주더라. 나와 팀원 모두가 간절하게 '드븐님 다이브좀 자제 부탁드려요'라고 해도 그는 '드븐은 라인 강캐라 다이브를 해서라도 라인전을 공격적으로 풀어야 한다. 나 드븐 승률 70%다 이 롤알못들아' 라고 패기를 부렸다. 물론 그러는 동안 우리의 탑과 미드는 상대의 정글러에 천천히 붕괴하는 시나리오가 나왔고. 세 번째 판은 다들 라인 강캐를 픽해서 '이번 판은 적어도 라인전 페이즈는 무난하게 흘러가겠지' 하고 노틸을 픽했다. 과연 우리의 강력한 라이너들은 초반부터 상상을 초월한 강력한 항문압력으로 똥을 부왘부왘 쏟아내었다. 그걸로 모자라서 솔킬을 당하거나 피가 없어서 집에 갔다가 라인에 복귀하는 길에 귀신같이 늑대와 레이스와 작골을 먹고 복귀하여(과연 그들은 라인 강캐였다. 정글몹 먹는 속도도 빠르고 피도 안빠지더라 젠장) 나는 먹을 정글도 갱킹을 갈 라인도 없는 최악의 정글러가 되었다. 경기가 끝나가는 판에 모든 라이너가 정치를 시작했다. '정글러 트롤이네' '우리 정글러 뭐하냐 진짜 역갱이라도 오든가' 솔로킬 따인 라인에 리신 상대로 노틸로 역갱이라 음. '정글러 저XX 리폿해 정글 맡겨주면 캐리한다며' 그런 말은 한 기억이 없다. 정글 서폿 자신있는데 정글을 조금 더 잘한다고 한게 전부다. 다섯번째 판은 어땠더라. 정글워윅으로 7/3/18 뭐 이정도 찍고 진것같다.  

무수한 패배를 뒤로하고 어떤 판이 시작되었다. 나는 5픽이 나왔고, 정글링의 피로에 지쳐 서폿을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4픽이 미드를 가겠다고 했다. 그러는 와중에 2픽이 칼같은 미드티모 락인. '미드 내가갈껀데?' 빡친 4픽은 '그럼 나도 미드 투미드 고고' 라고 했다. 뭔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3픽은 그 와중에 '님들 제발 제대로 하면 안될까요 티모님 탑 가주시면 안되나요' 하면서 원딜을 픽하고 계속 24픽을 달랬다. 뭔가 내 모습이 보였다. 그래, 난 저런 플레이어였지.

자랑은 아니지만 꽤 긴 게임 인생 속에서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문제를 일으키기는 커녕 꽤 많은 게임에서 '같이 게임하기 좋은 성격 좋은 편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편이었다. 와우시절 막공장도 많이 잡았고 투기장도 뛰고 길드장도 하면서 욕을 한적도 없고 도발을 한적도 없고 싫은 소리를 한 적도 없다. 무수한 FPS를 할 때도 나는 언제나 굉장한 매너유저에 속했던 것 같다. 아니, 게임뿐만 아니라 인생도 매너있게 사는 편에 속한다. 취해서 비틀거리다 가게의 화분을 깨먹은 손님에게도, 토사물을 온 몸에 휘감은 채 가게에 쓰러진 손님에게도 뭐라고 한 기억이 없다. 외려 나는 적극적 민주시민에 속한다. 고등학교 시절 술먹고 난동을 부리는 외국인을 제압해서 신고하고 경찰서에 같이 가서 조서를 쓰는 걸 통역해 준 적도 있고, 이웃 가게에서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제압하고 신고절차를 도와준 적도 있다.

하지만 빡도는 건 빡도는 거다.

나는 말했다.
'그럼 3미드 고고. 나는 빠른 미드푸시를 위해 총명딩거를 픽하겠다.'
원딜을 픽한 3픽은 갑자기 내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서폿 간다며 XX아. 내가 말했다. 서폿 간다고 했지. 근데 저 꼬라지 봐. 게임 제대로 되겠냐. 왜 나한테 화를 내. 24픽 싸울땐 잘 달래더니. 몰라 나도 저런꼴 본거 하루이틀 아니야 그냥 3미드 가. 그리고 40분 즐겜을 하고 졌다. 그래, 저딴 조합으로 40분이나 게임을 할 정도로 상대가 귀신같이 못했다. 내가 서폿을 했으면 아마 이겼을 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딱히 이기고 싶지 않다.

노말을 천판쯤 하고, 2시즌에 랭겜을 일이백판쯤 하고, 이번 시즌에 랭겜을 300판쯤 했다. 노말을 하나 랭겜을 하나 주포는 정글서폿, 부처멘탈의 포지션이다. 정글도 서폿도 밀리면 원딜을 간다. 그동안 빡칠 일도 많았고 트롤도 많이 만났지만 나는 저 3픽처럼 '나머지 분들이라도 열심히 하죠 멘탈 잡고 혹시 알아요 상대 트롤일지' 라며 열심히 어르고 달랬다. 정 안되면 내가 닷지를 했다. 그 흔한 닷지유도 한번 안해봤다. 천오백판 동안 탈주를 딱 한판 해봤다. 게임방 전체가 바이러스로 맛이 가서 갑자기 모든 컴퓨터의 인터넷이 멈춘 덕에 자리를 옮겨도 접속이 안되더라.

그렇게 살아도 어느날인가 트롤을 하게 되는 날은 오게 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어제 같은 날이다. 게임이 뭔지. 접어야지, 하고 진지하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하기로 했다. 게임이 뭔지. 후.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dDragon
13/06/22 00:00
수정 아이콘
다행히 전 솔랭 하면서 멘탈이 가루가 된 적은 없었네요.
오늘 같은 경우도 위기가 있었지만...
부케 (플레1)로 5픽이라 가만히 있는데 탑 자리가 떨어졌습니다. 그냥 무난한 레넥 해서 고기방패 모드 하자! 하고 픽했는데,
시작하자마자 미드 카사딘이 한마디 하네요.
"저 레넥 xx놈 플레였어? 플레 진짜 더럽게 못하는데 아 망했네 개 xx ~"
검색해보니 저 빼고 9명이 전부 다이아네요.
네 전 플레인 이유 하나만으로 욕을 먹었습니다. 그 순간 바로 차단했습니다.
게임 창이 조용해 집니다. 순식간에 편해집니다.
미드에서 그 차단한 덕분에 한번 사인 미스가 나서 미드가 집가는 타이밍에 이니시 무리하게 걸다가 손해를 한번 봤지만,
그래도 제 멘탈은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플레이 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는데, 이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멘탈이 무너질 요소가 없죠. 우리 팀원 말 들어보니 그 미드놈은 패드립도 친 것 같더군요.
뭐 제 귀에 안들어오니 다행이지만요.

아 하지만, 끝나고 리폿은 꼭 합니다.
단빵~♡
13/06/22 00:04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네요ㅠㅠ 연패때는 롤을 하지 않는게 좋은데 그게 말처럼 쉽게 안되죠 흐흐
크리스티나
13/06/22 00:06
수정 아이콘
종종 적군보다 아군한테 지기 싫을 때가 있죠.
그럴때 누가 이기나 해보자하면,
결국 5미드를 가게 되고 30분이 무의미하게 지나가버립니다...
자기 사랑 둘
13/06/22 00:06
수정 아이콘
그래도 트롤하지 마세요.
헥스밤
13/06/22 00:15
수정 아이콘
그래야지요. 앞으로 또 한 천오백판 정도는 트롤 안하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후우..
13/06/22 00:28
수정 아이콘
욕설이 보이는 순간 조용히 차단을 누르고 게임이 끝나면 리폿을 합니다. 짤없음. 지는건 상관없지만 멘탈은 소중하니까요
지니쏠
13/06/22 00:28
수정 아이콘
으엉 힘내요. ㅠㅠ
헥스밤
13/06/22 00:29
수정 아이콘
차단이 의외로 좋은 수단인가요. 으으 저는 오지랍주의자라 싸움 말리다가 내 멘탈이 펑펑 터져나가는데 앞으로 차단을 하는 쪽으로 해야겠네요..
알리스타
13/06/22 01:20
수정 아이콘
말리는 쪽이 승리에는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한데 멘탈 보존에는 차단이 더 낫더라구요. 채팅창이 조용하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코통코동
13/06/22 00:50
수정 아이콘
저는 멘탈이 물에 젖은 종잇장보다 더 약해서 일단 상대편 채팅은 안보이게 하고 채팅창은 가장 작게 해놓고 게임합니다......
가끔 제가 똥싸면 설정눌러서 채팅창 크기를....ㅠㅠ
13/06/22 01:08
수정 아이콘
트롤이 트롤을 낳고 트롤이 트롤을 낳는법이죠.
저도 안해본건 아닌데 한다고 뭐가 풀어지는것도 아니고 그냥 찝찝함만 더해져서 이후로는 안합니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트롤이 되셨으면 좋겠군요.
반니스텔루이
13/06/22 01:17
수정 아이콘
롤에 '차단' 기능 있는건 정말 최고의 기능 중 하나라고 봅니다. 크크
13/06/22 02:00
수정 아이콘
차단 + 적 채팅 안보이게 하기 + 채팅창 최소크기
제 멘탈을 소중하니까요.. 크크

가끔 대만서버에서 하는데 핑도 좋고, 말을 못알아들으니 맘이 편합니다.
13/06/22 02:01
수정 아이콘
헥스밤님 보면 막 듀오하고 싶네요... 내 앞길도 못가리는게 문제지만
13/06/22 03:04
수정 아이콘
뭔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 말이 가장 격하게 공감되네요. 흑흑
13/06/22 04:57
수정 아이콘
음 그정도 수준이면 같이 트롤하는것도 스트레스 푸는방법중 하나긴하죠.
이길수 있는 게임도 지고싶은데 정상 라인전하고 흥하면 더 스트레스받죠..
그리고 글중에 원딜도 자기 서폿만있음 장땡이다 그런 생각한건 아닐까요 크크 예전에 2정글 유행할때
솔봇은 지겹도록 서봐서 1:2 스폐셜리스트가 되버렸습니다. 못하는 서포터면 차라리 혼자서는게 나을때도 있는거같아요 크크
비록 타워는 빨리 날라가지만 이즈리얼같은 도주기 좋은 원딜하면 타워끼고 20분에 150개씩먹고 상대방 cs보면 저보다 적은경우가 태반이었죠
13/06/22 08:33
수정 아이콘
저는 쌍욕을 할 지언정 트롤픽, 템팔기, 일부러죽기, 우물잠수, 탈주 이런건 절대 안합니다.

그냥 시원하게 욕하고 차단하는게 편하더라구요.
가을방학
13/06/22 11:11
수정 아이콘
채팅창을 옮겨서 화면 밖으로 빼내 안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애초에 차단 할 필요가 없이 되어버리죠!
맨탈 잘 보존 하시고, 필력은 여전 하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시라노 번스타인
13/06/22 11:30
수정 아이콘
트롤의 욕심은 진짜 많이났는데.
다행히도 한번도 안해봤습니다.
그래도 빡칠땐 풀어야죠
켈로그김
13/06/22 12:29
수정 아이콘
끊어졌다.. 헥스밤님의 몸 안에서 결정적인 무언가가..
Paranoid Android
13/06/22 14:12
수정 아이콘
툭..
헥스밤
13/06/22 20:47
수정 아이콘
이게 켈로그김님이 이렇게 덧글 다니까 뭔가 좀 이상한 게 상상된다..
Sapientis
13/06/22 20:47
수정 아이콘
채팅창 볼 시간에 미니맵 보는게 속편하죠
단지 의사전달은 핑으로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1523 [LOL] 드디어 정글개편이 한섭에 적용됩니다. [75] Leeka11204 13/06/24 11204 0
51522 [기타] 웨라 클랜 이야기 [41] MDIR.EXE12688 13/06/24 12688 0
51521 [LOL] MIG 팀 이미지 완전 몰락하나요.. [278] mcu20260 13/06/24 20260 4
51520 [기타] [스타1] 10년차 e-sports 팬의 넊두리 [18] 밥은먹었니kk9943 13/06/23 9943 3
51519 [스타2] 옥션 스타리그 32강 E,F조 관전포인트 및 16강 진출자 예측 이벤트!! [60] 하후돈10209 13/06/23 10209 0
51518 [LOL] 비꼬기, 욕설, 패드립에 관하여 [70] Psychedelic Moon11221 13/06/23 11221 1
51517 [LOL] JoyLuck의 정글 강좌 36화 : 라인스왑 이해하기(블루 미드-봇 스왑) [9] JoyLuck11422 13/06/23 11422 1
51516 [LOL] LOL의 세계 - 완결편 [4] 눈시BBbr11514 13/06/23 11514 7
51515 [LOL] 도수 영입에 대한 개인적 생각 [211] 레몬맥콜13210 13/06/23 13210 2
51514 [LOL] Olympus LOL Champions Spring 결승전 이벤트 관련 스킨 지급 문제? [6] 대경성8463 13/06/22 8463 0
51513 [LOL] 도수가 MVP로 가긴 가나보군요 [262] 대경성14238 13/06/22 14238 1
51512 [스타2] WCS 시즌2 프리미어리그 간단 정리 [15] 저퀴8631 13/06/22 8631 0
51511 [LOL] 플래티넘 달성 기념 - 서폿으로 랭크 올리기 & 북미 꿀챔 소개 [27] luvnpce13689 13/06/22 13689 2
51510 [LOL] JoyLuck의 정글 강좌 35화 : 정글러를 편하게 해주는 서포터란? [6] JoyLuck10825 13/06/22 10825 1
51509 [LOL] 브론즈의 랭겜 [36] Cavatina9067 13/06/22 9067 0
51508 [LOL] 인생 첫 트롤을 감행하다. [23] 헥스밤11536 13/06/21 11536 2
51507 [LOL] 기록으로 보는 섬머 서킷 2013 총정리 [10] 이오니9036 13/06/21 9036 14
51506 [LOL] 핫식스 롤챔스 썸머 16강 대진표 완성 [35] Leeka9355 13/06/21 9355 1
51505 [LOL] LOL의 세계 - 무소속편 [7] 눈시BBbr14397 13/06/21 14397 1
51504 [LOL] 티모 겜플레이 동영상입니다. [29] 대경성9723 13/06/21 9723 0
51503 댓글잠금 [LOL] PGR21 채널과 내전, 그리고 아마리그 (댓글 잠금) [189] 깐딩11829 13/06/21 11829 4
51502 [스타2] 맵핵의 시대: 스타2 이대로 괜찮은가 [37] azurespace16916 13/06/21 16916 7
51501 [LOL] JoyLuck의 정글 강좌 34화 : 국내 No.1 리븐장인 "레디다" (정글등급표6/20업데이트) [26] JoyLuck15798 13/06/21 15798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