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찮음 + 갑자기 바빠짐의 콤보로 글을 미뤄오다가, 오늘 담티전 결판이 나면 못 쓸 글 같아서 부랴부랴씁니다.
작년 담원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LCK 제 2의 황금기의 신호탄을 알렸고,
올해에는 LCK팀 전원 8강진출, 3팀 4강진출의 쾌거를 이루며 익숙하던 때로 돌아왔습니다.
굴욕의 시간을 보내고나니, 구도가 노잼이고 인게임이 노잼이고간에 우리가 잘하는게 제일 꿀잼이더군요.
그런면에서 이번 롤드컵은 역대급 꿀잼입니다. 지금까지는..
2.
이번 월즈는 높은 확률로 LCK의 우승이 점쳐집니다.
일단 팀부터 세팀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경쟁팀인 EDG의 폼이 지금까지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급적이면 젠지가 EDG를 깨부수고, 마음놓고 즐겁게 LCK 내전 결승을 관전하고 싶네요.
3.
이번에 4강에 진출한 LCK 세팀은 다들 사연이 있는 팀입니다. 사연없는 프로팀이 어딨냐 싶긴 합니다만...
일단 담원. 신 왕조의 대관식을 향한 도전.
작년에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LCK를 다시 1부리그로 만들어준 1등공신이면서, 탑을 제외하고 선수들을 유지한 팀이기도 합니다.
한때 SKT에서 찬란한 왕조를 이룩했던 꼬감을 영입했고,
팀이 흔들리던 MSI에서는, 작년에 다른 멤버의 화려함에 가려진 쇼메이커 선수의 차력쇼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서머 초기에 흔들렸던 팀을 포지션변경이라는 과감한 강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데 성공하였고,
LCK 결승전, 구 왕조인 티원을 물리치면서 신 왕조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담원이 우승하게된다면 롤드컵 2회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신왕조의 대관식이 열리는 셈입니다.
쇼메이커는 세체미를 넘어, 페이커가 독보적으로 차지하고 있던 역체미의 자리에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도전자가 될 것이고,
그간 국제전의 한이 있던 칸도 성불할 수 있겠습니다.
4.
티원. GOAT의 귀환. 말이 필요없습니다.
페이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던 분들도 많았겠지만, 페이커를 응원하면서도 '이제는 우승권 미드에서 멀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 분들도 많았을겁니다. 저 또한 그 중 하나였구요.
명장으로 평가받는 감독들과의 충돌, 교체기용, 그리고 말많았던 돌려돌려 돌림판까지.
그러나 페이커는 월즈 우승권 미드로 손색없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2021년, GOAT 페이커가 이끄는 신인군단이, 완성형 팀으로 보였던 2019년도 SKT보다 강해보이는건 제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팀에서 폭발력이 느껴집니다. 아 뭔가 터트릴것같다, 일 낼 것 같다.
티원은, 그리고 페이커는 월즈 4회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상상만해도 설레는 도전입니다.
5.
젠지. 반지원정대의 두번째 도전.
타이틀로는 두 팀에 비해 궁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스케일은 몰라도 도전의 비장함 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반지원정대 결성 이후, 중립팬에게 가장 많이 얻어맞은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큰무대에서 기대가 안된다, 젠지식 벽밴픽, 노잼팀 - 졸린거보니 젠지가 이길거같네요 등등 각종 부정적인 밈이 달려있었고,
티원 다음가는 커리어를 가진 전통의 명문팀, 반지원정대 결성 이후에도 성적은 좋았지만 그에 비해 인기가 아쉬운 팀이었죠.
여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서머 말기에 폼이 급전직하하고, 날것의 다큐멘터리 '올인' 으로 한번 더 불이 붙어
주영달 감독은 배우가 천직이라는 오명과 함께, 배수의 진을 치고 월즈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그룹스테이지부터 좋은 평을 들었던 담원, 티원과는 달리,
다소 불안불안한 경기력으로 극적인 4자동률까지 가면서 진출,
그런 극적인 고생 끝에 보답을 얻듯, 최고의 대진을 받았습니다.
계속된 외부의 저평가(특히 해외 관계자들)와 별개로,
서머 말기부터 팀 전체적인 폼과는 반대로 정점의 폼을 맞고있는 비디디는 '해줘'를 넘어 '미리 해줍니다' 소리까지 나오고 있죠.
불판에 자주 계신 분들은 믿지 못하실수도 있겠지만,
현재 제가 세 팀 중 가장 응원하는 팀은 역설적이게도 젠지입니다.
그간 가열차게 비판해왔고, 정말 기대안되는 팀 중 하나인데다 서머말기부터 보여준 폼을 보고 조별딱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여겼습니다만,
대진운이고 뭐고 어찌저찌 4강까지 오니까 저평가했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고,
앞서 언급한대로 서머말기~월즈 8강까지 보여준 폼을 보면 세 팀 중 가장 언더독에 속하는 팀입니다. 2시드는 그 전에 벌어둔 것으로 받았다고 보는 쪽이 맞다고 보구요.
그리고 팀 컬러가 꽤나 재밌어졌습니다. 작년에는 '다섯명의 병사로 이루어진 병사형 팀' 이였지만,
지금은 비디디의 고통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비디디가 얼만큼 해줘야되!'
팀 차원에서는 뼈아프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비디디 다음으로 폼이 괜찮은 룰러가, 하필이면 현 메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원딜이라는 점이 오히려 재밌습니다. 비디디-룰러 원투펀치보다, 비디디 원맨팀이 지켜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현실적으로는 젠지 우승은 기대하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큐베가 지적한대로 원맨팀은 한계가 있다는점, 그룹 스테이지 이후는 몰라도, 8강 토너먼트 이후 폼이 급격히 좋아지는 팀은 많이 없었다는 점, 현재 담원-티원의 강세로 담티전이 미리보는 결승전이라 보고 있다는 점 등...그렇기 때문에 언더독 입장으로 응원하게 되네요. 예상을 깨고 유쾌한 반란 한 번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6.
젠지를 응원한다고 했습니다만, LCK 세팀 중 누가 우승하더라도 만족합니다.
다들 너무 멋진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이 팀 중 한팀만이 우승할 수 있다는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영광의 순간을 맞이한 LCK 선수들 모두 감사합니다.
작년 월즈 우승 이후 클템이 찍어에서 후기로 얘기했던게 있습니다. 다른거보다 그 지긋지긋한 반성회 열지 않아도 되서 너무 좋다...
십분 공감합니다. 올해도 반성회 안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른지역 반성회열리는거 보면서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