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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5/04/17 02:42:55 |
Name |
Kaestro |
Link #1 |
https://kaestro.github.io/%EA%B2%8C%EC%9E%84%EC%9D%B4%EC%95%BC%EA%B8%B0/2025/04/17/%ED%8D%BC%EC%8A%A4%ED%8A%B8-%EB%B2%84%EC%84%9C%EC%BB%A4-%EC%B9%B4%EC%9E%94-%EB%A6%AC%EB%B7%B0(2).html |
Subject |
[PC] 두 문법의 경계에서 싸우다 -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전투 |
[들어가며]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액션 게임으로서의 몰입감과 타격감을 강조한 기존 패키지 액션 RPG 게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전투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장판, 반응 유도 방식, 스킬 운용 등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점들은 분명 흥미로웠고, 그로 인해 게임 플레이 자체는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이 기존 장르 문법과의 조화를 완전히 이루지 못한 채 다소 낯선 인상으로 남는 지점도 있어,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아쉬움도 함께 느꼈습니다.
전투 시스템은 전통적인 액션 게임, 특히 소울라이크 장르가 지향하는 ‘모션을 읽고 반응하는 전투’라기보다는, 던전앤파이터가 쌓아온 온라인 액션의 문법을 패키지 게임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의 전투는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와 ‘던파식 액션’이라는 문법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로 느껴졌습니다.
이전 글에서는 이 게임의 성장 구조가 왜 플레이어에게 ‘기연’을 제공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 글에서는 전투 방식이 어떤 체험을 제공했는지, 그리고 그 중 일부가 왜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장판, 장판, 그리고 장판]
카잔의 전투 시스템은 바닥 장판 형태의 상태이상 효과를 자주 활용합니다. 하지만 이 장판들이 잘 식별되지 않고, 때로는 맞았는지도 모른 채 체력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내가 뭘 잘못했지?”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원인을 생각해보면 몇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듯합니다.
우선, 장판 이펙트가 비교적 간결하고 흐릿합니다. 장판의 색감이나 시각적 표현이 눈에 띄기보다는 배경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편이기 때문에, 위협 요소를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피격 피드백이 약하게 전달되어, 별다른 경고음이나 시각 효과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체력이 깎이는 경우도 있어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바닥을 신경쓰게 됐습니다. 물론 과도한 이펙트는 시야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절제는 필요합니다. 다만 바닥 장판처럼 회피 여부가 생존에 직접 연결되는 요소의 경우에는, 조금 더 시각적으로 분명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키보드 입력 체계를 기반으로 한 조작체계]
카잔의 스킬 시스템은 패드를 이용해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많은 경우 투 버튼을 동시에 누르는 조작을 요구합니다. 일반적인 액션 RPG에서는 하나의 스킬을 하나의 버튼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예외적으로 콤보나 차징 또는 변신과 같이 미리 준비하는 형태의 스킬에서만 두 단계 이상의 조작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잔은 거의 모든 스킬이 기본적으로 투 버튼 입력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 중 다수는 즉각적인 반응과 빠른 입력을 상황에 맞춰서 사용해야하는 스킬들이란 점에서 차별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입력 방식이 특히 패드 사용자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의 주요 방어 메커니즘 중 하나인 ‘리플렉션’은 빠른 반응이 요구되는 기술인데, 이를 투 버튼으로 입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허들이 컸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 입력 방식이 익숙해지지 않아 게임이 끝날 때까지 리플렉션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이 스킬이 연타 패턴을 파훼하기 위한 핵심 매커니즘이었다는 것을 공략을 통해 알고 꽤 놀랐었네요.(어쩐지 게임이 너무 어렵더라니) 이처럼 조작 난이도가 높은 중요한 전투 매커니즘을 제시한다면, 초반에 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안내가 조금만 더 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키보드에서는 패드에서 투 버튼으로 사용하는 스킬들 중 일부 스킬들이 원버튼으로 설정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이 게임의 전투 시스템이 키보드 조작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패드에 익숙한 플레이어 입장에서 스킬 사용이 직관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조작 방식이 추가적인 학습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진입 장벽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게 보여요? 아뇨. 이펙트 중심의 반응 유도]
카잔의 전투는 모션외에도 많은 경우에 이펙트와 사운드를 통해 반응을 유도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디자인 철학의 차이라고 볼 수 있고, 충분히 의도된 연출로 보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이 때로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 모션이 화면 밖에서 시작되거나, 이전 패턴의 이펙트가 다음 공격을 가려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더군다나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템포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그런 패턴을 보고 대응하려 하면 이미 늦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이건 제 개인적인 반응속도 이슈일 수 있습니다.) 결국 유저는 “이번엔 소리가 났으니까 저 스킬이 오겠군”이라는 식의 학습형 예측에 의존해야만 하는데, 그럴거면 해당 이펙트를 더 크게 강조해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며]
카잔은 던파의 전투 감각과 분위기를 계승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고, 이 때문에 경쾌한 액션쾌감을 제공한다는 부분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카잔은 분명 기존의 다른 패키지 액션 게임에서는 제공하지 못하던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도를 했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생각합니다.
다만 패키지 게임이라는 또 다른 문법 속에서 그 시도를 좀 더 가다듬어서 돌아온다면 다음에는 더욱 훌륭한, 어쩌면 던파라이크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초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투의 긴장감과 타격감은 분명히 훌륭했지만, 조작 방식과 피드백 구조는 조금 더 직관적이고 유연했더라면 어땠을까합니다.
결국 카잔의 전투는 두 가지 문법, 두 개의 기대 사이 어딘가에서 줄타기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카잔은 겉으로는 소울라이크라는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그 안의 뼈대는 던파의 액션 철학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그 미묘한 조화가 더욱 높은 완성도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한 명의 게이머로써 굉장히 행복할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조슈아 잡으러 떠나야겠네요.
let the hunting be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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